여행에 대한 보상심리는 기록의 원동력이 될 수도, 여행의 본질을 흐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여행이란 자기가 사는 곳을 벗어나 어느 정도 위험에 맞서가며 세상을 두루 경험하고,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일이다. 견문록(見聞錄)이라는 한자어로 대체되기도 하는 여행기(旅行記)는 직역하면 ‘여행하는 동안 보고 들은 성취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여행기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스토리텔링 방법이다.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불경을 구하기 위해 인도를 여행하며 기록한 ,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27년 동안 동양을 여행하며
카메라를 든 이가 심혈을 기울여야만 할 영역들은 여전히 세상에 남았다.스티브 맥커리라는 거장이 있다. 세계 최고의 포토 저널리스트 그룹 ‘매그넘’에 소속된 그는 서울에서 대형 사진전을 가졌었고, 대구 사진 비엔날레에서 집중 조명을 받으며 한국에서도 꽤 알려졌다. 그러던 그가 몇 년 전 큰 구설수에 올랐다. 쿠바에서 찍은 그의 사진에서 포토샵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거리의 표지판과 행인이 겹친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포토샵으로 표지판을 조금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 사진이 발각된 후로 세계의 언론과 네티즌들은 조작된 사진 여러 장을
차마고도. 중국 운남성과 사천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던 험준한 교역로. 해발 4,000m가 넘는 높이에 펼쳐진 능선과 절벽을 깎아 만든 험한 길…. 그 길을 처음 걸었을 때 과거 걸어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차마고도를 걷는 여행자 차마고도는 중국 서한(BC 202~AD 8) 시기에 생겼다고 추측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교역로. 옛 마방들이 말을 끌고 목숨 걸고 걷던 그 길을 이제는 여행자들이 걷는다.메리설산을 바라보다중국 더친(Deqin)현에서 바라본 해발 6,000m가 넘는 메리설산의 웅장한 모습
사진의 정수는 탄생 이래 여전히 변함없거나 수십 년을 단위로 아주 더디게 변하는 것들이다.10여 년 전, 영화 촬영팀 막내로 처음 현장에서 일할 때다. 영상 스태프긴 했지만 학창시절 때부터 줄곧 사진을 찍어 왔던 터라 현장에 상주하는 포토그래퍼에게 관심이 갔다. 그의 장비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실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프로라면 으레 가장 비싸고 성능이 좋은 모델을 쓸 줄 알았는데, 그의 커다란 가방에서 나오는 장비들은 그저 그런 중간급 모델들이었다. 이유를 물었다. 때는 필름 시절. 북극으로 출장 갈 일이 생긴 그는 최상급 카메라
여기, 이런 풍경이 있다.자연, 건축물, 사람.제각기 다른 그 모습들이세상과 닮아있구나.●바다냄새다시마 작업장을 내려다본다.초록색, 붉은색, 검은색.그리고 파란색 바다내음.금일도●열쇠, 길바다로 향하는 길.행복으로 가는 열쇠.울진 등기산 스카이워크●그물 작업노력 없는 결과가 있을까.만선을 위한, 세심한 손길과 고단한 시간.삼척●녹음이 우거질 때푸름, 그 속의 사람들.깊은 색의 여름을 둘렀다.오대산 전나무 숲길●푸른 도화지바다를 꾸며 본다.네모난 다시마 양식장,그 사이의 배 한 척.완도●흔들리지 않는 색과정은 달라 보여도,결과는 항상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더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Forget the long lens, stuff only looks good up close(망원 렌즈를 쓰지 말고,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라).”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전쟁터를 누비는 저널리스트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에 나오는 대사다. 전쟁터에서 망원 렌즈를 든 신참에게 고참은 표준 렌즈나 광각 렌즈로 촬영할 것을 권한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망원 렌즈는, 신참으로서는 본능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끌어당겨서 찍을 수 있고, 위
사진은 때때로 폭력성을 품는다.윤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사진을 위한 일이다.뉴욕의 거리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을 때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 방금 촬영된 화면을 보여 줄 것을 정중하게 요구했다. 자신이 화면에 보이면 그 영상을 지워 달라는 것이 요지였다. 어쩔 수 없이 영상을 보여 줘야 했지만, 다행히 그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화각이라 찍은 영상을 지워야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험상 대체로 북미나 유럽 사람들은 초상권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방송이나 상업적인 촬영에서는 제작진이 일일이 ‘출연 동의서’에
단순히 순간을 기록했다고 사진이 되지는 않는다.좋은 사진은 치열한 구성에서 나온다. 한 장의 사진이 온전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분명한 주제가 필요하다.기록된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어떤 무엇 말이다. 단순히 순간을 기록했다고 사진이 되지는 않는다. 여행에서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중에서 SNS에 올라가는 사진은 불과 몇 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험을 우리 대부분은 가지고 있다.사진은 감상하는 이에게 말을 거는 수단이다. 수십 년 전 사진이 시간을 초월하고, 먼 이국의 정취를 품은 사진이 공간을 초월해 우
여행, 끝은 언제나 이별일 테니까.만약 그 이별에도 배려가 있다면그것은 평범한 오늘을 납득하는 일,그리고 또다시 내일을 준비하는 일.그래도 가끔, 그날을 추억하는 일.눈빛 좋은 날여행을 충만하게 하는 것들.노란 머리, 파란빛 호기심.와인 살짝 물든 백색 식탁보.사랑 담긴 눈빛 좋은 날.서두른다는 것마음이 조급해지는 순간들.맥없이 그림자가 쓰러지기 시작할 때,막 구워낸 갈레트(Galette)가 식어 갈 때,잠시 자리 비운 연인을 기다려야 할 때.서두른다는 것, 결국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 글·사진 강화송 기자
제 아무리 찰나의 미학이라지만좋은 사진은 우연히 얻어 걸리는 것이 아니다필름이 가고 디지털이 왔다.필름이 가고 디지털이 왔다. 촬영계에선 천지개벽이라 할만한 변화였다. 촬영의 방식도 크게 달라졌는데, 그중 가장 실감하는 변화는 ‘마구 찍는다’는 것이다.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에는 단 한 장면을 위해 배우와 카메라가 리허설을 여러 번 거치고 나서야 촬영에 들어가곤 했다. 그에 비해 디지털 시대는 한껏 너그럽다. NG를 내도 필름을 버리지 않으니 마음 편히 레코딩 버튼을 누른다.마구 찍기는 사진도 마찬가지다. 필름 시절엔 사진 한
생화를 주렁주렁 걸어 놓은 꽃배를 타고 궁전에 도착했다. 순백색, 무희들이 꽃처럼 춤을 췄다.니르마할의 아름다운 것은 반짝이던 것들,원색의 것들, 그리고 검은 눈썹 아래서 매혹적으로 빛나던 눈빛. 꽃 같은 순간니르마할은 아가르탈라의 루드라사갈(Rudrasagar) 호수 한가운데 가로로 길게 놓인 수상궁전이다. 인도에는 총 세 개의 수상궁전이 있다. 우다이푸르와 자이푸르, 그리고 이곳 아가르탈라. 아가르탈라의 니르마할은 동인도 지역에서는 유일한, 그리고 인도 내에서는 두 번째 크기다. 1930년대 왕족의 여름 피서지로 만들어져 지금은
사진이 가진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찍는 사람의 몫이다.평면에서 입체적인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게끔. 2차원인 사진은 3차원인 척 무던히도 애쓴다.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부터 가진 현실적 숙명일 테다. 사진이 그토록 닮기를 바라는 세상은 영원히 3차원적일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사진은 끝내 2차원 평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홀로그램이나 입체사진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평면을 여러 개 겹쳐 놓은 것에 불과하거나 인간의 착시에 기댄 것일 뿐이다. 사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을 담을 수 있고,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사진 속의 장
그림자 너머 산토리니 지난 여행의 기억이 그림자처럼 따라 남았다.자욱하다가도 금세 선명해진다.Empty한참을 기다려 봐도 버스도, 사람도 오지 않는다.아무도 찾지 않아도 너는 항상 그 자리에 있구나.Pira, SantoriniBehind아무래도 좋았다.노을빛 아래 그림자마저도.언젠가 네가 돌아올 테니.Pira, SantoriniLine현실 저 너머 어딘가,산토리니의 느낌이 그랬다.여행인지 꿈인지 헛갈릴 만큼.Pira, SantoriniTimeless어둠이 내린 후 오래 지나도록아무것도 하지 못하고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게 되는 곳.
이른 아침 호텔 창밖을 내려다보니 도시 한가운데에 떠 있는 듯 안개가 자욱했다. 중국 구이저우성 적수(赤水)의 이른 아침 풍경이다. 이름 그대로 그 ‘붉은 물’ 위에 비친 것은 강렬한 풍경들이었다. 폭포까지 가는 길은 제법 수월하다. 마침 안개가 걷히고 폭포의 바닥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무지개는 마치 밟고 지나가도 될 듯 너무나도 선명했다. 거침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무지개다리를 건너는적수대폭포 赤水大瀑布적수대폭포는 양쯔강 유역에선 황과수폭포 다음으로 큰 폭포다. 4A급 관광지로(중국에서는 관광지의
시간은 어쩌면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다시 펼쳐진 한 해를 살아내고 나면1년 후 어떤 순간들을 캡처할 수 있을까요?지금, 포스트잇을 꺼내 그려 보세요.모든 일상이 여행이었으니까요. 글·그림 문태곤
운하를 따라 흐르던 빛은자유로운 영혼들에 닿아 반짝이며 흩어졌다.눈이 부셨다, 암스테르담은.두 바퀴거리를 가득 채우며쉼 없이 흘러간다.그들에게 자전거란 무엇일까?내 손에 들린 카메라 같은 것일까?낭만 운하물 위를 부지런히 흐르는 보트들.트램보다 느리고자동차보다 불편하지만,낭만적이다.이리도 아름답다.청춘암스테르담이 아름다운 건순전히 당신 때문이다.서쪽 하늘암스테르담의 하루가 저물어 갈 때면서쪽 하늘을 향해 걷는다.오늘 가장 빛나는한 조각이 남아 있을 테니.도시를 충만하게 하는 것자유로운 도시 위에는유머와 여유가 잔잔히 흐른다. 글·사
모두가 꿈꾸는 도시,수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는 곳.그렇게 시작된 너와 나의 이야기.파리, 유독 밤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밤이면너에 관한 숱한 상상들이 흘러간다.저 멀리, 끝까지.Paris 높이 닿아야만 하는 이유천사 미카엘의 명을 받아 지어졌다는 수도원의 종탑은우리의 이야기도 하늘에 전한다.Mont Saint-Michel예술은 일상늘 보는 벽지처럼,몽마르트르 언덕의 화가들은 낯설지가 않다. 그럼에도너의 웃음처럼, 매번 궁금하다.Montmartre *신제섭(청솔)은 소수민족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사라져 가
낡은 앨범 위 새하얀 세월이 소복이 내려앉았다.입 오므려 후후 불어내니, 사방에 추억이 날린다.지금으로부터 7년 전, 내가 사랑했던 호주 이야기다.●Line Up세상의 반을 하늘과 바다로.바다의 반을 나와 그대들로.우린 그렇게 추억을 나란히 나눴다.Bunbury1●Observation여유라는 돋보기로 여행을 들여다보면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추억들로 가득하다.Gap & Natural Bridge●Dolphin잔잔했던 바다가 갑작스레 일렁였다.보트 엔진소리에 잠이 깬 모양이다.분명 단단히 뿔이 났을 테다.역시나, 바다에서 한 쌍의 뿔이
어느 제주 봄날,반드시 무엇을 해야 된다는계획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다니기 시작했다.유난스럽지 않은 시작이 마음에 들었는지 제주의 봄은 나에게일상의 따스함을 안겨 주었다.만병통치 백약이 오름 뜻하지 않게 위로받았다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날의 백약이 오름이 그랬다. 봄이라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패배자가 될 거 같은 소란스러운 마음이 오름 정상에서 만난 따스한 빛이 제주의 봄을 깨우는 순간 사르르 하고 녹아내렸다. 마음이 편해지고 시선이 편해졌다. 그렇게 백약이 오름은, 만병통치약이 되었다.봄날 산책은 아부 오름이지볕이 좋은 봄날
자로 잰 듯 각진 건물에는 저마다의 안정감이 자리 잡았다.그 적확한 논리에 활기를 돌게 한 건 아주 역설적이게도 아무런 규칙도 찾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여행자관광객은 자신이 담긴 명소를, 여행자는 자신이 찾은 아름다움을 나눈다. 이번 여행은 건축, 그 속에 담긴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들이었다. De Young Museum, San Francisco 도시와 사람들속도는 느리거나 빠르다. 확실한 것은, 절대 멈춰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도시도 계속해서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The Art Institute of 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