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백두산이 열렸다. 지난 3년간 많은 것이 변했다지만, 백두산만큼은 그대로라는 소식이 반가웠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도, 삼대가 복을 쌓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천지 괴물, 너 이 녀석아침, 백두산에 오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상부에 휘몰아치는 악천후 탓에 문이 닫혔단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하룻밤을 묵은 이도백하(二道白河) 시내의 날씨와 백두산 천지의 날씨가 말 그대로 ‘천지’ 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 비판은 사양이다. 그래도 내가 천지 하나를 보려고 어떻게 여기
2019년 천사대교 개통 이후, 신안의 많은 섬들이 육로로 연결됐다. 접근성이 좋아지니 관광객 수가 늘었고, 코로나를 겪으며 관광 인프라는 더욱 단단해졌다.●섬과 섬이 이어지는 까닭국제법상 섬은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밀물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이다. 그 때문에 육지와의 사이에 다리가 놓여 차량으로 드나들 수 있다고 해도 섬의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 다리 아래로 섬에 닿는 부분은 여전히 바다이기 때문이다. 2019년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기존의 압해도는 물론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
백제의 고도, 부여로 향했다. 자동차를 타고 물 위를 달렸고열기구에 올라 부여의 하늘을 여행했다.●부여관광 수륙양용 시티투어 버스부여 백마강을 달리다부소산성 앞 주차장으로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여태껏 본 적 없었던, 독특하게 생긴 버스다. 2층 버스도 아닌 것이 높이만 해도 3m는 족히 되어 보인다. 버스가 아니라 장갑차를 보는 느낌이었다. 배기구가 버스 위에 굴뚝처럼 달려 있는가 하면, 앞면에는 숨구멍 같은 것을 열어 놓기도 했다. 뒤에는 프로펠러도 두 개나 숨겨져 있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여에서 운행 중이라는 ‘수륙양용
칠월의 바다, 어디 맛 좀 보라지. 7월은 휴가철이니 지인들에게서 벌써 문의가 쇄도한다. 어디 가서 뭐 먹냐고. 여러 이야기를 해줘도 결국 대부분 바다를 간단다. 이런저런 이유로. 좋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바다 결핍증이 있으니까. ●국내에서 가장 클래식한 해변아무튼 ‘바다’라 하면 그저 해수욕장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당장 당신이 부럽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바다의 매력을 경험할 것이 많으니까. 스타워즈 시리즈나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를 아직 1화도 보지 못한 사람이 부러운 것처럼.바다는 피서를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서울의 에어비앤비 숙소 성장 잠재력이 뉴욕, 런던보다 더 클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퍼듀대학교 호텔관광대학 CHRIBA연구소는 최근 뉴욕, 런던, 서울의 에어비앤비 숙소 현황을 비교한 “에어비앤비 조망: 뉴욕, 런던 및 서울 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런던, 서울의 에어비앤비의 증가세는 최근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2020년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서울은 2022년 등록된 숙소 수 증가율이 15%에 이르며 회복세가 두드러졌다.보고서는 또 뉴욕과 런던의 에어비앤비 숙소는
거칠지만 순수한 자연, 섬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백패킹의 자발적 불편함과도 잘 어울렸다. 섬에서의 첫 백패킹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콩콩 뛴다. 텐트와 장비를 욱여넣은 배낭을 메고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간 승봉도, 그러고 보니 15년이나 흘렀다.●가벼워진 배낭을 메고오랜만이다. 문득 떠오른 첫사랑처럼, 승봉도가 그랬다. 부랴부랴 배편을 예약하고 배낭을 꾸렸다. 장비는 많이 단출해졌다.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니 버너와 코펠, 연료가 불필요해졌다. 한때 80L 배낭으로도 모자라던 장비들이 이젠 50L에 쏙 담긴다. 따지고 보면
마시기 위해, 후쿠오카 야메시로 두 남자가 떠났다.*두 남자의 탐식도시는 ‘김의성 배우’와 ‘최갑수 여행작가’의 먹고 마시는 이야기다. 거창하고 대단한 맛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아니다. 작은 선술집을 찾아 술 한 잔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한다. 두 남자의 첫 탐식도시는 후쿠오카현 야메시. 얼큰하게 취했다.●즐거우면 좋은 인생입니다3년 만의 여행이다. 여권이 만료된 지도 몰랐다. 서둘러 여권을 갱신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 사이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다. 혼자만 볼펜으로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끄적이고 있었다. 다들 핸드폰 QR코드인
여행과 일상,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올 굿?시드니 출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구다이 마이트’. 처음 이 문장을 들었을 땐 다이너마이트를 잘못 말한 줄 알았다. 도대체 영어이긴 한 건지. 알고 보니 ‘G’day, mate?의 호주 발음으로, 전형적인 호주식 인사였다. 메이트(mate)는 뭐랄까, 친구나 동료를 뜻하는 비격식적인 표현인데, 친절하고 유쾌한 호주인들 특유의 국민성이 배어 있는 단어다. 아예 국가 근간 정신도 메이트십(Mateship)으로 삼고 있단다. 좋다, 괜찮다는 뜻의
베트남의 소도시, ‘깜란’과 ‘호짬’.이 두 도시의 교집합에서 ‘멜리아’라는 천국을 찾았다.●Meliá Vinpearl Cam Ranh Beach Resort멜리아 빈펄 비치 리조트베트남 럭셔리의 진수베트남 깜란(Cam Ranh)은 여행자들에게 조금 생소한 지역일지도 모르겠다. 인천공항에서 깜란 국제공항까지는 5시간이 소요된다. 나트랑(Na Trang)을 여행하는 모든 여행객이 이용하는 공항이 바로 ‘깜란 국제공항’이다. 깜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나트랑이 나온다.멜리아 빈펄 비치 리조트(Melia Vinpearl Cam Ranh
누구나 전주를 떠올리자면 입맛을 다신다. 예스럽고 고즈넉한 멋의 가장 한국적 도시지만, 멋에 맛이 앞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보니 그렇다. ‘나만 그런가?’ 하겠지만 결국 가장 직접적인 자극은 시청각보다는 미각이다. 한국의 맛이라면, 역시 전주를 제일로 꼽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곡선 처방10여 년 전, 전라선 KTX가 개통됐다. 그쯤부터 수도권에서 전주로 여행을 하기가 쉬워졌다. 전주 교동, 풍남동 한옥마을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전국에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곳은 많지만,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전주라는 전통 도시의 매력 덕분에
푸꾸옥의 모든 것은 거짓말 같았다. 공간을 넘어서는 풍경 앞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 속에서. 속고 속으며 자유로워진다.●아주 큰 거짓말의 시작푸꾸옥(Phu Quoc)이 사연 많은 섬이라는 사실은 구글맵만 열어도 알 수 있다. 베트남의 서남쪽 해안에 위치한 푸꾸옥은 지리적으로 캄보디아에 훨씬 가깝지만, 베트남 최대 크기의 섬이다(589k㎡로, 서울 면적보다 좀 작다). 길었던 영토 갈등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베트남-캄보디아 전쟁(1977~1991년)의 시발점이 된 것도 1975년 캄보디아의 푸꾸옥 침공이었다. 그런 만큼 베트
요즈음 여행에서, 카페와 맛집은 단순한 식음 공간이 아니다. 먹고 마시는 행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행의 이유가 된다. 2% 부족한 여행의 풍미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비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카페나 맛집을 만나 더욱 깊어지는 여행의 맛도 있다. 칠곡에서 여행지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가볼 만한 카페와 맛집을 소개한다.●왜관철교 옆 더브릿지칠곡의 중심지인 왜관읍. 경부선 왜관역이 있어 누군가에게는 칠곡보다는 왜관이라는 지명이 익숙하다. 왜관은 우리나라의 굴곡진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어낸 곳으로, 그 대표적인 현장 중 하나가 왜관철
강원도 하면 감자, 옥수수, 두부 같은 청정한 먹거리가 떠오른다. 특별할 것 없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하는 친근한 음식들이다. 친숙한 만큼 늘 익숙한 형태로 즐겨왔던 강원도 로컬푸드가 최근 들어 트렌디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맥주, 아이스크림, 푸딩으로 재탄생한 강원도 이색 로컬푸드. 그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탐미하는 여행!●감자 맥주 감자아일랜드 몇 년 전부터 수제 맥주 붐이 일고 있다. 마트, 편의점에만 가도 각양각색의 수제 맥주를 만날 수 있는 세상. 그런데 감자를 활용한 수제 맥주라니. 이건 좀 특별하다. 강원대학교에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렸다.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오늘은 연극 관람이 목적이 아니다. 대학로 골목을 따라 먹고 걷고, 또 걷고 먹기 위해 떠났다. 공연장과 음식점, 카페 등이 불규칙하게 늘어선 대학로 골목에는 감성 섞인 공기가 흐른다. 정해진 동선은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흘러 다닌, 봄날의 대학로 탐방!●빵 굽는 냄새에 홀려 도착해보니온혜화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니에공원 뒤쪽 골목을 배회한다. 공연 시간이 임박했는지 어느 소극장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오늘 여행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공연장
우도에 대한 기억은 붉게 물든 하늘과 투명한 바다색으로 머릿속에 맴돈다.●우도의 끝없는 매력에 대하여우도는 면적 5.9km2 로 제주도의 63개 부속 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연간 방문객 200만명을 넘나드는 제주의 으뜸 명소로 여객선이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앞다투어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우도는 천혜의 관광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섬이다. 검멀레해변이나 우도봉, 홍조단괴해변, 하고수동해변 등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섬은 걸어서 둘러보기에 적당한 크기지만 해안도로 관광순환버스나 미니전기차, 스쿠터, 자전거 등을 이용해도 좋다. 여
정말로 ‘생애전환기’라는 게 있다면, 그때 받아야 하는 건 건강검진뿐만이 아니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혹은 터닝 포인트에서 우리에게는 여행이 꼭 필요하다. 이번 여행은 4050 여성의 이름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내게 이 여행이 필요했다는 걸, 반환점에 가까워보니 알겠다.●갱년기 그리고 보물섬 남해갱년기요? 곧 다가올 먹구름 예보를 들은 기분이긴 했다. 내 할머니와 어머니,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겪고 있을 이 위기는 대부분 겪는 통과의례라는 이유로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심하게 갱년기를 앓으셨던 어머니의 아들이자,
소백산의 정기가 품질 좋은 한우를 키워 내고, 불교와 유교 문화가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을 싹 틔웠다. 선비의 고장 경상북도 영주의 매력을 살폈다.●신라의 고요부석사촉촉하게 비에 젖어 소백산맥이 유독 선명했던 하루. 뱀이 똬리를 튼 듯 자욱한 비안개를 지나자 영주가 나타났다. 부슬부슬 비 내리는 영롱하고도 생생한 영주의 첫인상. 곧장 부석사로 향했다.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 후 화엄의 대교를 펴던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좌측으로 삼층석탑이 눈에 들어오고 거대한 규모의 목조 건축물에 압도되는 느낌이 든다. 수많
목포(木浦). ‘목’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호남에서 가장 목이 좋은 도시다. 바다에선 서해와 남해가 만나고 신안 등 수많은 섬의 모항을 품었다. 육상에서도 마찬가지. ‘비 내리는 호남선’의 종착역이며 남해안을 가로로 긋는 경전선의 시발역이다. 자동차 도로도 좋다. 국토를 종횡으로 나누는 국도 1~2호선이 모두 목포에서 출발한다. ●목포가 먹포 되다목포의 역사는 짧다. 원래 신라 때 무안군에 속했다. 조선 태종 때 목포진이 생겼고, 대한제국 말 일제의 개항 강요에 따라 결국 외국 자본으로 계획도시 목포항(목포부)이 생겨난다. 1897년
외부인의 눈으로 보자면 두바이에는 오로지 여름만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도시에도 계절은 존재하고 그중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은 봄이다. 봄, 그것은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직은 따사롭기만 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자 수온마저 적당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계절. 그리고 두바이의 봄에는 예술이 있다. 과장하는 게 아니다. 두바이의 봄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술이다. 봄의 두바이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세 가지 방법1. 아트 두바이(Art Dubai)아트 두바이는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대구시 최남단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이 굽이치는 도동리에 조선시대 도동서원이 있다. 도동서원은 조선 말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곳이며,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 9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도동서원으로 가는 길은 꽃길이다. 구지면 바로 위 현풍읍 오산리에서 자모리에 걸친 2km 정도 되는 벚꽃길이 낙동강 가에 이어진다. 그 길을 달려 도동서원으로 넘어가는 다람재 고갯마루 정자에 올라 굽이치는 낙동강과 도동서원을 한눈에 넣고 도동서원으로 달려갔다. ●곧게 뻗은 낙동강 벚꽃길 2km대구시 최남단 구지면에 솟은 대니산 산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