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첫 해외여행지로 사가현을 선택했었다.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일본어를 못 해도, 운전을 못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화려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볼거리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사가현만 같으면, 대가족 여행도 대만족이리라.●아이들도 엄마도 좋아하는 명과 투어 사가역부터 사가현청까지 뻗은 골목은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가득하다. 평소에도 ‘디저트 배와 밥 배는 따로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전통과 맛을 겸비한 명과점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에도 시대에 규슈의 나가사키에서 에도로 설탕을 운반했던 228k
사가현에는 3개의 올레 코스가 있다. 바다와 만나는 가라쓰 올레, 온천마을이 종점인 우레시노 올레와 다케오 올레는 규슈 올레 완주자가 첫 도전자에게 추천하는 이상적인 올레 코스다. www.welcomekyushu.jp/kyushuolle●발도 예뻐지는 우레시노 올레 온천과 도자기로 유명한 우레시노 코스는 다이죠지절(大定寺)과 요시우라신사(吉浦神社) 등 일본의 절과 신사 문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숲길을 지나 펼쳐지는 다원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우레시노 녹차의 생산지. 그 푸름에 눈과 마음을 씻고 계속 나아가면 주민
자고로 여행의 절반은 사진.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래서 홋카이도는 ‘인스타그래머블’하다.동화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해 어디서 찍어도 감성 뿜뿜 인생사진이 나오기 때문.홋카이도 3개 도시의 인스타그래머블 스폿을 꼽았다. 하코다테 Hakodate청춘영화의 한 장면처럼홋카이도 섬 남부, 혼슈 섬을 마주보고 있는 항구도시다. 일본의 항구도시라 하면 서양과 동양의 근대 문화가 오묘하게 녹아든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법. 하코다테도 마찬가지다. 개항과 함께 만들어진 오래된 서양식 건물 밑으로
고토 본섬에 도착하다원정대의 종착점인 후쿠에지마(福江島)는 고토열도 중 가장 큰 섬이다. 히사카지마(久賀島)·나루시마(奈留島)와 함께 ‘아래쪽 고토’라는 뜻으로 시모고토(下五島)라고 불린다. 다른 섬은 포기하고 후쿠에지마만 둘러보기로 했지만 그 역시 하루로는 부족했다. 첫 번째 숙소인 산산도미에 캠프촌을 향해 가는 남쪽 방향에 이 섬의 랜드마크인 오니다케(鬼岳)가 있다. 해발 315m의 구상화산으로 정상부가 모두 잔디로 덮여 있다. 잔디 썰매를 탈 수도 있을 정도라고. 이 보드라운 평화가 오기 전에 분출됐던 화기와 열기의 흔적은 7
고래가 살던 바다고토열도를 대표하는 5개의 섬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나카도리지마가 다음 여행지였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이어진 나카도리지마(中通島)와 와카마쓰지마(若松島)를 ‘위쪽 고토’를 뜻하는 가미고토(上五島)라고 부르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신카미고토초에 속한다. 유서 깊은 성당들은 물론이고, 고래잡이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경빈관 박물관, 고토 우동이나 동백기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도 있고, 관광물산 센터도 있을 만큼 넉넉한 여행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다.점심 메뉴는 고토의 명물인 고토 지고쿠 다키지옥 냄비
신기루 같았던 낮과 밤무인도로 떠나기 전 마트에 들러 보급을 마쳤다. 노자키지마(野崎島)로 가는 소형 쾌속선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유네스코 유산을 보러 가는 여정에 격을 맞춘 것도 같고, 무인도로 들어가기 전에 실컷 문명의 호사를 누려 보라는 것 같기도 했다. 달리면서 본 노자키지마의 자태는 홀쭉하고 길쭉했다. 동서 2km, 남북 6.5km로, 마치 두 개의 섬을 붙여 놓은 것처럼 허리춤이 낮고 좁은데, 그 위에 섬의 보물, 노쿠비 교회(旧野首教会)가 올라앉아 있었다. 이제 기독교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가사키는 일본에 기독교가 처
화산섬 비경 퍼레이드의 서막우쿠지마를 떠나는 첫 배는 아침 6시55분이었다. 이슬 젖은 텐트를 대충 말아 배낭에 우겨넣자마자 예약한 택시가 도착했다. 바빴지만 순조로운 출발. 오지카지마까지는 배로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지카지마에서 오전시간을, 이웃 무인도인 노자키지마에서 밤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래서 오지카지마를 그냥 지나쳐 가는 섬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고토여행 내내 이어졌던 놀라운 화산섬 비경 퍼레이드의 서막이 여기서부터 열렸기 때문이다. 카키노하마해수욕장(柿の浜海水浴場)은 자갈밭 끝에 모래사장이 차분하게 가라앉
두 바퀴로 만난 섬섬에서 섬으로 여행할 때 가장 조심할 점은 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주르르 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근데 비행기가 말썽이었다. 인천에서 나가사키행 비행기가 지연 출발하면서 사세보항에서 출발하는 우쿠지마행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공항에서도, 항구에서도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 모른다. 어쨌든 오전 10시40분. 우쿠지마행 페리에 안전하게 탑승했다. 첫 여행지인 우쿠지마는 고토열도 최북단의 섬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고토시가 아니라 사세보시에 속한다.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린 후에 목마른 사람은
우리가 고토로 간 이유고토열도가 성지순례의 한 코스로만 알려져 있어서인지, 자연을 만끽했다는 여행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구성된 6명의 고토열도 원정대의 미션은 알려지지 않은 비경을 속속들이 만나고 오는 것이었다.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 특별히 캠퍼로서 말이다. 우리가 여행한 고토(五島), 즉 5개의 섬은 원래 고토의 주요 섬 5개와는 달랐다. 나가사키 사세보에서 배를 타고 고토열도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짰다. 첫 밤은 우쿠지마(宇久島), 둘째 밤은 노자키지마(野崎島), 3일과 4일째 밤은 나카도리지마(中通島),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나가사키에는 가톨릭 금지령이 내려졌다.매서운 탄압에도 신자들은 남몰래 성가를 구슬프게 불렀다.그래서 나가사키에는 침묵 속에서 굳건히 신앙을 지켜온 이들의 애잔함이 서려있다.신자들의 정신적 가치로 무장한 나가사키는 지난 2018년 7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광을 얻었다.●신자들의 정신적 고향 오우라 천주당 나가사키 항구와 접한 언덕길에는 1864년 일본의 개항으로 선교사가 세운 성당, 오우라 천주당이 있다. 몰래 신앙을 지켜온 신자들이 무려 2세기만에 선교사와 만난 장소로 의미가 크다. 선교사와
일본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작은 시골마을을 동경해 왔다면, 시마네현 이이난쵸를 찾아가자.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모두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숲이 주는 온갖 축복이이난쵸 자연이 주는 평화를 만끽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높은 산, 흐르는 물길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시마네현의 이이난쵸가 사랑받는 이유다.이이난쵸는 시마네현의 중남부에 위치해 있다. 츄고쿠 산지의 중간 즈음에 자리하고 있는데, 덕분에 고도 1,000m에 이르는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다. 근처 도시인 히로 시마, 이즈모, 마츠에에
올해는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역의 기독교 유산에 주목하자. 이번 여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흘러온 기독교가 17~19세기 동안 어떻게 지켜지고 발전했는지 총 12개 구성 자산에 녹아들어 있다.●2세기 동안 지켜온 신념 오우라 천주당나가사키 항구와 접한 언덕길에 있는 오우라 천주당은 1864년 일본의 개항 이후 일본을 찾은 선교사가 세운 성당이다. 기독교 금지령으로 몰래 신앙을 지켜온 신자들이 무려 2세기만에 선교사와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이 만남은 ‘신도발견’이라 하며 신자들이 전통 가톨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