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물었다. 여행하는 공예가인가, 공예하는 여행가인가.이 세상 가장 산뜻한 대답을 들었다.자기소개, 한 단어로 부탁한다.처음부터 너무 빡센(?) 요청 아닌가(웃음). 나는 여행하는 공예가다.무슨 뜻인가.내가 만든 직업이다. 여행 스타트업 퇴사 후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다. 직업은 왜 꼭 한 단어로 말해야 하나, 반드시 남들이 정해 놓은 직업 중에 골라야 하나, 의문도 들었고. 그래서 직접 직업을 창조했다. 여행도 좋고 공예도 좋으니, 둘 다 하자는 생각에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니, 부럽다. 생
백신은 맞으셨나요? 요즈음의 흔한 인사말입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접종을 마쳤다는 뉴스를 본 이후엔 좀 조바심이 나기도 하네요. 주사 한 방이 쏘아 올린 것은 ‘다시 여행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한동안 안부 묻기도 난감했던 여행업의 지인에게 다시 연락이 옵니다. 곧, 무어라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요즘입니다. 태도는 전염된다고 하죠. 백신이 주는 안도감은 한결 긍정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 낙관은 아직 미접종자인 저에게도 금세 전염되어, 새살이 차오르듯 안도감이 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코시국’의 불안, 실
올 초 광주MBC 사장으로 만나 나주를 함께 여행했던 그가 3월에 제주 한 달 살이를 한다더니, 여름이 오기도 전에 여행책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세 도시 이야기.●수첩으로 길을 낸 사람 “지금은 수첩을 잘 쓰지 않아요.” 송일준 PD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했다. 아마도 수첩에 대한 질문을 숱하게 받았던 모양이다. 많은 이에게 진행자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지난 3월, 3년간의 광주MBC 사장 임기와 함께 37년 재직했던 MBC를 떠날 때까지 그는 과 가장 오래 함께하며 성장했고 빛났다. 하지만 미국산
여행의 절반은 밤, 나이트 라이프를 헤아린다.결국 마시는 이야기다. ●술이 없는 낮, 술이 있는 밤세상의 모든 여행은 정확하게 둘로 나뉜다. 낮과 밤. 아! 2015년 7월에 떠났던 핀란드 여행은 예외로 한다. 당시 핀란드 로바니에미(Rovaniemi)는 완벽한 백야였다. 낮이야 대개 예정대로 흘러가지만, 밤은 늘 달랐다. 고로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면 항상 밤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냥 보내는 밤이란 내겐 없다.여행지에선 늘 술을 마셨다. 요거트나 비타민 워터를 마실 리는 없잖은가. 늦은 시각 호텔에 도착해도 “어서
여행 같은 사람을 만났다.강병무 작가의 보통의 하루를 나눴다. ‘Saram Travel이라는 닉네임, 무슨 뜻인가? 뜻깊은 의미를 바라고 던진 질문 같은데(웃음), 말 그대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는 3번의 퇴사를 했고 4번의 긴 여행을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여행 관련 콘텐츠 및 사진, 영상 관련 일을 하는 중이다. 여전히 여행 중인 사람이다. 언제까지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떠날 수 있을 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3번의 퇴사,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첫 직장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
지난봄 한국관광공사 대학생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여행 글쓰기 강의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나요?”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 얼버무린 말을 한 것 같은데, 대답은 사라지고 질문만 맴돕니다. ‘아름다운 문장이 뭐지?’, ‘문장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인가?’ 등으로 확장되어 가면서요. 새삼 묻는 사람, 묻는 행위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지난달부터 편집부는 ‘에디터를 위한 암묵지(暗默知)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소소한 대화의 시간입
전북의 여러 생태관광지 중에서 순창과 무주는 ‘풍경 이면의 풍경’에 흥미로운 관점이 스며 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생태관광육성 과정에서 공동체의 문제가 두드러지는 곳인데, 정책적으로는 사회적경제가 성장해 온 과정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가는 현장이다. 국내 사회적경제 정책은 십여 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지속성이라는 영역이 대별되는 속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 자율성, 노동의 중시와 분배라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19세기 당시 산업화로
훌쩍 떠났었습니다. 10년간 정주했던 서울 무교동 5층 사무실을요. 120여 권의 잡지를 만드는 동안 한 달 단위로 묶였던 일상의 매듭이 사라지자 한동안은 끝도 시작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시간의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한 끝에 잃어버린 시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계절입니다. 잡지라는 것이 한두 달씩 앞서 사는 일이라, 겨울이면 봄의 꽃대궐, 봄이면 여름의 짙은 녹음, 여름이면 가을의 울긋불긋한 산하, 가을이면 순백의 설경을 그리며 일 년 내내 욕구불만에 시달렸던가 봅니다. 폭설이 잦았던 지난겨울은 광주 양림동
여행의 자유로부터 멀어지는 동안우리는 모두 비밀스런 아지트에 꽁꽁 묶여 버리고 말았다. ●여행을 막는 무장단체십수년간 정기적(기계적)으로 여행을 가며 먹고 살아온 직업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길이 막힌 지 1년도 넘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여행 결핍증에 시달리다 못해 정신줄을 놓고 살아간다. 이를테면 외딴 산장처럼 생긴 비밀 아지트 내 인질 의자에 묶여 있는 기분이다. 입에는 더러운 발수건으로 재갈을 물렸고 두 손은 의자 뒤로 전선에 꽁꽁 묶였다. 악취와 오십견 탓에 둘 다 견디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나를 꼼짝달싹 못하도
저는 호불호가 뚜렷하지 않은 편입니다. 리액션도 신통치 않습니다. ‘뭐 먹을까?’ 물으면 ‘아무거나’가 태반이고, ‘맛있지?’ 하면 ‘응, 괜찮아’가 고작입니다. 상대방 김 빼기 딱 좋은 습관이라 고치고, 나름의 선호 리스트도 가졌으면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인지 취향이 뚜렷한 사람을 만나면 부럽기도 하고 호기심도 발동합니다.원고에도 취향이 묻어납니다. 연재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매체가 됐든 개인 블로그가 됐든 어딘가에 무언가를 정기적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입니다. 대상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성실함이 뒤따르지 않으면
전북의 생태관광지 중 익산과 남원의 육성과정을 생명력과 회복력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생명력은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의미하고, 회복력은 처음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오늘날 두 개념은 공통적으로 다른 방식으로의 전개라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즉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나 원래 상태로의 회귀가 아닌, 훼손이나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 ‘대안적 의미를 지향하는 회복’, 단순한 생명의 유지가 아닌 그 힘의 ‘본질적 가치로서의 생명’이라는 뜻으로 확장된 것이다. 전북지역의 생태관광
보라카이는 정말 간만이다. 해변을 걷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던 그날이 몇 년을 돌고 돌아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Ticket To The Tropic지금 나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트라6가였던가?) 앞 ‘타이거타이거’ 펍에서 럭비 유니온 경기와 손님들을 번갈아 구경하며 코츠월드 IPA를 마시고 있다. 늦은 점심으론 고기파이를 먹었고 저녁은 광어 튀김 한 조각과 맥주로 그냥 때울 셈이다. 호텔이 퍽 가깝지만 일찍 돌아가기 싫었다. 영국 일정 중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호빗족을 위해 고안된 작은 침대 하나에 갈색 호마이카(Form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