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새빨간 동백꽃이 피어나고, 계단을 내딛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어둠에 잠긴 숲 위로는 커다란 고래가 유유히 떠다닌다. 꿈 이야기냐고? 물론 아니다. 통영에 있는 세 개의 ‘피랑’ 이야기. 아, 피랑은 절벽이나 벼랑을 뜻하는 사투리다. ●첫 번째 피랑, 원조 벽화 마을 동피랑고깃배를 잔뜩 끌어안은 강구안 뒤쪽에 ‘동쪽 벼랑’인 동피랑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아닐지라도 꽤나 경사진 것을 보니 순간, 또 올라야 하나?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원조이자 여전히 전국 제일의 벽화 마을이 이곳임을. 마
나가 놀기 좋은 계절이다. 게다가 마스크도 벗었다. 566일 만이다. 축배까지는 일러도 긴 시간 잘 버텨 냈으니 자축의 잔을 채우기엔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 좋은 날에 혼술, 집술은 예의가 아니다. 밤바다와 어울리는 쏠비치 삼척와이너리 투어는 이용 프로퍼티(Property)에 따라 레스토랑과 분위기가 다르다. 쏠비치 삼척의 와이너리 투어는 해안절벽에 위치한 ‘마마티라(MAMA THIRA)’ 1층 카페에서 진행된다. 쏠비치 삼척 자체가 바위 언덕에 자리해 조망이 탁월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바다와 가까운 명당자리다. 270도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숲의 소리와 시원한 물살.해남에 여름이 피었다.여름색 짙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엔딩 크레딧까지 한결같이 서정적이다.●힐링 명당 고산윤선도유적지 시조에 매우 뛰어났던 조선시대 문인, 고산 윤선도. 그가 살던 고택은 주인과 많이 닮아 있어 문학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초록 넝쿨이 감싼 돌담길,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대나무숲 그리고 파란 하늘. 여기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한몫을 더한다.윤선도가 살았던 고택인 녹우당 입구에는 영화 에 출연했을 것만 같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왕의 문을 지나 왕의 집을 들러 왕의 뜰에 내려앉았다. 왕들의 자취를 따라 걸은 초여름의 강화도.▶Course 왕의 길고려 23대 왕 고종의 강화천도와 대몽항쟁의 길이자, 조선 25대 왕 철종이 왕위에 올라 도성 한양으로 향하던 길. 왕들의 역사를 담은 장소를 잇는 강화도의 도보 코스다. 강화산성 남문안길에서 중앙시장을 지나 고려궁지까지 이어지는 약 500m의 구간으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설레설레 걷기에 부침이 없다. 강화산성 남문→소창체험관→용흥궁→대한성공회 강화성당→고려궁지●1st SPOT남문의 서프라이즈 강화산성
넓게는 울산광역시, 그보다 범위를 좁혀도 울주군에 속한 행정단위상 읍 단위인 언양은 상대적으로 다른 읍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인상이다. 그 인지도에는 언양이라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음식 불고기가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언양 불고기 하나를 목표로 삼고 찾아오는 수가 적지 않다. 그래서 불고기 먹으러 언양에 갔다가 뜻밖의 요새들을 발견하고 언양을 새로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신라에서 조선으로 이어진 견고한 읍성이렇다 할 정보 없이 불고기 맛집 한두 곳을 검색해 언양에 들어섰더라도 이걸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어렵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영화 의 촬영 장소인 우보면의 ‘혜원의 집’과 산성면의 화본역 일대가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 경상북도 한가운데 위치한 군위가 대구를 비롯하여 구미, 상주, 영천, 포항 등 경북 주요 도시의 근교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군위(614.32㎢)의 면적이 서울(605.2㎢)과 비슷하다. 그 말은 즉 가 볼 만한 곳의 선택지 역시 보다 많다는 뜻. 군위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또 하나의 여행 테마는 ‘사유’다. 자연 속에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돌담
대구의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의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그들의 숨결이 대구 곳곳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미술투어 : 화가 이인성을 발견하는 시간숨겨진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이인성을 찾아서화가 이인성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대구 인물기행 코스다. 대구 곳곳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화가 이인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투어코스: 남산교회 - ABL 생명빌딩 - 대구미술사 터 – 무영당 – 대구근대골목단팥빵 - 계산성당소요시간: 도보 2시간30분 두 개의 뾰족집계산성당작년 큰 화제를 모았던 이건희 컬렉션이 대구를 찾았다.
통영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림 같은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모델 포즈를 취하며 SNS 피드를 풍요롭게 할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푸른 바다 위로 아스라하게 흩뿌려진 섬을 구경하는 것은 기본값이 되어버린 것 같다. 통영이 처음이 아니라면, 조금은 차분히 혹은 보다 깊숙이 통영을 느끼고 싶다면 ‘거장’을 좇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글과 그림과 음악… 예술혼으로 통영을 그려내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통영이 그리워하는 근현대의 거장들을 곳곳에서 마주하게 될 테니.●박경리의 ‘나의 살던 고향’시작은 의 작가 박경리. 그
고성으로 향했다. 남쪽 바닷가 경남 고성이다. 작정하고 고성 뽀개기 여행이 아니라 인근의 통영 또는 남해 여행길에 더하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곳들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콘셉트가 없을까. 오랜 퇴적층에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는 상족암부터 가야 시대 고분군, 밀물 땐 섬이 되고 썰물 땐 육지와 연결되는 솔섬까지 고성에 가면 겹겹의 시간을 체감할 수 있는 타임리프의 여행이 시작된다. ●가야의 시간이 봉긋이우리나라의 고대 문화가 꽃핀 시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주도했던 삼국시대다. 이 세 나라만큼 기세를 떨치지 못하고 562년 신라에
터무니없는 얘기라고도 한다.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사실이 아니라고도 한다. 그래도 어쩔꺼냐, 충북 단양군 단성면 충주호 관광선 장회나루 마당에 기생 두향과 퇴계 이황의 조형물과 두 사람의 사랑 얘기가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가까운 곳 구담봉에는 토정 이지함 형제와 천재 소년 이산해의 이야기도 내려오고 있다. 구담봉에서 보는 충주호 풍경은 덤이다. ●두향과 이황의 옛 이야기사랑했다. 두향은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을 공경했다. 공경하여 사모했다. 그렇게 사랑했다. 매화를 좋아했다. 매화를 좋아하는 이황을 좋아했다. 훗날, 매화
강릉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중 하나다. 바다면 바다, 카페면 카페, 거기에 식도락, 아트, 역사 등 여행자를 유혹하고 만족시킬 만한 아이템을 완벽하게 보유했다. 여행 테마가 무궁무진한 강릉에서 요즈음 사랑받는 키워드는 소품숍. 강릉 여행에 소소한 재미를 더할 소품숍들을 소개한다.●강릉에서 파리 여행자 모드르봉마젤강릉인들의 일상이 이어지는 평범한 동네에 평범하지 않은 공간 하나가 눈에 딱 들어온다. 정확한 주소를 모르고 가더라도 화이트 톤의 건물을 보는 순간, ‘아, 저기!’라고 단번에 눈치채게 될 것. 사방이 온통 하얀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거제지구 최남단에 있는 섬이다. 어느 하나 빠뜨리기엔 아쉬운 우리나라 대표 섬들. 이왕에 나선 걸음, 두 섬을 한데 묶어 인생 여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섬 캠핑의 성지매물도폐교터에 자리한 텐풍 명소매물도 당금마을에 있는 야영장은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 폐교터에 자리하고 있다. 짙푸른 남해를 전면에 펼쳐둔 이곳은 캠핑을 조금이라도 해 봤다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의 장소로 꼽힌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발한 입지를 자랑하기 때문. 여느 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너른 평지에 잔디까
벚꽃을 닮은 두 벗이 두륜산 대흥사로 찾아들었다.봄의 산은 웃으며 그들을 맞았고, 걸음마다 발끝에서 파란 새싹이 인사를 건넸다.●莫逆之友 막역지우첫 만남단박에 알 수 있었다. 막역지우(莫逆之友), 마음이 잘 맞는 사이라는 걸. 덩치도, 성격도, 심지어 웃는 모습도 닮았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의 연을 맺어 온 이상윤과 류동우 씨. 상윤은 퇴사 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중이다. 동우는 얼마 전에 대학 졸업 후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그 중간에 서 있는 이들. 어찌 보면 이 두 벗은 갓
익산, 어느 정원을 탐닉했다.맛있는 음식까지 더해지니근사한 여행이었다.●유럽식 정원아가페 정양원아가페 정원은 1970년 故서정수 신부가 노인들을 위해 설립한 ‘아가페 정양원’ 안에 자리한 수목 정원이다. 아가페 정양원은 양로원이다. 어르신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된 정원은 2021년 3월 민간정원으로 등록되었고, 코로나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올해 4월10일, 다시 무료 개방되었다. 애초에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이 아닌데도 수목 17종 1,416주가 식재되어 있어서 2~3시간 정도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둘러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있건만 봄은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듯 무심히 가버린다. 봄꽃놀이 한 번 즐기지 못하고 떠나가는 봄을 애타게 바라만 보는 당신, 서산으로 떠날 채비를 하자. 4월 말~5월 초의 늦봄까지 봄꽃을 누릴 수 있는 서산의 명소를 소개한다. ●서산 유기방 가옥서산 유기방 가옥에서는 수선화 축제가 한창이다. 3월 말에 서막을 올린 축제는 어느덧 그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서산 유기방 가옥은 1919년 일제시대 당시 건립된 고택. 옛 모습을 간직한 가옥에서는 등의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했다.오래된 가
폐부 깊숙이 봄이 흘러 들어온다. 달콤한 향내로 나른한 듯 취한다.●봄꽃 사이로 산책을생기 넘치는 곳, 상효원빨강, 분홍, 하양. 상효원의 봄은 알록달록한 색감을 뽐내는 꽃들의 향연으로 가득 채워진다. 한라산을 닮은 지붕의 건물을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면 작은 화환을 든 피터 래빗 형제가 인사를 건넨다. 관람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귀여운 조형물들이 선물처럼 등장한다.담팔수로 이뤄진 작은 숲길을 지나 곶자왈 지대로 들어간다. 이끼와 암석 틈바구니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곳. 울창한 숲과 계곡이 원시림의 분위기를 풍긴다. ‘벨롱벨
완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건축기행’.그 속에는 문화예술, 한옥, 종교가 담겼다.완주의 시간이 녹아든 공간들.여기 다 모았다.●지나간 시간의 새활용비비정예술열차끊겼던 철길을 문화로 다시 이었다. 만경강 철교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 ‘비비정예술열차’. 열차는 레스토랑과 아트숍, 카페,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완주군에서 4량짜리 새마을호 폐열차를 구매해 리모델링 했는데, 더 많은 사연이 있다.만경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에 호남평야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1928년 7월에 지어졌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2011년, 누구도 지나다니지
어린이와 어버이, 스승과 부처.모두를 모시는 가슴 따뜻한 5월. 가정의 달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강화도로 향했다.●짜릿한 스피드, 루지강화 씨사이드 리조트강화 씨사이드 리조트는 루지와 푸드코트, 산책로, 전망대 등을 갖춘 복합테마파크다. 주인공은 단연 루지다. 루지는 198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선보인 중력을 이용한 놀이기구다. 우리나라에는 루지 체험장이 2017년을 기점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강화 씨사이드 리조트도 그중 하나다.이곳에서는 해발 335m 길상산에 설치된 1.8km의 두 트랙을 즐길 수 있다. 스카
초록빛, 분홍빛, 노랑빛.김천의 봄은 유독 진했다.●봄과 여름, 그 사이의 초록빛구성면 양파밭 김천은 어느 계절이든 짙다. 연중 해가 좋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산과 평야가 적절하게 섞여 있고 수량이 풍부해 토질도 비옥하다. 김천에서 나고 자란 과채들은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대표적으로 샤인머스캣이 있다. 김천은 샤인머스캣의 최초 재배지다. 당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함이 ‘맛있다’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형용하기 아까운 풍미를 지니고 있다. 자두, 참외도 빼놓을 수 없다. 자두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27% 정도가
첫날은 황리단길 같은 핫플에서,다음 날은 신라 시대 유적 투어로 채운다.이렇게 끝내도 경주 여행은 충분히 알차다.그럼에도 하루 더 머물 수밖에 없던 이유. 유독 파란 경주의 바다가 기다리기 때문이다.경주의 여행은 역사와 핫플에 그치지 않는다. 30~40분만 동쪽으로 나가면 푸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최소 하루는 더 경주에 머물러야 되는 이유다. 경주 바다 여행은 울산 목전에 있는 관성솔밭해변에서 봉길대왕암해변으로 북상하거나 그 반대로 다니면 된다. 이번에는 봉길대왕암해변에서 문무대왕릉을 먼저 만났다. 시작은 가볍게 유적지다. 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