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저널리스트들은 솔직하고 담박하다. 와인은 미술품처럼 수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마셔 없애는 존재이며, 귀족문학처럼 무의미한 수사가 동원될 만큼 철학적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밀린 숙제하듯 와인을 마셔야 할때가 있는 전문가들은 ‘이 와인은몇 점’이라는 숫자놀음에 지쳐 ‘상징의 재미’를 부여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미국 와인에서는 쇳내 같은 달러 냄새가 나지. 아무렴.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에서 익은 포도가 무슨 죄가 있겠나. 그 포도가 거대한 스테인리스 발효조에 담겨지는 순간부터 포도는 푸른색 지폐 냄새를 풍기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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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가방 하나 짊어지고 유럽을 다니면서 음식 문화만큼은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민소득이나 문화 수준이 우리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음식만큼은 솔직히 우리나라를 따라올 만한 나라들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음식의 특징은 다양성과 건강성으로 대변할 수 있다. 단순히 혀가 즐거운 음식이 아닌 몸에도 좋은 음식들이 즐비하다. 오늘은 맛도 좋고 영양 좋은 우리음식 하나를소개해볼까한다.미꾸라지는 고기‘어(魚)’에 가을‘추(秋)’를 합쳐 추어(鰍魚)라 하였다. 입추 이후에 더욱 감칠맛이 난다는 의미인데 단백질,
지난 봄부터 ‘하얼빈에서 온 편지’로 잔잔한 감흥을 전해 준 바 있는 Travie writer 서동철 기자가 지난 9월 하얼빈에서 다롄으로 거처를 옮기고 다시 ‘다롄에서 온 편지’를 보내 옵니다. 이번 호부터 다시 격주로 연재될 그의 편지로 오래도록 떠나고 싶지만 나서지 못하는 여행 갈증을 달래 보시기 바랍니다. 수향(水鄕)을 걷다-저우좡중국의 겨울은 서민들이나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겐 축복받은 계절임이 틀림없다. 북방지역에는 ‘누안치(暖 )’라는 난방용 스팀이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고, 이를 중앙에서 관리해 난방비를 따로 걱정하지
플로베르의 말처럼 ‘날씨는 대화의 영원한 주제’이다. 지금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노인의 하얀 눈썹 같은 눈. 삼월 들어서만 두 번째 내리는 눈이다. 그러나 이제 무엇도 봄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처녀들의 설렘과 옷가게의 화사한 원피스, 생기를 찾아가는 꽃들, 그리고 이사 가는 사람들…. 곧 결혼을 앞둔 지인과 통화를 하다, 봄을 느낄 수 있는 음악가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질문을 해보았다. 그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이시하라 에리코(Ishihara Eriko)’란 이름을 알려주었다. 봄이 가진 산뜻함과 풋풋함! 그녀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최근 들어 예전에는 보기 힘들던 소아 탈모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전체 탈모환자 인구의 반 이상으로 여성 탈모환자 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이유로 탈모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탈모의 원인이 되고 있는 스트레스를 과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가 탈모 치료의 성패를 결정짓는 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병원을 찾으면 의사들이‘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이것처럼 무책임하고 모호한 말도 없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아이건 어른이건 스트레
몇 년은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새하얀 얼굴, 눈 밑에 짙게 드리워진 다크서클, 큰 키가 무색하리만치 구부정하게 굽은 허리…. 영화 의 천재 명탐정 L은 어떻게 보자면 뻔할 만큼 전형적인 만화캐릭터이다. 하지만 이차원적 공간인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으리라 여겼던 인물이 갑자기 현실세계에 ‘환생’했을 때 팬들이 느끼는 감동이란,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시리즈로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권 ‘누나’들의 여심을 한방에 사로잡은 주인공, 마츠야마 켄이치가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매 작품마다 변신하는 ‘팔색조
마흔쯤 되면 그 살아온 생이 얼굴에 담긴다고 하던가. 선명치는 않으나,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첫인상으로 타인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타카시나 가쿠’씨를 만난 모두는 하나같이 온화한 얼굴이 ‘마음의 평화’를 준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가 벗으로 둔 케언스의 푸른 바다 덕일 게다. 아니나 다를까. 크루즈 ‘선러버호’를 홍보하는 그의 목소리는 과하지 않았으며, 좋은 여행지는 그저 자연스레 알려진다는 게 이 중용의 신사가 지닌 비즈니스 철학이었다. 가쿠씨는 첫 대면부터 신사다웠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당도한 그는, 헐레벌떡 달려온 기자들
" 국외 여행자에게 공항은 필요악과도 같은 공간이다. 공항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긴 하지만, 귀찮은 절차와 지루한 기다림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환전에 휴대폰 로밍, 탑승 수속, 보안 검색, 출국 심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110미터 허들 경기의 주자가 된 기분으로 통과하고 나면 보딩 시간까지의 황량한 여유가 느닷없이 밀려온다. 스스로 흡연실에 유폐돼 기내에서 소진될 혈중 니코틴을 미리 꾸역꾸역 폐로 밀어 넣거나 딱히 살 물건도 없는데 면세점을 어슬렁거리며,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된 폐쇄 공간에서의 자유
요즘 란 영화가 인기이다. 이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자와 그를 기어코 잡고자하는 자 사이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숨막히게 구성한 연출력과 뛰어난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추격’이란 사전적 의미는 뒤쫓아 가며 공격한다는 뜻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전직 형사가 영화 내내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일종의‘집착’이다. 주인공이 범인에게 집착하게 되었던 것은 영화 초반에서는 돈 때문이었다가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 집착의 이유가 돈에서 생명으로 바뀌고 종국에 살인마에게 여자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목적 상실
" 기억 여섯 봄비가 내리더니만… 2006. 4.21하늘도 파랗고 햇살도 따스하다. 점심을 먹고 쏟아지는 봄볕을 즐기며 발걸음을 옮겨 본다. 숭례문 앞 공원이 평소와 다르다 했더니만, 간밤에 내린 봄비를 맞고 어느새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났다. 다음 주면 가족들과 연인들로 잔디밭이 가득 차겠지. 계절은 돌고 돌아 잔디 싹이 오르는 봄이 오고 있다. 이렇게 파릇파릇 잔디 싹이 돋아나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새로운 숭례문이 번듯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설 것이다. 서울을 찾는 여행자에게 숭례문은 우리가 기대하며 떠나는 로마의 콜로세
지난 봄부터 ‘하얼빈에서 온 편지’로 잔잔한 감흥을 전해 준 바 있는 Travie writer 서동철 기자가 지난 9월 하얼빈에서 다롄으로 거처를 옮기고 다시 ‘다롄에서 온 편지’를 보내 옵니다. 이번 호부터 다시 격주로 연재될 그의 편지로 오래도록 떠나고 싶지만 나서지 못하는 여행 갈증을 달래 보시기 바랍니다. 음력 12월30일, 우리의 구정에 해당하는 중국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춘절이 시작됐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춘절은 정말 외로운 시기다. 알고 지내던 한국 친구들은 구정을 맞아 삼삼오오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