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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 Music] 세자르 프랭크와 장영주 - 기차여행을 달래는, 선로 위 바이올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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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을 달래는, 선로 위 바이올린

흔히 여행의 낭만은 기차 안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덜컹이는 열차에서의 추억 하나쯤은 있으며, 차창 가까이 몸을 기댈 참이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서정적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절실해지는 것은 풍경을 위로해 줄 음악이 아닐까. ‘세자르 프랭크’의 선율은 이 가을,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 ‘선로 위 여행자들’의 추억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글=자유 기고가 황은화   일러스트=세스 에디터 = 박나리 기자

‘세자르 프랭크(Cesar Franck)’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파리에서 브뤼셀을 지나 뒤셀도르프로 향하고 있었다. 차창 밖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었고, 품에는 김경주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와 세자르 프랭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이 들려 있었다. 세자르 프랭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는 가을보다 더 차가운 현의 선율로  어쩌면 겨울, 엄연하게는 차가운 가을 날씨를 연상시킨다. 젊은 시인의 고백,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 생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사랑이다”“꿈이란 ‘자신이라는 시차(時差)’를 견디는 일이란다”의 구절이 자연스레 음악들과 녹아 들어가는 찰나는 바로 그런 스산스러운 낭독의 찰나였다. 

그의 연주는 ‘길 떠난 기차 안 여행자들’의 추억을 건드리기 충분하다. 하지만, 슬픔이나 우울로 침잠해 듣는 자를 무기력에 빠지지 않게 하며, 부드러이 시간을 감싸지만 통속적인 연민과는 거리가 멀다. 열정적인 클라이맥스에서도 결코 충동적이지 않으며,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 속에는 끊임없이 계절을 뚫고 지나가는 투명한 바람이 연상되곤 했다. 지친 나그네 주위를 한번 맴돌고는 다시 제 갈 길을 향하는 그 ‘신비로운 바람’을 최초의 경험자인 필자 외에 보다 많은 이들이 경험했으면 한다. 

프랭크 음악에 관한 비밀 하나를 더 털어놓자면, 이 음악이 프랑스의 유명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루스트는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을 당시 예술가들의 모습에 빗대 그렸는데, 작품 속 ‘뱅퇴유’란 음악가는 생상, 라벨, 포레, 드뷔시 그리고 ‘프랭크의 상(想)’이 작은 퍼즐 조각처럼 한 인물 속에 교묘히 조합된 캐릭터다. 그 가운데서도 많은 이들은 가장 ‘뱅퇴유’에 근접한 인물로 세자르 프랭크를 언급한다. 운 좋게도 우리는 세자르의 음악을 통해 작가 프루스트까지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어딘가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모습이지만, 내면의 섬세하고 우아한 감성을 지닌 그는 자연스레 프루스트를 연상시키기 충분하다.

음악은 자신의 가치를 아는 자를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어딘지 연약하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세자르 프랭크를 벗 삼아 보는 건 어떨까. 만약, 기차를 타고 을씨년스러운 유럽의 가을과 겨울의 경계를 달리게 된다면, 그 같은 무형의 동반자는 낭만의 증폭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선로 위를 달리는 바이올린 소리는 그래서 더욱 근사하게 느껴진다.

 타이틀 앨범

바이올린, 사라 장
피아노, 라르스 보그트
프랭크, 라벨, 생상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EMI 7243 5 57679 2 9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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