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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벳푸 ① 신기하고 즐거운 온천 세상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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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온천 도시 벳푸는 익숙하다. 너무 익숙해서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벳푸를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도대체 벳푸의 무엇이 특별하단 말인가? 겪어 보니 비결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아침·저녁 두 번으로도 부족해 짬만 나면 들어가고 싶은 물 좋은 온천과 깨끗하게 잘 가꿔진 자연과 도심, 지름신을 강령하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물건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 사실 여행에서 바라는 게 이런 것 아니겠는가?

에디터 트래비 편집부   글·사진 김숙현
취재협조 일본 JIC연락사무소(주)화인존 02-725-8232~3 /
www.finetourjapan.com



벳푸 하면 온천이다. 온천욕을 즐기러 우리는 벳푸로 간다. 그리고 만족하고 돌아온다. 워낙에 온천 시설도 잘 돼 있고, 물도 좋아 누구나 만족한다. 벳푸 온천은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온천을 두루 체험해 보고, 그중에 맘에 드는 것을 연거푸 하다 보면 200%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체험 ‘모래찜질’


ⓒ트래비

2. 해변 모래밭에서 찜질을 하는 카이힌 스나유
3. 벳푸 온천의 상징인 빨간 도깨비
4. 마실 수 있는 온천수.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
 

벳푸의 모래찜질은 아주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라도 신안이나 영광, 완도 등지나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모래를 온몸에 덮고 모래찜질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온천 모래찜질은 없다. 벳푸에서도 모래찜질을 할 수 있는 곳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다케가와라 온천’과 바닷가에 있어 시원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카이힌 스나유’ 두 군데. 

먼저 다케가와라 온천은 시내 중심에 있어 찾아가기가 쉽다. 벳푸의 가장 큰 백화점인 토키와백화점에서 세 블록만 가면 다케가와라 온천이 나온다. 이곳은 벳푸 온천이 시작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옛날 바닷가에 온천물이 솟아나는 걸 발견한 사람들이 통을 들고 와서 온천욕을 하고 가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용하던 곳에 제대로 된 건물을 지은 것은 1800년대 후반. 세 번의 화재를 당하고 마지막으로 건물을 세운 것이 1939년이란다. 옛 건물답게 장식이 고풍스럽고 천장이 아주 높다. 건물은 으리으리하지만 탕은 옛날식 그대로라 소박한 편. 모래찜질은 입구에서 왼쪽. 탈의실과 욕탕은 남녀로 나눠져 있고, 찜질을 하는 곳은 한군데다. 

속옷까지 모두 벗고 유카타만 걸치고 찜질하는 곳으로 나간다. 아줌마들이 사각사각 모래를 파 놓으면 목침을 베고 눕는다. 온천수를 머금은 검은 모래로 목에서 발끝까지 꼼꼼하게 덮고 10~15분 정도 편히 누워 있으면 된다. 젖은 모래라서 그런지 꽤 무겁다. 견딜 수 있는 묵직함에, 견딜 만한 뜨거움으로 온몸을 내리누르는 느낌이 처음엔 힘들다가 점차 무뎌진다. 어느덧 얼굴에 땀이 송송 솟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잠깐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10여 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기도 처음.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생각될 즈음 일어나라고 알려준다. 모래 무게에 꼼짝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혼자 팔다리를 털고, 몸을 일으키는 게 생각보다 수월하다. 이제 탕으로 돌아가 머리를 감고 몸을 닦아내면 모래찜질 끝. 탕에는 샤워젤과 샴푸만 비치되어 있다. 수건과 기타 필요한 것들은 직접 가져가야 한다. 모래찜질을 하고 나오니 처음엔 기운이 없다가 차차 기운이 회복되면서 온몸에 생기가 돈다.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일 듯. 모래찜질은 피로회복, 혈액순환, 수족냉증에 좋고, 뭉친 근육을 푸는 데도 효과 만점이라고. 

카이힌 스나유는 벳푸 교통센터에서 가깝다. 벳푸시미술관 바로 옆에 있다. 1986년에 문을 연 모래찜질 전용 온천이다. 규모는 작지만 전망이 일품이라는 것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모래찜질 방법은 동일하다. 단, 카이힌은 유카타로 갈아입고 야외로 나간다는 사실만 다르다. 해변에 모래밭이 있고, 바다를 마주보고 누워 모래찜질을 즐긴다. 야외이긴 하지만 천막으로 만든 선루프를 움직여 햇빛을 가려 주므로 얼굴 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모래찜질 요금은 두 곳 모두 1,000엔. 찜질할 때 입는 유카타는 포함돼 있지만 수건은 없으므로 가져가거나 요금 낼 때 구입할 것. 카이힌 스나유는 4~10월 사이는 오후 6시까지, 11~3월은 5시까지. 다케가와라 온천은 여름철은 오전 6시~저녁 10시30분, 겨울철은 오전 8시30분~저녁 10시30분까지. 

신기한 지옥 순례


ⓒ트래비

2. 물빛이 바다처럼 푸른 바다지옥
3. 피의 연못 지옥


벳푸의 온천들은 시내 뒤편에 우뚝 솟은 쯔루미다케의 화산폭발로 생겨난 것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간헐천, 진흙탕, 증기 등이 솟아오르는 독특한 것 8개를 지옥이라 칭했다. 붉은 온천물, 높이 솟아오르는 물기둥, 진흙이 부글거리는 모습이 옛날 사람들에게는 지옥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들이 벳푸를 상징하는 가장 신기한 볼거리로 자리잡아 벳푸 여행 1순위로 꼽힌다. 

바다지옥, 오니이시보즈 지옥, 산 지옥, 가마도 지옥, 오니야마 지옥, 하얀 연못 지옥, 피의 연못 지옥, 타츠마키 지옥 등 여덟 개의 지옥을 모두 둘러봐도 되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두세 군데만 선택해서 봐도 된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은 바다지옥과 피의 연못 지옥. 물빛이 바다처럼 푸르고, 핏빛처럼 붉다. 온천수가 98도나 되는 바다지옥에서는 장대 끝에 바구니를 매달아 두고 달걀을 넣어 즉석에서 온천 달걀을 삶는다. 바다지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넓은 연못엔 가시연꽃이 살고 있는데, 여기서는 도깨비연꽃이라 부른다. 해마다 8월13~15일이면 연잎 위에 어린이를 태우는 행사를 갖는다. 20kg까지 태울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바다지옥은 족욕탕도 아주 넓다.

피의 연못 지옥은 붉은 물빛과 함께 연못 바닥의 빨간 점토를 이용한 피부 연고로 유명하다. 온천수에 섞인 점토 빛깔 때문에 물이 붉게 보일 뿐 물만 떠서 보면 투명하다. 점토가 바닥에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일 년에 몇 번씩 긁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성분을 가지고 만든 피부약이 ‘치노이케연고’.

가마도 지옥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진흙탕이 보글보글 끓어 오르고, 하트 모양의 작고 푸른 지옥이 있는가 하면, 뜨거운 증기가 푸른 물 위를 뒤덮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곳엔 마실 수 있는 온천수가 있어 누구나 한 모금씩 맛보곤 한다. 물이 뜨거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른 지옥에는 없는 고구마떡도 별미. 

※ 지옥 입장료는 지옥 하나당 어른 400엔, 고등학생 300엔, 중학생 250엔, 초등학생 200엔. 8지옥 공통관람권은 어른 2,000엔, 고등학생 1,300엔, 중학생 1,000엔, 초등학생 900엔. 입장 시간은 오전 8시~오후 5시, 연중무휴. 벳푸지옥조합 0977-66-1577

드라마틱 벳푸 8탕


ⓒ트래비

4. 유나하나를 채취할 수 있는 묘반 유노사토
5. 스기노이호텔 다나유 노천탕
6. 족욕 전용 발의 온천


벳푸의 온천 지역은 ‘벳푸 8탕’으로 나뉜다. 하마와키, 벳푸, 간카이지, 호리타, 묘반, 칸나와, 시바세키, 가메가와 온천 등 여덟 개 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주로 가는 지역은 벳푸 역 주변의 벳푸 온천, 8지옥을 포함한 칸나와 온천, 유노하나를 채취하는 묘반 온천, 스기노이호텔이 자리한 간카이지 온천 등이다. 

벳푸 온천의 메인은 다케가와라 온천. 이곳에선 이미 모래찜질을 경험했으니 역 가까이에 있는 고토 온천을 체험해 보는 게 좋겠다. 다케가와라만큼은 아니지만 고토 온천 역시 제법 오래된 곳이다. 역에서 가깝고, 저렴한 요금이 장점이다. 역 광장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손 온천’도 있다. 

칸나와 온천 지역에서는 증기를 이용한 ‘칸나와 무시유’가 재미있다. 온천탕과 증기방이 마련돼 있는데, 증기방에 들어가면 습식 사우나처럼 뜨거운 열기가 대단하다. 증기가 나오는 바닥에 세끼쇼우라는 약초를 깔아 진한 약초향을 맡을 수 있다. 증기방에서 땀을 낸 다음 탕에 들어가 몸을 씻는 방식이다. 칸나와 무시유의 뜰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족욕탕도 있다. 다리를 넣을 수 있게 칸칸이 만들어진 모습이 특이하다. 

묘반 온천에서는 ‘유노사토’가 유명하다. 희뿌연 노천탕과 움막처럼 생긴 가족탕이 특색. 유노사토는 온천욕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유노하나’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더 많다. 온천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유노하나는 온천 성분이 굳어져서 하얗게 돌처럼 굳은 것이다. 초가집처럼 만들어둔 건물 안에서 채취한 유노하나는 입욕제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벳푸 최고의 호텔이 스기노이호텔이다. 스기노이의 온천은 노천 대온천인 다나유, 그보다 좀 작은 규모의 미도리탕, 가족탕, 워터파크인 아쿠아비트 등이 있다. 호텔 투숙객의 경우 가족탕만 별도의 요금이 들고 나머지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나유의 노천탕은 전망이 일품이다. 호텔이 시내 뒤편 높은 지대에 자리한 덕분에 벳푸 시가지는 물론 시원스레 펼쳐진 벳푸만과 멀리 오이타 시내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일출과 일몰,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탈의실에 날짜별로 일출 시간을 적어 놓았는데, 실제로 일출을 보며 노천욕을 즐기려고 그 시간대에 찾는 이가 많다. 

※ 스기노이호텔 온천은 투숙객은 무료 이용(단, 가족탕은 1시간에 3,000엔). 외부 이용자는 다나유/ 어른 2,000엔, 학생 1,200엔, 초등생 및 유아 700엔. 이용 시간은 4~9월은 오전 5시~자정, 10~3월은 오전 6시~자정까지. 아쿠아비트/ 어른 1,500엔, 학생 1,000엔, 초등생 및 유아 500엔. 0977-24-1141 www.suginoi-hotel.com/korea/

※ 칸나와 무시유 이용 요금은 1회 500엔, 10회권 3,000엔. 유카타 대여 210엔, 족욕 무료. 영업 시간은 오전 6시30분~오후 8시. 매주 넷째 목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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