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열전 12탄 홍대 ① 시·각·만·족 - “차 마시며 예술해도 될까요?”
서울열전 12탄 홍대 ① 시·각·만·족 - “차 마시며 예술해도 될까요?”
  • 트래비
  • 승인 200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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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매번 국내외 여행지로 눈코 뜰 새 없던 트래비가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다. ‘서울열전 12탄’의 주인공은 ‘홍대’. 연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트렌드를 서술하는 젊음의 거리를 여행하듯 나섰다. 눈이 즐거운 아뜰리에와 북카페, 귀가 솔깃해지는 뮤직바, 입맛 동하는 이색 레스토랑과 향을 자극하는 와인바, 그리고 양 손이 분주해지는 오픈마켓까지.

온몸 구석구석 섬세한 감각들이 꿈틀댈, 그 만물상자 같은 거리로의 여정.

글·사진  오경연·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곽은정·김연지

*‘홍대’를 오감으로 즐기기 위한 트래비의 유쾌한 여정은 두 팀 아래 진행되었다. 각각 청춘의 거리를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긴 ‘박나리·김연지 기자’,  혀와 폐의  미각과 후각을 즐긴 ‘오경연·곽은정’ 기자. ‘청각부분’에서는 모두 온 몸의 감각을 열어 ‘홍대’를 껴안고 돌아왔다.    




ⓒ트래비

무거운 책 대신 디지털 카메라를 챙기는 도시 젊은이들에게 ‘예술’과 ‘독서’는 놀이의 또 다른 형태로 자리한다. 복잡한 사고보다 시각적인 찰나에 집중하는 신세대들에게 ‘홍대’는 보물섬 같은 공간. 밥과 차 대신 그림을 감상하고 잡지를 읽어내는 ‘홍대’ 문화에 지금, 두 눈이 집중된다.

몇년 새, 홍대 인근이 서울에서 가장 젊고 뜨거운 공간으로 떠오른 데는 무엇보다 ‘시각적 유희’에 있다. 소비 자체가 부담인 강남, 개성 없는 인파로 출렁이는 명동 일대와 달리 홍대 앞은 언제나 새롭고 재기발랄하다.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만족시켜 줄 ‘홍대’라는 대륙을 찾아 흘러들어온 여행자들에게는 골목을 헤매는 일조차 즐겁다. 눈을 즐겁게 할 만한 볼거리를 찾아 기웃거리는 이들은 크게 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양 갈래로 흩어진다. 

최근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주목받는 ‘카페골목’은 산울림 소극장에 이르는 뒷길을 말한다. 입시학원 창조의 아침을 끼고 언덕을 내려가면 듬성듬성 숨겨진 보물 같은 카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대에 밀집된 카페들은 회화, 사진 등 각종 예술 전시를 겸하는 ‘대안 공간’, 책과 잡지 등을 열람하는 ‘북 카페’ 그리고 담배와 술을 마시며 연극을 감상하는 ‘시어터클럽’ 등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문화카페들로 포진되어 있다. 이들의 등장은 단순한 유행의 흐름도, 수익을 내기 위한 장삿속도 아니었다. 소리 소문 없이 확장되는 ‘홍대’만의 문화 지대는 소비의 주체와 객체를 허물고, 서로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한 ‘소통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누구나 무료 전시 관람이 가능하며 스탠드 불빛 아래 소설을 정독할 수 있다. 

지도에 매여 촘촘한 여정에 허덕였던 과거 여행자들과 달리 홍대 주변의 영혼들은 느낌 가는 대로 자신의 하루를 내맡긴다. 단순히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행위를 넘어 시각적 감성 또한 얻고 싶다면 각기 다른 문화카페들은 어떨까. 어디가 좋고 어디가 새롭다는 정형화된 기사가 아닌, 제대로 시각이 충만해지는 홍대 앞 나들이.

대안공간
공간이 예술을 만났을 때 루프


ⓒ트래비

‘홍대’ 문화의 태생은 누가 뭐래도 ‘미술’에서 출발한다. 홍대 주변이 문화예술특구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저력에는 무엇보다 미술의 힘이 컸다. 그 결과 현재 홍대 일대는 10여 개의 갤러리와 대안공간으로 충만하다. 평창동과 삼청동이 주는 근엄함과 달리 홍대 주변의 갤러리들은 자유롭고 편안하며 재기로 가득하다. 대학가가 주는 역동적인 사고는 이름 모를 예술가의 개인전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루프(Loop)’는 홍대 주변에서 맨 처음 ‘대안공간’이란 말을 사용한 갤러리이다. 1999년 오픈 이래 1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국제전과 참신한 기획전을 통해 새로운 담론 생성을 위해 노력했으며 선진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유명하다.

루프는 ‘대안공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소 넓고 황량한 공간이 자유로운 전시를 가능케 한다. 관객은 벽에 걸린 부조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홍대’에서의 짧은 시간을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총 5층 건물 가운데 작품 전시는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까지 진행되며 2층에는 ‘마놀리아 카페(Manolya Cafe)’가 있어 간단한 차를 곁들일 수 있다. 전시회는 매달 정기적으로 교체되며 굳이 검색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발길 닿는 대로 찾아가 보는 즐거움이 더크다.

※위치 홍대 정문에서 산울림 소극장 방면 100m 직진 뒤 ‘창조의 아침’ 골목 근처 약 1분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문의 02-3141-1075/
www.galleryloop.com 

조훈 개인전 컴 투 마이 펜트하우스 


ⓒ트래비

루트에서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애정을 쏟는 미술가 ‘조훈’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오는 11월4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폐지처럼 버려지는 ‘전단지’ 속 여성의 몸을 부조에 재현함으로써 삭막한 도시의 휴머니즘을 노래한다. 하얗고 새빨간 부조 속에 봉인된 속옷 차림의 여성들은 섹슈얼리티를 넘어 그녀들의 슬프고 버거운 삶을 호소한다. 윤이 날 정도로 매끈하게 마감된 전시물은 ‘루프’의 회색 빛 공간과 어우러져 더욱 처연하고 쓸쓸해 보인다.

※ 시기간 2007년 10월9일~11월4일   관람료 무료  

클럽시어터
술과 담배 그리고 연극 벨벳바나나클럽

ⓒ트래비



어둡고 협소한 극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데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라면 ‘홍대’에서는 좀더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다. 지하 클럽에 연극 무대를 옮겨 담은 ‘벨벳바나나클럽(Velvet Banana Club)’은 기존 엄숙주의를 탈피한 ‘클럽시어터’로서의 새 공간을 선택했다. 덕분에 춤과 음악이 연주되던 무대에는 배우들이 올라서고, 관객들은 술과 담배를 즐기며 그들의 연기에 동화된다. 피터 한트케의 문제적 작품 <관객모독>은 이 같은 파격적인 형식의 도입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29일 배우 양동근의 연출로 개성 넘치는 랩뮤지컬로 재탄생된 공연은 8월17일부터 원년 연출가 기국서에 의해 <2007 관객모독>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시즌 1이 보여 준 다이나믹한 요소들을 업그레이드해 오픈 런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에는 그룹 스페이스 A의 전 멤버‘루루’가 배우로 변신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다. 플롯과 서사에서 벗어나 네 명의 배우가 관객을 향해 던지는 욕설과 물세례는 ‘홍대’라는 공간에서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공연이 되기 충분하다. 공연 뒤 시작되는 ‘Clubbing & Drinking Time’은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파티타임으로 뜨겁다. 

※ 위치 홍대역 6번 출구 수 노래방 근처


2007 관객모독

※일시 2007년 8월17일~Open Run
※공연시간 화~토요일 오후 8시 (일·월요일 공연 없음)
※입장료 일반 3만원, 대학생 2만5,000원(1회 음료권 포함)

북카페
2주에 한 번씩 쌓이는 신간 작업실


ⓒ트래비

이런 상상을 해 보자.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무한 리필되는 아메리카노로 허기를 달랜 뒤, 빼곡한 책장에서 마음 끄는 책 한 권을 읽는 거다. 읽다 졸리면 엎드려 잠을 청하고, 갑갑함을 느끼면 창밖 풍경을 쳐다보거나 인터넷을 깨작인다. 언제든 담배를 펴도 좋고 어둠이 깔리면 스탠드를 켜고 다시 독서를, 그러다 갑갑함을 느끼면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아 공간을 탈출해도 좋다. 이 모든 가정은 북 카페 ‘작업실’에서 가능한 ‘옵션들’이다. 

스스로도 그 같은 개인 작업실을 열길 소망했던 방송작가 김진태씨는 좀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작업실 아닌 ‘작업실’을 열었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홍대 앞 북카페 문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는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신간이 들어온다. 옛날 책만 진열된 ‘정지된 북 카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회전되고 살아 숨쉬는 환경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최근 들어오는 신간들은 주로 여행서와 잡지, 소설들로 채워지는데 무엇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다. 마치 달팽이집처럼 안에서부터 휘감아 펼쳐진 독특한 책장은 각종 시집과 예술서적들로 빼곡해 고르는 즐거움을 더한다. 

※위치 상상공간에서 합정역 방향 10m 직진 뒤 바이더웨이 맞은편 골목
※오픈시간 오전 12시~새벽 2시
※문의 02-338-2365
www.cyworld.com/jakupsil

일본문화카페
낯선 언어를 소비하는 즐거움 수카라


ⓒ트래비

<고도를 기다리며>를 롱런하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색채를 지켜 온 산울림 소극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극단은 ‘제2의 도약기’를 내걸고 젊고 진취적인 작품들을 찾아 올리고, 극장 1층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수상스러운 카페 ‘수카라(Sukkara)’가 둥지를 틀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건하게 닫힌 녹색 문을 열고 들어가자니 숲 속의 작은 집처럼 아늑한 북 카페가 모습을 드러낸다. 포트에선 얼그레이 잎을 우려낼 뜨거운 물이 보글보글 끓고, 유리 볼에는 파운드케이크가 먹음직스레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은 홀 중앙에 ‘ㅁ’자 구조로 마련된 오픈 키친의 풍경이다. 그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손님들은 1인용 스탠드 조명 아래 저마다의 사색에 잠겨 있다. 산울림소극장에 한결 창조적인 피를 수혈하는 힘, 바로 수카라의 매력이다.

일본 출판사 ‘아톤(Artone)’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일본 최신 잡지들을 열람할 수 있다. 수카라는 아톤에서 발행하는 한류 잡지의 제호로 ‘숟가락’의 일본식 발음이다.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일본어에 능숙하며 낮은 테이블과 의자는 대지와의 밀착감으로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오키나와식 덮밥, 올리브유 파스타, 유기농 주스 등 오가닉 푸드를 지향하는 메뉴들도 건강한 맛으로 추천하기 충분하다. 한낮에 식사와 차를 겸한 뒤 비치된 일본 서적들을 열람하는 이들의 옆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나도 모르게 그들에 섞여 고요하고 아득해지는 평화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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