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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임현식-소시민의 페이소스를 대변한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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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시민의 페이소스를 대변한다

평일에는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주말에는 드라마 <사랑찬가>로 일주일 내내 안방극장에 코믹한 기분전환의 즐거움을 안겨 주는 배우 임현식. 찌는 듯 더운 늦여름 어느 날 털털한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미소의 임현식씨를 만났다.

대중은 변신이 자유로운, 어떤 연기를 맡아도 손색없는 전천후 연기자를 원한다. 임현식씨가 <허준>에서의 임오근이나 <대장금>에서의 강덕구,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의 최부록 등 코믹한 감초연기가 아닌 <제5공화국>류의 역사드라마에서 사뭇 진지한 역할을 한다거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멜로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상상하면 어쩐지 어색하다. 대중이 배우 임현식에게 원하는 것은 약방의 감초처럼 ‘극 안에서 팽팽함을 풀어 주는 그만의 친근함’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임현식 없는 히트작 없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69년 MBC TV 공채 1기로 입사한 후 단막극을 포함해 1,00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허준>, <대장금>, <올인> 등 시청률이 50~60%가 넘는 드라마에는 항상 임현식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무게를 잡는 심각한 주인공, 허준과 장금이 같은 캐릭터 사이에서 입을 ‘헉’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어이구야~’하며 능청스럽고 호들갑스러운 그의 연기를 늘 좋아한다.

그를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는 ‘애드리브의 황제’. 애드리브란 곧 즉흥연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작품 전체의 구성을 연구하고 떠오르는 영감을 메모했다가 감독과의 상의를 통해 연기로 표현한다.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주변사람들이 그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웃음보를 터뜨리니 자꾸 애드리브라고들 말하지만 그는 ‘애드리브’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연구를 통해 적절한 타이밍에 구사되는 연기’를 애드리브라는 단 한마디로 축약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것.

“내 연기는 굳이 말하자면 음악에서 말하는 ‘카덴차’에요. 카덴차는 악보에 빈 오선지로 나타내요. 연주자들이 기량을 발휘하도록 작곡자가 배려하는 부분이지요.”

그 역시 연기를 할 때 작품의 맥락 속에서 오랜 연구와 상의 끝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지 즉석에서 기지에 의해 발휘된 즉흥연기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평소에 <세계명언 대사전> 같은 책을 틈틈이 읽어 두어 ‘카덴차’ 연기를 하는 순간에도 즉각즉각 재치 있는 말을 뽑아내는 데에 도움을 받는다고.

 

낭만적인 음유시인

 음악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는 임현식에게 가곡을 가르쳐 주며 그를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소탈하고 다소 투박해 보이는 그의 이미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나 ‘작시’ 등, 지극히 고상하고 클래식한 취미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음악이나 시, 여행 등은 그의 ‘낭만주의자’적 감성에서 뺄 수 없는 요소다.

“나에게 여행이란 어렸을 때의 길과 찢어지게 가난하던 그 시절의 인간미 그리고 토종의 지형미를 느끼게 해주어서 좋아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행은 ‘시’에요. 여행은 시적인 감흥을 많이 줘요. 철길을 따라 거닐거나 장터의 시골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영감을 많이 받죠.”

그에게 있어 도시 여행은 뻔하다. 그래서 비포장 길을 따라 장터도 구경하고 싸구려 토속음식도 먹으며 시골사람들의 순박하고 후덕한 인심에 기분 좋아지는 여행이 최고란다. 바쁜 일정과 잘 알려진 얼굴 때문에 어디 한번 마음먹고 여행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린시절을 보냈던 시골, 장터, 기찻길을 따라가며 소년시절의 향수를 느껴 보고 싶단다. 천천히 꿈꾸듯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소년 같은 표정을 본다. 지금까지 한번도 못 타 봤다는 완행 태백선을 잡아 탄 그가 어느 시골의 5일장에서 싸구려 국밥을 먹으며 순박한 시골 아지매 , 아저씨들과 어우러져 한바탕 우스개 소리에 껄껄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인생의 낙, 세 딸과 여행하고파

작년 폐암으로 아내와 사별하고 남실, 금실, 은실, 세 딸이 인생의 낙이다. 사진 촬영 중에 막내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라이~ 오라이~ 아빠만 믿어. 오라이~.”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 TV 속 임현식에게 느꼈던 모습 그대로다. 그의 바람도 폭넓게 딸들을 이해해 주는 낭만적인 아빠, 편하고 딸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물론 세 딸들이 먼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연히 공식석상에서 만났던 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과도 여행을 떠나면 괜찮을 듯싶다. 그때 느꼈던 정장관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자신과 무척 잘 맞을 것 같다나.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에게 앞으로 ‘자서전’이나 ‘수필집’을 쓸 계획이 있을 법도 한데,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에는 관심이 없단다. 그런 이유에서 ‘일기’는 쓸 수 있어도 ‘자서전’은 쓰기 싫다고 말한다. 현재 하고 있는 배우의 역할과 호남대학교 겸임교수의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학생들이 강의평가는 후하게 하나요?”라고 묻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특유의 ‘버럭’ 언성을 높이는 말투로 “누가 감히 강의를 평가하고 말고 해”라며 자신의 강의는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의 극예술계의 현실과 인생, 배우의 길에 대해 선배로서 지침을 알려주는 강의라며 ‘자부심’을 나타낸다.

“나이가 드니까 욕심이 많이 생겨요. 바이올린도 하고 싶고, 담배도 끊고 싶고, 더 재미있게 살고도 싶고...”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욕심을 떠나 편안한 인생이고 싶고 시청자에게도 친구처럼 편하고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임현식의 연기는 기본적이고 탄탄한 실력의 바탕 위에 코믹함을 더했다. 허황되고 과장된 연기가 아니라 충분히 개연성 있는 연기, 대중의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던져 주는 연기로 사랑받아 왔다. 그 ‘임현식표’의 연기와 웃음을 보며 대중은 배를 잡고 웃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강한 남자 콤플렉스’를 가진 가부장적 아버지로서가 아닌 편하고 온정 넘치는 소시민의 아버지를 대변하는 임현식. 올해로 60세가 되는 그가 ‘인생은 60부터’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의 인생 제2라운드에는 ‘임현식표’ 웃음과 감동과 낭만이 더 많은 시청자와 팬들의 가슴을 울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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