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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 musicㅣ Bach 재즈에 입을 맞추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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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가정해 볼까 한다. 당신은 재즈를 좋아하고 당신의 친구는 클래식에 빠져 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들어 왔고 당신의 애인은 재즈를 선호한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만난다면? 아마도 서로의 취향을 고집하거나 누구 하나가 타인의 취향을 감춰야 할지도 모르지만, 여기 소개할 아티스트로 인해 그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겠다.    

에디터 박나리 기자



자끄 루시에(Jacques Loussier). 1934년 프랑스 앙제에서 출생, 파리 고등국립음악원에서 클래식 수업을 받은 그는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50년 가까이 바흐와 함께한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나 수식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바흐의 곡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하고 연주하여 재즈와 클래식 팬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자끄 루시에의 특징이라면 바흐 음악의 잠재된 즉흥성을 확장시키면서 그만의 경쾌하고 밝은 비전을 놓치지 않는 데에 있다. 어느 재즈 평론가는 그의 선율이 바흐라는 고정된 틀 안에 지나치게 얽매여 창의성과 개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했지만, 반대로 그것은 고스란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현대 무용을 공부하는 후배가 즉흥에도 두 가지 즉흥이 있단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는 짜여진 틀 안에서 즉흥, 다른 하나는 무용가 개인의 의식흐름으로만 이어지는 즉흥! 후자가 훨씬 더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음악이 자칫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어려운 분위기로 기울어질 우려가 있고 쉽게 음악가를 지워 버릴 위험요소 또한 안고 있다. 다시 말해, 자끄 루시에의 음악은 바흐라는 울타리 안에서 뛰어 다니는 한 마리 자유로운 사슴이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그 울타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보다 훨씬 넓고 광대하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여행패턴을 펼치려는 이들에게 두 장의 앨범을 추천한다. 하나는 그가 1959년 첫 번째로 발표한 <바흐 음반>(2000년 재발매)으로, 바흐의 푸가와 프렐류드를 모았다. 어딘지 투박한 느낌도 있지만, 처음 바흐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첫 번째 앨범은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이라는 시도가 전무했던 시대의 기념비적인 작품집이다. 다른 한 장은 가장 최근인 2006년 발매된 음반으로, 음질 좋기로 유명한 텔락 레이블에서 나온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집>이다. 바흐 녹음으로는 다섯 번째 앨범에 속하며, 6곡의 협주곡 모두를 녹음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두 음반을 추천하는 이유는 거장 피아니스트가 바흐에서 시작해 다시 바흐로 돌아온 긴 여정을  두 앨범이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자끄 루시에는 90년대 후반부터는 바흐만을 고집하지 않고 비발디를 시작으로, 라벨, 사티, 드뷔시, 헨델,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음악을 녹음해 왔다). 어쩌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집>은 세상 모든 나그네가 긴 여행을 끝내고 자신의 첫 출발지로 돌아오는 순환의 고행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자끄 루시에는 신작 앨범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처음 내가 바흐 음악을 시작할 때는 무엇인가를 더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작업은 바흐 음악에서 뭔가를 덜어내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건 바흐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행이었지요.”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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