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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탐라기행 ③ 신탐라 기행 작전 3호 “제주의 아픈 역사를 품어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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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뜨르. 어감은 정답기만 한데 사실 이곳은 아픔의 흔적들이 산재한 곳이다. ‘알’은 ‘아래’또는 ‘낮다’는 뜻이고, ‘뜨르’는 ‘들’을 말한다. 알뜨르는 곧 모슬포 마을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한 들판이라는 뜻이다. 

제주사람들은 알뜨르 평야에 건설했던 일본 해군항공대 비행장에다 지역 이름을 따서 ‘알뜨르 비행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낮은 지형이라 관측이 힘들고 방어에 유리한 이곳에 일본은 중일전쟁을 위해 전진기지를 세웠었다. 

비행장 건설은 1926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66만1,160m2 규모의 1차공사가, 1937년부터 1945년 패망 때까지 264만 4,640m2 규모의 2차 공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 활주로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고 나머지 토지는 주민들이 주로 감자밭을 일구어 경작하고 있다. 일본이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던 과거의 고통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은 듯 현재 이곳에는 20여 개의 격납고가 알뜨르 평야에 남아있다.

가미가제 전투기용으로 추정되는 격납고는 50년이 지난 세월에도 너무나 견고하기 때문에 철거조차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현재 격납고는 농민들에게 창고로 쓰이고 있지만 관제시설, 탄약고, 방공호, 막사와 정비고로 사용했던 건물들의 흔적도 남아 있다. 과거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이 시설들은 인천상륙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블로거들은 유난히 말이 없다. 비행장 위의 마른 풀들은 이리저리 몸을 누이는데,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너른 평야 위로 핀 하얗고 고운 감자꽃이 무심하기만 하다.



남제주군 대정리의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타는 사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 사계해수욕장의 수평선이 아련하다. 저 멀리로 제주의 또 다른 아이콘인 형제섬과, 희미하게 가물거리는 마라도가 보인다. 

송악산 기슭에서는 산방산과 그 너머 웅장한 한라산의 모습도 보인다. 마을과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느낌은 바닷가 해안절벽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사뭇 달라진다. 현무암이 잘게 부서져 형성된 검은 해안에 대한 철없는 낭만도 잠시, 어느새 절벽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커다란 진지동굴이 눈앞에 확연하다.




태평양 전쟁 때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비행장인 진지동굴, 이 동굴은 당시 일본군들이 배를 숨기기 위해 파 놓은 것이고, 이후 제주 4·3사건 때는 이곳의 섯알오름에 사람을 모아서 살해했다는 아픈 역사가 아로새겨진 곳이다. 

역사의 진실을 몰랐을 때는 그저 드라마 <대장금>의 엔딩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만 기억될 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중국관광객들 틈에서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

☆ 블로거 인터뷰



김효준(대학생)

“구석구석 찾아가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여행은 사진에 열정적인 분들이 온 듯하다. 사진 찍는 재미와 사람들과의 교류.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유물을 활용해서 여행코스를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찍는 시간도 충분했고, 제주의 아픈 역사까지도 돌아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고성미(일러스트레이터)

“구석구석 찾아가기는 10차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전체적인 시간분배도 만족한다. 여정 중 용머리해안이 가장 좋았다. 지난번에는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컷 수가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메모리를 제대로 갖춰서 왔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권인성(회사원)

“제주는 몇 번 와 봤지만 언제 와도 신선하고 낯선 느낌이다. ‘여사모(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통해 이번 여행에 참가했다. 좀 빡빡한 일정이라 아쉽기도 하다.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이 아닌 일몰을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아픈 역사를 알게 된 알뜨르 비행장도 의미 깊은 장소였다. 앞으로 함백산 일출을 볼 수 있는   구석구석 이벤트도 마련되면 좋겠다.”

안경숙(취업준비생)

“지인을 통해 이벤트를 알게 됐다. 꽉 찬 일정 코스가 참 좋았다. ‘알뜨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날, 제주의 아픈 역사에 대한 사전 정보를 듣고 나니 더욱 뜻깊었다. 설명이 없었으면 그저 허허벌판이었을 거다. 개인적으로 다음 이벤트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답사를 코스로 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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