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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② 상상하라! 천상의 놀이터 ‘마사이마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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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진정한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은 사파리에서부터다. 케냐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야생동물들이 살아 숨쉬는 초원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타고 동물을 찾아다니는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사이마라 국립공원만한 곳이 없다. 마사이마라는 사자, 코끼리, 표범, 버팔로, 코뿔소 등 아프리카의 상징 ‘빅 5’를 비롯해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살아 숨쉬는 ‘동물의 왕국’이다.

야생동물의 천국, 마사이마라

ⓒ트래비

얼룩말이 뛰노는 초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한다. 케냐 남서부 지역의 마사이마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여기서 마사이는 용맹스러운 전사 ‘마사이족’을, 마라는 얼룩덜룩한 ‘점’을 의미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이 점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마사이마라에서는 사냥꾼들이 사냥을 하면서 가장 무서운 동물 순서대로 꼽았다는‘빅 5’, 표범, 버팔로, 사자, 코끼리, 코뿔소는 물론 얼룩말, 기린, 타조, 치타, 하이에나 등 450여 종의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세렝게티 초원에 비해 좁은 지역이지만 더 쉽게 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때문에 마사이마라보다 세렝게티 초원이 더 유명하다. 여행객 중에는 꼭 세렝게티를 봐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많단다. 그러나 이 둘은 탄자니아 쪽에 있는 국립공원을 세렝게티, 케냐에 있는 곳을 마사이마라라고 부르고 있어 사실 마라강을 사이에 둔 하나의 국립공원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파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언제’ 가느냐가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겨울인 1~2월에는 세렝게티를, 여름인 7~9월에는 마사이마라로 가야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피크 시즌에는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를 오가며 지구상의 가장 많은 동물들의 계절이동이 시작되는데, 목숨을 걸고 마라강을 건너는 누떼의 이동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으로 꼽힌다. 

마사이마라로 가는 길 위에서


ⓒ트래비

마사이마라까지 4시간이 넘는 도로 위에서도 여행은 계속된다. 황량한 벌판 위에서 마사이족의 소떼들이 길을 막아섰다. 수백 마리의 소 떼를 몰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어린 소년들이다. 이들 삼총사는 자신의 땅에 방문한 우리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장이 섰는지 분주한 마을에는 빨간 원색의 천을 두른 마사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기념품 가게 안 골방에서는 거친 손으로 기린을 만들어내는 조각가의 숨결도 전해진다. 울창한 숲도 지나고 옥수수 밭도 지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중, 저 멀리 기린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된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만난 야생동물이다! 기린을 만난 일행은 일제히 렌즈가 힘겨울 정도로 당겨 카메라에 기린을 담아 본다. 이때 일행 중 누군가 외친다. “와, 이러니까 진짜 아프리카 같다!”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를 찾아라


ⓒ트래비

오후 4시. 동물들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로지(사파리 리조트)에서는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 준비가 한창하다. 지붕을 연 지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발한다. 염소떼들이 길을 막아설 때만 차가 멈출 뿐 노련한 운전기사는 야생동물을 찾아 거침없이 달린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표지판 하나 없는 광대한 초원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들을 잘도 찾아낸다.

스와힐리어로 ‘여행’을 뜻하는 ‘사파리’는 사냥할 동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라는 뜻. 사파리 게임은 얼마나 많은 동물을 보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게임이다. 사람들은 크고 사나운 ‘빅 5’를 찾으며 사파리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다.
때마침, 코끼리 가족이 낮은 풀들 사이에서 큰 몸을 감추지 못하고 지프들에 둘러싸인다. 코끼리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하얀 코끼리(지프)도 슬금슬금 뒤따른다. 저기 멀리 다시 차들이 몰려든다. 나무 그늘 아래 사자들이 낮잠을 자다가 사파리 운전수에게 딱 걸린 모양이다. 관광객들은 신기해하며 하품하는 사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지만, 초원의 맹수는 졸린 눈만 연신 껌뻑일 뿐이다. 

초원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얼룩말’은 언제 봐도 여유롭다. 갈색 빛이 도는 얼룩말이 암컷이고 검고 흰 줄이 선명한 것이 수컷이다. 얼룩말은 시각이 아주 좋지 않은 반면에 청각과 후각이 아주 발달해 숨어서 접근하는 맹수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비쩍 마른 하이에나도 실제로 보니 무척 신기하다. 하이에나는 스스로 사냥을 나서기도 하지만 치타, 사자 등이 온 힘을 다해 사냥을 한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는 얍삽함의 대명사. 하지만 초원에서 만난 하이에나는 며칠은 굶은 표정으로 동정표를 얻는다.

해가 뜨면 잔인한 식사가 시작된다


ⓒ트래비

초원의 이른 아침, 본격적인 사파리 게임이 시작된다. 초원 위로 열기구가 하나 둘 떠오르면 아침 해와 오버랩된다. 열기구를 타고 내려오면 초원 위에는 멋진 아침식사가 마련된다. 400달러 이상 드는 초원의 비싼 아침식사지만 특별한 사파리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초원의 밥상은 마냥 평화로워 보이지만 ‘약육강식’ 자연의 질서를 그대로 만나게 된다. 여유롭게 풀을 뜯는 초식동물을 지나는 이때! 두 마리의 사자가 포착된다. 누 한 마리 사냥을 마친 듯, 사자 한 마리가 앞서 경계를 서고 누를 입으로 꽉 물고 다른 한 마리가 뒤따른다. 사자가 사냥을 하면 눈과 내장부터 빼 먹는다더니 피가 마르지 않은 누는 눈과 내장이 없는 잔인한 형체다.

마라강을 지날 때의 광경은 더욱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수십, 수백 마리의 누 사체 위로 독수리 무리가 식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죽은 누 무리가 썩는 냄새는 차 안에서도 맡을 수 있을 만큼 고약하다. 이 엄청난 장면마저도 ‘아프리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다니…. 고약한 냄새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들이대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인간의 냉정함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어찌 보면 사파리 동물들은 인간이 오건 말건 자신들의 일상을 즐긴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의 재롱이나 보며 자란 우리에게 낮은 울타리마저 생략된 사파리 게임은 새삼스럽기만하다. 넓은 세상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인간들에게 초원은, 야생동물은 “정신차려! 여기는 우리들 세상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마사이족의 고향 


ⓒ트래비

마사이마라에서는 용맹스러운 전사 ‘마사이족’도 만날 수 있다. 나이로비로 가는 경비행기를 타기 전, 마시이 원주민 마을에 들러 소박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껑충하게 큰 키, 붉은빛 전통의상, 화려한 장신구를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불과 열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는 우리가 도착하자 마사이 남자들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환영의 인사를 전한다. 

마사이족의 집은 주로 소를 많이 키우는 탓에 진흙과 소똥을 섞어 짓는다. 집안에는 창문이 없고 출입문만 달랑 하나다. 환기가 되지 않으니 안에 들어서자마자 소똥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전기가 들어올 리도 만무하다. 빛은 작은 구멍 하나가 대신한다. 참 단촐한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챙길 게 많은 현대인의 삶도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마사이족은 유목생활을 고집하고 있지만 이들의 생활에도 관광객들이 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로지에서 공연을 하거나 자신의 마을을 공개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마을 한 쪽에서는 장신구 등 기념품을 진열한 장터가 열렸다. 그러나 조금은 부끄러운 듯 관광객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에선 여전히 순수함이 묻어난다.  


★ 마사이족과의 별난 인터뷰

역시 요즘에는 문명의 발전으로 마사이 젊은이들도 도시로 나가고 있다. 심바로지에서 일하는 마사이 청년 에녹은 40여개 부족 중 마사이가 왜 유명하냐는 질문에 “마사이족은 야생동물과 싸워가며 거칠게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빨간 원색 천에 대해서는 “원래 부족 내에 내려오는 전통을 지키는 것이지 색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그런데 왜 여자들만 집을 짓고 밭에 나가 일하는 거야?” 묻자, 에녹은 “남자들은 울타리를 고치고 소 떼를 몰잖아”하며 웃는다. ‘정말 마사이족이 맞냐’고 확인시켜달라고 하자, 그는 깡충깡충 뛰어 보이며 마사이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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