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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Wine - 호주 와인의 매력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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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호주 와인은 대중적인 가격의 무난한 와인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펜폴즈 그레인지(Penfolds Grange) 와인처럼 고가의 와인 또한 많은 게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각기 다른 와인들의 조합을 통해 진취적이고 새로운 맛을 창조한 그 비법을 들여다본다.    

에디터 박나리 기자

호주는 세계 7,8위권의 와인 생산국이다. 자국에서 소비하는 와인보다 수출하는 와인의 양이 더 많다. 재미있는 것은 자국 소비 와인보다 수출품 와인의 질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호주 와인이 짧은 시간에 세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이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 주한 호주 대사인 콜린 헤슬타인씨를 만나 호주 와인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호주 와인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호주 와인의 세계적 명성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뛰어난 자연 조건입니다. 테루아르의 조건은 넓고 다양한 포도 재배 산지, 좋은 기후가 한몫 했지요. 둘째로는 생산 기술입니다. 미국이나 칠레 같은 와인 신흥 강국보다 호주는 훨씬 늦게 와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술은 매우 뛰어나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일찌감치 올라섰지요. 셋째로는 수출에 대한 통제입니다. 수출 와인은 법으로 정해서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절대 수출할 수 없습니다. 호주 와인의 자존심 같은 것이지요.”

호주 와인은 초창기에 매우 낮은 수준으로 출발했다. 보통의 테이블 와인, 즉 우리가 흔히 보는 스틸와인 스타일이 아니라 설탕을 넣거나 향을 가미하는 스타일이었다. 당연히 프랑스의 고급 와인과 비교해서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 들어 막스 슈버트(Max Schubert)에 의해 ‘펜폴즈 그레인지(Penfolds Grange)’가 탄생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보르도의 특급 와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도 펜폴즈 그레인지의 고가 와인은 컬트적 숭배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내 가격은 50만원대인데,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과 비슷한 가격이다.

 호주 와인의 개성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아주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구세계 와인업자들이 한때 ‘어색한 동거’라고 비아냥거렸던 포도 품종의 개성적인 블렌딩이다. 보르도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프랑스 남부지역의 그르나슈(Grenache)와 쉬라즈(Shiraz)의 조합은 아주 잘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전혀 독특한 배합을 시도했다. 레드와인의 경우 쉬라즈와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블렌딩이며 화이트와인은 세미용(Semilon)과 샤르도네의 블렌딩이 그것이다.

화이트와인의 세미용과 샤르도네의 조합은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둔 것 같지 않지만, 레드와인은 하나의 ‘호주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와인숍에서 구매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시키는 호주 와인의 라벨을 보라. 상당수가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조합일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원산지인 프랑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블렌딩이 호주에서 대성공한 것은 호주 와인의 특질을 명쾌하게 보여 준다. 원래 쉬라즈 품종은 프랑스 론산이고 카베르네 소비뇽은 보르도산이다. 서로 섞을 일도 없고 섞는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었다. 쉬라즈나 카베르네 소비뇽 모두 주품종으로 다른 품종을 소량 받아들이는 것은 허용하지만, 1대1로 섞었을 때는 좋은 맛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전혀 다른 개성의 두 품종이 만나 최고의 맛을 이끌어냈다. 쉬라즈의 투박하면서도 진한 양념 같은 풍미, 카베르네 소비뇽의 매력이 서로 잘 조화하리라곤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인데 말이다.   




글을 쓴 박찬일은 요리하고 글쓰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부생활>, <우먼센스>의 기자 생활 뒤 홀연히 요리와 와인을 공부하러 이탈리아로 떠났다. 현재는 청담동의 주목받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뚜또베네(Tuttobene)'의 메인쉐프로 몸담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사고와 자유분방함은 '맛있는 세상'을 요리하는 그만의 독특한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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