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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music - 일상 속에 풋풋하고 따뜻한 여행,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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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복잡한 사운드가 난무한 세상에서 잔잔하고 울림이 있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그렇게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행복한 기분에 젖어드는 음악이 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그들의 3집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가 이 겨울 우리에게 다가왔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어눌한 말투에 장갑 장수가 분주하게 장갑을 팔던 기억이 난다. 그는 백화점에서 물건이 안 팔려 이렇게 지하철까지 오게 되었다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서두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무심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장갑을 달라고 이곳저곳에서 외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그가 외친 두 개의 문장 때문이었다.

‘오늘은 눈이 온다고 합니다. 눈이 오는 날 장갑 장수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말은 화려하거나 대단한 표현이 아니었지만 우리의 마음 한 곳을 살짝 건드려 작은 종소리가 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이 어쩌면 작은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생각은 나만의 것은 아니어서 사람들은 그 장갑 장수를 다시 못 만날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추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지폐를 들고 소리를 쳤던 게 아닐까 회상해 본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의 만남도 이와 비슷했다. 그들의 2005년 데뷔 앨범의 곡 중 하나인 ‘랄라라’를 거리에서 우연히 듣고 한순간 일상이 마법처럼 하나의 여행으로 변하는 경험을 했다. ‘랄라랄라라’라는 단순한 다섯 음절에 담긴 멜로디에는 왠지 모르게 나의 유년과 일상의 소소한 추억들이 담겨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 당겼다. 

2005년 첫 앨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발표한 후, 일 년에 한 장씩 잊지 않고 팬들을 찾아온 두 사람. 팀의 리더이자 메인 기타를 맡고 있는 김민홍과 보컬 송은지는 홍대 주변을 아지트 삼아 그들 삶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1집에서 ‘So Good Bye’를 통해 대중과의 벽을 허물었고(그 곡은 KBS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 ‘뚜레주르’ 조인성 광고편, 그리고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에 삽입됐다) 전체적으로는 사랑의 추억과 일상의 애잔한 아름다움을 그려냈으며, 2집 ‘입술이 달빛’을 통해서는 동요와 구전가요, 트로트라는 고유한 한국적 배경 위에 그들만의 달콤하고 산뜻한 감성 색채를 가미해 독특한 음악 세계, 다소 실험성이 보이는 음악 동화(童畵)를 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 3집의 제목은 의아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그들이기에 이런 제목은 좀 의아하다. 그러나 음반을 다 듣고 다시 음반 재킷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원점,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 한 번의 공전을 끝내고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들은 더 큰 궤도를 그리기 위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영어와 우리말 버전으로 녹음된 ‘My Favorite Song’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듣는 순간 젖어드는 멜로디. 누구에게나 마음에는 작은 틈새가 있음을 이 곡은 알려주고 있다. 또한 송은지의 차분한 음색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너에게 반한 날’과 ‘너’, 달콤한 장난기와 설레임으로 가득한 ‘기다림’과 ‘Show Show Show’,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도로 위에서 혼자 흥얼거리고 있는 풍경을 연상시키는 ‘소녀 어른이 되다’ 등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좋아하는 팬들이 이번 앨범에 실망할 이유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이 앨범과 연관해서 들을 앨범도 하나 추천하면, 요조의 신보 ‘My Name Is Yozoh’가 있겠다. 이 앨범은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하단 느낌을 우선 던져준다. 작년 이 맘 때 ‘EBS 스페이스 공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공연 당시, 객원 보컬을 맡았던 중절모의 수줍은 아가씨 요조가 그들 밴드와 작업을 해서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소중한 것은 그들이 대중적이기 때문도 아니고 선율이 쉽고 산뜻해서도 아니다. 또한 새드코어니, 슬로우코어니 하는 음악 장르적 특성 때문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꾸밈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우리 각자에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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