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의 다롄에서 온 편지 ③ 다퉁의 귀여운 택시기사
서동철의 다롄에서 온 편지 ③ 다퉁의 귀여운 택시기사
  • 트래비
  • 승인 200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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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부터 ‘하얼빈에서 온 편지’로 잔잔한 감흥을 전해 준 바 있는 Travie writer 서동철 기자가 지난 9월 하얼빈에서 다롄으로 거처를 옮기고 다시 ‘다롄에서 온 편지’를 보내 옵니다. 이번 호부터 다시 격주로 연재될 그의 편지로 오래도록 떠나고 싶지만 나서지 못하는 여행 갈증을 달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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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과 내몽골의 성도인 후허하오터의 중간 지점쯤 되는 산시성의 다퉁(大同)은 불교 순례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내게는 내몽골의 초원으로 들어가기 전 그저 지나치기 아쉬워 들러 본 곳이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목적지가 전해 준 놀라움은 더욱 컸다. 여기에 귀여운 욕심쟁이 택시기사 아저씨까지 만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랄까.

베이징에서 밤차를 이용해 이른 아침 다퉁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 마련된 짐 보관소에 큰 배낭을 맡기고 몸을 가볍게 한 후 윈강석굴과 쉬안쿵스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는데 버스를 이용하자니 하루 만에 두 곳을 돌아보기가 만만치 않았다. 역 근처에서 끼니를 때우며 궁리를 하는데 아까부터 줄곧 내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던 아저씨가 어물쩍 다가오더니 말을 건다. 자신이 가이드도 해주고 택시로 편하게 돌아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요지였다. 

그와 흥정을 하는데 주위의 중국인들이 ‘걸려들었구나’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하고 숙박비도 아끼려면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가 부르는 가격이 싼 것은 아니었지만 턱없지는 않았고, 닳고 닳은 장사꾼의 노회함보다는 순박함이 엿보여 어느 정도 값을 깎은 후에 택시에 올랐다. 물론 택시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후 돈을 지불한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중국의 3대 석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윈강석굴은 좌우로 약 1km 절벽에 벌집처럼 무수한 구멍을 뚫어 그 안에 10만여 점의 불상을 조각해 놓은 곳이다. 현재 약 5만점만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경탄할 만했다. 손바닥만한 것부터 높이가 15m를 훌쩍 넘는 것까지, 그리고 세월을 이기지 못해 깎여져 나가 아슬아슬하게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는 조각들은 사람들의 불심과 천년의 시간을 일러 주고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길 저쪽에서 여학생 두 명이 허겁지겁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쫓기는가 싶었는데 뒤따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작은 키에 오밀조밀하게 생긴 그가 ‘합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저희들끼리 재잘거리고 웃으며 도망을 다니는 여학생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하루벌이를 위해 그들을 뒤쫓는 아저씨는 한편 안타까우면서도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윈강석굴 입구 앞에 늘어선 상점에서 모조 불상들을 둘러본 후 택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와 추격전을 벌이던 여학생 두 명이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중국인처럼 보이지 않아 국적을 물었더니 인도네시아에서 베이징으로 어학연수를 왔단다. 기사 아저씨는 합승을 한 것이 켕겼던지 연신 수다를 떨며 충실하게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여행길에 동행자가 늘었으니 얻을 것이 있으면 있었지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이렇게 두 명을 더한 우리는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쉬안쿵스에 도착했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사찰’이라는 뜻의 쉬안쿵스는 말 그대로 위태롭게 절벽에 걸려 있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몇 개의 나무기둥만으로 사찰이 떠받쳐져 있어 감히 올라갈 엄두를 못 내겠는데 비싼 택시비를 내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용기를 내 올라갔는데 도저히 안전하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1,500년이나 되었다는 목조 사찰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고, 1m도 안 되는 너비의 통로와 무릎께에도 오지 않는 난간은 오금이 저려와 기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은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천 길 낭떠러지라 식은땀이 흐를 듯했다. 기둥을 붙잡고 주저앉고 싶은 것을 몇 번이나 억누르며 되돌아 나오니 죽다 살아난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다시 다퉁역으로 돌아와 아저씨에게 돈을 건네주는데 잔돈이 없다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 사이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얼마를 냈냐고 넌지시 물으니 내가 흥정한 가격보다 훨씬 쌌다. 윈강석굴까지의 이동거리를 감안한다고 해도 바가지를 쓴 것이 분명하다. 허나 아저씨가 돌아와 잔돈을 거슬러주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데 왠지 밉지 않았다. 뻔뻔스럽지 않게 얼굴에 드러나는 그의 세속적이면서도 소박한 욕심이 윈강석굴에서 본 부처의 표정과는 또 달리 성스럽게만 보였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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