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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샹그릴라 ② 평화로운 초원의 땅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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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평화로운 초원의 땅

칸즈지역에서도 사진작가와 화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신두교다. 평화로운 초원과 고원들의 언덕,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이곳에서는 하늘을 고원이라 말하고 땅을 하늘이라 말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때마침 이곳에서 타고 가던 짚차의 바퀴에 펑크가 났다. 이런이런. 미안하지만 타이어 교체는 운전사에게 맡겨 두고 카메라를 챙겨들고 주변을 돌아본다. “평화롭다”는 말로는 표현이 쉽지 않다. 샹그리라가 이상향을 뜻한다고 했던가? 이곳에서는 그 어떤 표현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한 소년이 다가왔다. 평화로운 초원 위에서 느끼는 ‘거친’ 그의 표정이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다소 피하는 가 싶더니 가만히 서있다. 초원의 평화로움 속에서 그의 표정은 놀란 화난 야크와도 같다. 이윽고 카메라를 내리자 그가 손을 내민다. 돈을 달라는 것이다. 순간 허무하다. 

초원 위를 부는 강한 바람을 막아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 지역에서는 집을 질 때도 밀폐형으로 짓는다. 작은 창문만이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다만 맨 일부에는 지붕을 만들지 않아 곡식을 건조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고 했던가.

가장 멋진 장족과의 하루

이날 우리가 머문 곳은 칸즈장족의 민가다. 이 집의 주인인 ‘푸뿌’씨는 전형적인 칸즈장족의 남성으로 2002년부터 3년동안 멋진 칸즈장족 남성을 뽑는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경력이 있는 멋진 남자다.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수유차를 안주인이 수유차를 따라 준다. 야크의 젖으로 만드는 수유차는 고산반응을 가라앉히는데 좋다고 해서 여행자들이 많이 먹기도 하지만 고대로부터 티벳 사람들이 즐겨먹는 차이기도 하다. 다소 비린듯하기도 하지만 담백한 맛과 따뜻함이 하루종일 차에서 지쳤던 심신을 달래주는 것 같다. 어느새 내 몸도 이곳 환경에 적응하고 있나보다. 이윽고 저녁식사 상이 차려졌다. 각종 요리가 한 가득 나와 미처 다 먹을 수가 없다. 역시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술 한잔과 맛있는 저녁식사로 허기를 달랜다. 이윽고 저녁식사가 끝나자 기골이 장대한 푸뿌가 우리를 위해 대회 당시에 입었던 옷을 입고 나섰다. 화려한 장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3000m가 훨씬 넘는 이곳에서의 잠은 그 자체가 고역이다. 일단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잠을 자도 적어도 3~4번은 깨기 마련이다. 입안은 바짝바짝 마르고 머리가 띵해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다. 여하튼 장족 민가에서의 하룻밤을 그렇게 보냈다. 

쓰촨성 자장면


이곳 쓰촨성에서는 우리의 자장면과 가장 유사한 면을 맛볼 수 있다. 쫄깃한 면에 고기 건더기와 양념을 넣고 비벼먹도록 나오는데 양념이 우리의 자장면처럼 많지는 않지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가격도 저렴해 여행자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고 요기를 할 수 있는 음식이다.

티벳사원의 또 다른 여행자

다음날도 역시 끝없는 고원을 계속해서 간다. 해발고도는 3, 4000미터를 넘나든다. 길을 가는 내내 차나 사람 구경하는 일이 쉽지 많은 않다. 그런데도 고원 곳곳에 야크를 방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 저 야크 주인들도 이곳에서 살고 있을 터.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나라면 과연 살 수 있을까?

수많은 산과 고개를 넘나들다 티벳사원에 들렀다. 화려한 사원의 규모가 이곳에서 티벳불교가 갖는 힘을 짐작케 한다. 사원은 그야말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보는 티벳불교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식의 생활방식과 티벳불교가 혼합돼 있는 모습은 같은 불교이면서도 여러 종파를 유지하고 있는 티벳불교의 복잡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잠시 들른 사원에서 한 노인과 소년승려가 함께 앉아 낯선 이방인을 쳐다본다. 나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들에게는 나의 모습이야말로 낯설음의 극치였을 것. 이렇게 해서 서로를 여행하는 잠시의 시간을 갖는다. 


ⓒ트래비

다오청, 쓰촨성 샹그리라

실제 중국에서 행정구역 상 ‘샹그리라’라는 명칭을 쓰는 곳은 ‘중티엔’이다.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통해 마지막 이상향으로서의 샹그리라가 인지도를 얻게 되자 중국 정부가 탐험대까지 조직해 소설 속의 배경지를 찾아 다닌 끝에 윈난(운남)성의 중티엔(中甸)을 샹그리라 현으로 행정명까지 바꾸게 된다. 

하지만 윈난성의 샹그리라가 중티엔이라면 쓰촨(사천)성의 샹그리라는 바로 다오청(稻城:실제 발음은 떠청이나 따오청과 유사하다)일 것이다. 이곳을 안내했던 이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중티엔을 샹그리라라고 부르지만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거대한 협곡과 눈 계곡 등 실제 장소는 오히려 이곳 다오청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그는 말했다. “쓰촨성과 윈난성 일대의 여러 지역이 샹그리라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여행해도 좋다”고…

푸른 초원 위에서 몸짓 큰 야크가 풀을 뜯고 있다. 꼬마 티벳 승려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여행들을 구경하고 여행자는 그들을 구경한다.

메리설산, 잠시 속살을 보여주다

이번 여행에서 또 다른 기대를 했던 매리설산의 일출. 오랜 시간 차를 달린 끝에 매리설산을 조망할 수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때마침 전기가 끊긴 숙소에서 씻지 못한 채 몸을 뉘었다. 다음날 아침,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숙소 앞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를 해보지만 도대체 하늘이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 나와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단박에 나타나지는 않나보다. 

결국 윈난성의 가장 높은 봉우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매리설산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 얼마를 달렸을까. 창을 내다보던 누군가의 외침에 정신이 바짝 든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저 멀리 매리설산이 눈 덮인 봉우리를 살짝 보여준다. 신비로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우리의 공덕이 부족해서라며 스스로를 탓하던 일행은, 어느새 우리의 덕행이 효과가 있는가보다 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뜻이 있으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저 하늘이 무심치 않게 먼 곳에서 온 여행자들을 위해 마음을 베푸셨구나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지켜주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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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 떠난 여행

여행이 끝나간다. 다시 한번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여행 내내 도대체 샹그리라는 어디 있냐? 며 끊임없는 의문을 던졌다. 그저 여행이 주는 낯설음과 어색함에 취해 있던 나는 ‘광대한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 믿었고 아니면 ‘쇼킹한’ 그 무언가가 내 앞에 나타나 줄 거라 믿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샹그리라는 없었다. 아니 내내 있었다. 내 눈앞에 펼쳐졌던 모든 광경이 샹그리라였고 또 샹그리라가 아니었다. 제임스 힐턴이 찾고자 했던 샹그리라는 무엇이었을까? 

여행을 마친 후 나를 만난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과연 변했을까? 번하지 않았을까? 샹그리라 여행이 나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제임스 힐턴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 꿈을 그가 찾아낼 것이라고 자네는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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