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 떠나는 도쿄 미각여행
맛따라 떠나는 도쿄 미각여행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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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어 보기 전엔 상상을 금하노라

일본 라면의 진수를 만나다

 서울에서부터 내리던 장마 비는 도쿄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일본은 그만큼 가까운 나라다.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젊은이의 거리 하라주쿠. 하라주쿠엔 도쿄의 라면집 랭킹을 매길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집, 규슈쟌가라(九州じゃんがら 03-3779-3660)가 있다. 80년대 유행하기 시작한 규슈 라면의 선두주자 격인 곳이다. 소위 ´국물 맛이 끝내주는´ 집이다.

규슈쟌가라 라면은 진한 돼지뼈 국물과 함께 돼지고기 고명과 면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돼지고기 고명을 보면 느끼할 거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기름기를 쫙 뺀 고기나 국물은 느끼하지 않고 깊고 진한 맛이 우러난다. 고들고들하고 보통 라면보다 가느다란 면도 역시 목넘김이 좋다. 그래도 좀 느끼하다 싶으면 맥주 한잔하고 곁들여도 좋다. 이런 저런 라면에 관한 문구로 가득찬 내부는 마치 ‘바’ 같은 분위기다. 진정 일본 라면집에 온 느낌이 절로 난다.
사실 그간의 일본 라면은 라면 이름의 발생지인 삿포로 라면의 시대였다. 요코하마 중화가에서 개발된 라면은 소유(간장)라면인 삿포로 라면의 등장으로 급속한 대중화의 길을 걸어 왔다. 이런 소유라면의 대표 가게로는 쿠단시타의 ‘이카루가(斑鳩)´ 등이 있다.

완성된 형태의 음식이 아닌 일본 라면은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음식이다. 물론 한국에서 주로 먹는 인스턴트 라면(인스턴트 라면도 일본의 니신의 안도가 개발했다)이 아닌 생라면이다. 한국의 라면에 비해 진하고 느끼한 것이 특징이어서 처음 먹는 사람들은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맛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느끼하지 않은 시오(소금)나 소유(간장), 미소(된장)라면을 즐겨먹는다. 초보자에게 권할 만하다. 일본 라면을 조금 먹어 본 이들이라면 큐수쟌가라와 같은 80년대 이후 유행하는 돼지고기 뼈로 국물을 낸 규슈나 와카잔라면을 먹어 보기를 권한다.

 삿포로 맥주, 배 터지게 마시다

 도쿄의 밤은 아름답다. 굉장히 아기자기한 모습을 지녔다. 그중에서도 에비스에 위치한 가든 플레이스는 정갈하고 깔끔한 곳으로 유명하다. 미쓰코시 같은 백화점을 비롯한 상가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삿포로 맥주 본사가 있다. 삿포로 맥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제조회사이기도 하다. 본사에서는 낮에는 맥주박물관을 관람하고 즉석 생맥주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근처에 위치한 비어스테이션이 적격이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먹는 것도 좋지만 삿포로 맥주의 본고장인 만큼 ‘물 좋기로’ 소문난 삿포로 맥주를 먹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공장에서 직접 가져온 신선한 생맥주를 먹을 수 있다. 

비어스테이션(ビヤステ-ション)은 인테리어부터 독일식을 표방하고 있다. 더군다나 7, 8월에는 ‘호다이(放題: 일정한 돈을 내면 음식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음식은 ‘다베호다이’, 음료수는 ‘노미호다이’로 구분된다)’ 이벤트가 열린다.

훈제연어, 아이스바인, 햄 등 4가지 안주와 무제한의 생맥주에 맥주 귀신인 필자와 동행한 후배는 거의 이성을 잃었다. 일본 맥주 중에서도 삿포로 맥주의 부드러운 맛은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는 맥주이기 때문이다. 얇게 썬 햄은 적당한 소금기와 고기의 향이 맥주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일단 노란 필스너 맥주로 시작했다. 부드러운 거품과 목넘김이 좋은 필스너 맥주가 시원하게 식도를 통과한다. 그야말로 ‘오이시이(おいしい: 맛있다)’다. 이어서 나오는 독일식 족발 ‘아이스바인’을 먹어 보았다. 한국에서 요즈음 유행하는 하우스 맥주 집에서 먹던 아이스바인의 이상한 맛을 연상하던 필자는 정말이지 놀랐다. 돼지고기 중에서 족발 맛이 좋다는 데는 이의를 달수 없지만 이곳에서 먹은 아이스바인의 맛은 고기의 맛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었다. 식감이 느껴지면서도 부드러운 맛. 돼지고기의 상태도 선홍색으로 최고다. 주방장이 독일인이냐고 물었더니 독일에서 공부하고 온 일본인 쉐프란다. 이런 멋진 안주 때문인지 신선한 맥주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평소보다 2배는 넘는 양의 맥주를 마셨다. 기분은 역시 최고였다.

 

 스시의 본고장에서 스시를 먹다

 아침 일찍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일본의 최대 수산시장인  츠키치(築地)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츠키치 시장은 새벽에 열어 오전에 문을 닫는다.
시장은 수산물 업자들이 거래를 하는 내시장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외시장으로 나뉘어진다. 내시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생선 자르는 사람, 포장하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흥정하는 상인들로 활기에 넘친다. 참치를 분해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커다란 키조개 같은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지장에서 외시장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조그만 상가가 있다. 시장 상인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과 음식을 팔고 있는 곳이다. 사무라이의 나라답게 칼을 파는 곳이 많이 눈에 띈다. 일본인들의 회칼은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회칼을 파는 집보다 더 눈길을 끄는 곳은 따로 있다. 작은 스시집들이다. 작은 공간에 엄청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줄을 그냥 일렬도 선 것이 아니라 뱀이 또아리를 틀듯이 지그재그로 서 있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들어가서 먹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발길을 외시장으로 돌렸다. 각종 건어물과 생선 등을 파는 시장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가쓰오부시(생선을 나무처럼 말려서 대패로 깎아서 주로 맛을 내는 데 사용한다)를 파는 집들이 외시장과 내시장 입구에 있다.

투명하고 맑은 색의 가쓰오부시는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보고만 있자니 속이 가만있지를 않는다. ‘스시쟈마이(すしざまい 03-3541-1117)’라고 쓰여진 깔끔하고 커다란 스시집이 눈에 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앉아서 기다린다. 규모도 큰데 사람들은 더 많다. 맛있는 집이라는 증거이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20여 분 만에 자리를 잡았다. 긴 테이블을 경계로 스시장인들과 손님들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이다.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이랑 나이만 빼면 쏙 닮은 사람이 우리의 담당이다. 옆의 아주머니는 모둠 스시를 시킨다. 그러나 모둠 스시는 정말 권하고 싶지 않다. 모둠은 주방에서 만들기 쉽고 적당한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조금 어렵더라도 하나하나 시켜 먹는 게 좋다. 다행이 이 집에서는 스시 그림과 이름, 그리고 가격이 붙은 작은 메뉴판이 나온다. 보고 그림을 찍으면 된다.

먹는 순서는 광어 같은 하얀 살 생선으로 시작한다. 다음으로는 기름기가 많은 참치 같은 붉은 살 생선이나 전어 같은 생선 네타(얹어먹는 재료)로 만든 스시를 먹는다. 마지막으로 아나고 같은 조리를 한 생선과 계란말이 비슷한 오우지 그리고 김마끼로 마무리하면 된다.

다른 집에서는 개당 700엔이 넘는 오도로(참다랑어 뱃살)가 398엔이다. 거의 반값이다. 가격만 싼 게 아니다. 맛도 일류다. 만화에 나오는 그대로다. 밥알은 뭉쳐 있다가 입안에서 알알이 퍼진다. 쌀알 하나하나가 재료와 어울려 경험해 보지 못한 맛을 낸다. 근처에 있는 긴자나 우에노의 고급 스시 집보다 더 맛있다. 특히 아나고 스시의 맛은 정말 훌륭하다. 여름에 좋은 재료라 그런지 재료의 신선함이 코와 혀를 자극한다. 스시의 생명은 네타다. 그러니 맛이 좋을 수밖에. 장님 문고리 잡기처럼 우연히 얻은 행운이었다.

시장 주변에는 작지만 인기 있는 집들이 즐비하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줄을 지어 서 있다. 규동(고기덮밥) 집에도, 우동 집에도 작은 스시 집에도 맛의 달인들의 솜씨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시장은 맛의 공화국으로 변한다.

 해산물과 고기를 동시에, 이자카야

도쿄의 밤은 맛있다. 한국인들은 삼겹살과 소주, 치킨에 맥주로 하루를 마감하지만 일본인들은 이런 것을 한곳에서 해결한다. 바로 이자카야(居酒屋)다. 한국에도 요즈음 이자카야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실 일본식 이자카야는 생선 안주를 먹으며 청주를 곁들여 먹는 서민들의 술집이었다. 그래서 이자카야의 3대 요소로 ‘술, 안주, 사람’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전통 이자카야는 장년들이 주로 가는 곳으로 변했다. 젊은이들이나 직장인들이 가는 곳은 새로운 이자카야들이다. 대다수가 체인점들이다. ´우오타미(百民)´, ´사쿠라수산(さくら水産)´ 같은 곳들이 대표적인 곳들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아 저녁식사 겸 친구들하고 가면 좋다. 수산물을 좋아하면 사쿠라수산을,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우오타미 같은 곳을 권하고 싶다. 우오타미는 600여 개가 넘는 체인이 있어 도쿄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 일행도 호텔 옆의 우오타미에서 해산물과 고기를 동시에 해결했다.

안주는 모두 그림으로 되어 있어 시키기에도 부담이 없다. 단 마실 것을 먼저 시켜야 한다. 그것도 안주 주문 전에 시켜야 한다. 음료수를 먼저 시키는 것이니 콜라든 맥주든 먼저 주문하면 된다.

 
글 사진 =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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