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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④ Winter of paris…Interview 두 예술가의 눈에 비친 파리의 겨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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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출생지는 다르지만 파리를 자신의 고향만큼이나 사랑한 두 작가가 있다. 평생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빛을 갈구했던 ‘빈센트 반 고흐’, 반대로 반려자와 따뜻한 파리를 만났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들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파리를 사랑했지만, 모두 예술적 영감을 주는 도시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자가 그들과 나눈 상상 인터뷰.

고흐의 파리, 빛과 색을 갈구하던 순간



“…별로 할 말이 없어. (침묵) 파리란 도시는… 지독히 외로운 곳이었으니까. 날 놀리는 게요?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한다고? 살아생전 그림이라곤 단 한 장밖에 팔질 못했건만. (긴 침묵) 그게… 정말이요? (사이) 그때… 내가 10년 만에 파리를 다시 찾은 건 지독한 겨울의 끝자락이었소. 1886년 2월 중순,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라발 거리에 집을 구했지. (씁쓸하게) 내가 서둘러 파리에 간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소. 하나는 내 동생 테오에게 얹혀 살며 돈을 절약하기 위함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코르몽의 화실에서 그림수업을 받고 싶었거든. 당시 베르나르, 러셀, 로트렉 등이 모두 그에게 수업을 들었으니까. 우린 모두 탕기 아저씨의 상점에서 모이곤 했지. 클로젤 거리에 있는 그 상점은 고맙게도 물감을 싸게 팔았거든. 우리 같은 가난한 화가들에게 말야. 테오와 난 5개월 만에 레픽 거리 54번지로 이사했는데, 그제야 방 하나를 화실로 사용할 수 있었어. 비로소 나 자신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지! (점점 감정이 격해진다) 난 파리에서 강렬한 색채에 집착했어. 파리의 지붕, 튈르리 정원과 볼로뉴 숲의 나무, 그리고 몽마르트르의 풍차들을 그리면서 원색들을 공부했지. 붉은 양귀비, 푸른 귀리 꽃, 물망초, 하얗고 분홍 장미, 노란 국화 등 꽃그림을 많이 연습했어. 아를에서 <해바라기>를, 생레미 요양원에서 <붓꽃>을 그릴 수 있던 건 다 그 같은 색에 대한 집착 때문 아니었을까. 그래! 프랑스는 생각을 맑게 해주며 순조롭고 훌륭한 작업을 도왔지만… 2년 만에 난 파리를 떠나야 했어. 그곳엔 인간적으로 혐오스러운 화가들이 가득했으니까! 난 그 거대한 집단이 못 견디게 두렵고 무서웠어. 물론 세잔과 고갱은 날 격려했지만… (고개를 떨구며) 아냐, 난 늘 외로웠고 고독했어. 내 안에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분노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걸 누를 힘이 없었거든. 난 겨울날 파리로 왔다 다시 겨울에 파리를 떠난 셈이지.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아를로 향했어. 프로방스의 해와 별… 그토록 아름답던 밤하늘이 또 있을까. 눈부시게 빛나는 카페테라스, 노란 밀밭과 군청 빛 밤하늘… 그런 빛과 여름 풍경이 아름답다 느끼게 해준 건, 파리에서의 날들이 지독히 우울한 탓이었겠지. 그런 면에선, 맞아. 내 작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공간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다시 태어난대도 파리엔 가고 싶진 않아. 그곳은 내 평생, 강렬했던 단 한번의 이미지로 충분해.”

헤밍웨이의 파리, 늘 영원한 축제의 도시

“난 1921년부터 7년간 내 청춘의 전부를 파리에서 보냈습니다. 기자양반도 파리의 겨울을 경험했다니 그것 참 반가운 일이군요. 그 고약한 계절은 어떻던가요? 밤엔 퍼붓는 비를 막기 위해 창문을 꽁꽁 닫아야 하고 찬바람은 콩트르스카르프광장 나무 잎사귀들을 마구 물어뜯죠.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아요? 그 풍경을 카페 데자마퇴르에 앉아 감상하자면 사람들의 담배연기와 체온 탓에 유리창엔 김이 뿌옇게 서리곤 했죠. (잠시 상념에 젖는다) 난 주로 생제르맹의 낡은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살았는데, (웃음) 돈이 그다지 많질 않았어요. 아내는 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고마운 여인이었고, 우린 한번씩 파리의 겨울이 지긋해질 땐 맑고 따뜻한 곳을 찾아 잠시 여행을 떠나기도 했죠. (양미간을 찡그리며) 일주일간이나 비가 내렸다고요? 저런, 남들이 쉽게 겪지 못할 여행을 했군. 기자 양반, 그런 땐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는 게 제격인데… (들으며) 오, 가봤다고요? 어떻든가요? 비에 신선하게 씻긴 자갈길은? 이파리 없는 나무들은 조각상처럼 우뚝 서 있지 않던가요? 덕분에 파리의 밤은 겨울 불빛으로 화려해지죠. (다시 회상에 젖는다) 아, 하지만 내게 파리는 ‘셰익스피어 컴퍼니’를 빼놓곤 기억할 수 없답니다. 가난한 나를 위해 보증금 없이 책을 무상으로 대여해 주던 실비아 비치를 잊을 수 없어요. 그곳에서 제임스 조이스와 종종 토론을 나누기도 했죠. (조심스레) 아직도 거긴… 남아있겠죠? 그것 참 다행이군요! 네네. 파리란 그런 곳이에요. 자신만의 카페나 살롱, 그리고 오래된 책방들이 저마다에게 하나씩은 있죠. 그런 면에서 생제르맹 거리는 우리들의 아지트였달까. 식당에 가면 가끔 외식을 나온 조이스의 가족과 만나는 일이 많았으니까. (시계를 보며) 아쉽게도 파리의 겨울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 가득하지만,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죠. 너무나 많은 것을 들려주면 기대보다 실망하는 법이니까. 아내와 난, 아들 범비가 태어나자 파리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신문 잡지의 집필을 모두 포기한 상태였던 터라 재정 상태가 정말 최악이었거든. 먼 훗날 다시 파리로 돌아갔지만 두 번 다시 똑같을 순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언제나 파리였고, 영원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답니다. 어떤 불편함이나 편리함으로 파리가 변했을지라도 난 평생 파리를 사랑했어요. 파리는 언제나 가치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 준 만큼 틀림없이 무언가를 돌려받게 될 거에요. 파리의 겨울이 지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던 까닭은 바로 가난까지도 추억으로 만들 만큼 낭만적인 도시의 기운 탓 아니었을까요. (단언하듯) 그리고…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만일 아직도 파리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이 젊은이로서 파리에서 살게 될 충분한 행운을 지닌 자라면,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처럼 당신의 남은 일생 동안, 당신이 어딜 가든 늘 함께 머무를 거라고요. 나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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