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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Music -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를 만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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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에겐 늘 그 여행지가 주는 특별한 음악이 있다. 파리 지하철에서 울려 퍼지는 반도네온의 슬픈 멜로디라든가, 프라하 거리 노인들이 만들어내는 재즈 앙상블, 그윽한 철학에 젖은 인도 남자의 시타르 연주, 주일날 성당 안에서 만나는 소년 합창단의 노래 등은 어떤 언어로도 해석할 수 없는 정서로 다가온다. 혹여, 낡은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노트르담 성당에서 들었던 오르간 소리는 잊지 못할 추억 가운데 하나다. 문학의 매력적인 소재를 넘어 고딕건물이 지닌 견고한 매력과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색채로 가득한 노트르담 성당,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어느 순간 신비로운 소리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빛과 어둠의 오로라! 온몸에 힘이 빠져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것이 단지 여행의 기억으로만 남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그 안의 연주자들은 단순한 예배 반주자들이 아니라 독립적인 음악가였다. 그들은 현대 음악을 확장하는 존재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연주자가 있다면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가니스트 ‘피에르 코슈로(Pierre Cochereau 1924~

1984)’가 아닐까 한다. 처음 그의 앨범을 접한 소감은 오로지 신기함뿐이었다.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간 연주가 독립적인 작품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까닭이다.

1924년 파리 근교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접했으나 피아노에 매력을 느껴 3개월 뒤 피아노를 시작한다. 여러 선생들 밑에서 레슨을 받아 오다 1938년 마리-루이즈 지로에게서 파이프 오르간을 배우게 되고, 이후 앙드레 플뢰리, 폴 들라포스 등을 만나며 타고난 재능을 피운다. 그 결과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성 로흐 파리 교회의 오르가니스트가 되고, 서른에 이르러서는 꿈의 궁전이라 할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의 정식 연주자로 발탁된다. 

그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스승 ‘마르셀 뒤프레(Marcel Dupre, 1886~1971)’일 것이다. 그는 오르간 음악계에서 바흐와 같은 존재로 작곡은 물론, 오르간 연주에 관한 이론적 기틀을 세운 파리 음악원의 교수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제자인 피에르 코슈로를 가리켜, ‘현대 오르간 역사상 그와 필적할 만한 존재는 아무도 없다’며 극찬한 바 있다.

피에르 코슈로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즉흥의 힘’이다. 오르간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전혀 새로운 공간과 색채, 우주를 창조해 낸다. 그 음악을 듣다 보면 밤하늘에 터진 폭죽의 불꽃을 온몸으로 맞는 듯한 착각에 빠지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리의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든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다. 처음 음악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슈로의 말을 빌자면 왠지 모험을 해볼 용기가 발동한다. “(오르간) 즉흥연주란 환상가의 예술이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환상을 모조리 잃어 버린다면 그 삶이란  과연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환상을 연주하련다.”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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