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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Wine - 한국 음식과 와인의 매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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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음식이야 따로 체험하지 않아도 오랜 세월에 걸친 ‘데이터’가 있고, 원래 둘 다 서양 것이니 세밀한 조화를 나름대로 따져 보기 쉽다. 그런 점에서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이 한식에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한식은 재료와 만드는 방법, 양념까지 개별성을 많이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요리하기 전에는 ‘따로 노는’ 배합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별 음식에 개별 와인을 구체적으로 매치시켜 가다 보면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우선 고기 요리부터 들어가 보자. 간장을 많이 쓰는 갈비찜의 경우는 생각보다 수월하다. 간장은 깊은 맛을 내고 먹고 난 후 뒷맛도 오래 남는다. 맛있지만 개운한 뒷맛이 필요하다. 와인의 산 성분이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필자는 이탈리아산 키안티 클라시코 계열의 와인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간장의 깊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고기의 씹는 맛도 살려준다. 시중에서 3~5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데, 조금 무리하자면 같은 산지오베제 품종을 쓰면서 비싼 수퍼 토스카나 계열의 와인을 권할 수 있겠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그룹사 주요 임원들에게 추석 선물로 돌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술이기도 하다.



명절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각종 전이 빠질 수 없다. 생선전, 꼬치 등의 경우를 보자. 고기전의 경우 기름진 맛이 있는 프랑스 코트뒤론 와인을 골라 보는 게 좋겠다. 주로 동태 살을 쓰는 생선전에는 화이트와인이라는 일반적인 등식을 떠올리는데, 사실 기름진 음식이다 보니 평범한 화이트와인의 경우 특유의 유기산(Organic Acid)이 느끼한 기름 맛을 북돋아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일식집 스타일로 깔끔하게 튀긴 덴푸라라면 모를까, 생선전에는 오히려 단맛이 강하고 밀도가 높은 화이트와인이 더 잘 어울린다. 가장 좋은 선택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 하지만, 꼭 화이트와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상쾌한 느낌이 있는 프랑스의 보졸레나 보졸레 빌라주, 독일의 저렴한 레드와인들,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의 저렴한 레드와인도 매치가 괜찮다. 고급 칠레 와인, 미국, 호주산 레드와인은 피하는 게 좋다.

송편과 과일 같은 음식에도 와인이 어울리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효과의 문제일 뿐, 와인과 함께 먹지 못할 음식은 없다. 송편은 단맛이 강하므로 평범한 드라이 화이트와인을 매치시켰다가는 송편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 발포성 와인, 즉 샴페인을 곁들여 보는 것도 센스. 사실 샴페인은 어떤 음식과도 무난하게 조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거품이 있고 종류에 따라 단맛이 강한 것도 있다. 이것이 송편의 질감을 상쇄시켜 주면서 어울릴 수 있다. 샴페인은 과일과도 어울리는 와인이다.

이런 여러 가지 와인 조합에도 항상 문제는 도사린다. 우리의 식사법이 코스를 따르지 않고 한 상에 차려놓고 먹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요령이 있다.

우선은 힘이 강하지 않은 와인을 고른다. 너무 강한 와인(대개 고급이거나 미국, 칠레, 호주 같은 신세계 와인인 경우가 많다)은 특정 음식과 조화로울 뿐이지 전체 음식을 받쳐 주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한식상에는 화이트와인이 두루 어울릴 수 있다. 만약, 반찬 가짓수가 많아 고민이라면 주요리에 맞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요리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체적으로 와인 맛이 조화를 이루는 까닭이다. 고기 요리라면 적당한 레드와인을 골라 보자.   
  




글을 쓴 박찬일은 요리하고 글쓰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부생활>, <우먼센스>의 기자 생활 뒤 홀연히 요리와 와인을 공부하러 이탈리아로 떠났다. 현재는 청담동의 주목받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뚜또베네(Tuttobene)'의 메인쉐프로 몸담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사고와 자유분방함은 '맛있는 세상'을 요리하는 그만의 독특한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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