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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호 칼럼 - 살찌는 체질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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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날씬하고 예뻐지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입장도 이해되지만 외모가 이미 나를 알리는 경쟁력이 되어 버린 것은 사실이다. 

사실 병원에서 영화 속 주인공 같은 환자들을 자주 접하는데 막상 그들의 사연을 들어 보면 안쓰러울 따름이다. 과도한 체지방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간에 '게으르고 미련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남긴다. 아직까지 비만을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은 듯하다. 다른 사람의 시각을 떠나 고도비만 환자들은 내과적인 질환 및 근골격 질환 등을 호소하며 합병증의 위험과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나이가 젊을수록 대인기피증 경향이 있으며 체중감량의 잦은 실패로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몸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원래 살찌는 체질이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을 볼 때마다 되묻고 싶다. 과연 살찌는 체질이 불행한 것인가라고.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그들의 생각부터 바꿔 주어야 한다. 

어떤 이는 아무리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어떤 이는 조금만 먹어도 체중이 쑥쑥 올라간다. 내 몸은 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냐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은 것은 다만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 당신의 몸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개체의 소화기 기능 차이에 따라 소화 및 흡수 능력이 다르다. 적은 양을 먹어도 흡수력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양을 먹어도 흡수력이 떨어져 대부분 대변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다. 흡수력이 좋은데 똑같이 먹는다면 당연히 흡수력 좋은 사람은 살이 찔 수밖에 없다. 해방 이후 먹을 것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통통한 여성은 부잣집 딸로 여겨지던 적이 있었다. 정말 부잣집이라 잘 먹었거나 흡수력이 좋았거나 둘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흡수력이 좋은 사람은 이제는 비만 여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흡수력이 좋은 사람들은 생존에 유리하다. 비근한 예로 최근 이슈화 되는 지구 온난화로 곡식이 줄어든다면 현재의 비만한 여성들은 적은 식량으로 생명 및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지만 흡수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저장해 놓은 에너지가 늘 부족하기에 생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혹시 날 때부터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저주받은 몸이라고 야속해하는 독자가 있다면 생각을 바꿔 보자. 남들보다 적은 식비로 생활이 가능하고 남들 배고파서 먹어야 할 때 여유있게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나 관리가 조금 귀찮지만 살찌는 체질은 나름대로 장점이 많지 않은가. 하늘은 참 공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도용호 선생은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한방부인과학회, 대한한방비만학회 회원이며 현재 마이다스한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031-4444-060 www.imyd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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