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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싱글즈의 주연 4인방 - 서른으로 가는 길, ‘싱글’이라는 이름의 성장통"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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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서막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제도권의 억압을 벗어던지고 어른으로 인정받은 순간부터 세상은 온통 하고 싶은 것투성이었다. 하지만 스물아홉, 영원할 것 같던 그 끝자락에 서 본 이들은 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불안정한 시기라는 걸. 사랑도 이별도 일도 희망도 무엇 하나 허투로 해선 안 되는, 정말 그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은 그들은, 아하! ‘스물아홉 싱글’이라 불리던가.   

글 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오진민



스물아홉이 된 날부터 삶은 갑자기 끔찍해지기 시작했다. 늘 축제였던 친구들의 결혼은 주말 당직이라도 맡아 외면하고 싶은 부담스런 행사가 되고, 넙죽 절을 올린 설날 아침,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추석에는 사윗감 하나 부여잡고 내려오라신다. 서른 넘은 언니들은 온화한 미소로 사춘기만큼이나 지독했던 자신들의 스물아홉을 성토하고, 그 눈물어린 경험담은 청자의 가슴에 주홍글씨로 남아 철저히 주체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원흉이 된다. 

뮤지컬 <싱글즈>는 서른을 목전에 두고 방황하는 여주인공 ‘나난’의 이야기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배우 김지우가 ‘예쁘지만 나이 먹은’ 그녀를 연기한다. 매사 자신감 넘치던 그녀에게 가혹한 시련은 스물아홉 번째 생일날 찾아왔다. 선물로 근사한 청혼을 기대했지만 오랜 남자친구에게 보기 좋게 차이고, 순식간에 ‘싱글’이란 타이틀은 그녀를 나락의 길로 빠트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 나가던 패션 브랜드 기획팀 대리에서 한순간 레스토랑 매니저로 발령이 나며 진로에 대한 극심한 방황까지 겪는다. 젠장. 스물둘, 아니 스물여덟만 됐어도 눈물 한번 쓰윽 훔치며 지나쳤을 대수롭지 않은 일이건만, 나이가 개입되면서부터 시련은 과하고 넘친다. 서른을 목전에 두고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다고 느끼는 그녀에게 싱글이란 타이틀은 쿨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작품은 나난이 결국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에 힘입은 달콤한 노래들이 흐르고, 김지우는 흐트러짐 없는 연기로 로맨틱 코미디를 뒷받침한다. 마치 우리 주변 이야기인 듯  그 유쾌함은 작품의 매력이자 미덕이다.



나난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인물은 ‘수헌’으로, 이 근사한 로맨틱 가이는 반갑게도 손호영이 맡았다. 그룹 지오디의 후광을 벗고 달콤한 고백과 살인 미소를 선물하는 그는 댄스 가수 출신답게 유연한 몸놀림으로 무대 위의 흥을 돋운다. 같은 배역에 배우 이종혁이 더블 캐스팅되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드라큘라>이후 오랜만의 뮤지컬이라 그 존재가 더욱 반갑다. 출연진 가운데 유일한 ‘유부남’이기도 한 그가 싱글들의 대열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재미요 묘한 아이러니를 이룬다. 배우 민영기와 함께 ‘연인 사이’임을 공개한 김지우가 연기하는 싱글 또한 관심거리. 이거, 이러니저러니 해도 출연진들은 하나같이 싱글이 아닌 듯하다. 손호영만이 듬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여성 관객들을 위로하니, 객석이 절로 술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카마타토시오의 원작 <29세의 크리스마스>를 각색한 <싱글즈>는 싱글에 대한 물음과 그 정의를 관객들과 주고받는다. 초연 이래 불과 8개월 만에 세 번째 공연을 올릴 정도니 그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남녀의 로맨스에 치중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종국에 그 싱글들을 빛내 주는 건 ‘사랑’이라 모두는 말하는 듯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혼자이고 싶은 자 누가 있을까. 외롭고 싶은 이는 또 있겠는가. 함께였을 때 더 힘이 나듯, 작품은 끊임없이 모든 싱글들에게 자신의 연민과 굴레를 벗고 ‘진정한 사랑’에 뛰어들라 외치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주연 4인방을 잠시 만났다. 서른 살 손호영, 스물아홉 김지우, 유부남 이종혁, 그리고 이들 셋의 맏형 민영기. 그들을 통해  싱글들에게 어울릴 만한 여행지를 추천받았다.

★ 싱글들의 ‘나홀로’ 여행백서

홀로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손호영
별로 혼자 떠난 적이 없는데…(웃음) 혼자 있는 걸 정말 싫어해서. 늘 누굴 불러서 같이 다니는 편이다.

김지우 혼자만의 여행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간 런던, 호주 등지를 돌아다녔는데, 혼자만의 여행은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아주 단순한 사건이나 현상조차 혼자 있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도 복잡해지는 것 같다. 결국에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듯. 외도 같은 작은 섬도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곳 같고. (고민하다가) 싱글이라면 아무래도 섬여행이 제일 아닐까.  

이종혁 양수리나 두물머리 쪽은 어떨까? 배를 타고 가는 섬이면 어디든 좋겠다. 아! 욕지도도 추천(이 대목에서 모든 사람들이 폭소). 왜 어때서? 섬에 들어가 민박집에 짐 풀고 낚시하고 바로 회도 쳐서 먹고. 얼마나 좋은가!

혼자 여행시 이것만은 꼭 챙긴다면?

손호영 전화기.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누군가와 통화하고 싶어질 듯.
김지우 껴안고 잘 수 있는 인형이나 베개. 얼마나 허전할까.
이종혁 차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이동수단이 편해야 뭐든 혼자 여행도 가능하니까. 


   Information 

악어컴퍼니가 40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뮤지컬 <싱글즈>는 오는 24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손호영, 이종혁, 김지우, 민영기 등 스타군단이 대거 출연해 싱글들의 유쾌한 연애담을 열연한다. 공연 시간은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2시, 6시. 문의 02-764-8760 www.aga9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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