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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일본북부탐험 ③ 아오모리 Enjoy 1 - 스키 & 스노모빌 - 아지가사와 스키장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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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일본북부탐험 이벤트를 따라 트래비는 겨우내 설원의 도시들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연인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로맨틱 홋카이도, 스노보드 천국 이와테를 지나 이번에는 마을 전체가 눈 축제로 달아오른 ‘아오모리(靑森)’. 2주 사이 북도호쿠 지역을 두 번이나 방문한 기자에게 펑펑 쏟아지는 눈 뭉치쯤이야 무슨 감흥일까 싶지만, 숲과 바다, 호수가 빚어낸 영롱한 결정체는 가히 겨울의 정점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코끝 시린 날씨를 견디며 씩씩한 동행에 나선 독자 모델들은 청혁과 정우. 모처럼 ‘훈남들’과 함께 모두의 가슴 따뜻한 겨울 이야기를 만들고 왔다. 

계절은 변하지만, 그곳 아오모리의 겨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글  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곽은정  취재협조  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 www.beautifuljapan.or.kr

불꽃남자 청혁(左) l 일본여행 8회의 여행고수

기차로 일본 열도를 종주한 자타공인 여행고수. 휴가 때면 일본 각 도시 불꽃축제를 찾아 떠나는 ‘하나비(花火)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의 컴퓨터에는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들로 가득한데, 벌써부터 9번째 불꽃사진을 안겨 줄 아오모리가 기대된다. 대외적으로는 D제약회사 경영지원팀 ‘박대리’로 불리지만, 개인적으론 다정스레 ‘오빠’를 불러줄 여친을 소망하기도. 사진, 스노보드, 일어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재주꾼인데다 살짝 성시경(?)을 닮기까지! 여성 독자 여러분들, 주저 말고 메일 주시길.

미소청년 정우(右) l  일본여행 경험 없음, 욕심도 없음

해외여행이라고는 태국이 전부. 그 흔한 배낭여행 한번 경험해 보지 않은 그가 일본을 체험하러 나섰다. 그것도 추운 겨울, 목적지는 평균기온 영하권을 맴도는 아오모리. 스키도 못 타요, 일어도 못해요, 게다가 그 흔한 디카 하나 챙겨 올 생각조차 않던 욕심 없는 청년이지만, 놀랄 만한 주량으로 누구보다 아오모리를 뜨겁게 녹인 애주가이기도 하다. 얼핏 스치는 각도에 따라 세븐 친구 ‘세붕’으로 불리며 취재팀을 흡족하게 했으나, 그에게는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가 있었으니! 골키퍼 있다고 주저하는 분들이라면, 지리한 게임, 연장전을 노려봐도 좋겠다.   


ⓒ트래비.

 

‘푸르다’는 뜻의 아오이와 ‘숲’을 의미하는 모리가 더해진 ‘아오모리(靑森)’는 그야말로 푸른 나무숲의 고장이다. 태생적으로 믿고 의지할 것이 자연뿐이던 그들에게 풍경은 순박하기를 강요했다. 지붕 낮은 가옥은 눈 덮인 골목을 맞댄 채 드문드문 늘어서고,  백발의 노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눈밭을 헤맨다. 신호등은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순백 세상에 혼을 뺏긴 여행자를 멈춰 세우는가 하면, 제설차는 골목대장처럼 실시간 차도 정비에 나선다. 3층짜리 건물, 환한 가로등, 하다못해 편의점도 사람도 만나는 일이 드물다. 그렇다고 아오모리의 겨울이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곳은 현의 70%가 산림으로 우거진 첩첩산중이 아닌가. 웅장한 산과 들로도 모자라 눈앞으로 바다까지 품은 그들에게 넘치는 것이라곤 농산물과 후덕한 인심이었다.

간이역처럼 아담한 아오모리 공항, 인천에서 2시간여 만에 도착한 비행기는 속력을 늦추며 활주로를 내달린다. 기내 창문을 열자 사방천지 순백 세상에 두 눈이 반사적으로 감긴다. ‘이야~!’하는 탄성의 발원지는 두 남자, 청혁과 정우뿐. 현지인들에게 눈이란, 그러니까 아오모리 사람들에게 겨울이란, 아주 오래 전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어쩔 수 없는 삶의 한 부분. 여행자를 부르는 그들의 축복받은 계절은 일년에 절반을 머물다 가는 길고 고된 계절에 불과할 뿐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온 버스가 설국 깊숙이 달리는 동안, 여행자는 ‘일상의 눈(目)’으로 ‘아오모리의 눈(雪)’을 바라보게 된다. 청혁은 카메라를 놓을 줄 모르고, 달콤한 사과주스는 정우의 갈증을 달래 준다. 일본을 처음 마주한 정우, 그 언어와 풍경을 오랫동안 경험한 청혁, 모두에게 아오모리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두 남자의 진짜 겨울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아오모리 사람들은 모두가 스키 선수다. 1년의 절반을 눈과 벗하는 그들에겐 생존을 위한 필수종목이자 불가항력적인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스키가, 스노보드가 여행자들에게는 아오모리를 즐기는 가장 매력적인 스포츠로 다가온다. 청혁과 정우, 온몸이 근질거리던 그들이 본격적인 겨울 액티비티에 몸을 던졌다. 두 남자에게 스키장만큼 매력적인 플레이 그라운드도 없을 터. 거기다 스노모빌까지 덤으로 즐기다 보면 남자라서 더욱 박진감 있는 한 바탕 놀이가 시작된다.


ⓒ트래비.

첫날 숙소로 예약된 ‘아지가사와 프린스호텔(Ajigasawa Prince Hotel)’로 가는 길, 두 남자는 각기 다른 상념으로 고민한다. 겨울 스포츠라고는 태어나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우에 반해, 매 주말이면 스키장으로 달려가는 청혁은 꿈에 그리던 자연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숙소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무장을 끝낸 두 남자. “오늘 좋은 조건에서 스키 한번 제대로 배워 보죠!” 라는 것이 정우의 포부라면, “말로만 듣던 파우더 스노 좀 누벼 볼까요?”라는 게 청혁의 바람이다.

주말이면 오후 9시까지 운행하는 야간 슬로프에는 몇몇 보더들이 눈에 띈다. 그래봤자 리프트 대기시간 0초. ‘나 홀로 탑승길’에 청혁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 촌스럽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초보자 레슨을 받기 위해 리프트 탑승지에 남은 정우는  멀어져 가는  박대리님의 뒷모습이 마냥 부럽다.

아지가사와는 1993년 동계올림픽 중 ‘모글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스키장으로 성장했다. 6인용 곤돌라를 타고 표고 921m 산정상에 오르면 양 옆으로 바다와 츠가루 평야를 나란히 껴안을 수 있다. 4월까지도 설질이 좋아 스키어들의 행렬이 계속된다.


ⓒ트래비.

야간코스에 도착한 청혁은 거듭 소리 높여 환호성을 지른다. 국내 스키장을 염두에 두어 보호대까지 장착했건만, 워낙 눈이 곱고 푹신해 넘어지는 것조차 이색 재미다. 와이드한 슬로프를 사선으로 느슨하게  내려가다 보면 중간 중간 수북이 쌓인 눈 더미에 데크가 쑤욱 빠져들며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움직일수록  블랙홀처럼 빠져드는데 “하하… 일본 자연설이란 게 이런 묘미가 있군요”라며 결국 바인딩을 풀고 만다.

사실 아지가사와 스키장은 상급자들보다도 초·중급자들에게 더욱 인기다. 완만한 경사 덕에 큰 두려움 없이 활강을 시도할 수 있으며, 중급자들은 정체된 실력을 한 차원 높일 고난이도 기술을 연습할 수 있다. 덕분에 정우는 2시간 만에 야간슬로프 완주에 성공한다. 물론  코스 마지막 지점 즈음에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어깨를 스치는 위협적인 질주도, 퍽하면 눈앞에 출몰하는 ‘막보더 장애물’도 없는 터라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스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스키장 주변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달리고 싶을 때, 보다 짜릿한 스포츠는 없을까.  눈 위에서 달리는 모터바이크 ‘스노모빌’은 청혁보다도 정우가 더욱 반겼던 놀이다. 시동을 걸고 바이크의 머릿 부분을 틀면 방향이 좌우로 조절되는데, 부르르릉~ 거친 호흡과 함께 급제동을 걸 때면 고요한 숲 속이 시끄러워진다. 신나게 달리는 것도 잠시. “박대리님, 괜찮으세요?” 한창 앞서가던 청혁이 눈 위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초보 운전자는 머쓱한 얼굴로 툭툭 옷가지를 털어 보지만, 사회생활을 잘 아는 정우, 지나칠 리 만무하다. 청혁 입장에선 그간 직장에서 만들어 온 ‘각’이 영 무너지는 느낌. “배고픈데 그만 돌아가지!” 라고 말해 놓고도 머쓱한지 스노모빌의 속력을 힘껏 높여 본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숲 속으로 네 개의 헤드라이트만 번쩍이고, 아오모리에서의 첫날이 아쉽게 막을 내린다.

위치 아오모리 공항에서 셔틀버스로 1시간10분 시즌 12월 초순~4월 초순 운행시간 주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 야간 오후 4시30분~오후 9시 리프트 요금 평일 리프트 1일권 어른 3,500엔, 어린이 2,500엔/ 야간권 어른 1,500엔, 어린이 1,000엔 렌탈비 스키 어른 4,000엔, 어린이 2,000엔/ 스노보드 어른 5,000엔 문의 +81 017 372 1011 www.ajigasawa-resort.jp

아지가사와의 편안한 보금자리, 프린스 호텔

스키장 내에 자리한 양실 중심의 대형 호텔. 187개의 객실은 트윈룸을 기본으로 하며 더블룸, 트리플룸 등 가족 단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대시설은 대욕장과 노천온천, 기념품 숍 등이 있으며 최근 피트니스 센터를 오픈해 고객의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인식당 창밖으로 스키장을 조망하며 식사가 가능하다.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해산물을 이용한 메뉴들이 훌륭하다. 카레,파스타는 물론 불고기 등 한국 음식도 마련. 저녁식사는 오후 8시까지 즐길 수 있으므로 야간 스키를 이용할 경우 미리 먹어두도록 한다.

윈저 바 두 남자가 가장 편애한 공간으로 다양한 일본식 술을 음미할 수 있다. 아지가사와를 대표하는 사케 ‘고원(古園)’을 비롯해 맥주, 칵테일, 위스키 등 구성이 다양하다. “늘 마시던 걸로 주세요~”라는 정우의 그윽한 눈빛에 바텐더, 곡주 향이 은은한 14도짜리 고원 한잔을 내어준다. 한모금 홀짝이자 스키로 경직된 몸은 노곤해지고, 이어 따뜻한 노천탕에 몸을 담구면 첫날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오후 11시까지 운영되며, 2,000엔을 지급하면 2시간 동안 술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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