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라 봄맞이여행 ① 늦겨울 정선 기차와 동침하다
내나라 봄맞이여행 ① 늦겨울 정선 기차와 동침하다
  • 트래비
  • 승인 2008.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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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환절기(換節期)’라 하던가. 귀를 에는 칼바람에 몸서리치다가도 따뜻한 볕 한줌에 마음이 녹아드는 2월, 그 변덕스런 계절적 징후에 여행자의 마음은 더없이 뒤숭숭하다. 제대로 한번 놀아 보지 못한 겨울이 못내 아쉽다가도 벌써부터 꽃치마에 새 신발을 마련할 참이면 계절의 간극은 여행의 새바람을 제시한다. 아직도 스산한 겨울이 남아있는 강원도 정선에서 추억의 ‘기차모둠세트’를 만끽하든가, 저 아래 남쪽 장터에서 향긋한 봄나물에 코를 박고 미리 봄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겨울도, 봄도, 환절기라 한들 더 기울까. 한 치도 덜 것 없이 그득하게 아름다운 내 땅을 돌아본다. 

에디터  박나리 기자  



"붉은 앞치마를 두른 여인은 수레에 실었던 뽀얀 연탄재를 마치 보물 다루듯 얌전하게 감싸 안더니 눈 더미 옆에 쌓아 놓고 사라졌다. 구멍가게 노파가 조각보만한 양지로 의지를 끌어당기는 동안 지나가는 우체부의 오토바이가 눈길 위에서 잠시 휘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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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리는 동안거 중이었다. 아주 ‘온화’한 편이라는 영하 10도의 어느 오후, 절집처럼 조용한 구절리 아랫마을로 홀로 걸어 들어갔다. 통나무에 흙을 발라 만든 오래된 토방집은 퍽도 늙었다. 인적 없는 구절리. 시작하자마자 대박이 난 레일 바이크 체험 장소로 ‘떴고’, 아담했던 정선 오일장에는 언제나 외지인들이 ‘버글’거리게 됐다. 마을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민박이고 그 사이 사이에는 식당이 자리잡는 식으로 손님맞이를 위한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폐품 창고에 산을 이룬 빈 소주병과 맥주병에 남은 지문은 족히 수만명의 신상명세일 터, 주민들은 ‘구절리의 방명록’을 그냥 엿 바꿔 먹을 수 없었는지 차곡차곡 잘도 쌓아 놓았다. 

하지만 이 겨울, 영하 20도의 구절리는 적막에 가까운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고양이가 눈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 ‘챙’ 하고 고드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동파되지 않도록 수도꼭지를 열어 놓아도 뒤집어 놓은 깔때기 같은 얼음 장막이 생겼다. 다른 계절 동안 작은 마을의 구석구석을 외지인들에게 내어주었던 주민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이 계절을 만끽하고 있다. 노인이 나와서 장작 패기를 시작하나 싶더니 도끼질 몇 번에 이내 들어가 버린다. 오늘 하루치의 운동을 마친 듯하다. 붉은 앞치마를 두른 여인은 수레에 실었던 뽀얀 연탄재를 마치 보물 다루듯 얌전하게 감싸 안더니 눈 더미 옆에 쌓아 놓고 사라졌다. 구멍가게 노파가 조각보만한 양지로 의자를 끌어당기는 동안 지나가는 우체부의 오토바이가 눈길 위에서 잠시 휘청거렸다. 겨울, 정선 구절리의 한나절은 적막강산, 아름다운 별천지였다. 문득 여기까지 흘러온 사연은 이제부터다.

정선 기차 펜션

구절리, 아홉 칸의 변신  

사실 몇 시간 전만 해도 구절리는 잠시 한여름, 성수기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강릉 MBC의 카메라 앵글 속에서 유창식 정선 군수님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인터뷰를 했고 오색 테이프가 열 조각으로 끊어지는 순간, 축포가 터지면서 고삐 풀린 풍선 백여 개가 하늘 위로 흩어져 갔다.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기차 펜션의 오픈 기념식은 한나절 유쾌한 해프닝이었다. 간만에 이장님 댁에서는 황기를 넣고 팔팔 끊여낸 백숙이 상을 가득 채웠고 막걸리가 여러 순배 돌았을 때 닭죽이 대미를 장식했다. 

오후에 녹화된 테이프가 방송국 편집실로 전해져 완성된 뉴스 스크립트와 자막까지 입혀서 다시 저녁 아홉시 뉴스 시간에 방영될 때까지, 그리하여 아까 땀 흘리시던 정선 군수님의 얼굴을 TV로 다시 보기까지, 나는 구절리에서 여전히 그 열차에 머물고 있었다. 원래의 용도를 한참 벗어나 이제 아늑한 잠자리가 되어 버린 아홉량 열차는 상상 이상으로 아늑하고 호화스럽기까지 하다. 객실이 아니라 기차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신호는 가끔 전해지는 열차의 진동뿐이다. 진원은 기관실일 수도 있고 네 번째 무궁화호 객실이나 일곱 번째 새마을호 객실일 수도 있지만, 신경이 쓰일 만큼은 아니었다. 



정해진 규격, 2인 혹은 4인을 위해 디자인된 객실 내부는 짜임새가 있다. 화장대 거울만한 사이즈의 평면 TV는 스카이라이프의 화면뿐 아니라 PC의 모니터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낸다. 컴퓨터 옆에는 정수기, 정수기 옆에는 냉장고, 작은 공간이 좁게 여겨지지 않는 야무진 배치가 마음에 들었다. 객창 옆 둥근 테이블에서 홀로 바깥 구경을 하고 있는 프랑스산 와인을 개봉하여 홀짝이다 보니 열차 위로 산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했다. 기차는, 아니 펜션은 송천을 바라보는 테라스를 옆구리에 끼고 있다. 하지만 그 저녁, 유리문 밖 영하의 테라스로 나갈 엄두가 나지는 않았다. 목조 테라스에는 네모반듯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지만 (변명거리를 제공하듯) 앉을 곳도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찾아온 눈송이들이 쾅쾅 얼어서 테이블보마냥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테라스에 나가서 송천을 바라보며 커피 혹은 와인을 마시는 당연했을 의례는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졌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고 겨울에는 심야영업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마을에서 잠을 청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을 때 곁에 누운 이가 “신혼방을 이렇게 꾸미면 좋겠다”고 했다. 3

0년 전에 누웠던 그녀의 신혼방과 이 객실의 공통점은 작은 사이즈밖에 없다고 했다. 열차길 끊어진 산골의 단칸 열차 방에 누워 있으니 애써 시베리아 열차를 상상할 것도 없이 주위 풍광이 마치 시베리아 같았다. 열차가 벌판을 달리는 꿈을 꾼 것 같다.


정선 레일 바이크

시속 15km의 풍경여행



다음날, 빨갛고 노란 바퀴의 정선 레일 바이크를 만났다. 레일 바이크는 정선선 열차가 재정상의 문제로 더 이상 구절리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할 수 없게 되자, 버려진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 사이의 철로를 활용하여 시작한 사업이었다. 끊어지는 아픔을 달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무동력으로 움직이는 두 바퀴 바이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수십만명이 몰리는 바람에 여름에는 레일바이크 티켓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사실 2년 전 ‘정선 레일 바이크 탄생’이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전혀 회가 동하지 않았었다. 무려 50분이나 정해진 철도 위를 달린다는 것이 무료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맨앞 바이크에 꼬마 손님들이 있어서 거북이도 앞서 보내야 할 정도로 줄줄이 정체 현상이 빚어진다면 더더욱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레일 바이크 위에 앉아 있을 때, 선두의 느림보 행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수려한 주변 풍광을 찬찬히 더듬어볼 마음의 여유다. 결별 직전까지 다투었던 연인이라도 시나브로 화가 풀리고 도로 정다워질 것만 같은 ‘그림풍경’들은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속도, 딱 시속 15km 초저속으로 달리면 된다. “우와, 저기 봐요!” “참, 좋다!” “힘들지 않아? 내가 밟을게, 그냥 쉬어.” 이런 대화들이 상습적으로 반복되어도 하나도 식상하지가 않은 이유는, ‘진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 수준의 페달링이 필요한 구간은 거의 없다. 구절리에서 아오라지 방향으로 편도로만 운영하는 이 구간은 40~50분이나 걸리기는 해도 완만한 내리막 구간이 대부분이다. 색색의 조명을 달아 놓은 3개의 터널 구간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노소’ 공통의 반응이다. 물론 한겨울 구절리의 레일 바이크는 여름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추위를 물리치기 위해 헛돌아가는 페달이라도 더 열심히 밟아야 한다. 솔직히 춥다. 하지만 여름 동안의 북새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겨울 구절리의 고즈넉함을 더욱 사랑하고, 하나라도 녹아 버릴까 조심스레 쓸어 담았다.

그렇게 구절리역에서 출발한 레일 바이크가 7.2km를 떼굴떼굴 굴러와 멈추는 곳이 아우라지역이다.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송천’과 임계에서 흘러오는 ‘골지천’이 어우러져 조양강을 이루는 합수지가 바로 아우라지다. 두 물길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물은 다시 하나가 되었지만, 이곳에서 발원한 노래 자락은 온 나라를 침수시켰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민초들의 눈물샘이 있고 그 시작에는 망국의 한을 달랬던 고구려 충신들의 한숨이 있다. 아우라지라는 이름도 아름답지만 그 주소가 되는 ‘강원도 정선군 북면 여량 5리’의 ‘여량(餘糧)’이라는 이름도 넉넉한 기운이 가득하다. ‘식량이 남아도는 곳’이라는 설명에 아랫배가 뜨끈해진 것이, 두 역 사이에 있는 레일 바이크 휴게소에서 급히 수혈한 따뜻한 ‘오뎅 육수’ 덕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날 저녁 여량에서 먹은 민물 매운탕의 포만감은 분명 이박삼일간 유효했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영월까지 흐르는 동강은 그야말로 구절양장(九折羊腸) 물길이다. 떼꾼들이 목재를 나르던 길이었다. 이 지역에 유난히 많은 적송들은 조선시대 대궐과 대궐 같은 기와집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죽 소나무가 많았으면 강 이름도 ‘송천(松川)’이었겠는가. 얼마 전 잃어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소나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왔을 때 정선의 굵고 반듯한 소나무를 떠올렸다. 꽤나 고가라는 정선의 소나무. 얼마가 되었든간에 숭례문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지불해도 그만일 것 같다.

다시 구절리로 돌아가는 길은 복습이다. 페달을 돌려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풍경 열차 ‘아리아리호’에서 사람들은 아까 놓쳤던 풍경을 다시 주워 담는 기회를 가졌다. 정선의 풍경이 뇌리에 박히는 이유를 알겠다.


바다열차

길 위에서 만나는 바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봐야 할 또 하나의 열차가 남아 있었다. 구절리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닭목령’을 넘었다. 두 팔을 어깨 너비로 벌리며 ‘딱 요만큼’이라는 말을 믿고 달려갔던 비포장도로가 꽝꽝 얼어서 바퀴가 미끄러지고 난 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당도한 ‘닭의 모가지’. 오르막 경사가 너무나 밋밋하여 코웃음을 쳤더니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새 목을 감듯 배배 꼬여 있다. 길은 ‘딱 요만큼’ 험했으나 경치는 비경이었고 지름길이기도 해서 강릉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역전 다방에서 ‘쌍화차’ 한잔을 마실 시간이 있었다. ‘계란 없이’로 주문한 쌍화차는 잣, 호두, 대추에 깨를 솔솔 뿌려 온 모양이 당황스럽게도 양념간장과 닮아 있었다. 그 느끼함을 씻어낸 것은 청량한 겨울바다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을 태우고 강릉을 출발하기 무섭게 열차 창에는 영사기를 돌린 듯 바다의 풍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방파제와 붉은 등대, 색색의 기와지붕과 ‘바다 민박’ 같은 간판들, 거품을 뱉어내는 파도와 낚시꾼들, 철망과 해송. 마치 럭셔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의자는 푹신하고 적절한 안내멘트와 음악으로 이뤄진 방송도 귀에 잘 들어온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1시간20분 가량의 바다 열차 탑승 내내 몰입에 가까운 집중을 하고 있었다. 가끔 아이들이 핫바를 사러 들락날락거렸을 뿐 가족들은, 연인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괜히 혼자서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인 프러포즈실에 가서 앉아 본다. 짧은 사연을 담은 엽서로 DJ에게 음악을 신청하는 복고풍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나도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대 초반 ‘촌발’ 날리는 첫 혼자 여행의 목적지가 강릉이었다. 소주 한 병과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들어간 모텔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샌 후 드는 생각은 오로지 “바다를 봐야 한다”였다. 물론 막상 찾아간 해변에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지금이라면 바다 열차를 타는 것만으로 강릉, 동해, 삼척, 정동진의 멋진 해안선을 부드럽게 미끄러질 수 있게 된 셈인데, 여전히 겨울 백사장에는 성장통을 앓는 청춘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온다. 미래의 어느날 그들은 꼬마들의 손을 잡고 이 바다 열차에 앉아서 나와 똑같은 감상에 젖을 것이 분명하다.



★ 기차펜션

정선 구절리역에 새로 등장한 명물 기차 펜션은 레일 바이크에 이은 정선군의 야심작. 기차를 개조했다는 특이한 탄생 배경도 흥미롭지만 그 자체로도 아늑하고 부족함 없는 펜션이다. 움직일 수는 없어도 반드시 선로 위에 세워야 할 만큼 외형은 평범한 기차 그대로지만, 내부는 위성방송이 수신되는 TV에서 인터넷이 연결되는 컴퓨터, 욕조까지 갖춘 훌륭한 숙소다. 지역 경제 기여를 위해 주방 시설을 갖추지 않고(취사 금지) 객실료도 지역 평균 민박 요금을 웃도는 7만원(2인실, 22m2), 10만원(4인실, 33m2)로 잡았지만 값어치가 충분하다. 총 9실이며 침대방과 온돌방 중 선택할 수 있다. 문의 코레일투어서비스 033-563-1077 www.korailtours.com

★ 레일바이크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페달을 밟아 시속 15~20km의 저속으로 달리는 레일 바이크의 성공은 순전히 구절리와 아우라지 사이의 절경에 빚을 지고 있다. 자전거 타기보다 쉽고 구간이 대부분 완만한 내리막길이라서 누구나 손쉽게 탑승할 수 있으나 총 7.2km 거리에 50여 분이 소요되므로 겨울에는 방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성수기에는 매진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3일 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구절
리-아오라지 편도만 운행(총 7.2km, 50분 소요). 11월부터 2월 말까지 동절기에는 1일 5회 운영(9시, 11시, 13시, 15시, 17시). 요금 2인승 1만8,000원, 4인승 2만6000원. 문의 코레일투어서비스 정선지사 033-563-8787

★ 바다열차

강릉, 동해, 삼척 구간의 해안선 58km를 달리는 바다열차는 좌석이 창가를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어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 최적이다. 1시간20분 정도 소요되며 탑승객들을 위해 신청곡과 엽서 소개와 기념 촬영 등의 이벤트를 실시한다. 3개의 프러포즈실은 연인들을 위한 독립된 공간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매일 하행(삼척-강릉) 3회, 상행(강릉-삼척) 2회를 운행하며 8개 역에 정차한다. 동절기 동안 강릉에서 정선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 시간 출발하며 1시간40분여가 소요된다. 

요금 특실 1만5,000원, 일반실 1만원, 프러포즈실 5만원(2인 기준). 문의 코레일투어서비스 삼척지사 033-573-5474  


☆ 기차에 생긴 일! 기차에서 생긴 일!

정선에는 기차 펜션 외에도 용도 전환된 기차들이 있다. 기차 펜션과 이웃하고 있는 구절리역의 기차 카페 ‘여치의 꿈’은 이미 두메산골 벌레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사다. 폐객차 두 량을 개조하여 1, 2층으로 쌓아 올린 모양은 두 마리 여치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인데, 멀리서 볼수록 더욱 실물과 닮았다. 이 두 마리 여치가 꾸는 꿈의 속내가 무엇이건 간에 신통하고 기특한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스파게티를 파는 아래층 레스토랑의 직원과 윗층의 커피숍 직원이 연애를 시작하여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는 ‘코레일투어서비스’사의 공식 사내 커플 1호 탄생 비화다. 만일 새로 문을 연 기차 펜션에서도 한 커플이 탄생하여 펜션처럼 아담하고 예쁜 신혼방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로 ‘기차 카페 vs 기차 펜션’이라는 대박 영화의 시나리오 감이다. 시리즈물이 되려면 폐객차를 개조해서 만든 또 하나의 명물인 아우라지역의 ‘어름치 유혹’에서 한 커플이 나와 줘야 할 텐데, 아쉽게도 내가 아는 한 이곳 직원은 모두 여자다. 낡은 열차의 외관은 짐작조차 안 될 만큼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여울물에서 산란하는 모습이 반짝이는 비늘 느낌까지 잘 살아있다. 두 마리 생선 뱃속에 들어앉아 햄버거에 커피를 마시며 열차 마을을 상상해 본다. 실현 가능한 상상,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짜이고 있는 시나리오다. 

정선겨울여행의 백미

황기백숙  쫀득하게 씹히는 닭고기, 개운한 육수, 야채가 아삭하게 씹히는 닭죽.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정선의 백숙 요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황기다. 강장, 완화, 지한제로 많이 쓰이는 황기는 비교적 서늘한 중북부 산간지방에서 좋은 수확을 낸다. 여름철에도 온도가 높지 않고 일교차가 크고 토양에서 물이 잘 빠지는 정선에서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내고 있다. 적지에서 2~5년간 재배한 황기를 9~10월에 채취, 음지에서 건조하여 토종닭과 함께 대추, 녹용 등 한약재를 가미하여 1시간 이상 끓여 낸 것이 유명한 황기백숙. 예부터 정선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 보양식이다. 3

-만원. 문의 이가네 막국수(구절리) 033-562-5088

민물고기 매운탕  땀을 쏙 뺄 만큼 얼큰한 매운탕 한 그릇이면 한동안 추위도 느끼지 못할 만큼 열이 오른다.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만들기 때문에 뒷맛이 더 개운하다. 물고기의 억센 잔 뼈를 삭히기 위하여 찬물에 식초와 고기를 넣어 30분 가량 끓이기 때문에 미리 주문해 두는 것이 좋다. 푹 끊인 국물에 첨가하는 고추장, 쑥갓, 깻잎 등 갖은 양념장이 집집마다의 손맛을 좌우한다. 식성에 따라 밀가루 반죽(수제비) 등을 넣어 먹으면 든든함이 오래간다. 

-문의 영주식당(북면) 033-562-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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