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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추격자, 그 집착에 대해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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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격자>란 영화가 인기이다. 이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자와 그를 기어코 잡고자하는 자 사이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숨막히게 구성한 연출력과 뛰어난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추격’이란 사전적 의미는 뒤쫓아 가며 공격한다는 뜻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전직 형사가 영화 내내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일종의‘집착’이다. 주인공이 범인에게 집착하게 되었던 것은 영화 초반에서는 돈 때문이었다가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 집착의 이유가 돈에서 생명으로 바뀌고 종국에 살인마에게 여자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목적 상실에 대한 분노 표출로 인해 또 다른 집착으로 바뀌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대상이나 목적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절박한 이유가 있거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유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한 가지 목적에 집중하고 그 성공을 향해 매진하는데 이런 행동이 사회에서 인정받게 되면 ‘노력하는 사람’ 이라고 평가받게 되나 그렇지 못할 경우, 소위 ‘집착이 심한사람’ 이라고 폄하된다. 예를 들면 이성 친구로부터 사랑을 얻고자 노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성공하면 모든 것이 좋은 추억과 경험으로 남을 테지만 실패하면 혐오스러운 집착증 환자로 단정지어질것이다.

집착은 자신이 목적한 대상을 획득했을 때 비로소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 순간 집착 대상물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허무함만이 남게 된다. 이는 아이들이 거리를 가다가 장난감을 사 달라고 엄마를 마구 졸라 원하는 것을 얻게 되지만 반복될수록 쉽게 싫증을 내고 다른 것을 사 달라고 조르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만약 주인공이 제대로 된 형사 였다면 이런 행동에 대한 물질적 심리적 보상이 있었기에 허무함이 덜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영화에서 보인 범인의 비정상적인 행동들로 인해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남을 해치지 못하는 매우 나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www.wellmi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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