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ie with┃Music - 햇빛과 바람, 고양이를 간직한 봄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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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
  • 승인 2008.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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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말처럼 ‘날씨는 대화의 영원한 주제’이다. 지금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노인의 하얀 눈썹 같은 눈. 삼월 들어서만 두 번째 내리는 눈이다. 그러나 이제 무엇도 봄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처녀들의 설렘과 옷가게의 화사한 원피스, 생기를 찾아가는 꽃들, 그리고 이사 가는 사람들….

곧 결혼을 앞둔 지인과 통화를 하다, 봄을 느낄 수 있는 음악가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질문을 해보았다. 그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이시하라 에리코(Ishihara Eriko)’란 이름을 알려주었다. 봄이 가진 산뜻함과 풋풋함! 그녀의 데뷔 앨범 ‘A Thousand Wind(2004년)’는 그야말로 봄의 향기로 가득하다. 영국 재즈계의 거장 이안 카에게 걸작 앨범이란 칭찬뿐 아니라 훌륭한 보컬이자 강렬함을 간직한 피아니스트·작곡가·편곡자라 극찬받았던 에리코. 그녀의 음성은 최근 나윤선이 ‘Memory Lane’ 앨범을 내면서 했던 말처럼, 설거지를 하면서 듣건, 책을 읽으면서 듣건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고 친근한 음성으로 다가온다. 지나치게 기교적이지도, 중후하지도 않은 음색은 마치 열린 창틈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노란 커튼을 흔들듯 그렇게 일상으로 다가온다. 

일본의 다이애나 크롤이라 불리는 그녀의 음악 가운데서도 특별히 1집에 수록된, 바람을 테마로 한 노래들을 소개하고 싶다. ‘Song Of The Wind’ ‘Gone With The Wind’ ‘A Thousand Wind’. 이 세 곡은 단지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불어온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특히,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앨범 제목이 된 ‘A Thousand Wind’는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11세의 소녀가 테러 1주기 때 낭송한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시 속에 담긴 희망의 정서를 그녀는 노래하고 있다.

바람을 지나 이제 눈부신 햇살을 보고 싶다면 나는 피아니스트 곽윤찬을 뽑겠다. 전통의 재즈 명가 ‘블루노트’가 선정한 최초의 한국 아티스트인 그의 음악은 나비처럼 유연하고 행복하다. 이런 맘은 나만의 것은 아닌지 최근 발표한 ‘Yellowhale(노란 고래)’이란 음반 발표 이후, ‘해피 재즈’라는 묘한 수식어가 그를 따라 다니고 있다. 그의 음악세계는 1집 ‘Sunny Days’란 제목처럼 햇빛 같은 밝은 비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봄은 단편적인 희망이나 시작으로만 정의될 수는 없다. 좀 더 애잔하고 슬픈 감성의 봄도 우리 마음속에는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중국의 피아니스트 린 하이의 앨범‘Cat’을 선물하고 싶다. 음반은 듣다 보면 슬프고 따뜻해지는데, 하늘로 떠나간 자신의 고양이 미미에게 바치는 특별한 앨범이다. 린 하이가 아내와 함께 예정치 않게 오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왔을 때, 수줍음 많던 고양이 미미는 죽어 있었다. 주인은 자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죽어간 고양이 미미에 대한 추억과 사랑을 담아 동화 같은 음반 하나를 만들었다. 곡 하나하나에 고양이의 숨결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들은 사람마다 수줍은 고양이가 보인다고 속삭인다.

아직은 천 개의 색채와 향기 그리고 희망을 간직한 바람이 불어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봄바람은 불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가던 길을 멈추어 아름다운 음악 하나를 들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봄이다!”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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