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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닉 푸드 전문가 백지원 - "You are so Sweet!""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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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문화, 자연환경, 경제적인 수준까지 가늠하게 만드는 가장 명쾌한 답으로 ‘요리’만한 게 또 있을까. 단순하게 끼니를 때우는 목적을 뛰어넘어, ‘요리’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문화를 공유하고 정을 나누고 삶을 이해한다. 그래서 ‘미식’과 ‘여행’은 언제나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며, 때로는 ‘미식’이 여행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여행 잡지인 트래비는 ‘월드 푸드 스페셜리스트’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세계의 음식’과 ‘여행’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백지원이라는 사람에게 무한한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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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A’s 02-3475-6091

‘월드 푸드 스페셜리스트’가 뭔가요? 

중학교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특별한 설명 없이도 ‘월드 푸드 스페셜리스트’의 정체성이 쉽게 머리에 그려질 것이다. 말 그대로 그녀는 세계 각국의 특별한 요리를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소박한 그 나라의 음식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직접 현지에서 배우고 체험한 요리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친절한 요리 선생님이다. 

‘보수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자상하고 문화적으로도 ‘깨어 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일요일이면 부모님이 함께 요리를 하곤 했는데, 야채를 송송 써는 소리,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와 갓 지은 밥과 향긋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반찬 냄새에 절로 잠이 깨던 그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요리와 여행에 관심과 흥미를 갖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소꿉놀이가 살림이 되었고 나만의 노하우로 요리 강의까지 하게 됐어요. 엄밀히 말하면 제 요리의 시작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할아버지의 밭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그야말로 ‘얼떨결’이다. 결혼 후, 요리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며 다양한 요리법을 익혔다. 그런데 수강생으로서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그녀의 특출난 솜씨와 조곤조곤 맛깔나게 설명하는 입담에 반해 ‘무허가 무면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에서 요리 강의를 듣고 싶다고 찾아오는 수강생들이 줄을 이었다. 처음에는 한 명, 두 명이었던 학생이 나중에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하루 120명까지 시간대를 바꿔 가며 몰려들었고, 여러 일간지와 잡지사에서도 이 기이한 현상과 그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하긴 “며느리도 몰라”라면서 그 비법을 전수하지 않는 것을 자랑하는 CF가 제일 싫다며 “남김없이 다 준다”는 마음으로 세심하고도 살뜰히 수강생들을 코치해 주니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마음가짐’만은 그 어떤 유명 강사라도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성한 호기심과 배우고 싶은 욕심을 참을 수 없어 대학원에 진학해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 테이블 전문가 과정, 화훼 전문가 과정 등을 동시에 수료하며 지식과 실력으로 중무장했다. 그리고 2005년 EBS <최고의 요리비결>에서 김하진, 빅마마, 이종임, 한복선 등 유명인들에 앞서, ‘쉽게 만드는 동남아 가정 요리’를 진행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요리 선생님이었지만 전문가 과정을 수료할수록, 색다른 일에 도전할수록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고민하는 거예요. ‘요리 칼럼니스트’, ‘동남아 요리 전문가’, ‘에스닉 푸드 전문가’, ‘월드 푸드 스페셜리스트’…. 어떤 것이든 다 좋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거예요.”

지구별의 낙천주의자

40여 개의 나라를 여행했다. 말이 40여 개국이지 그중에서도 태국은 스무 번이 넘게, 터키는 6차례나 라오스도 5번이나 갔을 정도로 한 여행지를 깊이 파는 스타일이다. 

“제 여행 철학이요? ‘Simple Life’. 짐도 간소하게 여행을 가서 생활도 현지인처럼 간소하게. 그리고 제가 가진 여행의 철칙은 ‘여행지에 마음을 두고 오지 말기’에요. 여행 준비라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거죠. 그래야 여행을 하며 마음에 좋은 기억들을 가득 담아 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여행지에서 온전히 즐기고 돌아와서 다시 생활로 말끔하게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그것이 유일하게 깨진 여행지가 바로 터키였다. 풍요로운 지중해의 상차림도 좋았지만 그 나라 자체의 매력에, 사람들이나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지형과 이슬람 문화에까지 너무 깊이 심취됐던 것. 

“내 마음 조각이 터키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그 조각들을 주우러 자꾸만 터키로 향하고 싶어져요. 그리고 그곳을 여행하면 여행할수록 더 모르겠어. 그래서 제게 터키는 신비로운 마법 같은 여행지에요.”

‘요리’ 분야의 전문가답게 ‘여행’을 할 때 특별한 취향은 비행기보다는 ‘삶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버스나 기차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들은 질색하는 장거리 이동도 그에게는 마냥 즐겁고 신기한 삶의 체험 중 일부일 뿐이다. 최장 장거리 이동 기록은 터키의 도우베아짓에서 이스탄불까지 버스로 26시간40분을 달렸던 것.  

“저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땅 위에서 찾곤 해요. 어쩜 똑같은 지형이 하나도 없는지 조물주의 능력에 항상 감탄하고는 하죠. 특히나 들이 좋아요. 한번은 인도에서 기차로 15시간 동안 이동하는데 그 비옥하면서 색색의 아름다운 들판은 제 마음까지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인도 친구에게 물었어요. ‘들’이라는 인도어가 뭐냐고. 그때부터 인도어로 들이라는 뜻인 ‘메단(Medan)’은 제 스스로 제게 선물한 또 하나의 이름이랍니다.” 

그리고는 요리하는 사람답게 다시 태어난다면 무한한 에너지를 품은, 모든 것을 베풀어 주는 들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령 그는 네팔에서는 네팔 사람들의 옷을 사서 입고, 터키에서는 이슬람 여인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현지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해야 여행자라는 이질감 없이 사람들과 더 친해지며 기후에도 잘 적응하고 남의 이목을 끌지 않아 더 안전하다고 한다. 검문 검색이 많으면 ‘많아서 좋고’ 이동시간이 길면 ‘길어서 좋다’. 요르단의 사막에서 사륜구동 차바퀴가 모래 깊숙이 빠져 일행이 난감했던 때에도 슬리퍼를 손에 쥐고 모래를 퍼내던 그녀는 ‘좋은 경험’이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 모습에 일행 모두가 자기의 신발을 총동원해 차를 위기(?)에서 구해낸 적이 있었다. 그때 가이드가 일행에게 힘을 내도록 격려해 줘서 고맙다며 “You are so Sweet!”라고 건네던 그 말을 떠올린다. 소녀처럼, 아이처럼 화사한 미소를 머금는 그는 유쾌하고 상냥한 에너지를 지구 곳곳에 퍼뜨리는 우리 시대 가장 해맑은 지구별 낙천주의자다. 

백지원의 Best 3

★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1. 1위라고 해도 무방하다. 매력덩어리 여행지 터키!
2. 이집트.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여행을 가기 전에 6개월~3년은 철저히 여행을 준비한다. 이집트 여행은 집에 앉아서 공부하면서부터 떠났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나 여행 그 자체의 준비가 길었던 여행이었던 만큼, 다녀온 뒤 그 애틋함도 크다. 
3 인도. 항상 열광하는 테마인 ‘들’의 다양함에 매료된 여행지다. 바라나시에서 삶과 죽음을 한공간에서 보고 삶을 정리하는 계기를 가졌다. 화장터, 갠지스 강까지 모두 본 뒤 세상을 겸허하게 보게 됐다.

★ 트래비 독자에게 추천하는 ‘미식여행지’
1. 태국.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모든 재료를 허브나 건강에 좋은 식자재를 이용해 모든 음식이 약의 효능까지도 있다. 또 태국요리는 다양한 재료와 그 독특한 요리법도 좋지만 왕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 음식이 같다. 모든 요리가 궁중요리이며 일반 사람들이 매일같이 먹는 일상의 음식인 것이다. 
2. 싱가포르. 다국적, 다문화로 ‘다양함’ 그 자체다. 쉽게 먹을 수 없는 캄보디아나 라오스 요리까지도 맛볼 수 있으며 웨스턴 요리를 최고급 수준으로 먹을 수 있다. 음식 백화점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3. 홍콩. 광동요리는 그 어떤 요리보다 해선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어 행복하다. 게다가 홍콩에서는 사천, 북경요리까지 멋지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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