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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 Wine - 작품을 텍스트로 보지 말자, 신의 물방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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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만화<신의물방울>은 장안의 화제였다. 일본에서는 국내보다 판매율이 적다고 하니 와인 시장의 규모나 인구, 만화 출판량에 비춰보면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한 셈이다.

뒷얘기도 많이 들려온다. 책에 소개된 와인은 일본에서 품귀현상이 일고 있으며 소믈리에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와인 시장이 먼저 시작됐는데, 한때 일본 경제처럼 와인도 거품 붕괴 현상이 일어나면서 수입회사의 부도가 속출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신의물방울>이 와인의 제2 전성기를 불러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만화가 꽤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처럼 작품에서 소개된 와인이 무섭게 팔리고 있지는 않다. 작가 아기 타다시가 소개하는 와인들이 워낙 비싼데다 기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와인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작가는 유독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하는데, 한국은 부르고뉴 와인의 점유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소개된 와인이 대중적인 인기가 적다.

부르고뉴는 생산량이 적은데다(보르도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제 가격도 비싼편이다. 한국에서 보통 3~4만원은 줘야 마실만한 와인을 고를 수 있는 형편이라 1~2만원으로 쓸만한 와인을 고를 수 있는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낮다. 여기에 싼 와인일수록 시큼하고 묽은 맛을 띄는 경우가 많아 진한 맛을 자랑하는 보르도나 다른 지역 와인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

<신의 물방울>은 칸자키 시즈쿠라는 와인회사 직원이 토미네 잇세라는 와인 평론가와 대결하는 구도로 와인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와 지식을 버무려놓은 ‘종합선물세트’이다. 이 만화를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는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만화는 만화로 봐야 하고 하나의 창작물로서 평가하자는 것이다. 와인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 보르도가, 혹은 부르고뉴가 좋다고도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이 프랑스 것보다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만화에 나오는 소소한 내용을 민감하게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화도 소설처럼 ‘있을법한 얘기를 만들어내는 허구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아무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와인을 평가하고 재단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전개하고있지만, 독자들은 그런 내막을 알 리 없고, 따라서 와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텍스트’는 아닌데 텍스트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만화 작가나 출판사 어느 쪽도 이 책이 텍스트라고 주장하는 흔적은 없다. 그러나 아직 와인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독자들이 보면 마치 텍스트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이 만화는 어디까지나 창작물로 바라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인 오류가 없을 바에는 창작물을 두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오버’라는 생각이다. 극적 장치로서 설계한 다양한 장면들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은 작가가 와인 전문가가 아닌 애호가라는 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창작물로서의 설정과 스토리는 사실 누가 흠잡을 수도 없는 문제다. 일부 독자들이 잘못 이해한다고 해도 작가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다. 다만 독자들의 이해를 넓혀 주고자 책 뒤에 “오늘밤에 이용할 수 있는 와인 이야기”라는 장을 두고있는데, 이게 종종 엉뚱한 구석이 있다. 이 부분에서 텍스트로 보이게하는 오해가 시작된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자못 혁명적이다.

누가 와인을 소재로 스토리 있는 만화를 그렸던가. 그리고 만화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배우고 와인을 사랑하게 만든 것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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