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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마게테 ①느긋하고 친근한 섬 그리고 사람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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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중부 바사야 제도 중 오리엔탈 네그로스섬의 남쪽, 두마게테. 마닐라와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착한 소박함이 있고, 세부나 보라카이처럼 유명세를 치르는 지역이 아니어서 또한 여유롭고 한적하다. 그렇다고 여느 유명 관광지에 비해 시시한 곳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대가 여유와 자유에 목말라 길을 나선 여행자라면 두마게테의 바다와 산과 사람들로 충분히 그 갈증을 달래고도 남을 것이다.

취재협조
필리핀관광청 한국사무소 02-598-2290 www.wowphilippines.or.kr



1 아포섬의 한적한 풍경  2 아이들의 놀이터, 두마게테 앞바다  3 여행자를 기다리는 나룻배 





“느림이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 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과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중에서

두마게테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느린, 여유로운, 한적한, 아날로그 도시 두마게테는 느림의 미학을 누리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 느림의 미학은 여행자를 말없이 받아주는 자연에서, 좁다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보내 주는 웃음에서 전해진다. 그러기에 호사스러운 서비스를 갖춘 최고급 호텔을 다녀와 “이번 여행에서 호강하고 왔다”고 말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여행지다. 어떤 이는 이곳 문명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불평을 늘어놓을지 모르나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내는 디지털 문명에 지쳐 아날로그의 낭만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라면 바로 이곳에서 원하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즈음 걸려 도착한 두마게테 공항. 그 풍경부터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의 시골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키는 공항터미널은 ‘소박함’ 그 자체다. 승객들의 수화물을 일일이 손으로 옮겨 주는 공항 직원의 모습이 답답하기보다는 도리어 친근하고 고맙기만 하다. 아날로그의 낭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공항에서 정확한 시간에 안전하게 짐을 전해 주는 기계를 향해 고맙다는 말을 하는 이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두마게테의 친근한 첫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그동안 꽁꽁 묶어 두었던 우리 안의 여유를 해방시켜 주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 보자.

About 두마게테
‘온화한 사람들의 도시’라 불리는, 오리엔탈 네그로스섬의 주도인 두마게테는 인구 10만명 가량이 거주하는 평온한 도시로 사람들 또한 친절하고 여유롭다. 두마게테(Dumaguete)는 ‘잡아채다’라는 뜻의 비사야어 ‘dumaguit’를 어원으로 한다. 지리적 특성상 외침(外侵)을 많이 받은 탓도 있지만 관광객을 잡아채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하여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 또한 시민의 30%가 학생일 정도로 필리핀 내에서도 교육도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두마게테는 무엇보다 화려한 산호와 다양한 종의 해양 생물들이 아름다워 ‘다이빙’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다.



1 섬 사람들의 일상  2 아빠 품을 떠나기 싫은 아이  3 사진을 ‘잘 아는’ 섬 꼬마  4 산호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5 널려 있는 빨래마저 느긋해 보인다

다이빙 천국, 아름다운 사람들 아포섬

두마게테에서 배를 타고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아포섬은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로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의 산호초와 해양생물들이 다채로와 한국의 다이빙 마니아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아포섬에는 6개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필리핀에서도 자연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해양보호구역(Marine Sanctuary)으로 한번에 다이빙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고 감시원들을 상시 대기시키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포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정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이 입장료 또한 섬의 생태환경과 자원을 관리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굳이 물속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해안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물안경과 구명조끼만을 착용하고 스노클링을 즐겨도 화려한 산호와 아름다운 빛깔의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해안에 도착하면, 여행자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티셔츠를 파는 상인들과 철없이 뛰노는 아포섬 아이들이다. 손님을 잔뜩 실은 배가 들어올 때를 마냥 기다렸다가 티셔츠를 하나라도 팔아 보려고 분주하게 이것저것 알록달록한 각양각색 옷가지를 들어올리는 아낙들의 모습에 마음이 살짝 복잡해진다.

해안에 인접한 마을은 여행자에게 또 하나의 이국적 풍경을 선사한다. 1,000명도 채 되지 않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조그만 마을은 우리가 떠나온 화려한 도시 세상과는 전혀 다른 소박함을 간직하고 있다. 지나가는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까지 낯선 방문객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진기를 들이대거나, 갑작스레 말을 걸어도 친절함과 미소로 답하는 그들이 정겹고 또 정겹기만 할 뿐이다. 분명 아포섬에서 이들과 어울렸던 시간들은 다이빙을 즐겼던 시간과 더불어 여행자에게 여행 이후의 삶에 긴 여운을 남겨 주리라. 

아포섬에는 아포 아일랜드 비치 리조트(Apo Island Beach Resort), 리버티 롯지(Liberty’s Lodge) 두 개의 리조트가 있는데 모두 지역 특성상 제한된 시간 동안만 전기를 공급한다. 저렴한 요금에 리조트를 이용하며 잠시라도 문명과 차단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적한 곳에서의 로맨스 수밀론섬

아포섬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수밀론섬은 배를 타고 두마게테에서 약 40분, 세부의 오슬롭(Oslob)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으로 정확히 말해서 무인도다. 마을이 없고 리조트만 하나 있으며 배를 타고 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수밀론섬은 그냥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환상적인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에메랄드 빛의 위용을 드러내는 수밀론의 해변은 아포섬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수심이 얕고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별다른 장비 없이도 에메랄드 빛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수밀론이 휴양지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리조트 체인 ‘블루워터 리조트’가 들어서고 난 이후부터이다. 1974년부터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를 간직한 것으로 유명했지만 리조트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으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수밀론이 많은 인파로 붐비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밀론섬 최대의 매력인 ‘한적함’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리조트에는 오로지 12개의 객실만이 있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리조트와 섬의 분위기에 더해 허니무너들과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바로 이 은밀한 ‘한적함’에 있다. 또한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보트 투어, 동굴 투어, 석호에서의 카야킹 및 낚시, 저녁 디너 파티 등은 한적한 무인도에서 즐기는 것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한편 수밀론은 세부 남부에서 가까워 세부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기자가 수밀론을 찾은 날, 세부에서 데이 투어를 즐기기 위해 건너온 한국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데이투어는 저렴한 비용으로 점심식사부터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수밀론은 무엇보다 허니무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무인도라고 하면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함과 한적함 속에 머물다 보면 평생 되새길 만한 달콤한 평화를 간직하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섬 곳곳에 만들어 놓은 정자에서 사랑하는 이와 열대 과일 주스를 함께 마시며 나눌 수 있는 행복을 어디서 누려 볼 수 있겠는가.

1 푸른 바닷가, 그늘 아래서의 낮잠  2 짜릿한 다이빙  3 그대와 둘이서만 누리는 낭만  4 무인도의 풍경과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리조트



Bahura resort & spa빨강, 파랑, 초록 바후라 리조트
 

두마게테 공항에서 차로 25분, 다우인(Dauin) 지역에 이르면 누군가 꼭꼭 숨겨 놓은 것만 같은 아리따운 리조트가 기다리고 있다. 빨간 지붕의 빌라형 객실과 새파란 빛을 드러내는 해변, 높다란 곳에서 초록빛을 드리우는 열대나무의 색대비가 강렬한 바후라 리조트(Bahura resort & spa). 두마게테에서 여유와 자유를 누리고 싶은 여행자에게 딱 알맞는 리조트다. 실제로 바후라 리조트는 필리핀 10대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아포섬이 가까워 다이빙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곳이며 스킨스쿠버, 스노클링, 카야킹, 윈드서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 장비도 대여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후라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 여행자를 환영하는 신나는 리듬악기 소리에 절로 기분이 고조된다. 빨리 짐을 부리고 뛰어나와 시원한 망고주스를 한잔 마시고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진다. 

리조트는 8개의 빌라형 객실과 32개의 호텔형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복층으로 이뤄진 빌라형 객실은 작은 싱크대를 비롯해 낭만적인 욕실과 널찍한 거실을 갖추고 있어 허니무너들에게 인기가 많다. 

필리핀 전통음식과 전세계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또한 매력적이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위해 정성껏 김치를 담가 줄 정도로 맛과 정성을 겸비하고 있다. 또한 해변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스파를 즐길 수 있고 수영장도 갖추고 있어 굳이 리조트를 떠나지 않아도 하루 종일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www.bahu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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