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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 종교로 빚어낸 삶의 여유 City1 뭄바이(Mumbai)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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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아폴로 부둣가 전경. 인도로 향하는 첫 관문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와 ‘타즈 마할 호텔’이 랜드마크처럼 자리한다

여행자들에게 인도는 늘 ‘뜨거운 감자’다. 한쪽은 풍부한 자원과 깨달음의 미학을 들며 인도 예찬에 밤이 새는 줄 모르는가 하면, 또 다른 축은 극빈층의 가난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손사래를 친다. 그처럼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획일적인 수사로만으론 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도’다. 그래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지막 귀결지로 여겨지곤 한다.
대륙의 서쪽, 아라비아해와 맞닿은 남서인도의 세 도시를 찾았다. 인도 제일의 상업도시 ‘뭄바이’, 낙원의 휴양지 ‘고아’, 그리고 힌두교와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는 ‘아우랑가바드’까지. 타즈마할의 성스런 건축양식과 그들의 어머니 갠지스강은 잠시 미뤄 두기로 하자. 익히 접해 오던 인도에서 벗어난 열흘, 우리가 알던 대륙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취재협조  인도관광청 02-2265-2235~36 www.incredibleindia.co.kr┃에바항공 02-752-6970 www.evaair.co.kr









인도 제1의 상업도시 뭄바이는 그들이 서구 문명과 이루는 조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트 지구에는 항구를 벗 삼아 조깅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크로포드 마켓과 역 주변으로는 구슬땀을 흘리며 치열한 삶을 연명하는 서민들로 가득하다. 첨단 기술과 전통이 혼재하는 대조적인 풍경 속에 우리는 그곳이 인도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게 된다.

인도다운 어떤 것을 기대한 이들이라며 ‘뭄바이(Mumbai)’의 첫 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17세기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들어오면서 유럽 강대국들을 위해 차와 실크 등을 제공해야 했던 이 도시에게 상업중심지라는 타이틀은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소가 인파에 섞여 차도를 거닌다거나 순례자들이 눈을 통해 타인의 영혼을 지그시 들여다보는 일, 짙은 먼지 속에 피어오르는 사원의 향내와 3륜 릭샤왈라의 모습 등을 발견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서구 문명의 다양성과 혼재된 종교의 자취를 찾는 일이 더욱 손쉽다. 인도의 대표적 기업들이 본사를 둔 것은 물론 GNP의 38%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 만으로도 대도시 뭄바이의 위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뭄바이는 콜라바(Colaba), 마힘(Mahim), 파렐(Parel) 등 일곱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항구도시였다.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도시가 오늘날 인도 경제를 주름잡는 대도시로 성장한 데는 식민지 지배의 영향이 컸다. 배가 물자를 나르는 유일한 장기 운송수단이었던 시절, 뭄바이는 인도로 향하는 첫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뭄바이는 무섭게 변화했고, 지배계층의 입맛에 맞게 요리되었으며 더불어 자신의 개성을 일찌감치 포기하며 세계화되어 갔다. 바다와 인접한 서해안도로는 완만한 능선을 그리는데, 센트럴역이 자리한 북쪽 지역이 서민들의 삶을 대변한다면, 남쪽 포트 지구 일대는 뭄바이의 신흥 부촌이 자리한다. 

과거 상업도시로서 최고의 부흥을 누렸지만, 모든 사람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카스트라는 계급의 격차뿐 아니라 끊임없는 종교 간의 갈등은 부의 편중과 자본의 극단적 흐름을 통해 절대 빈곤층을 낳았다. 오늘날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을 제하고는 여전히 삶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다수의 인도인들이 자리한다. 하지만, 누구도 가난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내는 것, 그렇게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는 것이 결국 보다 나은 인격으로 환생한다고 그들의 종교는 가르치고 있는 까닭이다.


늘씬하게 굽어진 마린 드라이브. 인도 경제를 책임지는 대도시다운 모습이다

포트 지구·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인도 상업 도시의 한 단면

뭄바이에 도착한 첫날, 대도시의 화려한 모습에 어리둥절한 이들이라면 포트 지구 남쪽에서부터 여정을 시작하자. 우리의 부산이나 포항에 견줄 만한 이 지역에선 뭄바이의 현재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만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유럽의 대도시를 거닐 듯 이국적인 정취가 밀려온다. 인도 영화배우의 대부분이 뭄바이에 산다는 것도 첨단 도시의 성격을 말해 주는 예이다.

눈앞을 스치는 모든 사람들은 놀랍고 신기하다. 사리를 착용한 여인들의 손에는 아이팟이 들려있고,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성들은 해변의 조깅을 즐긴다. 길 건너 일렬로 늘어선 고딕 양식풍의 건물, 에어컨이 구비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과 ‘베스킨라빈스’ 같은 외국 프렌차이즈들은 익숙한 오브제로 거리를 구현한다. 포트 지구에서는 굳이 ‘인도다운 것’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기보다는 그들의 문명이 서구 자본과 어떤 식으로 융화되어 왔는지를 가늠하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멀리 지평선 너머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친 발을 쉬어가는 것도 낭만적인 여행의 기술이 된다. 여름철 부는 시원한 바닷바람은 낮 동안 달궈진 체온을 달래준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늘어선 아름다운 야경으로 유명한 ‘마린 드라이브(Marine Drive)’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인데, 별다른 유흥 문화가 없는 이들에게 항구의 밤은 로맨틱한 서정을 선물한다.

과거 인도로 향하는 첫 관문이던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Gateway of India)’역시 밤에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이는 포트 지구 서쪽 아폴로 부둣가(Apollo Bunder)에 위치한 뭄바이의 실질적인 랜드마크. 조지 5세 왕과 메리 여왕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1924년 완공된 개선문으로 파리의 그것처럼 위엄어린 풍채로 여행자를 반긴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에도 묘사되었듯 당시 사람들은 인도 여행에 있어 뭄바이 항을 출입국의 관문으로 삼았다. 그 위상을 뒷받침하는 데는 뒤편으로 자리한 ‘타즈 호텔(Taj Mahal Hotel)’의 역할이 크다. 전형적인 인도-사라세닉 건축양식으로 돔 지붕과 네모 반듯한 체구가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그 뼈대는 서구 디자인을 표방한, 이를테면 동서양의 건축기법이 혼재된 양식이라 볼 수 있다. 루이비통, 몽블랑, 펜디 등 타즈 호텔 주변으로 형성된 명품 블록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타즈 호텔이 인도 제일의 특급 호텔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1 아침 일찍 출근 중인 뭄바이 사람들. 인도다운 모습이라고는 그들의 전통 의상뿐이다 2아폴로 부둣가에 물드는 아스라한 노을

뭄바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앰버서더 호텔

포트 지구 남쪽에 자리한 앰버서더 호텔(Ambassador Hotel)은 객실에서 멀리 인도양까지 내다볼 수 있는 최적의 전망을 자랑한다. 특히 최상위층에 자리한 중식당은 70분간 360도 회전하며 뭄바이 시내 전역을 한눈에 담아낸다. 깨끗한 객실 또한 ‘급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인도 호텔의 선입견을 깨기 충분하다.
주소 V.N.Rd, Churchgate, Mumbai  문의 2204-1131
www.ambassadorindia.com

크로포드 마켓·도비가트 가까이서 들여다본 인도인의 삶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시장만큼 최적의 공간은 없다. 게다가 대형 자본에 잠식당하지 않은, 서민들의 땀방울로 구축된 ‘재래시장’이라면 여행은 보다 흥미로워진다.  

1800년 형성된 ‘크로포드 마켓(Crawford Market)’은 인도 최대의 재래시장. 이곳을 통해 인도 각지로 생필품 등이 전해진다. 인도정부가 유통시장 개방을 꾀하며 대형마트의 생성을 부추기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도에서는 크로포드 마켓 같은 재래시장이 주를 이룬다. 인도 전역에 1억8,000만개가 넘을 정도라 하니 그들에게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터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크로포드 마켓은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 모형의 공장들이 나란히 밀집된 형태를 취한다. 내부는 다시 작은 골목길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저마다 야채와 과일 등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장사진을 이룬다. 보통 포도는 40~60루피, 바나나는 20~40루피 정도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남성 상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자칫 여자 홀로 방문할 경우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이드를 자처하며 집요하게 따라 붙는 현지인들로 인해 시장 구경은 다소 피곤해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카메라를 움켜쥔 두 손과 경직된 얼굴, 묵묵부답으로 응대하던 눈으로부터 마음의 경계를 풀면 점차 현지인들의 삶에 젖어들며 실감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크로포드 마켓에서 나와 20여 분쯤 걸었을까. 횡단보도는 물론 보행자도로 할 것 없이 무법천지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차선도 제각각, 중앙선을 넘는 일은 부지기수인 이 도시에서 보행자는 오로지 재빠른 눈썰미로 자신의 길을 건사해야만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좌우를 훑는 순발력이 생기고, 우리와 반대축인 차선쯤은 금세 익숙해진다. 뭄바이 C.S.T역(Chatrapathi Shivaji Terminus)으로 가는 길, 우연히 만난 거리의 이발사가 한 손님의 머리를 말끔히 다듬고 있다. 단돈 3달러에 말쑥한 외모로 거듭난 청년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만족스러운 빗질 중이었다. 제아무리 발 빠른 서구화도 인도 남성들의 헤어스타일은 비켜 갔던지, 대도시의 유행 트렌드라 하기에는 옛 청년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순박한 모습이다.

시장과 함께 현지인들의 생활상이 잘 드러나는 또 다른 곳이 ‘역(Station)’이다. 물류 운송의 수단이 배였다면 사람을 운반하는 데에는 기차만한 것이 없다. 상업도시이자 교통의 중심지, 서인도의 허브와 같은 뭄바이에는 센트럴역, 처치 게이트, 뭄바이 C.S.T 등 다양한 역이 자리한다. 그 가운데,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뭄바이 C.S.T는 그 규모나 양식 면에서 인도 최고를 자랑한다. 계단 위에 올라 플랫폼을 내다보자면 거친 마찰음을 동반한 기차들이 머물다 떠나기를 반복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차에 위태롭게 매달리며 들어서는 모습은 흡사 우리나라 해방 직후의 풍경처럼 아련한 향수를 준다.  

이 밖에도 인도 최대 규모의 빨래터 ‘도비가트(Dhobi Ghat)’에선 현지인들의 세탁문화를 엿볼 수 있다. 매일 5,000여 명의 인파가 각기 다른 구역에 자리를 잡고, 주로 이불보나 커튼 등 큼지막한 세탁물들을 해치운다. 구정물의 악취와 표백제 향의 아이러니한 대조 속에 서민들의 방망이질은 멈출 줄 모른다. 보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싶다 해 섣불리 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빨래터의 일꾼들은 상당히 거칠어 자신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거나 여행객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심한 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 크로포드 마켓의 분주한 아침. 손님보다 상인들이 훨씬 많은 시장에서는 늘 흥정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2, 3 뭄바이 C.ST역.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 주요 건물들에서 고딕양식을 접할 수 있다  4 도비가트의 방대한 규모를 프레임 안에 담기란 힘들다 

간디의 집에 초대되다 마니 바반
인도를 여행하면서, 더군다나 뭄바이에 와서 간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식민지로 서구화된 뭄바이는 인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현재 뭄바이에는 1917년부터 1934년 사이에 그가 독립운동을 지도했던 장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니 바반(Mani Bhavan)’은 마하트마 간디가 머무를 당시 살았던 자택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1층은 간디의 저서와 그의 사상에 관한 책을 모은 도서관, 2층은 그가 사용했던 방이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서 반드시 봐야 할 공간은 3층으로 ‘비폭력, 비협조’를 주장하며 인도 독립에 큰 힘이 된 지도자로서의 일대기가 인형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주소 19. Laburnum Rd  오픈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입장료 무료

Let’s Enjoy Teatime~!

품질 높은 차 재배 생산지인 인도.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로컬 식당에서부터 상류층이 즐겨 찾는 카페까지. 인도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 뭄바이의 추천 스팟.

마살라 차이 처치역 뒤편에 자리한 ‘티 센터(Tea Centre)’에서는 수십 종의 인도 전통차를 입맛대로 골라 마실 수 있다. 보다 현지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마살라 차이(Masala Chai)를 권한다. 차이는 우유와 설탕을 넣고 찻잎을 끓여 만든 인도의 전통 차, 그 맛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향신료의 일종인 ‘마살라’를 첨가한 것. 생강과 비슷한 칼칼한 향이 목 안을 시원하게 틔워 준다. 에스프레소처럼 작은 토기 잔에 담아 마시는 맛이 일품. 1잔에 40루피. Resham Bhavan 78, Veer Nariman Rd/ 022-2281-9142

라씨(Lassi)는 걸쭉한 요구르트에 물, 소금 등을 섞어 마시는 인도의 전통 음료. 냉장고에 넣어 두거나 얼음과 함께 갈아 시원하게 마신다. 날씨가 더운 인도에서는 일상적인 음료로, 여기에 레몬·망고·코코넛 등 과일즙으로 다양한 맛을 연출한다. 차이와 함께 길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 현지 식당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으며 가격은 6~10루피. 일반 식당의 경우 20루피 정도.

 엘레판타 섬 잠자던 힌두교를 깨우다

흔히 힌두교하면 소를 숭상하는 후진국의 종교쯤으로 대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지를 깨닫게 된다.

뭄바이에서 배로 50여 분, 인도 문명을 이끈 힌두교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 하나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엘레판타 섬(Elephanta Island)’은 450~750년에 걸쳐 조성된 석굴 사원. 매일 오후 2시30분까지 아폴로 부둣가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배편이 운영된다. 낡은 갑판에 앉으면 덜덜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배는 물살을 가르며 출항한다.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도, 타즈 호텔도 점점이 멀어져 가면, 과거로의 긴긴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기실 섬의 본명은 ‘가라푸리(Gharapuri)’였다. 1534년 포르투갈 군인들이 상륙한 뒤 바뀐 지금의 이름은 얼마나 서구적인가. 그들은 섬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총탄으로 파괴하는 야만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섬에 모셔진 신들의 동상이 하나 같이 처참하게 파괴된 이유는 침략자의 무책임한 문화침탈에 있다.  

배가 섬에 닻을 내리면, 다시 육로를 통해 힌두교의 정신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타는 듯한 햇볕 아래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양 갈래로 다닥다닥 늘어선 노점상이 반긴다. 사원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마음은 천지차이. 사원에서 힌두교의 감동을 입고 내려오는 길, 마음은 싸구려 시바의 동상에서도 영엄함을 느낀다.

사원 내부는 섬세한 조각들로 가득하다. 거대한 암석을 고스란히 깎아 완성한 석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원형이며 우주다. 각 벽마다 조각된 힌두교의 다양한 인격신들은 부조라고 보기에는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 입체적이다. 힌두교의 삼신(三神), 창조의 신 ‘브라흐마’와 유지의 신 ‘비쉬누’, 그리고 파괴의 신 ‘시바’ 등이 늠름한 모습으로 자리한다.


1 코끼리 얼굴을 한 시바의 아들 가네슈. 부의 신으로 인도 상점 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 포르투칼 병사들에 의해 무참히 훼손된 유적  3 엘레판타 섬의 선착장

mini interview 지적인 가이드  톰비Tombi

고백하건데, 기자는 가이드의 비중이 여행지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왔다. 그들은 때론 차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원치 않는 설명을 늘어놓았고, 언제나 같은 말만 뱉어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뭄바이에서 만난 톰비(Tombi)씨를 통해 그  선입견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여행사 소속의 뭄바이 지역 담당 가이드. 총 3일 동안 늘 단정한 셔츠와 열정적인 설명으로 인도의 실제를 보여주는 데 열심이었다. 

그가 가이드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건, 엘레판타 섬에서였다. 힌두교에 1억개가 넘는 신이 존재한다면, 톰비에게는‘깨달음의 신’이란 호칭이 어울릴 듯 보였다. 잠시 목을 축이라는 권유에 마지못해 물 한 모금 마신게 고작, 그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듯 힌두교의 유래와 정신에 대해 객관적이고 쉬운 문장들로 설명했다. 우리가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관광객들은 점점이 불어갔고 급기야 마지막 신인 ‘요기의 신(King of Yogi)’에 머물렀을 땐 족히 수십 명에 이르는 인파가 그의 추종세력이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버리면 가벼워지고, 그렇게 윤회를 거듭하면서 좀 더 나은 인격체로 발전한다”는 설명 즈음에서는, 내 가슴 속에 ‘쿵’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톰비가 들려준 것은 힌두교를 넘어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절대 이념에 대한 이야기였고, 우리는 그것을 각자의 일상에 대입한 끝에 감동이란 결과물을 얻었다. 

섬에서 돌아오는 길, 톰비는 온 몸의 에너지를 쏟아 붓고는 탈진한 듯 보였다. 그는 어쩌면 시바 신의 또 다른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름지기 가이드란, 여행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바른 정보를 줄 수 있는 현명하고 똑똑한 이들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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