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ie with Music -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를 통해 그리스의 역사를 듣는다
Travie with Music -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를 통해 그리스의 역사를 듣는다
  • 트래비
  • 승인 2008.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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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고 사랑은 우리를 노래하게 만든다.”

이 문장을 적고 왠지 걸어야겠단 충동이 들었다. 동네 개천가를 비교적 가벼운 복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개나리와 벚꽃이 어둠과 조용히 뒤섞인 저녁의 산책로에서 헤드폰을 꺼냈다. 귀에서는 밀바(Milva)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칸초네의 아름다운 여왕 중에 하나인 밀바가 그리스의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곡을 이탈리아어로 노래한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독립을 노래한 ‘나의 ETA’에서부터, 지중해와 에게해 바닷가의 쓸쓸함 위에 망명 시절의 추억이 깃든 ‘해변의 집’, 조수미가 불러 친숙하고, 신경숙이 소설의 제목으로도 차용했던 ‘기차는 8시에 떠나고’가 그녀만의 풍부하면서도 차분한 음색과 시적 운율로 마음에 밀려왔다. 요즘 시대의 감성에서는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사운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테오도라키스의 곡은 단순한 차원의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역사이자, 민중과 삶에 대한추억, 가장 진실한 형태의 고백이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우리에게 친숙하다면 야그네스 발차와 사비나 야나토우가 부른 ‘기차는 8시에 떠나고’ 외에 영화 음악 작곡가로서의 명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원작에 앤소니 퀸이 주연한 <그리스인 조르바>, 멜리나 메르쿠리의 <페드라>, 이브 몽땅의 <Z> 등에서 우리는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산책로에서 사람들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음악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스 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 <영원과하루>가 떠올랐다. 아마도 미키스 음악이 가진 정서와 테오 영화의 정서가 ‘그리스’라는 공통 분모로 만나고 있기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전자는 그리스의 슬픈 역사를 노래하고, 후자는 그리스의 황폐한 풍경을 보여준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텔레비전 이온 음료 광고나 유명 에어컨 광고에서 나오는, 연예인이 화보 촬영으로 찾아가는 섬과 마을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건 그리스의 일부에 지나지않을지도 모르겠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민주주의가 개화했지만,  서구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한 내전과 쿠데타, 억압과 폭력이 진행된 곳이 바로 그리스이다. 20세기를 견디고 견뎌 왔던 사람들의 땅.

하지만 어두운 그림을 그리려는 건 아니다. 그 어둔 숲을 헤쳐 나간 아름다운 사람들의 존재 때문이다. 칠레 현대사에서 네루다를 뺄 수 없듯이, 독일 현대사에서 브레히트를 뺄 수 없듯이, 우리의 음악 역사에서 윤이상을 뺄 수 없듯이, 그리스의 현대사에서는 테오도라키스를 뺄 수 없다. 이것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항과 고문, 투옥과 망명으로 이어진 그의 삶의 행적은 그를 음악가 이상의 존재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는 이유는 민중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레베티카(Rebetica)’. 그리스의 민중음악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스의 음유시인인 부주키가 노래하는 음악. 테오도라키스는 이 안에 진정한 크레타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민중의 정서가 담겨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레베티카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 속에 진정한 삶이 있다고 믿었다.

그의 무수한 음원중에서 흥미를 끄는 음악 하나를 소개하면(한국에서도 2005년 발매, 알레스 뮤직),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테오도라키스가 오라토리오로 탄생시킨 앨범이다. <모두의노래(Canto General)>. 위대한 시가 노래의 날개를 달고 또 다시 인류 위에 비상했다. 네루다 탄생100주년이었던 2004년도에는 팔십이 된 작곡가가 직접 지휘를 했다고 한다. 20세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아름다운 인간이 침묵을 깨고 사람들 앞으로 걸어나왔다. 음악은 모두의 것이라고 들려주기 위해!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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