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낳은 위대한 땅 노르웨이 ①
자연이 낳은 위대한 땅 노르웨이 ①
  • 트래비
  • 승인 2008.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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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시간은 참으로 부지런히 흘러간다. 그러나 여행 중이라면 또 다르기 마련이다. 느리게 생각하고 천천히 걷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그곳’에 동화될 수 있기 때문. 그곳이 노르웨이라면 다른 여느 여행지보다 더 여유를 두고 대자연의 서사시 피오르를, 그리고 예술가들이 음악과 조각으로 전하는 인생의 메시지를 찬찬히 음미해 봄이 어떠할지. 
  
취재협조  스칸디나비아관광청 02-777-5943 www.stb-asia.comBergen






천사의 도시에 발을 딛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베르겐행 비행기에서 창쪽 자리는 내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슬로공항에서 50분 남짓 날았을까. 비행기 차창 밖으로 바다와 땅이 미로처럼 얽혀 가기시작했다. 피오르(Fjord)다! 학창시절 시험 답안으로나 만났던 피오르를 갑작스레, 그것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기분은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그 감동이 식기도 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만나는 대서양에서 불어드는 청량한 바람은 또 어떤가. 여행은 시작부터 감이 좋았다. 

베르겐의 대표 산 플뢰위엔
플뢰위엔산(Mt. Floyen)은 베르겐 동쪽 320m에 위치한 산으로 정상까지 등산열차(Funicular)가 운행된다. 어시장의 동북쪽 방향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등산열차 승차장이 있다. 등산 최대 경사 26도의 사면을 10분쯤 걸려 전망대에 오르면, 베르겐 시내는 물론, 항구와 협만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강력 추천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구름 속의 산책만 가능하니 참고할 것. 여름 시즌(5~8월)에는 밤 12시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왕복 요금은 70kr. www.floibanen.no


1, 2 노르웨이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브리겐 거리는 베르겐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의 배경이 되고 있다

7개산에 오롯이 둘러싸인 풍광

연중 275일 비가 온다는 베르겐 날씨는 기우에 불과했다. 바다 빛과 같은 푸른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까지는 약 20km.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 되는 투명한 물빛 속으로 알록달록 산 중턱의 집들이 투영되고 있다. ‘산, 언덕’이라는 의미처럼 베르겐은 7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어느 건물 하나 산으로 보듬어지지 않은 곳이 없다. 오죽하면 ‘천사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베르겐 여행의 ‘Must Go’는 노르웨이 엽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브리겐(Bryggen)’ 거리다. 항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면한 브리겐은 3~5층 목조건물들이 삼각형 모양의 뾰족 지붕을 얹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예술적인 건축기법을 인정받아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예전 브리겐은 베르겐과 유럽 도시들을 오가던 무역선과 어선이 정박하던 곳이었다. 18세기 초 화재로 잿더미가 됐지만 재건돼, 옛 건물들은  기념품 숍, 레스토랑, 화가들의 작업장으로 바뀌어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mini interview  비지트베르겐 마케팅 매니저 

토비 산데르 토마센
 Tobby Sander Tomassen

“베르겐 일정 여유롭게 짜세요.” 
베르겐의 명물은 브리겐, 플뢰위엔산에서 내려다본 전경, 어시장, 그리그 생가 등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관광지뿐 아니라 젊은 여행객들은 백화점 거리에서 쇼핑을 하거나 나이트클럽, 카페에서 여유롭게 즐겨 볼 것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짧게 계획을 하고 베르겐에 들렀다가 아쉬움을 안고 떠난다. 베르겐은 여유를 갖고 넉넉하게 짜기를 바란다.
특히 베르겐카드 하나면 매력적인 도시 베르겐을 여행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교통비와 주차비가 무료이며, 대부분의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한자 박물관은 제외). 또 레스토랑과 호텔, 수영장 등 각종 시설 이용시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관광정보센터와 주요 호텔, 베르겐역의 매표소 등지에서 판매한다. 성인 1일권 170kr. 성인 2일권 250kr. www.visitBergen.com

베르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베르겐뿐 아니라 노르웨이 전역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생선’이다. 평생 먹을 연어와 생선을 이번 여행 동안 다 먹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베르겐에 도착한 첫날 저녁, 브리겐의 오래된 건물 안에 자리잡고 있는 레스토랑(Enhjorningen Fish)에 들어섰다. 세계문화유산 안에서의 저녁 식사라니! 실내는 오랜 역사만큼 그림과 소품들이 예스럽고 멋스러웠다. 유명세만큼이나 생선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웨이터가 생선 지도를 가져와서 보여 주며 메뉴의 선택을 도왔다. 

진한 아이리시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끝마치고 어둠이 내린 항구와 백화점이 밀집한 쇼핑거리(Torgallmenningen)를 거닐었다. 베르겐의 밤은 온화했다. 춥지 않은 날씨도 그랬지만 카페와 나이트클럽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편안했다. 산 중턱까지 올라 찬 형형색색의 집들은 이제 별빛처럼 빛났다. 라이브 카페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영화 <슈렉>의 OST에 수록돼 귀에 익숙했던 곡,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할렐루야>였다. 외로운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그리며 부르던 마법 같은 사랑 노래가 베르겐의 낭만을 전하며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I 


1 한 밤의 베르겐 시내 전경  2 낭만적인 라이브 카페  3 브리겐부두의 배 

피시 마켓 그리고 ‘그리그 생가’

브리겐 거리와 함께 베르겐의 명물로 손꼽히는 것이 어시장(Fish market)이다. 새벽 산책에 나서, 광장 내 천막으로 지어진 어시장에 들어섰다. 여행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한산한 모습. 그래도 북유럽을 대표하는 항구도시답게 연어, 새우, 대구, 고래까지 가지각색 해산물이 눈요기를 톡톡히 시켜 줬다.

“안녕하세요!” 이 먼 곳에서도 한 젊은 상인이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또 샘플용 캐비어를 건네며 맛보라 한다. 살짝 입에 대니 생선 비린내는 없고 상쾌한 바다향이 입 안에서 톡톡 터졌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열리는 어시장은 5~8월 여름이면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진풍경을 이룬다고들 했다. 그 풍경을 놓쳐서 아쉽지만 어시장을 전세 낸 듯 둘러보는 재미도 좋았다. 

노르웨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아마도 ‘페르귄트 모음곡’ 등으로 유명한 음악가 에드바르드 그리그가 아닐까.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그리그가 22년간 창작활동을 한 ‘트롤 하우겐’는 베르겐 시내 외곽에 자리했다. 오솔길을 쭉 따라간 트롤 하우겐에서는 그가 악상을 떠올렸을 산책로며, 페르귄트 곡을 썼던 빨간색 작업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묻힌 절벽의 묘까지 그리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 그리그 박물관  2 베르겐의 명물 어시장








빙하의 상처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베르겐을 출발해 피오르를 향했다. 노르웨이어로 내륙에 깊숙이 들어온 만(灣)이란 뜻을 가진 피오르. 피오르는 북유럽, 캐나다 등지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진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노르웨이만한 곳이 없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tway in a nutshell)’ 투어는 크루즈, 빙하, 폭포와 열차로 이어지며 대자연의 서사시를 풀어냈다.

피오르 가는 길, 가슴이 뛰다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피오르다. 노르웨이 지도를 보면 해안선이 놀랄 정도로 복잡하게 내륙을 파고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부의 노르웨이는 해안선이 절단된 듯 경사가 급하다. 

피오르의 역사는 곧 빙하의 역사이기도 하다. 약 100만년 전 생성된 두꺼운 빙하가 1만년 전 녹기 시작하며 그 얼음들이 급격히 바다로 흘러갔다. 이는 곧 바다 양옆으로 깎아지른 듯 절벽을 만들고 미로처럼 복잡한 해안선이 생겨났다. 빙하의 후퇴와 함께 파 내려간 부분은 바닷물이 들어와 현재의 피오르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자연의 서사시가 피오르에서만 쓰였을 리 만무하다. 노르웨이에서라면 산 위에서도, 바다 위에서도, 혹은 자다 깨고 울렌스방호텔 창문을 여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심장을 뛰게 했다. ‘이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자연을 과연 경험해 본 적이 있었는가’ 자문하게 하면서 말이다.

하당에르 피오르로 떠나는 배 가판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빙하시대부터 맴돌았을 청량한 바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크반날(Kvannal)에서 버스까지 싣고 출발한 페리는 킨사르빅(Kinsarvic) 부두에 닿았다. 버스는 피오르 능선을 타고 해안도로를 달린다. 과실수와 꽃들이 어우러진 울렌스방의 목가적 풍광이 피오르의 육중한 몸에 감싸 안겨 있다. 

북유럽 전설 속 트롤

트롤(troll)인형은 참 못났다. 노르웨이의 평화로운 정서와 달리 기념품 가게마다 진열된 트롤은 유난히 긴 코에 이빨이 듬성듬성 난 큰 입을 히쭉이 벌리고 있다. 까치둥지를 연상시키는 헝클어진 갈색 머리칼을 가발처럼 뒤집어쓴
모습도 처량 맞다. 그런데도 노르웨이 전통 옷을 입히고 제각기 다른 표정을 그려낸 노르웨이인들의 소박한 모습을 생각하면 왠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트롤은 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인물이다. 겨울이 길고 밤이 길고 백야가 있고 오로라가 있는 어두컴컴한 북극의 눈 덮인 산야에서 그는 낮에 바위가 돼 어느 산 속이나 개울가에 있다가 밤이 오면 사람으로 변신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극작가인 헨리크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에 등장해 유명해졌는데,  몽상가인 페르귄트가 세계 각지를 방랑하고 고향에 돌아와 아내인 솔베이지의 사랑을 깨달을 때까지를 묘사한 작품으로 여기에서 페르귄트가 주변의 지저분한 것들을 보지 못하도록 그의 눈을 뽑아버린 게 바로 트롤이다.


1 울렌스방호텔은 전경이 아름답다  2 객실 내부  7 예전에 오강을 이용한 객실 번호판

호텔 자체가 또 하나의 역사 ‘울렌스방’

하당에르 피오르에는 1846년에 세워져 160년 이상을 이어온 명문 호텔 ‘울렌스방(Ullensvan Hotel)’이 있다. 유트네 가문이 5대째 이어오고 있는 이 호텔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호텔로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그리그가 곡의 영감을 받았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45만 그루의 과실수에 둘러쌓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울렌스방 호텔은 로비, 객실, 식당 어디에서든 피오르와 빙하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전통과 경관 때문에 여름 사과향이 필 때면 왕족들도 이곳에서 휴식을 즐긴다.

“160여 년 이어온 最古의 가족 호텔” 

세계적인 여행지 노르웨이에는 멋지고 호화로운 호텔이 많다. 그런데도 로프트후스(Loftshus)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자리한 울렌스방호텔(객실 374개)에 전세계 여행객이 찾아드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수려한 풍광 때문만은 아닐 터. 장인정신을 이어온 우트네 사장의 얘기를 들어 봤다.

젊은 시절, 4대째 에드먼드 하리스 우트네(Edmund Harris Utne) 사장은 과수원에서 농부로 일을 했다. 시골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 자식이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해 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아버지의 교육에 따랐던 것이다. 그러나 18세가 되던 해, 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첫째 형은 엔지니어로, 둘째 형은 파일럿이 됐고, 막내 여동생은 보육사가 됐기 때문. 그는 주저 없이 호텔로 돌아왔다. 현재는 아들 한스 에드먼드 하리스 우트네(Hans Edmund Harris Utne) 부부가 운영을 맡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90살, 100살까지 호텔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운영 철학은 의외로 심플했다. “Listen to the guest”. 고객의 말에 귀기울이겠다는 것. 그래서일까. 호텔을 찾은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들 가족과 친구가 되곤 한다. 스코틀랜드에서 45년째 찾아오는 부부부터, 잉글랜드와 덴마크에서도 10여 년째 호텔을 찾는 단골손님들도 있다. 

이 정도 명성이면 분명 세계적인 체인호텔의 유혹도 있었을 법했다. 그러나 우트네 사장은 “왕족들이 입던 전통의상마저도 이 지역의 것일 정도로 오랜 전통과 자부심으로 지켜 온 곳이다. 체인 호텔이 되면 서비스 규격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며 “울렌스방호텔에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가 스며 있고, 할 수 있는 한 그 문화를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우트네 가족은 누구든 고객이 오면 손수 나와 따뜻하게 맞는다. 집에 손님이 오면 가족 중 누군가가 나가서 인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 아름다운 하당에르 피오르를 품고 오롯이 자리한 가족호텔, 울렌스방에서의 휴식은 노르웨이 여행을 보다 특별하게 해줬다. 

1 4대째 에드먼드 하리스 우트네 사장 2 울렌스방호텔 가족사진, 왼쪽부터 에드먼드 우트네 부부, 에드먼드 사장의 어머니, 한스 우트네 부부

서양식 젓갈도 맛있다!
울렌스방 다이닝룸에서는 노르웨이 ‘젓갈’들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어패류로 담은 서양식 젓갈은 한국인의 입맛도 사로잡는다고 한다. 청어를 새콤한 초 양념으로 절인 젓갈은 이미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라고. 특히 요리에 쓰이는 물을 비롯해 호텔의 식수는 산 위에 있는 작은 호수에서 급수하기 때문에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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