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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건축가 오영욱- 꿈꾸는 소년의 감성충전 여행 스케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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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무실에는 여행과 건축에 관한 서적이 책장 양면을 꽉 메우고 있다
 

여행작가·건축가 오영욱
꿈꾸는 소년의 감성충전 여행 스케치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의 최근작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는 이렇게 여행자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멋스러운 부제로 시작한다. 유럽, 남미, 아시아를 넘나들며 특유의 유머와 느낌을 담은 일러스트와 글을 묶어서 펴낸 책이 어느덧 세 권째. 내킬 때 훌쩍 길을 떠나고, 현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쏙쏙 주변 풍경을 스케치하는 그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사람들은 ‘여행 대리만족’이라는 헤어나기 힘든 중독에 빠져들게 된다. 

글  오경연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엄지민

<드래곤 볼>을 읽으면서 그림을 배우고, 고우영의 <삼국지>를 통해 스토리라인을 공부하던 소년은 어느덧 ‘오기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여행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훌쩍 성장했다. 온라인상에서 ‘오기사’라는 닉네임으로 꾸준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오영욱. 거의 매일 업데이트되는 그의 블로그는 깔끔하게 정돈된 그림일기를 연상케 한다. 검정색 펜선으로 묘사된 그의 세계는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자칫 보면 심심하기까지 하다. 
본인의 표현을 따르자면 ‘내성적’이고 ‘소심’한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캐릭터 일러스트는 한없이 단순하다가도, 세밀화에 가까운 정밀한 그림에 이르면 놀랄 만큼의 디테일을 발휘한다. ‘카페에 앉아 두 시간 동안 멍하니 있기’, ‘간만에 술 먹고 죽었다. 간아… 미안해’ 등등 그림 밑에 툭툭 던져진 그만의 생활패턴과 유머가 녹아 있는 덧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킥킥대며 ‘오영욱의 세계’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비행기, 커피 그리고 사랑의 상관관계

기자가 맨 처음 물어 보리라 벼르고 있던 ‘비행기, 커피 그리고 사랑’의 의미에 대해 그는 단순히 ‘자신의 여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책의 부제로 선택했다고 했다. “비행기는 여행을 떠나기 전 출국 게이트 앞에서 늘 바라보는 거고, 커피는 그림을 그리는 장소의 80% 이상이 카페였으니까…. 사랑은, 여행 중에 어디서나 불쑥 마주칠 수 있는 숨은 페이지와도 같잖아요.” 여행을 떠나면 꼭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에 들러 맥주를 한잔 한다거나 준비물로 스케치북, 디카를 빼먹지 않는다는 그의 습성은 어찌 보면 감성적인 그의 여행기를 위해 안배된 ‘웰메이드 습관’처럼 비추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전재산을 몽땅 털리고서도 흔들리지 않고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타고난’ 여행자로서의 감성이 강하게 작용해서였으리라.





여행하고 싶은 도시 vs 살고 싶은 도시

스쳐 지나간 여행지만도 수십개국을 헤아리는 그. 짐을 꾸릴 때마다 리스트 상위를 차지하는 여행지는 신구(新舊)의 조화가 반반을 이룬단다. “예전에 가보지 않았던 곳을 새롭게 개척하고 싶은 마음 절반, 이미 가 본 경험이 있지만 또 보고 싶은 지역을 가고픈 마음이 절반이죠. 파리, 뉴욕, 베네치아, 라스베이거스는 여러 차례 갔었지만 여전히 가고 싶은 여행지에요.” 당장은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라도 한번쯤은 살고 싶은 도시를 꼽자면 일본 도쿄·삿포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페루 쿠스코 등이다. 하지만 언제나 오영욱의 마음을 붙잡는 최고의 삶의 터전은 단연 서울이다. “한강, 청계천 등 다양한 소스를 가진 서울은 건축학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도시에요.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녀 보니 오히려 몰랐던 서울의 숨은 매력이 눈에 더 잘 들어오더라구요.” 그는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서울에서의 생활을 마치 ‘여행하듯’ 관조하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여행광’ 오기사의 서울 스케치

“첫 번째 책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는 ‘떠나는 시점’이었죠. 막 여행을 시작하던 당시의…. 이어지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는 ‘떠남’ 그 자체는 물론 현지에서의 ‘머무름’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구요. 가장 최근에 쓴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는 여러 대륙을 넘나드는 여행 자체를 풀어내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보면 ‘돌아오는 시점’의 이야기에요.” 세 권의 책에 대한 단상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오영욱은 마치 질문을 예상하기라도 한 양 일목요연하게 대답을 풀어 놓았다. 햇수로 3년, 스페인에서의 짧지 않은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그의 모습은 여느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이다. 

가로수길에 그의 이름을 내건 건축·인테리어사무소를 오픈했으며, 최근에는 한 대학교에서 건축학 강의도 시작했다. “새로 시작한 일이 바빠져서, 당분간은 길게 여행을 갈 짬도 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젠 정말 ‘오기사’로 생활해야 할 것 같죠?” 하지만 제 버릇 남 줄까, 인터뷰 며칠 전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푸껫으로 훌쩍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간 거지만, 사실은 그냥 휴가차 떠났던 거예요. 카페에서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스케치하고, 쨍쨍한 햇살 아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고…. 너무 좋았어요”라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다음 여행기를 기대하게 된다.


오영욱의 추천, 스페인 여행지 Best 3
01_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몇년 새 관광지로 급격히 떠오르며 복잡해지긴 했지만, 도시 자체의 매력이 숨쉬듯 살아있는 멋진 여행지.
02_바르셀로나 2,000여 년을 헤아리는 ‘묵은’ 역사에 반한 곳이다. 바르셀로나 인근의 작은 소도시들을 차를 타고 순례했는데, 피레네 산맥쪽 작은 마을에서는 풍경과 분위기에 반해 잠시 살기도 했다.
03_라 만차 <돈키호테>의 무대로 곳곳에서 풍차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또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귀향>의 촬영지로, 스페인다운 감성을 듬뿍 맛볼 수 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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