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2008 여름휴가특집
미리 준비하는 2008 여름휴가 上
“여름아, 내가 간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대낮 더위가 강타하던 그때쯤부터던가 여름휴가상품을 찾아 인터넷을 서핑하는 클릭질도 도를 넘고 있다. 하지만 콕 찍어 두었던 바로 그 ‘적당하고 착한’ 상품은 ‘아직 멀었거니’ 하고 며칠 어영부영 하는 사이 ‘마감’되어 버리고 이거 이러다가 제대로 알찬 여름휴가 즐기기는 물 건너가 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워진다. 그렇다면? 트래비가 미리미리 준비하고 알차게 휴가 가시라고 올 여름 ‘뜨거운’ 휴가여행지를 국내편, 해외편으로 나누어 알려 드린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여름에 만나는 8도 강산 살뜰한 여행지
집 밖을 나서기만 해도 여행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가까운 어딘가를 다녀올 때도 여행하는 마음만 간직한다면 그것이 여행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집 앞 공원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너무나 반갑다. 밤바람이 제법 따뜻한 기운을 품었다. 며칠 맑은 날이 지나고, 몇 차례 비가 퍼붓고 나면 여름은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 여름이 오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여행이 더욱 그리울 듯하다. 저 멀리의 바닷바람과 골바람이.
경기도
가깝고 아름다운 인천 무의도
무의도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 할 만한 곳이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생겨 지금은 섬 아닌 섬이 된 용유도 잠진 선착장에서 뱃길로 10분만 달리면 무의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아 무의도(舞衣島)라 이름 지어진 이곳은 실제 대무의도, 소무의도를 비롯해 실미도 등 크고 작은 섬으로 나뉘어져 있다. 무의도를 찾는 대부분의 이들이 향하는 곳은 대무의도의 하나개 해수욕장, 호룡곡산과 대무의도와 실미도 사이에 자리한 실미 해수욕장 정도. 피서지로 무의도를 선택했다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장소를 정하는 게 좋다.
서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바다를 지닌 하나개 해수욕장은 무의도를 대표하는 곳이다. 바다를 따라 고운 모래의 백사장이 형성돼 있으며,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에 따라 갯벌을 드러내기도 한다. 갯벌에는 망둥어를 비롯한 온갖 바다 생물이 살아간다. 백사장을 둘러 줄줄이 자리한 방갈로는 여름이면 젊은이들의 아지트가 된다. 여름에 반짝 형성되는 편의시설은 놀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해수욕장 끝에 자리한 고급 펜션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편. 일정 금액을 내면 해변 야영도 가능하다.
선착장과 가까운 실미 해수욕장은 하나개 해수욕장에 비해 고즈넉한 편이다. 썰물 때에도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담수 풀장과 오토캠핑장 등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 제격이다. 영화 <실미도>의 배경이 되기도 한 실미도는 썰물 때 하루 두 번 무의도와 연결된다.
주변 볼거리 을왕리 해수욕장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해 30분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자리한 을왕리는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 제격인 해수욕장이다. 공항버스 등 대중교통도 편리한 편이라 차가 없어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편리한 접근성에 더해 해수욕을 즐길 만한 수심의 바다는 을왕리의 자랑. 간조시 물이 빠지면 갯벌이 되지만 만조 때에는 동해의 바다와 비슷한 깊이를 보인다. 다만 조개껍데기가 섞여 부드럽지 못한 모래사장은 조금 아쉽다.
맛집 바지락 생산이 많은 무의도의 대표 메뉴는 바지락 칼국수. 대부분의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그 밖에 무의도로 들어가는 배가 서는 잠진도 선착장과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에 조개구이를 하는 곳이 많다.
교통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신불IC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용유, 무의 진입로로 들어간다. 이정표를 따라 남측 해안로로 가면 잠진도 선착장. 이곳에 무의도로 가는 배가 있다.
문의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 관리소 032-889-2091
강원도
신나는 체험 여행 삼척 신리 너와마을
삼척 신리. 산간 오지마을의 화전민이 부락을 이뤄 형성된 마을이다. 오지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도로가 좋아진 요즘이지만 신리에는 강원도 두메산골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너와마을이라 불리긴 하지만 실상 신리에는 단 세 채의 너와집만 남아 있다. 하여 몇년 전까지만 해도 너와집 몇 채 보자고 이곳까지 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그 옛날의 너와집은 아니지만 신리의 56가구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너와집을 짓고 너와마을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외지인을 불러 모아서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너와마을의 힘이다. 너와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 너와 쪼개기 체험은 봄, 가을의 프로그램. 그래도 사람들이 몰리는 계절은 여름이다. 피서객은 물론 수련회 등 단체로 오는 이들이 많아 서두르지 않으면 예약조차 하지 못한다.
여름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삼굿구이, 천렵놀이, 맨손 송어잡기 등이 있다. 삼굿구이는 화전민들이 돌무덤을 쌓아 달군 후 흙을 덮어 삼베를 삶던 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놀이다. 지금은 삼베 대신 옥수수나 감자, 계란 등을 넣어 삶아 먹는다. 천렵놀이도 재미있다. 신리 사람들은 예로부터 날을 잡아 천렵놀이를 즐겼다. 일종의 나들이로 한여름의 무더위도 날리고 마을의 화합을 도모하던 행사였다. 그 옛날과 다른 점이라면 천렵해 잡은 물고기를 놓아 준다는 점이다. 강원도 일대를 할퀴고 간 태풍들로 두메산골 오지까지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고 한다. 대신 맨손으로 송어를 잡아 송어 소금구이를 해 먹는다.
주변 볼거리 동활계곡과 덕풍계곡 신리 너와집이 있는 응봉산과 경북 대광천의 물줄기가 가곡면 풍곡교를 거쳐 동해로 흘러 들어가 가곡천을 만들어냈다. 그중 신리삼거리에서 416번 지방도를 따라 풍곡리 풍곡교까지를 흐르는 9km의 물줄기를 동활계곡이라 부르고, 덕풍마을에서 용소골까지 12km 계곡을 덕풍계곡이라 부른다. 계곡 안쪽까지 들어가긴 힘들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따르는 드라이브는 가능하다. 동활계곡은 계곡을 따라 난 9개의 동활교 중 동활2교와 4교 사이의 경관이 뛰어나다. 덕풍계곡은 굽이치는 협곡과 신비를 간직한 맑은 물, 깊디깊은 소가 장관을 이뤄 전국 제일의 트레킹 코스로 알려졌다.
맛집 근덕면 초곡1리의 바우호(033-572-5492)는 그날 잡은 자연산 회만 선보이는 집이다. 직접 배를 운영해 잡은 해산물만 취급하는 탓에 메뉴는 따로 없고, 가격만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광어나 우럭을 주문하는 게 아니라 5만원어치를 주문하는 거다. 횟감은 쥐치, 가자미 등 날마다 다르다. 바우호가 자리한 초곡리는 일명 황영조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다. 황영조 기념관에서 바닷가 마을로 내려가면 항구와 5개의 횟집이 보인다. 바우호는 그중 네 번째 집이다.
교통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해, 삼척을 지나 태백 방면 38번 국도를 이용한다. 도계를 지나 블랙밸리CC 이정표를 따라 직진, 427번 지방도가 나오면 좌회전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감곡을 지나 태백 방면 38번 국도를 탄다. 통리를 지나 427번 지방도를 타면 신리로 갈 수 있다.
문의 신리 너와마을 033-552-5967, 011-377-6748, neowa.invil.org
충청남도
태안의 숨은 바다 태안 백리포 해수욕장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와 이어진 반도(半島)를 이름 그대로 풀이하자면 ‘반은 섬’이다. 육지는 육지로되 육지가 아닌 반도. 태안 역시 ‘반은 섬’인 반도라 해안선을 따라 줄줄이 해수욕장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중에는 몽산포, 연포, 만리포, 천리포 등 유명 해수욕장도 있지만 갈음리, 파도리, 어은돌, 신두리, 학암포처럼 조금은 생소한 해수욕장도 있다. 그렇다면 백리포는 어떤가. 방주골이라는 엄연한 이름이 있음에도 만리포와 천리포의 그늘에 가려져 이름을 버려야만 했던 아담한 해수욕장, 백리포로 떠나 본다.
백리포는 만리포, 천리포와 이어진 해수욕장이다. 실제 규모가 이름과 같진 않지만 그 이름 그대로 만리포에서 천리포, 백리포로 갈수록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 천리포에서 백리포 방면 작은 이정표를 따라 좁은 산길을 달린다. 포장도, 비포장도 아닌 산길은 이내 비포장길로 바뀌며 500m 가량 이어진다. 곧이어 나타나는 작은 백사장. 바다를 향해 좌우로 돌출된 산이 해수욕장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백리포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래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만리포나 천리포처럼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서다. 백리포의 해변에는 세월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민박과 최근에 지어진 두 곳의 펜션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백리포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은 있다. 여러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야말로 백리포 마니아다. 그들은 백리포에는 만리포의 상업화와 천리포의 쓸쓸함이 없어 좋다고 한다. 한여름의 떠들썩한 해변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운이 좋다면 자연 그늘막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해수욕장을 감싼 왼쪽의 산에는 작은 굴 세 개가 자리했다. 굴 아래에 돗자리만 깔면 자연 그늘막 완성. 폭이 좁은 해변이라 몇 걸음이면 바다에 닿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주변 볼거리 팜카밀레 몽산포에서 북쪽으로 길을 이으면 팜카밀레 허브농장(041-672-3116, www.kamille.co.kr)이 보인다. 야외 허브정원과 멋진 나무, 풍차, 펜션,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진 팜카밀레는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하는 곳. 라벤더 등 각종 허브와 야생화가 철 따라 피고 지는 야외 꽃동산에서는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팜카밀레의 포인트는 풍차. 흰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풍차는 농장 한 켠의 언덕 위에 솟아 있다. 풍차에 올라서면 몽산포와 농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꽃과 잎에서 은은한 사과 향이 나는 국화꽃 모양의 캐모마일 가든과 에키나시아, 버가못, 페터민트, 체리세이지, 로즈마리 등 많은 허브들이 어우러져 있는 보태니컬 가든도 좋다.
맛집 태안읍의 토담집(041-674-4561)은 30여 년 전, 게장 백반 집으로 문을 열어 한결 같은 맛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곳이다. 지금은 꽃게장과 우럭젖국을 전문으로 한다. 두 명이 찾으면 꽃게장과 우럭젖국을 1인분씩 주문하면 된다. 우럭젖국은 조금 짠 편이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나와 32번, 77번, 32번 국도를 차례대로 타면 만리포 해수욕장이 나온다. 만리포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천리포에서 백리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충청북도
계곡이 품은 비경 단양 선암계곡과 운선구곡
단양은 물이 많은 고장이다. 호반 관광의 명소 충주호는 그림 같은 130리 뱃길을 따라 옥순봉, 구담봉 등 비경을 펼쳐 놓는다. 충주호의 물길을 따라 길을 이으면 아담한 단양 시내가 나오고, 시내를 감싸 안은 강줄기를 따르면 또 다른 작은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 단양을 찾는다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이들 계곡을 찾을 일이다.
단양의 대표적인 계곡으로는 선암계곡이라 불리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있다. 월악산 국립공원 선암분소에서 4km 떨어진 곳에는 사인암을 끼고 흐르는 계곡이 있다. 사람들은 이를 운선구곡이라 한다.
충주호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장회나루에서 단양 방면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중방리 우화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삼선구곡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5분 정도 달리면 우측에 하선암이 보인다. 큰 집터만한 넓이의 3층으로 된 거대한 바위 위에 바위불암이 놓인 하선암에는 웅장한 기운이 충만하다. 하선암에서 길을 이으면 중선암, 상선암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계곡미가 두드러지는 중선암은 두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쌍룡폭포와 명경대, 옥염대 등 희고 큰 바위가 벽계수와 어울려 시원함을 안겨주는 곳이다. 작고 기묘한 바위가 청류와 어울려 곳곳에 작은 소를 만들어 놓은 상선암은 피서지로 적격이다.
사인암은 푸른 계곡물을 끼고 하늘을 찌를 듯 홀로 우뚝 서 있다. 높이는 70m로 꼭대기에는 노송이 보기 좋게 곁들여 있고, 암벽에는 바둑판처럼 상하좌우로 줄이 있어서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주변 볼거리 온달관광지 온달산성과 온달동굴, 드라마 세트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지닌 온달관광지는 구인사에서 영월 방면으로 5분 거리에 자리했다. 입구 매표소를 지나 만나게 되는 곳은 드라마 세트장. 최근 드라마 <태왕사신기>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세트장을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좌측은 온달동굴, 우측은 온달산성으로 가는 길이다. 온달동굴은 4억5천만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 동굴. 관람하기가 수월하고 경치가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 편이다. 온달산성은 사정이 다르다. 겨우 300m 고지에 자리했지만 산성을 오르는 길이 가팔라 가는 길이 곱으로 힘들다. 대신 온달산성에 오르면 최고라 할 만한 남한강의 경치가 펼쳐진다. 원형이 잘 보존된 산성 또한 볼수록 아름다우니 카메라는 필히 지참할 일이다. 눈에만 담아 오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맛집 단양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 장다리식당(043-423-3960)은 단양 특산품인 마늘을 재료로 한 마늘 솥밥을 선보이는 곳이다. 신단양선착장 뒷골목에 자리한 맛나식당(043-422-3380)은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오소리감투와 매콤하게 볶아 내는 요리로 유명하다.
교통 중앙고속도로 단양IC에서 나와 59번 국도 이용.
문의 단양군 문화관광과 043-420-3541, www.danyang.chungbuk.kr
전라북도
바다와 계곡을 한번에 부안 변산반도
변산 해수욕장과 격포, 모항, 왕포, 곰소를 잇는 외변산에는 투박하고 선명한 흙빛 바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햇빛이 수면을 강타하는 시간이 도래하면 투박한 바다는 반짝반짝 빛을 낸다. 감탄사가 절로 나는 바다다. 그네들에게는 삶이겠지만 갯벌에서 일하는 아낙네의 모습마저도 아름답다. 어촌 마을의 고즈넉함, 낯선 염전의 풍경 등 이방인의 마음을 설레게 할 풍경들이 외변산을 수놓는다.
해수욕을 즐긴다면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변산 해수욕장은 곱고 넓은 백사장이, 격포 해수욕장은 채석강과 함께하는 절경이 좋은 곳이다. 조금은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모항 해수욕장이나 상록 해수욕장을 찾으면 된다.
다음은 내변산이다. 내변산은 크게 변산과 부안호로 나뉘어진다. 변산 등산 코스는 직소폭포-내소사 코스, 가마소-내소사 코스 등 다양하다.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적당한 거리에 자리를 잡자. 직소폭포 등산로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도 녹음 우거진 계곡이 나온다. 여유가 있다면 직소폭포까지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이름 그대로 소를 향해 내리 꽂히는 직소폭포의 물줄기는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푸르른 소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직소폭포 등산로 입구에서 직소폭포까지는 걸어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부안호 드라이브도 괜찮다. 직소폭포 등산로 입구 도로인 736번 지방도를 타고 시골 마을을 끼고 달리다 보면 부안호가 나타난다. 부안호는 1996년, 다목적댐인 부안댐이 생겨나면서 조성된 호수. 비록 인공의 것이지만 푸른 호수와 기암절벽이 어울려 이뤄낸 조화는 자연의 그것보다 아름답다.
주변 볼거리 내소사 능가산 기슭에 자리잡은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 혜구두타가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이다.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이곳에 시주를 한 이후에 내소사라 이름했다고 한다.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면 유명한 전나무 숲의 행진이 시작된다. 울울창창 하늘을 향해 뻗은 전나무는 사계절 푸르른 위용을 드러낸다. 전나무 숲을 지나면 단풍 터널이 나타난다. 가을, 오색 찬란한 빛으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경내에는 나무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대웅보전이 자리했다. 갈라지고 터진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이 건물은 연꽃무늬 문 격살이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맛집 곰소에 자리한 곰소쉼터휴게소(063-584-8007, www.gomso.co.kr)의 젓갈정식이 맛있다. 어리굴젓, 아가미젓, 갈치젓 등 9가지의 젓갈을 10가지가 넘는 반찬과 된장찌개와 함께 깔끔하게 낸다. 계화회관(063-584-3075)은 백합요리로 소문난 집이다. 백합죽에서 탕, 구이, 회, 찜까지 백합조개와 관련된 요리는 다 있다.
교통 채석강과 내소사 등 변산 일대 대부분의 관광지는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를 이용하는 게 빠르다. 부안과 가까운 변산 해수욕장은 부안IC를 이용한다.
문의 부안군 문화관광과 063-580-4224, www.buan.go.kr
전라남도
섬의 향기 가득한 여수 돌산도
여수는 섬과 같은 육지다. 여수 어디에서나 시원한 섬 바람이 불어와 간혹 어느 섬에 놓인 듯한 착각이 든다. 여수가 품은 가까운 섬, 돌산도만 가더라도 육지와는 다른 섬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여수 남산동과 돌산읍 우두리 사이에 놓인 돌산대교를 건넌다. 향일암과 방죽포 해수욕장 등 돌산도라는 섬이 품은 수많은 관광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다. 육지와 섬을 잇는 커다란 사명을 띠고 태어난 돌산대교는 화려한 조명을 켜는 밤,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밤에 전망대를 찾으면 수많은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알게 된다.
섬의 시작점이 되는 돌산대교를 건너 섬의 끝까지 차를 몬다. 돌산도의 끝에는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이 자리했다. 향일암은 양양 낙산사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와 더불어 이 땅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다. 644년 신라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한 것을 1715년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고쳐 불렀다. 절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절벽 위에 자리했다. 언제나 시원스런 바닷바람이 불어와 기분을 좋게 한다. 향일암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도 유명하다.
방죽포 해수욕장은 섬 중간에 자리했다. 모래사장은 길이 300m, 폭 70m로 형성돼 있다. 하얀 모래사장도 좋지만 방죽포 해수욕장의 자랑은 2백여 년 수령의 송림이다. 울창한 송림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송림 아래에서 야영도 가능해 피서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그 밖에 알찬 볼거리를 지니고 있는 해양수산과학관(061-644-4136)도 가볼 만하다. 내부에는 수족관과 체험학습장, 3D 입체영상관 등이 자리했다. 이곳 해양수산과학관은 다른 곳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주변 볼거리 오동도 긴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된 여수의 또 다른 섬이다. 걸어서 충분히 돌아볼 만한 작은 섬은 멀리서 봤을 때 오동잎과 닮았고, 옛날 오동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오동도라 불린다고 한다. 오동도는 걸어서 혹은 동백열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섬에서는 봄이면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와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검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
맛집 돌산도 입구 평사리의 계동포구에 자리한 정현횟집(061-644-8213)은 직접 잡은 자연산 회를 판매하는 곳이다. 대개 그날 잡은 잡어를 세꼬시로 선보이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그 밖에 돌산도의 식당들은 향일암 아래에 모여 있는 편이다. 모든 식당에서 돌산도의 명물인 갓김치를 밑반찬으로 제공한다.
문의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061-690-2036, yeosu.go.kr
경상북도
이열치열 트레킹 울릉도
아름다운 섬 울릉도를 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12~13인승 미니버스나 사륜구동 택시를 이용해 해안도로와 나리분지를 둘러보는 코스를 택한다. 하지만 이외에도 섬을 알뜰하게 둘러보는 방법은 상당히 많다. 울릉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1박2일 일정의 일주 트레킹 코스는 그중에서 으뜸. 이외에도 독도전망대 코스, 내수전 일출전망대 코스, 대풍감 코스, 도동-행남 등대-저동 해안 코스 등 한나절이나 반나절 정도의 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많다.
독도전망대 코스는 도동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닿는 케이블카 입구에서 시작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서면 도동항과 울릉팔경의 하나인 오징어잡이 배를 감상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독도까지 바라보인다. 전망대는 독도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케이블카 입구에는 독도 박물관, 약수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동백나무와 마가목 등이 터널을 이룬다. 전망대까지 목재 계단을 통해 해발 440여 미터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넓게 뻗은 수평선과 관음도, 섬목, 죽도, 북저바위, 저동항, 행남 등대 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울릉도 서북쪽 태하리에 자리한 대풍감은 옛날 돛단배가 드나들던 곳으로, 바람을 기다리며 구멍을 뚫어 배를 매어뒀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 절벽은 천연기념물 49호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안절벽 풍광은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사성신당에서 시작하는 트레킹은 30~40분 코스다.
도동-행남 등대-저동 해안 코스는 매우 아름다운 해안 길의 하나로 손꼽힌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다듬어 놓은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코앞에서 새삼 발견할 수 있어서다.
주변 볼거리 독도 울릉도까지 방문해 아름다운 우리 섬 독도를 뺀다는 건 아쉽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대아고속과 독도해운의 여객선이 1일 2회 운항한다. 출발시간은 대체로 오후 1시와 2시지만 기상과 계절에 따라 출항 여부를 가리게 되니 꼭 문의를 해야 한다. 요금은 성인 1등석일 경우 편도 3만7,500원이다. 독도 관광에 필요한 시간은 총 3시간30분 가량이다.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독도해운 054-791-8111~2
맛집 울릉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홍합밥을 비롯해 약소불고기,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등 수두룩하다. 그중 홍합밥은 울릉도를 방문했다면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다. 청정해역에서 나는 자연산 홍합을 잘게 썰어 밥을 지은 뒤 양념장을 넣고 썩썩 비벼 울릉미역취, 고비나물, 삼나물, 명이나물, 땅두릅 등을 얹어 먹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도동항의 많은 식당에서 홍합밥을 하지만 가장 유명한 식당은 보배식당(054-791-2683)이다. 점심에는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할 정도도 손님들로 붐빈다.
교통 동해시 묵호여객터미널, 포항시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를 운항한다. 출발시간은 대체로 육지에서 오전 10시, 울릉도에서 오후 2시와 3시. 계절별, 요일별 변동이 있으니 출발 전에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요금은 우등석, 1등석으로 나눠지며 성인 1등석일 경우 편도 5만4,500원이다. 소요시간은 포항에서 3시간, 묵호에서 2시간30분 정도. 대아여객 02-514-6766, www.daea.com
경상남도
여름이 더욱 시원한 밀양 얼음골
밀양아리랑의 고장 밀양이 가까워졌다. 서울에서 밀양까지 KTX로 2시간20분. 이제는 더 이상 경남의 변방이 아니다. 얼음골을 비롯해 영남루, 표충사, 재악산 사자평, 사명대사 유적지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볼거리는 밀양을 더욱 매력적인 여행지로 만든다.
얼음골. 삼복 더위에 얼음이 얼고 처서가 지날 무렵부터 얼음이 녹는다는 신비로운 곳이다. 가을이 되면 녹기 시작한 얼음은 겨울이면 더운 김으로 변한다. 이러한 기운을 받은 계곡의 시원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얼음골 계곡 물에 발을 담근다. 30초를 버티기가 힘들다. 독한 사람이라도 한여름에 1분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계곡물은 차갑다. 가마불 협곡 등 군데군데 자리한 시원스러운 폭포도 더위를 잊게 한다. 얼음골 계곡 주변은 찬바람이 가득하다. 이상 기온이라 할 만한 특이한 온도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당도가 상당히 높다. 사과는 11월에 수확한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얼음골 계곡 위에 자리한 호박소는 강원도 동해의 무릉계곡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계곡이다. 폭포가 돌에 떨어져 움푹 파여 못이 된 곳으로 못의 모양이 절구의 일종인 호박과 닮았다고 해 호박소라 불린다. 호박소 계곡 곳곳에 자리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으면 쉬이 일어설 수가 없다. 앉아 본 사람만이 알 뿐, 이유를 설명하긴 힘들다. 주변에는 구연폭포, 오천평 반석과 같은 명소가 자리했다.
주변 볼거리 표충사 654년에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 경내에는 국보 제75호인 청동함은향완과 보물 제467호인 삼층석탑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표충사를 따라 흐르는 표충사 계곡 또한 경관이 수려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영남루 밀양 시내에 자리한 영남루는 밀양강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1931년 전국 16경을 선정할 때 16경에 선정됐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지닌 곳으로 당내 명필가와 대문장가들의 시문현판들이 즐비해 볼거리를 더한다. 영남루 앞에는 단군을 모신 천진궁, 자연석의 바위가 특이한 석화(石花)가 있으며, 아래쪽 대밭 사이에는 아랑의 정절을 기리는 아랑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아랑사는 밀양아리랑의 유래가 되는 곳이다.
맛집 얼음골 입구에 자리한 까투리 농원(055-356-2438)의 꿩 요리가 맛있다. 꿩 요리로 유명한 지역인 충주가 진한 국물을 지닌 반면 이곳은 연하고 맑은 편이다. 숙취 해소, 술 안주로도 그만이다. 계곡 옆에 넓은 정원을 갖추고 있어 경치도 좋다.
교통 KTX를 타고 가는 게 가장 편하다. 밀양역에서 수시로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하면 된다. 손수 운전한다면 대구부산간고속도로 북밀양IC로 나가 24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밀양시청 문화체육과 055-359-5642, www.mirya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