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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일유럽 신복주 소장- 그녀의 ‘유럽, 기차,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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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일유럽 신복주 소장
  그녀의 ‘유럽,  기차, 여행’

“일어나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됐더라”는 말처럼 황당무계한 말이 또 있을까.  스타라는 영광을 우연이라는 듯,  믿을 수 없다는 듯 설명하는, 자랑도 아니요 겸손도 아닌 그 말은 철저하게 ‘스타’라는 비일상적 존재에나 붙을 법한 미사여구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한결같은 ‘인과관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 아닌가.  가령, ‘유럽 여행’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레일패스’. 전세계의 유레일패스 판매시장 중에서도 대한민국이 그 판매율에 있어서 당당히 2위에 등극해 있고, 그 중심에는 레일유럽의  신복주 소장이 존재하는 것처럼.

  신중숙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기차 여행의 로망’을 부추기는 수많은 텍스트와 영상물들이 범람한다. <프렌치 키스>의 케이트는 바람난 옛 남자친구를 ‘잡으러’ 유럽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러다 그녀는 기차 여행길에 동반한 뤼크와 사랑에 빠진다. <비포 선라이즈>의 두 주인공도 유럽의 기차 안에서 만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와 준세이가 재회하는 공간도 다름 아닌 이탈리아의 밀라노 역이다.

‘레일유럽 소장’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소개한 신복주 소장에게 문득 뜬금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유럽에서는 하나같이 ‘외국인’ 신분이던 그들도 우리처럼 ‘유레일패스’로 기차를 탔을까.
“아마도 영화 속 그들의 ‘일정상’ 여섯 명의 주인공들에게는 어쩌면 유레일패스보다는 1회로 사용하는 기차 티켓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쓸데없는 우문(愚問)에 즉각적인 현답(賢答)이 날아온다.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유럽 여행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법한 ‘유레일패스’는 레일유럽의 수많은 기차상품 중 하나이자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독점적 사랑’을 받는 ‘초대형 히트 상품’이다. 따라서 ‘레일유럽’이라는 회사의 아이덴티티는 ‘유레일패스’가 전부는 아니다.

유럽, 그리고 레일유럽

레일유럽은 프랑스 국영철도(SNCF)와 스위스 연방 철도(SBB)에서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된 ‘한국 사무소’는 레일 유럽 포에이(Rail Europe 4A)로 불리는데 4A는 레일 유럽이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Asia),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아프리카 & 사우스 아메리카(Africa & South America) 등의 4개 대륙을 의미한다. 레일유럽이 한국시장에 문을 연 지 3년째, 한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유레일패스 판매시장이자 4A 시장의 전체 유로스타 판매량  중 41%를 차지하고 있는 대규모 시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한국 사무소가 성공모델로 잡히면서 인도, 호주, 태국, 중국, 남미 등으로 계속해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여행자로서 어쩐지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내 생애 최고의 ‘기차’

“음, 기차 여행의 매력은 하나하나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아요.”
‘또로로’ 눈을 굴리며 말을 고르는 그는 마치 사랑하는 이를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여인마냥 신중해 보인다. 사실 우리들이 ‘기차 여행’에 바라는 점은 열거법으로 하나하나 나열하기에도 벅찬 기차의 효용성 저 너머에 있기에 ‘정확한 언어’로 표현함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시간 절약과 효율적인 여행’을 위한 수단이 아닌 한국인의 정서 깊숙하게 자리잡은 기차의 오묘한 마력이 무엇일까를 물어봤다.

“작년 가을, 어머니와 유럽 기차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지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정신없이 돌아다닐 때는 서로 관심거리들을 구경하기 바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죠. 하지만 기차에만 오르면 슬슬~ 모녀간의 수다가 시작되는 거예요. 때로는 우리와 너무 다른 유럽의 풍경에 말을 잃고, 기차 안에 탑승한 강아지를 보며 우리 집 강아지를 떠올리면서. 또 유럽의 멋진 남자를 보면 서로 사춘기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며 말이죠. 긴 기차 여행을 통해 ‘아, 내가 지금 엄마와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엄마와 딸을 넘어 여자로서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구나…’하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이 여행이, 기차 안에서의 순간이 행복해지는 거예요.”

그는 지난 여행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동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을 초월해 기차를 통해 ‘유럽의 문화와 풍경을 호흡하고’, ‘동반자와의 교감에 흠뻑 빠지며’, ‘지나간 내 모습들을 돌아보는 감사한 사색의 시간’으로서 기차 여행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한다.

“기차여행도 점점 진화할 거예요. 우리의 여행 스타일이 보다 더 디테일해지고 목적이 또렷해지는 것처럼요. 가령 작년의 스위스 골든 패스 라인이 붐 업 됐던 경우를 미루어 짐작컨대, 기차여행도 천편일률적인 대도시 여행으로부터 탈피해서 테마를 좇아서, 작은 마을 구석구석까지 꼬마기차도 이용하며 여행하는 트렌드가 자리잡게 되겠죠.”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여행’ 

대학 다닐 때 떠났던 ‘배낭여행’ 그리고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아 ‘인터내셔널한 직업을 가져야지’라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는 ‘여행을 많이 다닐 줄 알고’ 여행업계에 뛰어들었다.

“다국적 기업인 걸리버에서의 10년간 일하고 또 지금의 레일유럽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적 감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루는 일이잖아요. ‘즐거움’, ‘재미’ 같은 무형의 것들을 ‘만족감’, ‘성취감’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하니까요. 그걸 만드는 게 바로 여행 업계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서도 여행이라는 게 ‘재충전’이자 어쩌면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발버둥’이거든요. 단순한 ‘쉼’을 떠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꽉 차오른 메모리를 비워 주고 다시 새로운 것들을 담아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원동력. 모든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여행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순간들이 온갖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한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어요.”

처음 여행업을 시작한 1995년만 하더라도 FIT(개별자유여행)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 상사, 심지어는 주변 여행사 직원들까지도 유럽 5개국을 열흘에 보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파리 10일’이나 ‘런던 10일’ 같은 단일 도시나 국가 상품에 “왜 그렇게 가지?”라며 의문을 가졌다.
“지금은 한 지역, 한 도시를 여행하는 게 너무 당연하니까 그게 또 보람이 되더라고요. ‘유레일패스’의 판매도 꾸준하지만 구간으로 끊는 고객들이 늘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그 추세를 살펴보면 점점 ‘유럽’을, ‘기차’를 잘 알아가게 되는 한국 여행자들의 피드백 같아서 ‘아, 내가 제대로 홍보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요.”

그의 목표는 한국 사람들이 유레일패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좋은 고객이라는 것을 ‘유럽 전역’에 꾸준하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것. 그래서 세계 2위의 유레일패스 사용 국가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잘 전달해서 ‘한국인의 유럽 기차 여행’이 더 편리하도록 여행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자’가 되는 것이다. 든든한 선배 여행자 신복주 소장이 있는 한, 꼭꼭 숨은 유럽의 작은 마을, 점점 늘고 있는 디자인 기차,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 모르는 ‘유레일패스의 이티켓화’ 등 ‘유럽 기차 여행’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품어 봐도 될 것만 같다. 


신복주 소장이 추천하는 테마별 기차여행 루트!

★ 평생 친구 ‘모녀’끼리
개인적으로 얼마 전 어머니와 단둘이 다녀온 기차 여행이 참 좋았어요. 어머니와의 여행은 ‘관광’과 적당한 ‘휴식’과 어느 정도의 ‘쇼핑’까지도 즐기기 좋은 곳으로 가길 추천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기차로 여행한 코스는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 바라만 봐도 좋은 ‘연인’이라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뭘 한들 아름답지 않겠어요. 오직 둘만의 좋은 시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차 안에서 지중해의 절경을 바라보며 로맨스, 정열, 사랑까지도 느낄 수 있는 프랑스 남부 마을로의 기차 여행을 추천!

★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들에게는
자기 것을 잘 지키는 유럽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박물관이 잘 발달된 도시로의 여행이 좋겠네요. 런던에서 대영박물관을 보고 유로스타로 파리로 가는 거예요. 루브르나 오르쉐박물관에서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보여주고 다시 탈리스를 타고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작은 독일의 박물관들까지 본다면 아이들의 시각이 더 넓고 깊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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