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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의 미르야 말레츠키-나를 미치게 한 한국과 한국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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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의 미르야 말레츠키
나를 미치게 한 한국과 한국인

거침없는 입담으로 한국에 대한, 한국사람에 대한, 한국문화에 대한 차이점과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내는 그녀. ‘미녀들’의 맏언니답게 바른 지적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4년간 한국에서 지내면서 그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봐온 한국문화의 이해할 수 없는 차이점을 그녀의 솔직한 눈을 따라 짚어 본다.

글  황정일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엄지민

한국사람으로의 여행

독일 출신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 방송을 통해 비쳐진 ‘거침없이 하이킥’과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를 만나 처음 느낀 분위기는 차분하면서 어느 정도는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옥 같은 피부에 금발. 전형적인 서구형 외모다. 그 서구형 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흠칫 놀라고, 우리 문화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에 또 한번 놀란다.

지난 2000년에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오게 됐다는 그녀. 장학생제도의 기회를 잡아 한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발을 들였단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그저 막연히 ‘수도가 서울이라는 도시다’라는 정도로 우리나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던 상황. 그렇게 백지상태에서 출발했건만 한국 생활 2년 만에 한국사람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중국이랑 일본 사이에 있는 나라라는 정도밖에는 아무런 것도 몰랐지요. 사실 독일에서 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둘 만한 기회도 없었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추천으로 오게 된 한국에서 한국사람과 어울리며 점점 그들에게 빠져 들었어요. 독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뭔가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한국사람의 매력에 대해 그녀는 한마디로 ‘정(情)’이라는 단어를 꼽는다. ‘우리’나 ‘가족’이라는 개념, 의미에 대해 배워 가면서 마음까지 따뜻해졌다고. 특히 한국에 오자마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태권도장에서 ‘우리’라는 개념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배려하고 걱정하는, 이른바 ‘가족으로서 챙겨주는’ 문화의  매력이다.

“독일에는 ‘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요. 그리고 독일에선 ‘우리’가 아니라 ‘나’이지요. 독일에는 ‘우리’ 학교이기 때문에 축구부를 응원한다는 것도 없어요. 하지만 한국에선 동네 구멍가게에만 가도 주인 아주머니의 다정한 ‘정’을 느낄 수 있어요. 친구 조카가 고모라 부르고, 인사만 나눠도 누나와 동생 사이가 되는 ‘우리’라는 개념의 느낌이 너무 좋답니다.”

이런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에 매료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녀는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점을 들었다. 선입견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몸으로 부닥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년간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2002년 귀국했다가 2004년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지금까지 제2의 고향 한국에서 ‘한국인’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미르야 말레츠키라는 인물은 이제 오히려 한국인을 더 닮았다. 부대찌개에 ‘환장’할 만큼 한국음식 마니아이고, 독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동생에게 용돈 주기’도 스스럼 없이 한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준결승전(한국 VS 독일)이 벌어졌을 때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시청광장에서 우리 붉은악마들과 함께 어울려 응원전을 펼쳤을 정도다.



한국에선 동네 구멍가게에만가도 주인 아주머니의 다정한‘정’을 느낄 수 있어요. 친구 조카가 고모라 부르고, 인사만 나눠도 누나와 동생 사이가 되는‘ 우리’라는 개념의 느낌이 너무 좋답니다.”


대한민국으로의 여행

똑부러진 그녀가 생각하는 ‘여행’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언제라도, 어디여도 상관이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바로 그 순간이, 바로 그 장소가 여행지가 되는  거다. 그래서 그녀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강원도 속초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전한다. 한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가장 처음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공부하던 시절 2년,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지낸 4년 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안 가본 곳이 없을 만큼 돌아다녀 봤단다. 배를 타고 하루를 꼬박 걸려 들어간 제주도. 하지만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즐거웠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어느 날 속리산 어딘가 깊은 산골마을에 들어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던 즐거운 기억도 한켠에서 자리하고 있다.

웬만한 도시들은 다 들러 봤고 그중에서 특히 경주 불국사가 인상 깊게 남아 있단다. 남이섬의 자연도 아름다운 기억이며, 63빌딩이나 남산서울타워 등 도심의 매력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어느 곳이든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오히려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직 가보지 못한 광주도 가보고 싶다며 함께 갈 친구들을  모으고 있다고.

이미 반은 한국사람일지라도 그녀의 눈에 비치는 한국문화에는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 건물에 들어갈 때 출입문을 잡아 주지 않는다든지,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발을 밟고도 사과 없이 눈인사만 한다든지, 사람을 부를 때 옷을 잡아당긴다든지, 귀엽다며 아이들을 어루만지는 등 글로벌 에티켓과 차이나는 한국의 습성이 많이 비쳐진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한국사람들의, 한국문화의 문제점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외국의 문화와 다르다는 것이지요.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기억에 담고 돌아가고 싶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자칫하면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오해를 할 수도 있고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이런 한국문화의 차이점까지도 받아들인 반 한국인이다. 오히려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번역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문학과 책을 번역해 독일로 전달하는 한국문화 전도사 역할이다. 한국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참 많지만, 그녀는 친구들에게 한마디로 말한다. 일단 직접 와 보고 한국사람들과 함께 생활해 보라고.


나를 미치게 한 ‘한국과 한국인’

그녀는, ‘한류’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서양, 유럽에서도 한국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만의 문화 중 하나인 순정만화가 이미 독일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독일의 비디오가게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액션영화들이다. 심지어 독일에는 한국영화 팬클럽도 셀 수 없이 많이 있다고 한다.

한국어-독일어 번역 및 통역가로서 그녀는 지금까지 200여 권의 한국만화 및 한국영화 번역해 왔다. 독일에서는 주요 잡지의 한국문화 담당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와 한국관광에 대한 외국인 시각 차이 관련 강의를 진행 중이다.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고 객관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번역가로서 미르야 말레츠키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과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서 짚어내고, 그속에서 한국인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나를 미치게 한 한국과 한국인>을 곧 출간한다. 지금까지 일간지에 연재했던 한국문화에 대한 칼럼을 비롯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 외국인의 시각 차이 등을 주제로 한국관광의 현황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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