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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tion] 만화가 강모림-‘외톨이별’에 군림하는 ‘여왕님’이야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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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강모림을 지칭하는 수식어에서부터 망설임이 일기 시작했다.‘ 만화가’라고 지칭해야 할까, 아니면 최근 들어 속속 에세이집을 선보이고 있으니‘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야 할까. 기자의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강모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달래하고 나하고>의 명랑소녀‘달래’,그리고 엉뚱발랄한 짜리몽땅 사이즈‘여왕님’이 등장한 <여왕님! 여왕님!>이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이야기는, 일단은 ‘만화가’라는 타이틀로 시작한다.

오경연 기자 그림 강모림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여왕님, 개그를 구사하다


강모림을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라면 역시 한국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케 한 <달래하고 나하고>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 그녀 스스로 ‘내 어린 시절을 많이 반영했다’고 밝힌 이 작품은 기존 ‘여성’작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과감한 3등신 캐릭터(?)와 로맨스를 배재한 서정적 스토리로 독특한 그녀만의 작품관을 뚜렷이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렌탈 하우스>, <10, 20 그리고 30>과 같은 작품에서는 야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성인 여성만화’ 장르의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10, 20 그리고 30>의 경우 올해 초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해 강모림의 원작에 대한 관심을 새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여왕님! 여왕님!>의 독불장군스러운, 괴짜 스타일의 여왕님은 또 어떠한지. 자칫 제목만 들으면 ‘공주병’과의 캐릭터를 상상할 법도 한 이 작품에서 강모림은 도도한 외톨이별의 여왕님을 통해 때로는 거침없는 개그를, 때로는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 그리고 벗어날 생각도 없는 인간형을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그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강모림의 애정이 반영된 <여왕님! 여왕님!>을 통해 미처 못다한 이야기는 최근작인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잠시 쉬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블로그 닉네임 역시 ‘여왕님’이다.



“가장 잘 아는곳이 최고의 여행지”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말에 따르자면, 그녀는 ‘바지런하게 훌쩍 떠나는 성격은 못된다’. 새로운 여행지를 개발하기 보다는 한번 갔던 곳으로 자꾸 가는 편이며, 또 한번 떠나면 눌러앉아 버리는 습성이 있어 떠남은 종종 ‘여행’이라기보다 ‘출장’에 가깝게 변질된단다. 사실 ‘일에 빠져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강모림에게 있어 여행은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행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가끔 피곤해질 때, 그래서 답답하다고 느낄 때 인생의 약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가장 자주, 불쑥 찾아가게 되는 곳은 고향인 대전.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으며, 아직 그곳에 살고 있는 친척들도 많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게 된다. “어릴 때, 여름마다 동학사에 놀러 갔었거든요. 지금은 놀러간다기 보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신을 수양한다는 기분으로 즐겨 찾곤 하죠. 어렸을 때와 비교하자면 예전 모습을 많이 일어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전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요.” 제주도 역시 그녀가 좋아하는 여행지이다. 특히나 어머니가 제주도를 무척이나 좋아하시기 때문에, 제주도를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어머니와 동행하는 ‘모녀 여행’이 된다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볼 때마다 ‘그냥 눌러살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도 있단다.

강모림이 짐을 꾸릴 때, 트렁크에 꼭 챙겨넣게 되는 ‘필수품목’이 궁금했다. “사실 영화나 재즈 이상의 애정을 기울이는 분야가 책이거든요. 책을 가장 많이 가져가요. 한번은 여행가방을 챙길 때 옷, 신발은 몽땅 빼고 책만 한가득 들고 떠난 적이 있는데,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갈아입을 게 없어 옷부터 산 적도 있죠.” 그녀의 여행 스타일은 꽤 확고한 편. 동행인 역시 항상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서’이다. 주로 친척, 친구 등 지인이 머물고 있는 곳을 주로 여행지로 택하게 되는데, 일단 갔다 하면 몇 달은 기본이라고. 모험심을 자극하는 여행은 강모림에게는 ‘그닥 반갑지 않은’ 미개척 분야이다.


"일에 빠져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강모림에게 있어 여행은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행이‘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가끔 피곤해질때, 그래서 답답하다고 느낄 때 인생의 약이 될 수 있는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강모림 스럽다’
 

최근 그녀의 행보를 좇아가다 보면 만화작품보다는 에세이집 집필에 주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유명 재즈곡과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즈 플래닛>에서부터 강모림식 고전영화의 재해석 <블랙 앤 화이트>, 외톨이별에 사는 여왕님과 애벌레의 이야기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까지 이어지는 책들은 강모림의 개인적인 관심사에서부터 감수성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대중적인 흥미를 잡아끄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그러는 동시에 전작들의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고 계승한 위트있는 글은 지극히 ‘강모림스럽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분야를 통틀어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고전영화, 재즈에는 예전부터 취미 이상으로 꾸준한 관심과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풀어낸 거구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재즈와 영화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를 책으로 다시 선보일 생각도 있죠.”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를 보면, ‘우주 여행’이라는 타이틀에 자칫 현혹(?)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여기서 ‘그대’가 여행하는 ‘우주’란 곧 인생을 칭한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해답 없는 인생을 무방비로 살아가며 자신을 알기 위해 외로운 여행을 해야만 하는 미지의 세계. 또한 주인공인 여왕님과 애벌레는 ‘불완전한 자아’를 상징한다. 여왕님은 외톨이별에서 안주하고 싶어하지만, 아직 어린 애벌레는 바깥세상을 궁금해한다. 때로는 서로 견제하고, 때로는 서로 위로하며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그녀의 신간이 나온다. 시리즈물이라 최소 2년간은 이 작업에 매달려야 할 것 같단다.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보따리와 그림을 들고 나타날지, 기대감이 앞선다. 


# 강모림의 한 줄 감상평

‘내 인생의 재즈’ BEST 3
1. Round Midnight by Miles Davis|
   낮이건 밤이건, 언제 들어도 심금을 울리는 트럼펫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2. Come Fly with Me by Frank Sinatra|
  ‘나와 함께 날아 보아요’이 가사 한 마디에  시야가 열린다.
3. The Christmas Song by Nat King Cole|
    어릴 적 성탄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명곡.

‘내 인생의 영화’ BEST 3
1. 마릴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보다 더 멋들어지게 웃기는 영화는 없다.
2. <새 (The Birds)> by 알프레드 히치콕
고급스러운 공포, 환경의 역습을 미리 예견한 듯한 앞서가는 스릴러.
3.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시리즈
창작에 있어 모험심을 자극하는 영화. 고교 때 이 영화를 보고, 스필버그를 나의 신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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