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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웅-유년의 기억을 품은 사람은 아름답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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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웅
유년의 기억을 품은 사람은 아름답다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던 여름의 정점, 배우 엄태웅을 만났다. 남자는 답변보다는 송골송골한 땀방울을 더 흘리는, 딱 우리가 보아 온 만큼 진중했다. 찌푸린 미간 새로 한 쪽 눈썹을 치켜뜨는 그 특유의 제스처가 얼마나 반복되었을까. 인터뷰 도중 무심코 ‘제천’이 튀어들면서 남자의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방과 후면 매일 개울에서 송사리를 잡거나 약수터를 자전거로 활주하던 꼬마 엄태웅. 누구나 다 아는 배우로 성장한 그는 아직도 시간이 허락하는 날이면 고향 마을로 짧은 여행길에 오르곤 한단다. 충북 제천에서 도란도란 누나 넷과 살아가던 그 어린 날의 자화상. 유년의 기억을 가슴에 품은 엄태웅의 여행담에서는 왠지 모를 풋풋한 사람 이야기가 들려온다.

  박나리 기자   사진  photographer 김장욱, 모두투어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유년의 공간을 들여다보다

최초의 여행 초등학교 때 엄마 친구분들과 함께한 하조대 여행. 맛있는 도시락 먹고 해변에서 이래저래 놀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고향은 ‘제천’이었는데, 잠시 강원도에 갔다 본격적으로 서울에 자리잡은 건 중 3때부터다. 

제천과 원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 제천과 원주는 둘 다 지방도시지만, 워낙에 서로 다른 지방색이 있다. 아무래도 내게는 제천에서의 기억이 훨씬 생생한데, 원주에서는 짧게 머문 것도 있는데다 온통 적응해야 할 것뿐이었다. 우스운 얘기지만, 일례로 제천 친구들은 시험 때 서로 보여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원주 애들은 안 그러는 거지(웃음). 그래서 제천에 친구들 보러 내려가곤 했다. 서울 생활은 집이 많이 힘든 때라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없고.  

고향에 대해 설명한다면  숲이 우거지고 개울이 굉장히 많은 고장이다. 우리집은 시내 쪽에 있었는데, 주변으로 조금만 나가면 개울이 참 많았다. 충주호도 좋고. 의림저수지에서는 활쏘기랑 보트 같은 운동도 즐길 수 있고. 자전거 타고 약수터로도 많이 돌아다녔다. 

제천의 유명한 음식  (그는 이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색을 하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유,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거기… 그거… 두부요리 참 맛있다. 토종닭도 그렇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 이건 정말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제천에서만 파는 ‘빨간 오뎅’이 있다. 납작한 오뎅을 꼬치에 끼운 건데 그 양념 소스가 참 맛있다. 나 어릴 땐 50원 하던 게 지금은 200원. 그래도 참 싸다. 그게 너무 먹고 싶어서 밤에 차 끌고 내려가 본 적도 있다. 제천은 순대도 맛있는데, 피가 많이 나는 진짜 옛날 순대. 서울에서도 팔긴 하는데 그 맛이 안 나지.

시골의 정서를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난 지금도 어디 공기 좋은 곳에다 별장 같은 거 짓고 가끔 쉬러 가고 싶은 생각 드는데. 나중에 아이들 생기면 자연 속에다 풀어놓고 이것저것 체험할 수 있게 할 거다. 시골 정서를 지닌다는 건 정말 복이지. 

누나만 4명이라 형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많다. 엄마와 누나들이랑 살면서 아버지의 부재가 컸던 만큼 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거였다. 그래서 사회 생활하면서 형들을 참 많이 따랐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도 형이 많고.

"캐나다나 뉴질랜드 같은 대자연이 근사한 나라에 머물고 싶다. 그 가운데‘발리’를 참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바다 위에 수상가옥 지어 놓고 한 1년 푹 놀아도 좋겠다. 나는 도시보다는 바다가 좋다. ”

푹 쉬어 주는 여행이 좋다


여행을 함께 하고 싶은 ‘트래블 메이트’ 박희순씨랑 강성진씨. 두 분은 유머나 위트가 많다. 예전에 경구형하고 단둘이 제주도에 바다 보러 갔던 적도 있고. 서로 묵묵히 바다만 바라보다 왔다. 내가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이지만, 술이 몇 잔 들어가면 능청스러워진다. 

여행 관련 CF에서 스킨스쿠버 전문가로 나온다. 실제로도 그런가  스킨스쿠버 자격증은 <실미도> 촬영할 때 배웠다. 모든 연기자들이 반드시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다른 사람보다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아무래도 고향 개울가에서 놀던 실력 때문인가.(웃음) 인천에 있는 알파잠수호는 꽤나 전문적으로 스킨스쿠버를 가르치는 곳이다. 이곳 강사분들은 레저용 스포츠가 아닌, 잠수함에 결함이 있거나 할 때 실제로 바다 아래 투입되는 인원들인 만큼 전문적이다.

수영하기 좋은 곳을 추천한다면 의외로 내 고향 쪽. 충주호에서는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고. 지난 번 CF촬영을 했던 태국 파타야섬도 물이 참 맑고 좋더라. 

본인을 닮은 여행지 글쎄, 기억이 안 나는데. 사람들이 어둡고 우울한 도시 뒷골목의 느낌이 많이들 난다고 한다.(웃음) 내가 지닌 이미지가 그런가? 사실 엄씨 성은 중국에서 온 건데, 아무래도 그 때문에 내가 중국이나 홍콩을 닮았다고 하는 건지도.   

유독 해외 촬영지가 많았다. <천국보다 낯선>의 밴쿠버, <님은 먼곳에>의 태국, 또 영화 <차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까지 공간만 바뀔 뿐이지 사실 일하러 가는 거니까.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두 달간 머물 때도 거의 숙소랑 촬영장이 전부였다. 가끔 저녁때 유명한 레스토랑 있다고 하면 들렀을 정도. 처음엔 그곳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낯설어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보이더라. 나중에는 두 달 촬영하고 나서 서로간에 아쉽고 서운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나도 그 마음이 이해되고. 

1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외에서 생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캐나다나 뉴질랜드 같은 대자연이 근사한 나라에 머물고 싶다. 그 가운데 ‘발리’를 참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바다 위에 수상가옥 지어 놓고 한 1년 푹 놀아도 좋겠다. 나는 도시보다는 바다가 좋다. 발리의 물이 나하고 잘 맞아서 다녀온 다음에 피부 트러블 같은 것도 많이 사라졌고. 

마지막 가족여행 하도 오래 돼서 가물가물한데. 한 10년 전쯤 사이판에 갔었던가.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하고 발리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본인의 여행스타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것. 가능한 늘어지고 흐트러지는 것. 근데 어느 정도는 쉬었다 와야 하는데 현지 가면 또 일 생각이 나서 힘들다. 요새는 사진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찍기도 한다.
 
여행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유럽의 대도시를 문화체험을 하러 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쉬러 가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여행지에서의 온갖 잡다한 경험들이 배움으로 축적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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