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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불가해한 신비의 끝에서 여행을 시작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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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로마군의 침략에 항거해 끝까지 저항했던 요새 마사다(Massada). 2000년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의 저항정신은 여전히 생생하다

불가해한 신비의 끝에서
여행을 시작하다

예루살렘의 ‘구시가지(Old City)’는 불과 1km2에 불과한 면적이지만 그 속에 들어찬 역사와 종교의 무게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이방인은 그저 무책임하게 신기해할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수천년을 이어온 삶과 믿음의 결과물이다. 흰색과 회색의 중간색쯤 되는 석회암 건물들은 언제부터 그랬는지, 그날도 하늘 위 햇빛을 튕겨내며 서로 색감을 맞추고 있었다.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이스라엘관광청 02-738-0882 www.israel.co.kr

예루살렘의  낯선 일상

비록 무신론자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무교였던 탓이었는지 이스라엘은 난해하고 버거웠다. 애초 ‘성서의 땅’이니 ‘약속의 땅’이니 하는 종교적 시각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이스라엘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건만, 여정 내내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그것은  이스라엘만의 색채가 ‘십자가’만큼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깊은 종교적 지식이나 이해 없이도 이스라엘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예루살렘에 발을 딛자마자 여지없이 어림없는 치기로 전락했다.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맨 처음 유대교의 음식규율인 ‘코셔법(Kosher Laws)’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의 이질감 정도는 예루살렘에서는 애교에 속한다. 마치 화성 탐사로봇이라도 되는 듯 기묘한 모양의 폭탄제거 로봇이 도로 위에 나타나 차량의 흐름을 바꾸고, 총을 두른 군인들과 이곳저곳서 맞닥뜨리지만, 호들갑과 당황은 이방인의 몫일 뿐, 그네들은 그저 일상의 표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폭탄테러에 익숙하다기보다는 그것에 대응하는 데 익숙한 삶들이다.
그렇게 전혀 일상답지 않은 이스라엘의 낯선 일상은 하시디즘(Hassidism) 유대인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다. 폭탄제거 로봇만큼이나 기묘한 행색과 행동을 보이는 정통 유대교인들이다. 한여름에도 검은 펠트모자나 밍크 모자를 눌러쓰고 흰색 주름이 달린 와이셔츠에 검은 롱코트를 받쳐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뿐인가. 턱수염에 귀밑머리는 빌빌 꼬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의 80% 정도는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이라고 다 같은 유대인은 아니다. 하시디즘과 같이 유대교의 율법과 규율을 그대로 따르는 보수적 정통파 유대인이 있는가 하면 머리에 ‘키파’ 정도만을 쓰는 유대인이 있는 등 믿음의 강도에 따라 ‘등급’이 분류된다. 하시디즘 유대인들의 경우 군대에도 가지 않고 정규학교에도 가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교육시스템과 전통에 따라 생활하고 탈무드를 연구한다고 한다. 때문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사진을 찍을라치면 제지하거나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다.


1 다비드 타워(Tower of David)에서 내려다본 예루살렘 구시가지 풍경 2 구시가지 성벽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 3 정통 유대교인들인 하시디즘(Hassidism)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복장과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통곡의 벽에 압도당하다

예루살렘 ‘구시가지(Old City)’ 내 유대인 거주지역에 있는 ‘통곡의 벽(Western Wall)’을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유대인들의 명절 중 하나인 칠칠절. 통곡의 벽 앞에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제대로 담고자 했지만 명절에는 특히 사진 찍는 게 더욱 제한돼 여의치 않았다. 대신 여느 관광객들처럼 소원을 적은 쪽지를 벽 돌 틈에 끼우려 했지만 그 역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벽 앞에 서서 몸을 앞뒤로 흔들어 가며 기도문을 외는 그네들의 모습에 압도당해 감히 그들의 성전에 범접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나의 시도는 너무 가벼웠고 소원은 너무 세속적이었다.

통곡의 벽에서 위축된 무지한 이방인은 벽 너머의 눈부신 황금빛 돔의 광채에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슬람의 마호메트가 승천했다는 ‘바위사원(The Dome of the Rock)’이다. 벽을 사이에 두고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맞서고 있는 형국. 통곡의 벽에서의 압도적인 풍경이 선연한데, 바위사원에서는 이슬람교 기도문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거기에 이르면 예루살렘의 난해함은 더욱 도를 더할 수밖에 없다.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예루살렘은 절대 평화롭지 않은 역사의 상처를 가득 안고 있다. 중세 이후만 보더라도 이슬람의 예루살렘 정복(638년), 1차 십자군 전쟁(1099년), 이집트 술탄 살라딘의 예루살렘 탈환(1187년), 오스만 터키제국의 점령(1516년), 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점령(1917년), 그리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 이르기까지 예루살렘의 역사는 정복과 피정복, 파괴와 재건, 전쟁과 대립으로 점철돼 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현재까지도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각각 자신들의 성지로 여기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구시가지 서쪽 벽은 유대인들의 최대 성지다

이스라엘 기초정보 

코셔법(Kosher Laws)  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물 제한규정으로 부정한 음식으로 여겨지는 돼지고기, 조개류나 오징어 등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생선 등이 금지되며,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거나 같은 그릇에 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코셔를 지킵니다(We are on Kosher)’라고 쓰여 있는 식당에서는 이 규정대로 음식을 제공한다.

통곡의 벽(Western Wall) 서기 70년 로마군이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했을 당시 이 벽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어 유대인들이 벽에 머리를 대고 통곡하며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서쪽 벽에 해당한다.

칠칠절(Pentecost) 유월절 후 7주가 지나고 추수를 감사하는 명절.

유월절(Passover)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다가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Exodus)한 것을 기념하는 명절. 설날과 함께 이스라엘 최대의 명절로 일주일동안 지킨다.


2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곳으로 여겨지는) 장소에 세워진 성묘교회 3 골고다(Golgotha) 언덕에 이르는 예수 수난의 길‘비아 돌로로사’. 예수가 손을 짚었다는 장소 4‘ 예루살렘의‘명동’벤 예후다(Ben Yehuda) 5 황금사원 야경


너와 나의 성지 ‘올드시티’

이들이 성지로 여기는 곳은 예루살렘 구시가지. 약 1km쯤 되는 성벽이 삐뚤어진 사각형 모양으로 구시가지를 감싸고 있는데 그 안은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 아르메니아인이 4구역으로 나눠 거주하고 있다. 다윗과 예수, 마호메트의 불편한 동거다.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정해진 통로로만 출입을 한다고.

유대교 최고의 성지인 통곡의 벽 너머로 이슬람의 성지인 황금사원이 빛을 발하고 있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골고다 언덕 자리에는 ‘성묘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er)’를 필두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다는 ‘고난의 길(Via Dolorosa)’, 최후의 만찬을 베풀었다는 장소 등이 성지로 신성시되고 있다. 비록 이방인의 눈에는 시장터로 변한 예수 고난의 길이며, 언덕 오르는 길이 전혀 경건하지 않아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말이다.

구시가지 성벽의 8개 문 중 하나인 시온문에는 예루살렘의 반목과 갈등의 역사가 총알 자국으로 남아 있었고, 예루살렘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올리브산(감람산) 전망대에서는 메시아를 기다리는 수많은 무덤들이 마치 죽어서도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치열했다. 거기에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은 어쩔 것인가. 예루살렘의 불가해성은 그래서 다가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낯설지만 예루살렘의 분명한 일상이었다.그네들의 일상일 뿐이라고 짐짓 무관심한 냉소를 던져도 절대 마음이 홀가분해질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지중해에서 사막까지 화려한‘스펙트럼’


이스라엘은 남한의 4분의1 정도 크기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여행의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국토 한쪽으로는 홍해와 지중해가 펼쳐져 있고, 북쪽은 골란고원의 산악미가 서려 있다. 내륙에는 드넓은 갈릴리해(Sea of Galilee)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인 ‘사해(Dead Sea)’가 자리잡고 있다. 남부로 내려가면 어떤가. 네게브 사막(Negeve Desert)이 망망대해다. 대부분 성서와 관련이 깊은 성지들이어서 성지순례 여행으로도 의미가 깊다. 하지만 예루살렘에서와는 달리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여행지들이다.

지중해 따라 시간여행

텔아비브(Tel-Aviv)에서 지중해를 왼쪽에 끼고 위쪽으로 달리면 레바논과의 국경에 닿는다. 쉬지 않고 달리면 4~5시간이면 닿지만 이 코스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5,000년 전까지 거스르며 대자연의 매력에도 빠져 볼 수 있는 코스다. 텔아비브 위성도시격인 욥바(Jaffa)에서 시작해 가이사리아(Caesarea), 하이파(Haifa), 아코(Akko)를 거쳐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인 로쉬- 하니크라(Rosh Hanikra)에서 바다와 파도와 바위가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다. 텔아비브와 하이파는 예루살렘과 함께 이스라엘의 3대 도시로 꼽힌다.

히브리어로 ‘아름답다’는 의미의 ‘야페’에서 유래한 욥바는 그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항구도시다. 현대적 감각의 텔아비브와는 정반대의 여유와 낭만이 가득하며, 특히 골목골목마다 앙증맞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성경 속에서 베드로가 머물렀다는 ‘피장이 시몬의 집’, ‘베드로 환상교회’ 등도 주요 볼거리다.

텔아비브와 하이파 중간 쯤에 자리잡은 가이사리아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헤롯왕의 광기와 뛰어난 건축술을 엿볼 수 있는 인공도시다. 예수 탄생 시절 유대의 왕이었던 헤롯왕은 아기예수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을 우려해 베들레헴에 있는 아기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다고 구약성서는 전하고 있다. 성경에는 이 정도 언급뿐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건축가였다. 왕 칭호를 받기 위해 로마에 굽신거렸던 인물로도 묘사되는데, 실제로 헤롯왕은 로마의 황제였던 율리시스 케사르의 호의를 사기 위해 기원전 22년경에 그리스-로마식으로 가이사리아를 건설했다. 로마를 본따 만든 원형극장, 마차경주장(히포드롬) 등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후 아랍인들의 점령, 십자군 전쟁 등 시대별 흔적들도 찾아볼 수 있다. 가이사리아는 해상무역을 위한 목적도 컸는데 바다를 매립해 방파제를 만들고 인공항구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건축술로 인정받고 있다. 헤롯왕은 또 예루살렘의 제2 성전을 건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사해 인근의 요새 마사다(Massada)도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3번째 도시인 하이파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미항이다. 성서 속에도 나오는 ‘갈멜산’과 어우러져 일반적인 항구도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하이파에는 이스라엘의 종교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바하이(Bahai)’교의 성전이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바하이교는 19세기 이슬람 시아파에 기원을 두고 이란에서 생겨난 신종교다. 하이파의 바하이교 신전은 종교적 차원을 떠나 산 중턱 전체를 정원으로 꾸민 아름다움만으로도 들러 볼 만하다. 

그 다음 만나게 되는 아코는 아크레(Acre)라고도 불리는 고대도시로 길게는 5,000년 전의 역사적 흔적부터 만날 수 있다. 이슬람교의 정복(635년)에 이어 1104년에 다시 십자군의 차지가 되었으며, 1517년부터는 오스만투르크의 속령이 되었는데 그 정복과 피정복의 과정이 지하 건축물과 유적들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기존의 십자군 시대의 건물들 위에 터키 풍의 건축물을 지었는데, 결과적으로 십자군 시대의 건축물들이 지하에 고스란히 보존되는 효과를 줬다. 현재도 계속 발굴 중인데 겨우 4% 정도만 발굴된 상태라고.

마지막으로 아코에서 북쪽으로 20여 킬로미터 위치에 있는 로쉬-하니크라에 도달하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이 나온다. 로쉬-하니크라는 레바논과의 국경지로서는 물론 바다와 새하얀 석회암 바위, 그리고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아름다운 조각품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중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레바논으로 통했던 동굴이 나온다. 석회암 동굴은 오랜 세월에 걸친 파도와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기기묘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지하 동굴을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레바논과의 국경선 표식에서 기념촬영 한 장.


아코에남아 있는 이슬람 모스크와 거리 풍경 / 하이파 산 중턱에 자리잡은 바하이교 성전

자연의 신비 ‘갈릴리 & 사해’

이스라엘의 젖줄인 요르단 강의 수원지는 3곳. 북쪽 산악지대의 바니아스(Banias)와 갈릴리 호수다. 나머지 한 곳은 레바논에 있다. 갈릴리 호수에서 요르단 강(Jordan River)으로 흘러든 물은 사해까지 넘어간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거대 호수인 갈릴리 호수와 사해가 요르단 강으로 연결돼 있는 셈. 

그러나 두 호수의 성격은 정반대다. 갈릴리 호수가 물도 맑고 어족도 풍부한 반면 사해는 말 뜻 그대로 죽음의 바다다. 갈릴리 호수가 헬몬산(2,814m) 등 산악의 물을 받아들이고 요르단 강으로 내보낸 반면 사해는 받기만 하고 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마저 갈릴리 호수의 수량도 점차 줄어들어 사해로 흘러가는 물의 양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의 공통적 특징은 바로 성서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관광지로서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갈릴리 지방의 수도인 티베리아스(Tiberias)는 고급 호텔들과 리조트들이 즐비한 관광단지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특히 갈릴리 호수는 예수가 많이 활동했던 곳으로 이 호수 위에서 베드로 등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많은 기적을 행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오병이어 교회(Tabga)’, 팔복교회(Mt. Beatitudes), 가버나움(Capernaum) 등이 호수 주변에 들어서 있어 성지순례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1986년에는 갈릴리 호수가의 진흙 속에서 예수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발견됐다. 많은 학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속에 진흙 속에서 배의 잔해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발견 14년 만에 길이 8.2m, 폭 2.3m의 규모로 복원해낼 수 있었다. 기노사르 키부츠(Ginosar Kibbutz)에 전시돼 있다. 

갈릴리 호수에서는 또 성지순례객들이 빼놓지 않고 맛보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베드로 물고기’다. 배스(Bass)의 일종인데 지느러미는 빗처럼 생겼고 아가미가 크다. 알들이 치어가 될 때까지 입 안에 알을 보호한다고. 별 양념 없이 구워져서 나오는데 맛이 예상보다 훨씬 좋다.

사해(Dead Sea)는 아무리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익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해수면보다 418m 낮은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사해에서 몸이 저절로 뜨는 이유는 일반적인 바닷물보다 4~5배 높은 염도 때문. 일반적인 해수의 염분 농도는 6%인데 사해의 염도는 30~35% 정도다. 설마 뜰까 싶은 마음도 잠시, 거뜬한 부력이 몸을 두둥실 띄우고, 물 속에 함유된 각종 성분은 피부병 등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에 빠져 죽을 일은 없지만 실수로 마시거나 눈에라도 들어가면 정말이지 죽을 맛이니 조심해야 한다.

사해는 또 사해의 북서쪽에 있는 쿰란(Qumran)에서 구약성서 사본이 발견돼 성지로도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이른바 ‘사해사본’인데 쿰란 주변의 11개 동굴들에서 사본이 발견됐다. 현존하는 구약사본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의미가 매우 크다. 쿰란 공동체 사람들이 남긴 것인데 이들이 생활했던 주거지들도 발굴돼 있다. 사해의 서쪽 해안 쪽으로 가면 인공항구 가이사리아를 조성했던 헤롯왕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바로 이곳에 히브리어로 ‘요새’를 뜻하는 마사다(Massada)가 헤롯왕의 요새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 그보다는 마사다가 유대인들이 로마에 대항했던 마지막 격전지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70년 로마제국이 예루살렘을 공격해 함락시키자 960여 명의 유대인들은 마사다 요새로 피신해 로마에 대한 항거를 지속했다. 로마군은 마사다 요새를 계속 공격했지만 지형이 워낙 험난해 쉽게 함락시킬 수 없었다. 

3년간 계속된 공격 끝에 요새 옆에 엄청남 토담을 쌓는 방식으로 마사다에 접근했고,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안 유대인들은 ‘로마군에 치욕스럽게 죽느니 자유인으로 영광되게 죽자’고 결의하고 집단자살을 택하게 된다. 제비뽑기로 선택된 10명이 나머지들을 죽이고 이들도 다시 제비뽑기로 1명을 뽑아 죽이고 죽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마사다의 이런 결의는 지금도 이어져 이스라엘 군인들의 선서식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1 저절로 몸이 뜨는 사해 2 마크테시 탐험용 지프 3 상인들의 중간 쉼터였던 아부닷 4 사해에서 발견된 구약성서 사본 이미지.

세계에서 단 하나, 마크테시(Mahtesh)

이스라엘 남부 지역은 네게브 사막이다. 사해를 지나 남으로, 남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시야가 넓어지고 황토 색깔 대지가 거침없이 내달린다. 황량하다기보다는 광활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종종 마주치는 오아시스나 키부츠, 베두인 등 소수민족 마을, 아부닷(Avdat)과 같은 유적지는 네게브 사막의 또 다른 생명력이다.
네게브 사막 속에는 또 다른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숨어 있다. ‘라몬 크레이터(Ramon Crater)’라는 거대한 분화구 모양의 지형이다. 

“우리는 이곳을 ‘마크테시’라고 부른다. 영어로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가?” “영어로도 마크테시(Mahtesh)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4륜 지프차를 몰던 가이드는 혼자 묻고 대답하며 자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양새는 거대한 분화구이지만 화산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각변동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형성됐기 때문에 차이를 보인다. 길이 40km에 폭은 12k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마크테시를 지프차를 타고 탐험에 나서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기괴한 모양의 자연의 조각품과 과거 이곳이 해저였음을 알려주는 암모나이트 화석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1 마크테시 정상에서 부리는 익살 2, 3 베두인 마을에서 즐기는 낙타 타기와 전통음악 4 이스라엘 곳곳에서는키부츠를 만날 수 있다. 사해 인근의 엔게디(Ein-Gedi) 키부츠

 이스라엘  기초정보

화폐 및 시차 셰켈(Shekel) 1달러=3.2셰켈.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항공편 그동안 직항편이 없어서 우즈베키스탄항공으로 타쉬켄트를 경유해 가는 방법 등이 일반적이었다. 대한항공은 올해 9월25일부터 인천-텔아비브 직항노선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매주 화·목·토요일 주 3회 규모로 직항편이 운항된다. 

출국수속 이스라엘은 출국수속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는 그냥 탑승권을 받지만 벤구리온공항에서는 보안검사를 먼저 거쳐야 한다. 보안요원이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이스라엘 체류기간과 한 일, 모르는 물건을 전해 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있는지, 가방은 본인의 것인지, 가방은 계속 들고 다녔는지 등이다. 이상이 없으면 짐에 확인 스티커를 붙여 주는데, 엑스레이 투시에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스티커가 있다고 해도 가방을 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최소한 3시간 이전에는 공항에 나가는 게 좋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만큼 안전하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베두인  이들은 중동사막 전역에 흩어져 살던 유목민 아랍 부족들로 그중 이스라엘계 베두인들은 대부분 남부 네게브 사막에 살고 있다. 사막의 모래언덕을 따라 이들이 살고 있는 텐트와 가축 무리를 볼 수 있다. 낙타와 염소, 양을 기르며 살아가는 베두인은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기로도 유명하다. 양고기와 밥으로 차려진 식사를 즐긴다.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의 가장 큰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 시민의 약 18퍼센트가 유대인이 아니라는 점. 이들 가운데 대다수인 14퍼센트는 무슬림이고 나머지는 기독교인 등이다.

세계유일의 히브리어 이스라엘의 공식 언어는 히브리어다. 성서에 쓰였던 고대언어가 현재까지 살아있는 것. 이스라엘은 또 세계 각국에서 유대인들이 이주해 와 다양한 언어들이 사용된다. 이번 기사의 지명이나 명칭 등은 한국에서 일반화된 용어를 기본으로 했고 혼란을 피하기 위해 영어표기를 병행했다. 가령 ‘욥바(Jaffa)’의 경우 한국에서는 욥바라고 부르지만 히브리어로는 ‘야포’, 영어 발음은 ‘자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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