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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촬영지를 찾아서 ⑤강원도 영월-라디오는 멈췄지만 일상은 흐른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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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촬영지를 찾아서 ⑤강원도 영월
라디오는 멈췄지만  일상은 흐른다


지역 면면이 영화 세트로 재탄생된 고장이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무대인 강원도 영월군. 영화에서 비친 다소 낡고 빛바랜 듯 정감 가는 영월의 풍경은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며 7080시대의 아련한 추억을 건드렸다. 비운의 어린 임금 단종의 애사(哀史)와 산과 강이 어우러진 비경을 풍성하게 간직한 영월은 ‘라디오스타의 고장’이라는 제3의 타이틀을 달고 문화와 자연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글  김영미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엄지민   스틸제공  영화사 아침  
취재협조   www.visitkorea.or.kr

‘비와 당신’이 그리워 영월을 찾다

2006년 개봉했던 영화 <라디오스타>를 2년 만에 다시 보았다. 다시 보는 것일진대 영화의 소박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은 여전히 훈훈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고, 다방아가씨 김양이 엄마를 부를 때는 어김없이 눈물이 또르르 흘렀으며, 빗속에서 박민수(안성기)가 최곤(박중훈)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마지막 장면은 또 한번 진하게 가슴을 적셨다. 

영화를 다시 보니 영화의 배경에 눈길이 간다. 강원도 영월군. <라디오스타>는 달리 세트를 짓는 수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영월을 이용해 7080세대의 아련한 추억과 라디오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건드렸다. 어떤 이는 이준익 감독이 로케이션 장소로 영월을 선택한 이유는 <라디오스타>도 보고 영월을 방문해 본 이라면 그 이유를 대번에 알아챌 것이라 했다. 그래서 영화의 주된 멜로디 ‘비와 당신’의 촉촉한 여운을 품고 훌쩍 떠났다, ‘라디오스타의 배경’ 영월로. 

최곤은 영월을 후진 시골 촌구석이라 여겼지만, 영월은 최곤이 사람들과 부딪히며 새로운 인생을 여는 값진 공간으로 변모한다. <라디오스타>는 영월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순박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다시 빛을 발하게 되는 한물간 스타 최곤과 그가 빛날 수 있도록 (영화의 표현을 빌자면) 얼굴에 똥칠도 마다 않는 매니저 박민수, 그리고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1988년도 가수왕에 빛났던 왕년의 스타 최곤이 폭력 사고를 저지르고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가 있는 영월까지 떠밀리듯 오게 된 설정은, 영월과 단종의 이미지를 다시 영화에 반영코자 했던 감독의 의도였을까. 여행에서 돌아와 <라디오스타> 촬영장소들을 곱씹어 보니 캐릭터와 에피소드, 대사 등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이야기의 공간인 영월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여 영월은 ‘라디오스타의 고장’으로 불려도 어색함이 없는 곳이다.


보물찾기 같은 <라디오스타> 따라잡기

영월 터미널에 도착해 지도를 따라 <라디오스타>의 촬영지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주변의 풍경은 여느 소도시와 다르지 않다. 키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어 고층빌딩이 빼곡한 대도시를 벗어났음을 실감하게 한다. 본격적으로 영화 따라잡기에 나서기 전, 분위기나 좀 살펴볼까 하고 슬렁슬렁 걷다 보니 대로가 낯이 익다. 영화에 자주 비쳤던 시내 큰 길이다. 영국 팝그룹 버글스(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신나게 흐르며 영월의 일상을 스케치하던 장면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흥겹다. 

가장 먼저 찾은 <라디오스타>의 흔적은 인쇄소.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을 마케팅하겠다며 매니저 민수가 안내 전단을 손수 만들던 곳이다. 영월군은 <라디오스타>의 배경으로 쓰인 가게들에 ‘라디오스타 촬영장소’라는 표지와 포스터를 붙여 놓아 여행객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표지가 붙어 있는 가게는 건물이 허름해도 마치 훈장을 단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당당해 보였다. 

일요일 오전이라 문이 닫혀 있어 덩그러니 외관밖에 볼 수 없었지만, 인쇄소 문 앞에 붙은 ‘라디오스타 촬영장소’ 표지는 보물찾기에서 첫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왠지 모를 뿌듯함을 선물한다. <라디오스타>의 흔적을 찾아온 이들에게 영월은 ‘인증’ 작업의 즐거움을 준다. 건너편에는 꽃집 아저씨가 라디오를 통해 여직원에게 사랑을 고백해 동네 주민들의 꽃배달이 줄을 이었던 농협과 그 꽃집 명동화원이 있다.

인쇄소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니 곰세탁소와 사팔철물이 있다. 영화에서 세탁소와 철물점의 주인은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인 청록다방 단골이지만, 김양에게 진 외상은 미적미적 해결할 기미도 없다. 최곤은 방송에서 세탁소와 철물점 주인에게 외상값을 갚으라고 종용한다. 소도시 영월에서 지역주민 대상으로 방송을 하는 설정이 만들어낸 재미있던 에피소드. 

실제로 세탁소와 철물점은 마주보고 있다. 두 가게의 주인이 절친한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세탁소 아저씨는 영화에 출연하지도 않았는데 영화 상영 이후에 종종 자신의 사진을 찍어 간다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세탁소라는 특성 때문인지 영화의 수혜는 거의 없어 보였다. 영화 따라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여기가 그곳이오’ 인증을 해줄 뿐. 반면 영화에 나왔던 중국집 영빈관은 한때 영화팬들이 많이 찾아와 자리를 꽉꽉 메웠다고. 영빈관은 읍사무소 건너편에 있다. 

김양의 다방은 그때 그대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첫 방송이 흘러나올 때, 머리하던 아줌마가 시끄럽다며 라디오를 꺼 버렸던 나하나미용실을 지나니 김양이 일하던 청록다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앗, 그런데 영화에 등장했던 낡은 간판 대신 예쁘게 디자인된 새 간판이 걸려 있다. 낡고 촌스러워 오히려 매력 있던 영화 속 그대로의 흔적을 바랐던 여행자는 다소 실망을 해야 했다. 그러나 다방 안에 들어서니, 내부는 <라디오스타>의 공기로 가득하다. 청록다방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김양이 일했던 곳이라서, 다방에서만 꼬박 6일을 촬영했을 만큼 영화에 등장한 분량도 많았다. 주인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다방 간판은 기자가 영월을 찾기 불과 이틀 전에 바꾼 것이라고. 

시내의 촬영장소를 돌아본 결과, 영월군에서 <라디오스타> 덕에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아마도 청록다방이 아닐까 싶다. 기자가 본 다방 종업원들만도 5명에 달할 정도로 영월의 작은 다방은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대개 군민이어야 이용할 수 있는 세탁소나 철물점, 미용실과는 달리 청록다방은 타지에서 온 여행자라도 언제든지 들어가 차 한잔을 하며 영화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장소다. 개인적으론 ‘라디오스타 따라잡기’ 여정 중에서 영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도 청록다방이었다. 다방 안에는 그때 그 테이블과 찻잔이 그대로 있고, <라디오스타> 관련 사진과 사인, 메시지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 영화의 흔적을 찾아 떠나온 이들의 감성을 100% 충족시켜 준다. 커피 한 잔에 단돈 2,000원이니 부담도 없다.

마침 다방 ‘주인언니’를 만나 <라디오스타>에 얽힌 이야기를 물어 봤다. 영화 이후 잡지와 TV 등에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는 주인언니는 기자의 질문에도 술술 거침이 없다. 일년에 단 하루, 어머니의 생일날만 가게를 쉰다는 주인언니는 다방을 닫은 날 ‘왜 문을 닫았느냐’며 질타 아닌 질타를 받기도 했다면서, ‘영화를 보고 먼 길을 온 사람들이니 앞으로는 쉬더라도 가게 문은 열고 쉬어야겠다’고 웃는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폭넓은 영화 팬들이 영화 속 다방을 찾아오는데 <라디오스타>를 스무 번도 넘게 봤다는 한 커플은 하루에 3번이나 다방에 들렀다나. 청록다방이 언제까지고 그때 그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그래서 영화의 여운을 느끼러 온 이들을 항시 반갑게 맞아 주기를 바라본다. 
영업시간 오전 8시~밤 12시 문의 033-374-2126



라스트씬의 진한 여운을 다시 한번

영월을 찾기 전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은 라디오스타의 주무대였던 방송국이었다. 그러나 KBS영월중계소는 아쉽게도 철문이 굳게 잠긴 채 폐허가 돼 있었다. 하지만 철문 주변을 서성이며 철문 사이로 빠끔히 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 그곳으로 쉽게 공간 이동이 된다. 짙은 여운과 훈훈한 감동을 남겼던 마지막 장면이 그려진다. ‘그 빗속에서 그는 그의 우산이 돼 줬더랬지... 그 빗속에서 그는 마침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더랬지...’

석탄업이 흥했던 한때 13만 명에 달한 적도 있던 영월 인구는 현재는 4만 명을 조금 웃도는 정도다. KBS영월방송국(영화에서는 MBS영월방송국) 역시 고장의 쇠락과 운명을 같이했다. KBS영월방송국은 30년 동안 영월·정선·평창을 중심으로 하루 2차례 자체 방송을 하던 어엿한 방송국이었지만 지금은 2004년 KBS원주방송국에 통폐합되면서 중계소 역할만 하고 있다. 

방송국은 <라디오스타> 촬영장소 표지판을 단 채로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외로이 방치돼 있지만 발품이 아깝지는 않은 곳이다. KBS영월중계소까지 오르는 길이 너무도 예쁘기 때문이다. 초록의 나무가 드리운 구불구불한 비탈은 산책하기에도, 드라이브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방송국에서 내려와 최곤과 민수가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리버’와 마주쳤던 건널목을 들렀다. 기찻길은 도시인을 설레게 하는 묘한 기운이 있다. 마침 건널목에 딩딩딩 경보음이 울리고 차단기가 내려온다. ‘기차가 지나가면 건너편에 이스트리버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칙칙폭폭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차가 지나가고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건너편엔 길을 건너는 동네 아주머니와 철도 관리인 아저씨가 서 있다.  

‘비와 당신’을 노래하던 라디오는 멈췄지만, 순박한 사람들의 일상은 아름다운 강과 산들이 빚어낸 소박한 풍경 속에서 영화의 감성을 최대한 끌어안은 채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잠시 몸을 맡겼던 영화 속 공간에서 빠져나와 도시로 돌아간다. 아날로그적인 <라디오스타>보다 최신 디지털스러운 비디오스타가 더 어울리는 곳으로.

"이 동강 말이다. 이게 동쪽으로 흘러서 동강이냐 아니면 동쪽에서 시작해서 동강이냐? 민수의 이 썰렁한 농담에 대한 답은 ‘동쪽에서 시작해서 동강’이라고 한다."


영월에서 가볼만한곳

영월은 <라디오스타> 촬영장소 이외에도 14개에 달하는 역사·미술·과학박물관과 단종의 애사가 담긴 유적들, 영월을 대표하는 동강과 서강, 산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자연에서 즐기는 레포츠 등 풍성한 볼거리를 갖고 있다.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하늘과 땅에서 별은 빛나고
별마로천문대


별마로천문대 안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최곤에게 민수가 건넨 대사 한마디는 영화의 주제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스타’는, 우리는, 홀로 반짝이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빛날 수 있다는 것.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예쁜 뜻이 담긴 별마로천문대는 해발 800m 봉래산 정상, 별을 보기 가장 좋은 환경에 자리하고 있다. 별마로천문대는 또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100회 특집 공개방송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별마로천문대는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꿈꾸던 동화와 낭만을, 아이들에게는 보다 넓은 세상이 실재함을 느끼게 해주는 교육의 장소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달표면, 별구름, 별무리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해지는 지구 밖 행성들을 볼 수 있다.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별을 관측하게 되는데 혹시나 날이 흐려 별이 안 보인다 해도 ‘별보기’에는 지장이 없다. 8m에 달하는 커다란 천체투영실 돔스크린에 가상의 별이 빛나고 있어 언제든지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별도의 건물에 마련된 천문과학교육관은 야간에 진행되는 천문교육 중간에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숙박동과 다양한 천체사진과 학습용 망원경 등을 갖춘 전시실, 과학다큐멘터리 상영 및 천문 강의가 진행되는 강의실, 천체관련 모형 조립 및 별자리판 만들기 등을 체험하는 공작실로 이뤄져 있다. 

별마로천문대가 위치한 봉래산 정상은 영월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꼭대기에서 마치 미니어처 같은 영월시내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병풍 같은 산세를 조망하면,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날씨 좋은 밤에는 하늘에 떠 있는 별과 땅에서 빛나는 별을 동시에 보는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천문대 관람시간 동계(9~4월) 오후 2시~밤 10시, 하계(5~8월) 오후 3시~밤 11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1월1일, 설·추석 연휴  이용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교육관 운영시간 단체 화·목요일, 가족 토요일  이용요금 성인 4만원, 청소년 3만5,000원   문의 033-374-7460 www.yao.or.kr


영월 하늘을 날아보자! 체험비행

영월에서는 하늘에 패러글라이더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패러글라이딩의 시발점이 바로 별마로천문대 옆, 봉래산 활공장이다. 이곳에서는 1993년부터 패러글라이딩과 행글라이딩 체험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해발 800m에서 가파른 비탈을 뛰어 내려가 공중에 몸을 맡기는 기분은 어떨까. 착륙은 동강 둔치에서 하며, 글라이딩은 연중 가능하다. www.ywskyw.com








송림에서 어린 임금을 기리다
청령포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즉위했던 조선 6대 왕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세조(수양대군)가 단종을 유배시킨 곳이 바로 영월이다. 영월에는 단종의 한 많은 짧은 생의 족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단종의 첫 유배지인 청령포는 삼면이 수심 3~4m의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은 육육봉이라는 험한 암벽으로 막혀 있다.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빠져나올 수 없어, 유배지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곳이다. 나룻배를 타고 들어간 청령포 안에는 단종 어소(御所)와 울창한 소나무 숲만이 자리한다. 소나무 숲은 푸르렀지만 흐린 날씨 탓인지 처연함이 묻어나 일행을 숙연케 한다. 

숲에는 천연기념물 349호인 영월 관음송이 우뚝 솟아 있다. 관음송의 몸통은 하나에서 둘로 갈라져 있어 마치 두 그루의 나무인 것처럼 뻗어 있다. 단종이 청령포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이 나무의 갈라진 가지 사이에 앉아서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청령포의 소나무 숲은 잠시 들른 이방인에게는 시원한 자연을 느끼게 하지만, 섬과도 같은 이곳에 유배돼 소나무와 강물만을 벗 삼아 외로운 삶을 보내야 했던 어린 임금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단종은 청령포에서 2개월을 살다가 홍수 때문에 영월 시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긴다. 단종은 이곳에서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17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세조는 비정하게도 단종의 시신을 동강에 버리고는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고 어명을 내렸으나,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둬 장릉에 모셨다. 하늘도 비운한 어린 임금을 안타까워하는지, 장릉 주위의 소나무는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 굽어 있다. 청령포는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촬영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청령포 입장료(나룻배 승선료) 어른 1,300원, 어린이 700원

높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비경
선돌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대표하는 선돌은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돌’이다. 영화 <가을로>에서 민주(김지수)는 높이 70m의 돌이 우뚝 솟은 선돌을 여행하고 현우(유지태)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때로는 조금 높은 곳에서 보는 이런 풍경이 나를 놀라게 해. 저 아래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펼쳐지거든.” 

기역자로 굽이쳐 흐르는 서강과 삼림이 우거진 산, 초록의 밭이 정갈하게 놓여 있는 마을은, 일부러 매만져 놓은 듯한 절경을 뽐낸다. 기암괴석과 강과 산과 밭이 빚어내는 풍경은 필시 높은 곳이 아니라면 조합하지 못했을 놀라운 자연의 선물임이 틀림없다.


영월군의 보물, 영월 10경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영월군은 영월 10경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청령포와 선돌, 별마로천문대 외에도 단종의 능인 장릉, 동강 중에도 가장 아름다운 계곡인 어라연, 한반도를 작게 만들어 놓은 듯한 한반도 지형, 숙종·영조·정조 세 임금이 친필 어제시를 남길 만큼 경치가 뛰어난 요선암 & 요선정,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 우리나라 대표 석회암 동굴인 천연기념물 219호 고씨굴, 방랑 시인 김삿갓 유적지 등이 영월의 역사와 자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사진·미술로 거듭나다
동강사진박물관

2005년 개관한 동강사진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이다. 국내외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 1,100여 점과 130여 점의 카메라가 전시돼 있어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는 전시실과 사진 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시내에서 천천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으며, 언덕배기에 지어져 있어 영월 시내를 조망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영월군은 한국 사진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2001년에 ‘동강사진마을’을 선포하고 2002년부터 매년 여름 동강사진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7월25일부터 8월24일까지 동강사진박물관을 비롯해 문화예술회관, 학생체육관, 여성회관, 영월군 주요 거리 등지에서  ‘2008 동강사진축제’가 열렸다. 영월초등학교부터 문화예술회관에 이르는 길가에 ‘영월愛-거리 설치 사진전’을 설치해 영월군민 61인의 초상이 전시됐으며, 건물 외벽과 시내 곳곳에 작품을 선보여 시내를 산책하는 여행자들에게 쏠쏠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했다. 동강사진박물관 www.dgphotomuseum.com  동강사진축제 www.dgphotofestival.com

또한 영월군은 ‘지붕 없는 미술관’을 콘셉트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월 인구가 13만명에 달하던 60~70년대, 먹거리 촌으로 유명했던 영흥리 요리골목 일대를 ‘걷고 싶은 거리’로 꾸미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공모전에서 당선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모델이 되고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영월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난 3월 마무리됐다. 영월맨션에 안성기와 박중훈을 그려 넣은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두 배우는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살리고 훈훈한 이미지를 살리고 싶다’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또한 9월경에는 영월 출신 연예인 유오성이 조각된 브론즈 벤치도 선보인다니 영월 여행의 재미거리가 또 하나 늘어날 예정이다.
영월관광정보 문의 영월군청  http://ywtour.com 


영월의 먹을거리

영월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송어회, 골뱅이전골, 보리밥, 칡국수, 곤드레밥, 메기매운탕, 뱀장어구이, 꺼먹돼지가 꼽힌다. 영월 시내에 자리한 청산회관의 곤드레밥은 시내를 돌아보다가 출출함을 달래기 좋다. 곤드레나물은 강원도 정선과 평창 지역의 특산물이라 영월의 대표음식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나물, 들기름, 통깨를 한거번에 넣고 지어 푸르스름한 곤드레밥에 양념장을 쓱쓱 비비면 아이도 어른도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향이 독특하고 맛이 담백한 곤드레나물에는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A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청산회관에는 입구에서부터 여러 인사들의 사인이 줄지어 걸려 있는데, 박중훈의 사인과 사진도 찾아볼 수 있다.
위치 영월농협 앞  문의 033-374-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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