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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배트맨 들여다보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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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은 어느 재벌 기업가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기 위해 박쥐 복장을 하고 고담시를 구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이다. 이 주인공은 어린 시절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물 안에 갇혀 박쥐의 공격을 받고 소위 폐소 공포증과 박쥐 공포증을 앓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불량배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게 되어 혼자서 외롭게 자라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괴롭히던 박쥐 공포증을 극복하면서 슈퍼히어로 ‘배트맨’이 되는 것이다.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에서처럼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긴다. 하지만 다른 영웅들은 낮과 밤 구분없이 나타나며 친숙한 이미지이지만 배트맨은 밤에만 나타날 뿐 아니라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에 친숙하거나 가까운 이미지는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주인공의 자신감이 없고 어두운 내면을 나타내는 한편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우울증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권선징악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에서는 악당과 영웅 이미지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나 영화 <배트맨>에서는 악당과 영웅의 이미지에 차이가 별로 없다. 악당을 잔인하게 다루는 배트맨과 시민을 괴롭히는 악당이 별 차이가 없으며 외부 이미지 또한 어두운 것도 비슷하다. 오히려 악당들이 배트맨보다 활기차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결과는 이미 예견된 대로 배트맨의 승리로 돌아가지만 승리를 거둔 뒤에조차 늘 침침한 어둠 속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만다. 

이런 배트맨의 모습에 사회 공포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내면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다. 사회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만 막상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 떨리고 불안하다. 이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감추게 되며 불안감으로 인한 감정 조절 실패로 점차 어두운 성격을 지니게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거나 어떤 차단 장치를 만들곤 한다. 마치 배트맨이 검은 옷과 가면 뒤에 숨어 활동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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