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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강창련 ♥ 황지현 부부-이 부부가 이탈리아에서 사는 법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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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일상을 지내는 이들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 같은 게 있다. 더군다나 그곳이 유럽, 그중에서도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이탈리아라면 어떠하랴. 이탈리아에서 성악가로 활동하며 학업을 겸하고 있는 테너 강창련, 소프라노 황지현 부부와의 만남은 굵직하고 듬직한 목소리와 낭랑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앙상블이 인상적이었다.

글  김영미 기자   사진  박우철 기자   취재협조  서울특별시 관광협회 www.sta.or.kr


피아첸자에서 살기

오페라는 언어다. 일류와 삼류 오페라 가수는 언어에서 차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성악가들은 이탈리아로 향한다. 상당수의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 노래되기 때문이다.
테너 강창련씨와 소프라노 황지현씨는 이탈리아 파르마(Parma)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다가 만났다. 파르마는 오페라 <아이다>를 작곡한 쥬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가 태어난 곳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유명한 성악가들이 공부하는 등 음악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파르마는 부촌(富村)이라 집값이 만만찮기에 부부는 이탈리아 피아첸자(Piacenza)에 둥지를 틀었다. 

지현씨의 친구가 놀러와 ‘건물이 작고 예뻐서 소인국 같다’고 표현했다던 피아첸자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파르마 사이에 위치한 소도시로,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교통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창련씨와 지현씨는 가까운 파르마나 밀라노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생활하기 편하고 조용한 피아첸자에 살면서 이탈리아 소도시의 매력을 담뿍 느끼고 있다.

창련·지현 부부에게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의 나라’다. 입에도 대지 않던 커피를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로 즐기는 창련씨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에스프레소 한잔을 먹고 하루를 시작해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시작하는 거죠”라고 설명한다. 이에 지현씨는 국내에 들어온 커피 브랜드 중에는 일리(illy)가 현지의 커피 맛에 가장 근접하다고 귀띔한다. 

창련·지현 부부가 피아첸자에서 자주 가는 식당은 피아첸자 성당 앞 ‘또렐로 피제리아(Torello Pizzeria)’. 100년 이상 된 유서깊은 피자집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어 매일 손님이 꽉 찬다. 두 사람은 가지와 얇게 숙성시킨 삼겹살을 토핑한 ‘가지삼겹살피자’가 특히 맛있다고 추천했다. 

이탈리아인들의 바캉스 엿보기

매번 같이 공연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연 때마다 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창련·지현 부부는 이탈리아 곳곳과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이탈리아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물음에 창련·지현 부부는 로마, 바티칸, 피렌체, 베네치아… 유명 도시들을 주욱 열거했다. 그리고 친꿰떼레, 파르마, 페루자, 아씨씨, 볼로냐, 나폴리 등 생소한 지명이 이어진다. 기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지현씨는 이탈리아 지도를 직접 그려 위치 설명까지 해준다. “어떤 도시든 가장 중요한 건물은 성당인 두오모예요. 피렌체 두오모도 멋있지만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밀라노 두오모를 보면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입이 떡 벌어져 한참을 쳐다보게 되지요.”

이탈리아도 3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다. 이탈리아인들은 해변을 좋아해 한국으로 얘기하면 동해, 서해도 즐겨 찾고 스페인 등 해변이 멋있는 곳으로 많이 간다. ‘이탈리아 장화 맨 밑’ 레체(Lecce)는 갯벌도 있고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도 맑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 중에 동양인은 창련·지현 부부 뿐. “레체 출신인 이탈리아 남매 친구들과 10박11일 휴가를 갔었어요. 해변에 있는 별장에서 아침을 먹고 바다에서 한참 수영을 하다가 들어오면 밥이 쫘악 차려져 있는 거예요. 밥을 먹곤 한숨 자는 거죠. 또 해변서 놀다가 저녁 먹을 때 되면 올라와 피자 시켜 먹고… 걔네는 두세 달 동안 그렇게 놀더라고요. 진정한 ‘쉼’을 아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저희는 도저히 못 있겠더라고요. 오랜 시간 노는 게 처음이라 적응이 안 되고 ‘이래도 될까, 일해야 하지 않을까’해서요.”


여행자에겐 흥미로운 이탈리아의 일상

지현씨는 ‘이탈리아에서는 하루에 한 가지 일밖에 못 한다’고 말한다. “은행이 아침부터 12시까지 일하고 12시부터 3시까지 쉰 다음 3시부터 4시 반까지 업무를 해요. 그러면서 직원들은 개인적인 전화를 다 받고 그 다음에 업무처리를 하는 거죠. 오늘은 전기세 내고 내일은 은행 가고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해야 해요.” 처음에 지현씨는 ‘하루에 하나씩’이 너무 답답했단다. 한국에서는 학교 갔다가 애들 가르치고 토요일엔 결혼식 갔다가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면서 바쁘게 빠르게 지냈으니… 지금은 그 장점을 알 수 있게 됐다. 서로 여유로우니까 뭐 하나 빨리 안 된다고 화내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기차 연착은 이탈리아인들도 문제라고 여기고 있는 부분이다. 기차는 이탈리아의 대중교통이지만, 익히 알다시피 이탈리아의 기차 연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피아첸자에서 파르마까지 30분이면 가지만 연착을 고려해 1시간 전에는 나가는 게 기본일 정도다. 창련씨는 연착보다 파업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는다. “노조가 잘돼 있어서 끄떡하면 파업을 해요. 이탈리아는 파업 때문에 망할 거라는 말을 할 정도로요. 더 재밌는 건 아무 이유 없는데도 고정적으로 파업을 한다는 거죠.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파업해서 학교에 안 가기도 하고, 심지어 수위 아줌마들이 파업해서 쉬는 시간 종을 안 치기도 한다니까요.” 이탈리아의 문화와 역사와 자연만을 경험한 여행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이탈리아의 일상생활이 흥미로웠다. 

“저는 몰랐는데 한국에 와서 남자 옷가게에 갔더니 너무 촌스러운 거예요. 이탈리아 남자가 옷을 못 입으면 정말 센스 없다는 말이 있어요. 보고 다니는 게 다 예쁘고 색감이 화려하니까 옷을 못 입는 사람이 거의 없죠. 게다가 잘 생겼잖아요”라는 지현씨의 말에 창련씨는 “올림픽 양궁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이탈리아 선수들, 잘 생겼죠? 그게 기본이예요”라고 덧붙인다. 

그곳의 예술혼을 노래에 담아 

성악가라는 쉽지 않은 직업을 지닌 부부의 애로사항은 없을까. “성악을 하려면 잠을 잘 자야 하는데 같은 날에 공연이 있어 긴장하게 되면 서로 잠을 못 자는 게 가장 어려워요. 좋은 점은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공연에서 무엇이 좋았다 안 좋았다, 정확히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거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예요.” 

이탈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스케줄이 빼곡하다는 이들은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고유의 열정, 정서를 목소리와 몸짓에 담고 있다. 서울시관광협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 성악가 부부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고국의 관중들에게 전해질 날도 머지않았다. 이탈리아의 예술혼을 진하게 품은 채로. 


mini profile 

* 테너 강창련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 졸업 후 동 음악원 조교 과정 중.
* 소프라노 황지현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 졸업. 밀라노 아카데미아 최고자 연주 과정 졸업. 파르마 오르페오 아카데미아 오페라 전공 과정 졸업.
* 두 사람은 밀라노 시립 음악원에 입학해 최고자 연주 과정을 수료 중이며, 이탈리아, 독일에서 음악페스티벌, 갈라콘서트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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