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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조은정-“ 조은정 작가님! 저도여행작가가 될 수 있나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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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독자’로 그녀를 만났다. 트래비의 이벤트 ‘팔라우, 8인 8색’ 속에서 그는 남태평양의 바다를 종횡무진 하며 낯선 팔라우의 매력을 생기 넘치고 유쾌하게 전달해 주던 운 좋은 독자였다. 지금 그녀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첫 책인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의 흐름을 이어받아 두 번째 작품인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여행 베스트 15>까지 연이은 히트 행진이다. 문득, 그녀를 통해 ‘이유 없는 자신감’이 샘솟아 택도 없는 질문 공세를 펼쳐댔다. “조은정 작가님, 이토록 평범한 저도 여행 작가가 될 수 있나요?” 

  Travie writer 신중숙   사진  Travie photographer 오진민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는 무모한 용기로 감행했다 치더라도 두 번째는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부담 백배의 마음으로 고심 끝에 출판을 결정했음이 분명했다. 완벽주의자 그녀라면 더더욱 말이다. 

“감개무량하죠. 정말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첫 책을 내기로 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며 힘들었던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세상에 둘도 없는 낙천주의자로 불리는 제가 탈모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정도니 두 번째 책은 엄두도 못 냈어요. 하지만 첫 책을 읽고 메일이나 여러 루트를 통해 여행이야기에서부터 인생 상담까지 다양한 질문을 해 오는 독자들을 마주하며 ‘아, 나처럼 여행에 미친 사람이 정말 많구나. 내가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책을 내기로 결심했고, 독자들이 보내 준 질문들이 바탕이 되어 자연스럽게 책의 주제까지도 잡게 됐어요.” 

첫 책이 ‘직장인도 세계일주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면 두 번째 책은 구체적인 여행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에게 질문을 했던, 혹은 마음속에 여행에 대한 막연한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이끌며 여행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그는 두 번째 책인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여행 베스트 15>가 실전에 쏠쏠하게 쓰이는 책이기를 바란다.

 ‘여행자’에서 ‘여행 작가’가 되기까지 

쏟아지는 질문 공세 속에서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였던 건 “작가님, 저도 작가님처럼 여행마니아에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 저도 언젠가는 여행작가가 될 수 있나요?”였다고. 저자소개에 나와 있듯 ‘세계일주를 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그도 우리와 같은 쳇바퀴를 돌 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니 그는 여행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막막한 꿈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일 수밖에 없다. 

“실제 제 정체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 봤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제가 걸어온 길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 드리기 위해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웹 기획자로 활동하던 그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여행의 흔적, 자신의 히스토리를 만들고 싶어서, 또 그동안 여행에서 ‘익명의 블로거’들을 통해 받았던 소소한 도움들을 또 다른 익명의 여행자들에게도 돌려주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그런 식으로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어느샌가 여러 매체들에서 ‘진짜 여행자’인 조은정에게 관심을 갖고 원고를 부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니, 누구나 마음을 먹고 성의껏 활동을 한다면 얼마든지 여행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적처럼 펼쳐진 ‘세계일주’의 기회  

그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세계일주’를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그녀는 모 사이트에서 주최한 여행기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된다. 부상으로 지급된 것은 어마어마하게도 ‘세계일주항공권’. ‘설마설마’하던 세계일주항공권은 당시 H사의 말단 직원이었던 그녀에게는 뜨거운 감자였다. ‘사표를 낼까, 여행을 떠날까’ 사이를 갈팡질팡하던 그의 번뇌는 온 회사에 소문이 퍼졌고 그의 상사에게까지 알려졌다. 그 키를 쥐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현재 청와대의 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그때 조은정은 컨텐츠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여행기를 회사 홈페이지에 연재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김철균 당시 H사 상무는 ‘다중이’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보이던 조은정을 불러내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세계일주 기간은 인사담당자와 얘기해 보고 여행 계획서를 상세하게 써 보라고. 대신 그녀의 여행기를 회사에 연재할 것을 전제로 말이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3개월간 월급까지도 꼬박꼬박 받으며 세계일주에 나서게 된 것이다. 

3개월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모든 업무를 밤을 새워 가며 미리해 두고, 연재하던 원고도 3개월분을 앞서 마감했다. 그 와중에 세계일주 루트를 짜며 거의 밤낮 없는 생활을 철인처럼 견뎌냈다. 지금은 세계일주 마일리지 계산기라는 것도 있지만 당시에는 세계일주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여행사도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꾸준한 공부 덕에 마일리지와 전세계의 도시 코드를 모두 외우게 됐고, 그후로 한두 나라 정도의 코스 짜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여행을 떠난 이후로 하루하루가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이를 악물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체험하기 위해 ‘열심히 여행했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 그 자체였으니까. 

“세계일주에서 돌아오는 날, 아침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회사에 출근했어요. 하루도 안 쉬고 여행을 다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하루도 안 쉬고 일했죠. 그게 나를 믿어 준 상사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여행 전투력 막강한 ‘스스로 여행자’ 

그녀는 언제나 두 가지 편견에 시달린다. “돈이 많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겠지.” 그리고 “운 하나는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야”라는 것까지. 
하지만 그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으면 손품을 팔며 열심히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다니고, 현지에서는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저렴한 숙소를 이용하며 경비를 절약한다. 가족은 물론 사촌들까지 가세해 가족용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마일리지를 그녀에게 몰아 주었던 것도 여행경비를 아낄 수 있었던 또 다른 방법이었다. 

또 여행 기회가 주어지는 각종 이벤트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앞서 말했던 트래비의 공짜여행과 세계일주항공권은 물론 한국유스호스텔연맹이 주최한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돼 로스앤젤레스 행 항공권을 받았으며 각종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수차례 여행을 다녀왔다. 메모광이자 열정적인 정보 수집가였기에 꾸준하게 축적된 여행정보들은 매순간 공모전마다 효자 역할을 했다. 그가 신봉한다는 말처럼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모양이다. 

“얼마 전, 제 개인 홈페이지인 존정닷컴(www.zonejung.com)의 모임 때 제 책을 세 번 읽은 독자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진정한 여행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어느 정도의 단계인가라고요. 예리한 질문에 순간, 땀이 삐질 나는 거예요. 솔직히 아직은 제가 변함없이 여행자로 남게 될지, 여행가가 될지도 모르겠고, 여행 컨설턴트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의 재능은 여행을 통해 얻은 재미와 깨달음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책일 수도 있고 방송이나 강의일 수도 있겠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은 여행 전달자가 되기 위해서 저는 언제까지고 여행을 할 거예요. 그래서 아직도 제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에요.” 

‘제도권의 여행 고수’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의 책이 왜 다른 전문가들을 제치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는지를. 하지만 찬찬히 그녀의 글과 사진을 보고, 또 여행을 쟁취하는 과정들에 귀를 기울여 보면 금세 알게 될 것이다. 여행 자체를 즐기는 ‘스스로 여행자’인 조은정의 모습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면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논어>의 말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여행고수 조은정의 세계일주 이야기 

조은정의 ‘첫 여행’   96년 홍콩, 26살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감격스러워 도착한 홍콩 땅에 키스라도 하고 싶었을 정도로 행복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삶의 풍경이 이렇게 다르고 흥미롭구나’를 느끼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떠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 속의 베스트 여행지는?   내 인생 최고의 바다이자 최고의 여행지는 단연 몰디브. 두 번이나 몰디브에 갔지만 돌아오는 날이면 여권을 갈기갈기 찢어 그 바다에 버리고 싶을 정도로 몰디브라는 낙원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내 생애 가장 ‘웃긴 여행 에피소드’   몰디브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 배 위에 여러 명의 스태프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를 이끌며 바다 구경을 시켜 주었다. 어느샌가 점점 바다가 깊어지더니 섬처럼 돌 하나가 우뚝 서 있는 곳에 나를 데려다 놓고 몸을 더듬으며(수영복만 입고 있었던!) “아이 러브 유”를 연발하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미친 듯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헤엄쳐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 녀석을 신고하려고 배 위에 올라 울먹거리며 두리번거렸는데…. 배 위에는 까만 얼굴에 하얀 치아를 가진 사람들이 한가득. 도대체 바다 한복판에서 아이 러브 유를 외치며 만행을 저지른 녀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너무도 불쾌했지만 돌이켜보니 조금은 웃긴다. “바다 한복판에서 아이 러브 유가 웬말인가.” 

내 생애 가장 ‘슬픈 여행 에피소드’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을 갔을 때. 버스로 이동하던 중 볼리비아에 내전이 일어나 버스에 타고 있던 일행 모두가 차에서 내려 정처 없이 걷던 그 순간. 같은 버스에 동행했던 브라질 청년이 내게 밑도 끝도 없이 잘해 주기 시작했다. 공포와 고산증, 배고픔에 시달리며 그 청년에게 의지하며 모락모락 로맨스가 피어오르나 싶었는데…. 갑자기 전쟁 영화처럼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저만 살겠다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그 청년의 모습을 보며, 한 순간이었지만 나의 로맨스도 산산조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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