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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가을 단풍여행-짧은 산행으로 즐기는 가을 설악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0.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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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계절을 바꾸며 다가왔다 떠날 때마다 그 상투적인 순환에 짐짓 익숙한 척하면서도 세월의 흐름과 변화에는 늘 쉽게 적응하기 힘이 든다. 그 와중에 한 해의 중반을 훌쩍 넘기면서 풍성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가을은 산천을 물들이는 그 아름다운 단풍으로 계절이 무르익음을 자축한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가을 산천 중에서도 으뜸은 강원도에서 찾아볼 일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가을은 나무들의 겨울 채비 기간이다. 짙푸른 녹색 화장을 걷어 내고 빨갛고 노랗게 혹은 주홍빛으로 제 빛깔을 드러내는 건 춥고 기나긴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서다. 잎에 남은 모든 영양분을 뿌리로 내려 보내고 비로소 드러낸 제 색은 그리하여 삶에 대한 발광(發狂)적인 발광(發光)이다. 

이 땅, 설악산의 나무들은 가장 먼저 겨울 채비에 나선다. 9월 말부터 대청봉을 서서히 물들이는 단풍은 하루가 다른 기온의 변화에 하산 길을 재촉한다. 대청봉, 소청봉, 마등령, 토왕성 폭포, 양폭, 천불동 계곡. 숨 돌릴 틈 없는 그들의 하산 길은 10월20일경, 비선대와 권금성, 주전골에 다다른다. 

>>비선대는 산행 초보에게 주는 가을 설악의 마지막 선물이다. 설악의 속초 관문인 설악동 소공원에서 시작해 1시간 이내면 닿는 거리라 산행이 서투른 이들에게도 만만하다. 비선대까지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빽빽하게 늘어선 잎 넓은 활엽수는 이 가을, 찬란한 빛을 흠뻑 머금고 있다. 그들과 친구가 돼 가는 길은 그래서 예정 산행 시간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도착한 비선대에는 설악산 특유의 암벽과 계곡의 물줄기가 천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위를 둘러싼, 때로는 바위를 뚫고 자라난 나무들은 오색찬란한 화장을 끝내고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남은 힘을 모두 써 버리고 가지에서 떨어진 나뭇잎 또한 비선대의 물줄기를 타고 내리며 생을 아름답게 마감한다.

>>권금성에서는 설악의 가을을 가장 손쉽게 즐긴다.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로 7분여. 천천히 움직이는 케이블카 아래에는 가을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10분여를 걸어 권금성에 도착하면 중청봉을 비롯, 장쾌한 공룡능선과 마등령, 저항령, 황철봉에 이르는 백두대간 능선, 속초 시내와 속초 앞바다가 그대로 펼쳐진다. 만산홍엽(滿山紅葉). 탁 트인 전망의 권금성에서는 이 말의 뜻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이를 즐기는 이들 역시 가을빛으로 물든다. 만인홍조(滿人紅潮)다.

양양이 품은 설악 >>주전골은 수려한 단풍이 전국 제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을이면 빛깔 고운 주전골의 단풍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구름 인파가 몰린다. 제1오색약수와 용소폭포를 잇는 3km 짧은 코스는 산행 초보에게 알맞다. 이 구간은 짧지만 외설악의 웅장함과 내설악의 포근함을 한데 모아 놓은 설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제1오색약수에서 시작한 산행은 성국사로 이어진다. 그리고 제2오색약수. 원래 약수가 있어야 할 자리지만 2005년의 수마는 약수를 덮어 버렸다. 당시 주전골 일대를 할퀴고 간 수마에 피해가 지속됐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다.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 수마가 지나가며 숨겨진 동굴을 드러낸 것이다. 동굴에서는 29개의 엽전이 발견돼 ‘외지고 골이 깊어 도적들이 위조 주화를 만들었다’는 주전골의 이름을 입증했다. 1시간 가량, 단아하게 떨어지는 7m 높이의 용소폭포까지 가면 산행은 끝이 난다. 수해로 인해 옛 모습을 일부 잃긴 했지만 빛깔 고운 주전골의 단풍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tip

*권금성
  손쉽고 편안하게 설악의 가을을 즐길 수 있는지라 가을의 권금성은 인파로 넘쳐난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2~3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라 현명한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 케이블카 시간을 예약한 후 비선대에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전골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용소폭포에서 제1오색약수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는 게 좋다. 하산 길이라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차는 용소폭포 입구 주차장에 있는 대리 주차 요원에게 맡기면 된다. 제1오색약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주차 위치를 알려준다. 1만원.

Information

*설악산 국립공원 주소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산 43-1, 오색분소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81-1  주차료 성수기 5,000원  문화재 관람료 2,500원  문의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033-636-7700, 오색분소 033-672-2883
*권금성 케이블카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46-2  운행시간 오전 7시~오후 6시30분(성수기), 당일 시간 예약 가능  이용요금 대인(중학생 이상) 8,500원, 소인 5,500원  문의 033-636-4300 www.sorakcablecar.co.kr


주변볼거리 

아바이마을 

1·4 후퇴 때 함경도 실향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간 아바이마을. 2000년에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 덕분에 유명세를 탄 마을이다. 드라마에서 은서(송혜교) 어머니가 운영했던 구멍가게가 아바이마을 입구에 자리했다. 아바이마을은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갯배를 타고 들어가야 제 맛이다. 아바이마을이 자리한 청호동과 바다 건너 중앙동 사이, 일명 ‘멍텅구리 줄배’인 갯배가 오간다. 50m 거리의 바닷길에 줄을 엮어 끄는 갯배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의 명물이다. 그래서인지 갯배를 타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할아버지 운전수를 도와 갯배를 끈다. 

갯배를 타고 들어간 아바이마을은 그야말로 아담하다. 100m도 채 되지 않는 골목길 구석구석에는 ‘30년 전통’‘40년 전통’의 간판을 단 원조를 내세우는 냉면집들이 자리했다. 냉면집에서는 가자미회냉면과 명태회냉면을 비롯해 아바이순대를 판다. 원래 함경도에서는 통심이 즉, 명태순대를 만들어 먹었다. 

아바이마을로 피난한 실향민들, 고향을 추억하며 통심이를 만들고자 했지만 명태가 너무 비쌌다. 하여 명태를 대신해 돼지창자를 사용했다는 거다. 명태 대신 오징어를 사용했다는 설도 있으니 정확한 유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아바이마을에서도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구분해 판매하고 있으니 돼지창자를 사용했다는 설에 무게를 두고 싶다. 냉면과 순대, 아바이마을에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추억이자 기억이라 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설악 씨네라마

설악 씨네라마는 2006년 11월에 문을 연 드라마 세트장이다. 드라마 <대조영>의 무대가 된 곳으로 드라마는 물론 바로 앞에 물놀이 테마파크인 워터피아가 자리해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대왕 세종> <쾌도 홍길동>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설악 한화 리조트 내, 2만7,000여 평의 부지에 마련된 설악 씨네라마에는 당나라 황궁, 측천무후 후원, 고구려 관아와 민가 등 120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가장 큰 볼거리는 황금빛으로 치장한 당나라 황궁. 황궁 앞에는 고고한 자태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황궁 옆에 자리한 측천무후 후원도 좋다. 중국 쑤저우의 졸정원을 모델로 삼아 작은 규모의 졸정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측천무후 후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정자에 오르면 정원은 물론 황궁 전체가 한눈에 펼쳐진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24-1  입장시간 일~금요일 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 토요일 오전 8시30분~오후 7시30분  입장료 대인 6,000원, 소인 4,800원  문의 033-635-7711  www.seorakcinerama.co.kr

동명항

속초 사람들에게 가장 싸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동명항을 말한다. 자연산만 판매한다고 자신하는 상인들에게서도 동명항만의 자부심을 엿보게 된다. 항구 한 켠에 길게 늘어선 활어 판매장은 어민들이 직접 잡아오는 자연산 활어를 파는 난전. 여러 종류의 제철 생선을 섞어 2만원어치면 2~3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회를 써는 데 드는 돈은 회 값의 10%. 난전 위 포장마차에서는 초고추장과 야채, 쌈장 등을 각각 1,000원에 판매한다.

 슬금슬금 드는 돈이 만만찮은 듯하지만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동명항에서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에는 영금정과 등대전망대가 자리했다. 영금정은 바다와 맞물린 돌산이 파도와 어우러져 이뤄내는 소리가 신령이 거문고를 타는 듯 신비하다고 해 이름 지어진 곳이다. 일제 당시, 속초항 개발을 위해 돌산을 깨부수는 바람에 그 소리는 사라졌지만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는 이곳 해돋이의 장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등대전망대에서는 영금정을 품은 동해와 설악을 조망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맛 집

단천식당

아바이마을의 냉면집 중 진짜 원조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30여 년 전, 시댁이 함경도 단천인 윤복자 할머니가 문을 연 곳으로 지금은 며느리가 대신해 식당을 운영한다. 대표 메뉴는 가자미회냉면과 명태회냉면. 가자미, 명태 등 고명의 종류에 따라 양념 맛도 조금씩 다르다. 가자미회냉면이 알싸하다면 명태회냉면은 매콤달콤한 편.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며느리 역시 “각자의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842번지  영업시간 오전 7시30분~밤 9시  메뉴 가자미회냉면 7,000원, 명태회냉면 6,000원  전화 033-632-7828

진양횟집

오징어순대의 원조집으로 알려진 곳으로 아바이마을 건너편 중앙동에 자리했다. 오징어순대는 흔하디 흔한 오징어로 배고픈 서민들의 배를 채우고자 4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해 오징어순대 한 접시면 배가 부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478-35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밤 10시  메뉴 오징어순대 1만2,000원, 포장 1만원  전화 033-635-9999

실로암메밀국수

동해안 일대를 잇는 유명 메밀국수집 라인 중 하나. 실로암메밀국수를 있게 한 대표 메뉴는 동치미 메밀국수. 땅 속에 묻어 둔 50개의 동치미 독에서 꺼낸 동치미 국물을 작은 항아리에 담아낸다. 적당량의 동치미를 국수에 말아 먹는 맛이 시원하면서도 깔끔하다. 실로암메밀국수는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즐겨 찾았다는 소문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장산리 228  영업시간 주중 오전 10시~오후 7시30분, 주말 오전 10시30분~오후 8시, 수요일 휴무  메뉴 메밀국수 6,000원  전화 033-671-5547





오대산
설악의 단풍이 이어지는  중후한 가을산

설악의 아름다운 가을은 이내 강원의 중심으로 내려와 다섯 개의 봉우리를 휘감는다. 바로 오대산이다. 커다란 5개의 봉우리가 연꽃 모양으로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다 해서 이름 지어진 오대산.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삼림을 자랑하는 지대로, 이미 30여 년 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숲이 우거지고 암반이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오대산 자락에서 단풍을 누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올 가을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오대산의 가을은 알록달록한 색감이 중후한 멋을 뿜어낸다. 오색단풍. 가을을 대표하는 여러 색깔들이 산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을 선사한다. 오대산은 문화재를 따라가는 월정사지구와 계곡 등 자연을 따라 가는 소금강지구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오대산은 수많은 선택의 길을 제시한다. 비로봉, 상왕봉, 호령봉, 두로봉, 노인봉 등의 높은 봉우리들이 사방으로 솟아 있는 데다 월정사, 상원사, 사자암, 미륵암, 지장암, 관음암, 수정암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 등반의 대표적인 코스는 상원사에서 출발해 비로봉, 상왕봉을 거쳐 상원사로 돌아오는 코스다. 대략 4시간 정도 걸리는 반나절 코스다. 하루를 잡는다면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을 거쳐 동대산까지 이르는 코스도 있다. 대략 10시간30분 소요. 노인봉, 낙영폭포, 구룡폭포 등을 따라가는 5~6시간 산길도 자연의 멋을 한껏 누리기에 충분하다.


주변볼거리

양떼목장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양 목장. 대관령의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넓게 자리하고 있다.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삼양목장  
대관령 일대를 휘감고 있는 1,980여 평방미터의 대규모 목장. 여의도의 7~8배 정도나 된다. 특히 가을에는 구절초로 뒤덮여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월정사  
만월산의 정기를 받고 있는 월정사는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로 둘러싸여 있다. 고요한 가운데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는 오대산의 대표적 사찰. 10월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오대산 불교문화 축전’이 진행된다.

상원사  
월정사에서 서북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암자. 비로봉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등산로 가까이에 있어도 깊은 산속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 오대산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자생식물원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식물원. 순수하게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들로만 구성돼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람기간 4월1일~10월31일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성인 5,000원(10월은 3,500원) 문의 033-332-7069

tip

*생태관광 프로그램  오대산국립공원에서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오대산 방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테마를 따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10월에는 ‘오대산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역사기행’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전나무 숲 자연해설, 월정사 및 상원사 역사해설, 한국자생식물원 관람 등으로 구성된다. 오대산 역사기행은 10월26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Information

*오대산 국립공원 주소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간평리 75-6  주차료 성수기 5,000원  문의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033-332-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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