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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강 유등축제-물 위에 앉은 별빛에 취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0.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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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앉은 별빛에 취하다

아른거리는 빛의 춤사위를 따라 긴장을 풀고 시간을 내려놓았다.  아등바등 묶어 두었던 마음까지 슬며시 강물에 풀어헤치고 작은 연꽃 등에 불을 밝힌다. 마음의 씨앗이여, 멀리멀리 떠나라. 바람에 흔들리고, 세상에 치여 닳아 초라해지더라도….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민희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이토록 평화로운 순간

좀더 몽환적인 느낌을 기대했으나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밤이 주는 묘약에 취해 있었고 수줍게 설레고 있었다. 혼자였으나 외롭지도 않았다. 속삭이듯 간질이는 바람에 귀를 열고 수면에 풀어놓은 빛의 행렬에 넋을 놓으면 그만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3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뽑혔다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는 확실히 여타의 축제와는 다른 ‘느낌’이 있다. 밤이 주는 묘한 기운 때문인지, 빛이 주는 왠지 모를 기대감 때문인지, 어둠과 빛의 기묘한 동거와 그들을 포근히 감싸는 깊은 물결은 마음의 심연까지 흔들어 놓는다.

진주에서 남강에 띄우는 유등놀이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1592년 충무공 김시민 장군이 3,800여 명의 적은 병력으로 2만 왜군을 크게 무찌른 ‘진주대첩’을 치를 때, 군사신호로 남강에 등불을 띄워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는 군사 전술로 쓰였던 것. 또 진주성 내에 있는 병사들과 사민(士民)들이 멀리 두고 온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도 이용하기도 했다고. 이토록 평화로운 풍경이 전투의 치열함과 이산(離散)의 고통에서 시작되었음을 짐작키는 어렵지만, 이때의 기억이 면면히 이어져 이토록 많은 이들이 마음의 고요를 얻고 희망을 이야기하니 감사할 따름이다.?br />

오색비단에 피어난 야화

그 옛날 유등이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의 도하작전을 저지하는 전술로,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 쓰였다면 지금의 유등은 여러모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등의 국적도 각양각색. 일본, 중국, 타이완, 인도, 이집트, 네팔 등 세계 각국의 등도 두둥실 남강 위를 촘촘히 메우며 떠다니고 있다. 이들이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라면 우리의 등은 전통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한국인의 정서를 보듬는다. 작년에 선보였던 등이 전래동화에 바탕을 둔 등들이었던 데 이어 올해는 이야기가 있는 민속놀이를 테마로 제기차기, 줄다리기, 연날리기 등을 볼 수 있어 정겹다. 

강변 둔치에 앉아 있으니 저만치 물러나 있는 유등이 아쉬워 제2부교 옆의 유람선을 찾아 나섰다. 수줍게 열리는 뱃길따라 잔잔한 수면에 파장이 일자, 풍물등이 만들어 놓은 미로를 따라 물 위를 걷는 기분이다. 다가오고 다시 멀어지는 유등. 또 해설사의 입담은 어찌 그리도 구수한지. 가을 밤의 낭만과 흥겨움이 어우러져 20분이라는 시간이 아쉽기만하다.

꿈은 이루어진다

‘소망을 담는 축제, 소망이 이루어지는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행사장 곳곳에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체험의 장 또한 마련해 놓고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유등 만들어 띄우기. 유등을 강에 띄울 수 있도록 마련된 부표 위에 서니 출렁이는 물결따라 기분까지 아슬아슬하다. 정성스레 소망의 글귀를 적고 수면에 띄우자 남강은 어느새 소원으로 향하는 길이 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강의 어둠은 어느새 소원의 빛으로 환히 빛난다. 

생각지도 않게 꽤나 진지한 마음이 되어 돌아나오는 길. 유등을 띄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로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뷰파인더 너머의 나를 보는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지, 아이는 어른들의 잔치가 살짝 싫증난 눈치다. 문득 엄마 손에 들린 유등의 글귀가 궁금해졌다. 아마도 그들의 소망은 품안의 아이를 향해 있을 터인데…. 자신이 바로 그 희망임을 녀석은 알기나 할까. 녀석은 시종일관 새초롬한 표정이다.

유등 만들어 띄우기 체험장을 빠져나오면 수많은 타인의 소원과 마주하게 된다. 진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소망등 달기’ 행사장. 세상엔 이다지도 많은 바람이 있다. 결혼, 건강, 행복, 재물….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이어도 등불을 밝히는 사람들의 마음의 깊이는 저마다 달랐을 터. 작은 등 하나 밝히는 것만으로 어찌 그 소원 모두 이루어질까마는 그래도 그 정성이 만들어 낸 빛깔만은 참으로 고왔다. 

촉석루 맞은편 망경동 남강 둔치에서는 진주 시민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수천 개의 창작등이 아치 터널을 이뤘다. ‘용돈 올려주세요’부터 ‘엄마 아빠 사랑해요’까지. 창작등을 하나하나 유심히 보자니 목이 아플 지경이었지만 아이들의 재치와 서툰 솜씨가 귀여워 기꺼이 감수하기로 한다. 유등 1개당 3,000원, 소망등 1개당 1만원.

빛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약 300m의 남강과 천수교-진주교 사이의 80m가 아름다웠던 건 물, 불, 빛의 완벽한 조화에 있었다. 하지만 남강변을 거닐던 그날 밤을 생각하면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은은하게 빛나던 유등보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의 속삭임이 있다. 꼬마의 순진무구한 표정과 노부부의 느릿한 걸음, 어린 연인의 풋풋함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낸 크고 작은 바람들…. 때로는 닿을 수 없는 하늘의 별보다 세상의 빛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그리고 그 빛을 밝히는 건 아마도 가슴에 작은 행복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겠지.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날 꿈꿀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약간의 기대와 바람 속에 띄워 보낸 나의 작은 연등은 지금쯤 어디에서 빛나고 있을까. 

*진주 남강 유등축제 
기간   매년 10월1일~10월12일  점등 시간   저녁 6시30분~다음날 새벽 2시까지(유등 만들어 띄우기는 밤 11시까지)  문의   시청문화과 055-749-5071,  문화예술재단 055-755-9111 www.yudeung.com

경상도의 숨은 맛, 아리랑한정식 & 연리(蓮利)


진주엔 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전주비빔밥과 우위를 다투는 진주비빔밥이 가장 유명한데 동황색의 놋쇠그릇과 다섯 가지 나물과 밥이 엮어 내는 일곱가지 색의 화려함으로, 칠보화반(七寶花盤)으로 불리울 정도. 고추장 양념을 하지 않고, 육회를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진주의 전통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진주교방음식이다. 논개와 산홍이의 명성에서 짐작하듯 진주는 교방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남 진주, 북 평양’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지금도 진주의 ‘아리랑 한정식’에서는 궁중에서 전래된 아름다운 상차림과 양반문화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일명 ‘대장금 요리’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이곳에서는 시식에 앞서 실제로 왕과 왕비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의복을 준비해 놓고 있어 이 의상을 입고 궁중음식을 먹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색이 고운 구절판, 구수한 신선로 등 20여 가지 궁중 음식의 향연. 맛에 취하고 풍류에 취하니 양반은커녕 신선도 부럽지가 않다.

거나한 상차림이 부담스럽다면 별미를 찾아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주연못 맞은편에 자리한 연(蓮)요리 전문점 ‘연리(蓮利)’는 입 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연 향이 기분까지 개운하게 하는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는 연잎 영양밥과 연잎 훈제오리 등이 있는데, 연잎 훈제오리는 훈제된 오리를 연잎에 싸서 쪄낸 음식으로 은은한 연 향이 오리의 비린내를 없애 주고, 튀기거나 굽지 않아 맛이 담백하다. 연잎 영양밥은 원래 절간에서 여름철에 해먹던 음식으로, 이곳에서는 오곡찰밥을 연잎에 싸서 한번 더 쪄냈다고. 이와 함께 연압탕, 연잎 녹두국, 연자죽 등 별미가 가득하니 대체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아리랑 한정식
위치  진주시 신안동 34-23번지  가격  1인 기준 3만원, 5만원  문의  055-748-4556

*연리(蓮利)
위치  진주시 정촌명 예하리 909-1 강주연못 후문 앞  가격  연잎영양밥 7,000원, 연잎훈제오리 3~4인 기준(大) 4만원  문의 055-744-5292

진주 소싸움

보통 소싸움 하면 청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곳 또한 진주임을 알고는 있었는지? 진주의 소싸움대회는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기념잔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또 전국 최초로 상설 소싸움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매주 토요일), 전국대회는 개천예술제(10월3~10일)와 논개제(5월 넷째 주 금~일요일)에 펼쳐진다. 개천예술제 때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 기간과도 겹치는 때라 유등축제와 더불어 필수 여행 코스로 꼽힌다고.

힘겨루기 한마당 ‘진주시 전국민속소싸움대회’
 
경기장에 들어서자 마침 소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한명이’와 ‘뿔쟁이’의 시합으로, 귀동냥에 의하니 결승에서나 만났어야 했을 상대들이란다. 그래서 경기장은 이른 시간임에도 한껏 달아올라 있었나 보다.

소싸움은 체급별로 구분한 뒤, 추첨을 통해 대진표가 결정된다. 각 경기는 1:1 단판승제로 이루어지며, 싸움소가 대결 중 머리를 돌려 달아나면 패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경기 시간은 제한이 없고 한 마리가 패할 때까지 계속되지만 보통 15분에서 20분 사이에 결판이 나는 경기가 제일 재미있단다. 그만큼 두 싸움소의 기량이 비등하다는 증거이고, 또 20분이 지나면 지루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한명이와 뿔쟁이의 싸움은 1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세차게 울부짖지도 요란한 견제의 움직임도 없지만 육중한 몸집에서 스며나는 기세가 대단하다. 벌써 두 싸움소의 머리는 서로의 뿔에 받혀 붉게 물들었다. 소의 눈빛이 저리도 매서웠던가 생각하던 찰나, 뿔쟁이의 입이 벌어졌다. 힘이 빠졌다는 신호다. 한명이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매섭게 달려들었고, 결국 15분여의 경기는 뿔쟁이의 줄행랑으로 끝이 났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응원에 열중하던 관중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 경기장 밖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소의 무리가 줄지어 있다. 따스한 가을볕에 꾸벅이는 소의 순하디 순한 그 눈빛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그리곤 한명이와 뿔쟁이의 붉게 물든 뿔과 머리가 계속 눈에서 아른대는 것이었다.

*진주 전국민속소 싸움대회
기간  전국대회│논개제, 개천예술제 기간 중, 토요상설소싸움대회│3~11월 매주 토요일  장소  진주시 판문동 전통소 싸움경기장  문의  시청 문화관광과 055-749-5086, 투우협회 055-747-6159 www.jinjubulls.com

진주 삼베

진주의 첫인상은 이름처럼 단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발전을 거듭한 도시의 냄새가 짙어 여행의 묘미가 조금 떨어지는 것도 사실. 만약 진주의 푸근함을 느끼고 싶다면 죽곡삼베마을로 가보자. 채비를 서두른다면 아직 가을걷이를 끝내지 못한 황금들판과 코스모스의 춤사위를 볼 수도 있다.

정겨운 시골풍경이 가득‘죽곡삼베마을’ 

진주의 남쪽 끝에 위치한 죽곡삼베마을은 계절을 망각한 대나무가 사시사철 하늘을 찌르고 김유신, 최치원의 영정을 봉안한 남악서원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곳이다. 남악서원은 680년경에 지어졌다가 1919년 지방유림들이 다시 짓고는 경주 서악서원의 이름을 본따 남악서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솟을 대문과 사당, 서원 2개 동이 있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무 기둥의 늙은 주름과 처마선의 유려한 곡선이 그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마을의 전통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삼베. 20여 농가의 주민들이 삼 삼기부터 삼베 짜기까지 전 작업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그것도 400여 년 전의 전통방식으로. 이곳에선 실제로 삼베를 짜는 과정을 볼 수도 있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선 방문객 센터에는 삼베 전시장과 함께 5동의 펜션, 음식점 등이 있어 미리 예약만 한다면 가을의 호젓한 분위기와 도심에선 쉽게 접하지 못할 전통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죽곡삼베마을
위치   진주시 금곡면 죽곡리 죽곡마을  주요 체험거리   삼베 체험, 농사 체험, 삼베전시관 관람 등  문의   055-756-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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