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경북 청송-“우리 청송 갈까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0.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청송 갈까요?”

햇살 소복허고 바람 산산허니 바야흐로 가을 한복판이다. 하루종일 밖에 나가 쏘다녀도 성에 안 차는 요즘, 산 너머 남촌 풍경이 궁금해진다. 새빨간 홍로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 하루가 다르게 울긋불긋 물드는 산야엔 화사한 단풍 모자이크, 그리고 변함없이 눈가를 시큰하게 하는 푸른 솔 군락들과 바위산이 지닌 ‘순전한’ 전설까지. 가뜩이나 기민해진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이 모든 풍경과 이야기가 바로 청송에 있다.

글·사진  도선미 기자    취재협조  청송군 www.cs.go.kr, 여행이야기 www.travelstory.co.kr


청송이 어드메뇨 

청송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십중팔구 되물어 온다. 청송? 하고 끝을 올리며, 그게 어디 붙어 있는 땅이야? 혹은 너 중국 가니? 이도저도 아니면 아, 청송교도소 있는 거기? 아무래도 ‘그게’ 대한민국에 버젓이 붙어 있는 땅이고 그러므로 많고 많은 중국 지명 중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청송이 어드메뇨. 정답부터 말하자면 청송은 경상북도 안동에서 오른편으로 약간 빗겨나 자리한 소도시다.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동해와도 가까워 맑은 날 높은 지대에 오르면 영덕의 풍력발전기와 그 너머 동해바다까지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청송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주산지와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루는 주왕산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서울에서 청송으로 가려면 어떤 길로 가든지 안동을 거쳐야 한다. 안동에서 청송으로 넘어가는 경계를 일러주는 건 바로 차창 밖 풍경. 눈앞의 산을 촘촘한 푸른색으로 메우는 ‘청송(靑松)’이 많아질수록, 점점이 붉게 물든 사과밭이 시야를 채울수록 청송은 가까워지고 있는 거다.

전설의 고향, 주왕산

산이 즐거운 이유는 산에는 산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주왕산은 명산다운 미덕을 두루 갖췄다. 높은 산봉우리와 탄성을 자아내는 기암절벽, 그 위로 세차게 낙하하는 폭포수와 계곡의 비경, 산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사찰과 암자, 산객들의 해갈을 돕는 천연약수, 그리고 골짜기마다 면면이 서린 전설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주왕산이 오래오래 사랑받아 온 이유이고, 또 그 결과이기도 하다. 생선살 발라먹듯 여기저기 들춰보고 음미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우리 체력에 내린 축복이 부족한 게 사실. 오후 한나절 산행에 적합한 주왕굴-제1폭포-주산지 코스로 알뜰하게 둘러보자. 


1. 거대한 바위산을 등지고 있는 주왕암은 작지만 단단한 기품이 느껴진다. 2,3. 바위산인 주왕산에서는 널린 게 크고 작은 바윗돌이다. 단순한 산행이 무료해질 찰나 주위를 둘러보면 어김없이 앙증맞은 돌탑들이 눈에 띈다 4.내 고향 청송은 홍로가 익어가는 시절. 주왕산 사과마을은 특히 유명해 조금 과장을 보태 벼이삭보다 더 많은 사과를 볼 수 있다. 5.주왕암으로 가는 길에는 거인들이 놓쳐버린 공기돌같이 큼지막한 바위들이 군데군데 물살을 누르고 있다. 6.주왕산 매표소와 인접한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義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일전에 화마로 소실되었던 것을 복원한 것이라는데, 화재의 원인이 우물을 팠던 데 있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주왕굴

주왕산 초입의 대전사에서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정상 등반이 주목적이라면 왼쪽 길을 통해 연화봉, 병풍바위를 지나 곧장 제1폭포로 오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산허리까지만 오르는 대신 구석구석을 좀더 누비고 싶다면 오른쪽 길을 추천한다. 주왕암, 주왕굴을 들렀다가 자연관찰로 구간을 통해 제1폭포로 가는 길이다. 이 길로 들어서면 한동안은 무난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다가 점차 오르막이 되면서 길이 좁아짐을 느낄 때쯤 작은 암자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주왕암이다. 

이 암자가 기리는 주인이자, 이 산에 서린 전설의 주인공 주왕은 신라 말, 중국 당나라 사람으로 본래 이름은 주도(周道)였다. 옛날 비범한 사람들이 늘 그랬듯 그의 탄생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별똥별을 품에 안는 태몽과 함께 잉태된 그는 석달 만에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고, 태어날 때부터 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뭐든 능통, 통달하며 예고된 천재의 길을 걸었지만 그럼에도 성공적인 영웅이 되진 못했다. 스스로를 후주천왕이라 칭하고 군사를 일으켰다가, 졸지에 영웅에서 떠돌이 패전왕 신세가 돼 버린 것. 그렇게 쫓기고 쫓기다가 천신만고 끝에 흘러들어온 곳이 바로 당시 험하기로 소문났던 이곳 청송 석병산(주왕산의 옛이름)이었다. 그러나 남의 나라에서도 그를 쫓는 추격자의 손길은 끈질겼고, 그는 당황제의 요청으로 그를 포획하러 나선 신라 마일성 장군에게 오랫동안 쫓기게 된다.  

암자 뒤로 돌아가면 쪼개진 바위틈처럼 좁은 협곡을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이 바로 주왕의 도피로이자, 마일성의 추격로다. 관광객들을 위한 철제 계단이 설치된 지금이야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지만, 그 옛날이었다면 도저히 맨땅을 딛고 가긴 어려웠을 만큼 험했을 터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절박함이 없었다면 그들도 이곳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바위로, 수풀로 우거진 길을 10여 분 올라가면 높은 데서 떨어지는 세찬 폭포와 그 물줄기에 반쯤 가려진 얕은 굴이 보인다. 두세 사람이 들어가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굴 속에는 산신령의 형상인 듯한 탱화와 젯상만이 호젓하게 놓여 있다. 내부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시원하게 뚫린 입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바위절벽이다. 그리고는 웅웅대는 바람소리,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야 간신히 마주치는 파란 하늘뿐. 마치 거대한 우물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결국엔 아무도 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이 굴 앞에서 주왕은 마일성의 화살을 맞고 생을 마쳤다. 주왕산의 봄을 꽃분홍으로 물들이는 수달래는 그래서, 이때 주왕이 흘린 피로 돋아났다는 전설을 지니게 됐다.
사실 그와 관련된 이 모든 이야기들은 세상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순전한’ 전설에 불과할 뿐인데도 이곳에서는 신기하게 완전한 진실이 되고 말았다. 아마 그 비밀은 주왕의 비극에 있지 않을런지. 주왕이 이런 곳에서 고상하게 도나 닦으며 연명했다면 이 산도, 암자도, 동굴도 그의 이름을 지니게 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1,2. 주왕굴안에서 보면 사방이 암벽이다. 가히 '면암(巖)참선'이라는 조어가 떠오를 정도. 동굴의 어깨를 타고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겨울이 되면 얼음기둥으로 화하여 절경을 이룬다. 비좁은 동굴 안에는 탱화와 젯상만이 쓸쓸하게 놓여 있다. 3. 제 1폭포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연신 이어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쪽으로 고정된 고개가 뻣뻣해질 즈음, 가던 걸음이 절로 멈춰진다. 제1폭포의 물소리와 아찔한 푸른빛. 물이 아니라 그저 투명이 흐르고 투명이 고여있는 폭포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그림 속, 아니 시 속의 풍경이다. 4.옛날 주왕굴로 가는 길은 바위틈을 비집고 가는 험로였지만, 지금은 철제계단이 놓여 있어 비교적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그래도 주왕암에서부터 앞을 가리는 돌산과 수풀을 헤치고 10여 분을 올라야 한다.


제1폭포

겨울이 되면 주왕굴의 폭포는 팽팽한 물줄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 꽁꽁 얼어 버린다. 이 주왕굴 빙하가 바로 주왕산 9경 중 하나이고, 망월대에서 보는 달이 그중 둘, 제1폭포의 신록이 그중 셋이다. 가을 주왕산에서는 이 세 가지 진경은 볼 수 없지만 대신 햇단풍의 고운 색깔을 감상할 수 있다. 

주왕굴에서 제1폭포로 가는 길에는 ‘자연관찰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길가에 친절한 안내판이 놓여 있어 주왕산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꽃들, 산짐승들의 이름을 알려준다. 주왕산에는 특히 다람쥐가 많은데, 어찌나 겁들이 없는지 오솔길을 대놓고 횡단하고, 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도토리를 묻느라 정신이 없다. 아마도 벌써부터 월동준비에 바쁜 모양이다. 뱀도 바쁘긴 매한가지인지 불쑥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래키곤 한다. 

자연관찰로 중간쯤 망월대(望月臺)에 오르면, 주왕산의 얼굴, 병풍바위가 위풍당당 버티고 있다. 차라리 바위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봉우리라고 해야 어울린다. 대둔산, 소금강산, 주방산 등 주왕산이 지닌 여러 가지 별칭 중에서 가장 즐겨 불리던 이름이 바로 병풍바위를 뜻하는 석병산인데, 실제로 망월대에 올라 사방을 에운 바위산을 마주하니 그 까닭을 알 만한다. 주왕산을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巖山) 중 하나로 꼽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그림 감상하듯 바위산을 찬찬히 완상하고 있노라면 산정상에서나 불어 올 법한 알싸한 바람이 머리를 식혀 준다. 어디서 이렇게 웅숭깊은 바람이 올라오는가. 어쩌면 저 단단하고 차가운 바위산의 호흡은 아닐까.

망월대에서 제1폭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급수대와 학소대 바위까지는 길이 좁고 자칫 발을 헛디디면 위험할 수 있어 어린이들은 통행이 제한된다. 어른들도 줄을 지어 잘 살피면서 가야 할 정도다. 학소대를 지나면서부터는 다시 바위와 바위가 마주보며 좁은  틈을 두고 협곡이 시작되는데, 그 사이로 맑은 계곡이 흐른다. 군데군데 너럭바위를 만나 폭포가 되기도 하고, 평평한 지대를 만나 작은 못을 이루기도 한다. 

높이 오를수록 물소리는 점점 격해지고, 그 소리에 맞춰 가속을 붙여 오르다 보면 곧 제1폭포가 눈앞에 선뜻 다가선다. 폭포는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낙하하고, 그 힘으로 깊어진 못의 중심은 아찔한 푸른빛을 띤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푸른빛은 옅어지고, 물은 자갈돌에 섞인 이끼의 푸른 정도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물이 아니라 그저 투명이 흐르고, 투명이 고여 있는 것 같다. 군데군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화룡정점, 시 속의 풍경이 따로 없다. 제1폭포 위로는 제2, 제3폭포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대로 돌아서기 아쉽다면 물길따라 좀더 산을 올라 봐도 좋다.      


주산지

초가을 왕버들 단상 


◀주왕산의 '민낯'은 바로 저수지다. 초가을, 주산지에 물이 빠지면 왕버들나무들은 실뿌리로 햇살을 만난다. 저수지변에 핀 갈대꽃들은 보기만 해도 간지럽고 따뜻하다. 둑에서 정면으로 바라다봬는 봉우리는 별바위라고 불리는데, 저 고개를 넘어 영덕의 장을 다녀오던 옛사람들이 새벽별을 보고 갔다가 저녁별을 보고 돌아왔기 때문이란다. 



주산지는 주왕산 영봉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에 자리한다. 거리상으로는 13km 떨어져 있어 주왕산 입구 터미널에서 이전리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주산지를 생전 처음 가보고 나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은 ‘주산 는 저수지’라는 것. 문헌상으로는 이렇다. ‘조선 경종 때(1721년)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 ‘길이 100m, 너비 50m, 평균 수심 7.8m의 조그만 산중 호수’, ‘아무리 가뭄이 들이닥쳐도 바닥을 한번도 드러낸 적이 없는 든든한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저수지이니만큼 물이 늘고 줄어드는 변화는 있는 것. 그래서 주산지를 방문할 땐, ‘물때’가 중요하다. 한 해 벼농사가 갈무리되는 초가을 무렵은, 주산지에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기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물이 1m 남짓이나 줄어들어 주산지의 명물 왕버들이 본의 아니게 나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동행한 문화해설사 말로는 “전라의 왕버들을 보게 된 거야말로 진정한 행운”이라지만,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봤던, 고고하게 물에 잠긴 왕버들을 기대했던 일행으로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바로 여행의 기술. 왕버들의 나신도 나름대로 완상할 만한 구석이 있다. 씁쓸하면서도 아련한 맛이랄까. 물을 걷어내고 본 왕버들 밑동은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파뿌리같이 자잘한 뿌리들로 얽혀 있다. 왕버들은 오래 물속에 살다 보니 본뿌리는 금방 죽고, 잔뿌리 숱을 늘려 몸을 지탱한다나. 어쩌면 단단한 땅밑이 아닌 부드러운 물밑에 살다 보면 그렇게 가늘고 낭창낭창한 뿌리를 갖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렇듯 일년에 꼭 한 번은 쨍한 햇빛을 보게 될 그들 잔뿌리, 어쩌면 그 쨍한 빛의 기억으로 일년을 굳게 버티는지 또 모를 일이다. 그런 뿌리로 사는 생은 가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다행히 가을이 깊어질수록 주산지의 수심도 깊어질 터이니, 지금쯤 주왕산을 찾는 여행객들은 영화 속, TV 속 풍광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청송별미 

약수닭백숙 & 닭불고기

보신의 달인은 말한다. “달기약수 먹어 봤어? 못 먹어 봤으면 말을 말어~ ”  
석회암이 많은 청송에서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약물이 솟는다. 이름하야 달기약수. ‘닭닭닭’ 소리를 내며 솟기 때문이라나. 탄산수와 비슷한 톡 쏘는 맛을 내는데, 비위에 따라 다소 역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화를 돕고, 몸의 기운을 북돋워 위장병에 특효라고 하니, 코를 싸쥐고서라도 한 바가지 들이켜 볼 수밖에. 

달기약수에 닭을 푹 담가 고아서 백숙을 만든 것이 바로 청송의 별미 중 별미인 달기약수백숙이다. 약수를 그냥 마셨을 때의 떫음은 온데 간데 없고, 철분만 고스란히 녹아든 백숙 국물은 오묘한 옥빛을 띤다. 여기에 죽처럼 질게 지은 녹두밥을 말아먹으면 발우공양 하듯 남김없이 한끼 식사를 마칠 수 있다.
닭불고기는 뼈를 발라낸 닭가슴살을 다져서 떡갈비처럼 납작하게 부친 것인데, 퍽퍽함 대신 쫄깃한 육질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이 두 가지 별미 때문에 청송 여행이 그야말로 더 ‘맛깔’나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메뉴는 주왕산 부근이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닭불고기와 닭백숙 반 마리 한 상에 1인 1만5,000원 정도.


재미와 배움을 한번에 ‘체험학습’

사과 따기 체험

청송 사과는 달고 아삭하기로 유명하다. 일교차가 크고 햇살이 풍부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사과 생산지로 ‘맞춤’인 것. 사과맛뿐만 아니라 직접 수확하는 재미도 궁금하다면 주왕산 자락에 위치한 ‘사과마을’로 가보자. 이곳에서는 1인당 세 개의 사과를 따서 선물로 가져갈 수 있다. 사과를 따는 노하우는 반드시 꼭지를 비틀어, 꼭지 끝에 달린 씨눈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내년에도 탐스런 사과를 만날 수 있다고.
사과의 붉은 빛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말(24~26일)에는 경내 사과공원과 청송민속박물관에서 ‘청송문화 사과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사과를 테마로 놀이와 요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하고 공연, 전시, 민속행사 등도 펼쳐진다. 체험비용은 1인당 5,000원. 054-873-4700  

옹기 체험
 

진보면에 위치한 옹기체험장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25호인 이무남 옹기장이 운영하는 정통옹기교실이다. 옹기는 사기나 철제그릇과 달리 모든 생명의 터전인 흙과 물로만 만들기 때문에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그릇이다. 특히 이옹기장이 만든 ‘숨쉬는 옹기’는 전 공정이 일체 재래식으로만 이루어졌다. 말하자면 오리지날 핸드메이드 옹기인 것! 장인은 흙을 밟고, 만지고, 사랑하며 살아야 비로소 건강한 인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끈하고 보드라운 진흙을 뭉개고, 뭉쳐 옹기를 빚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온 정신이 손끝으로 모이면서 약간의 혼신이 발휘되는 걸 느낄 것이다. 역시 한길에 평생을 매진해 현리(玄理)를 깨우친 사람의 통찰력은 다르다. 체험비용은 성인이 1만원, 어린이는 무료다. 054-874-3362

고택 숙박 체험 

청송 심씨의 본향 덕천동에 지어진 송소고택은 중요민속자료 250호인 동시에 숙박이 가능한 민가이다. 1880년 지어진 조선시대 전형적인 상류주택으로 안채, 사랑채, 별채, 행랑채로 이루어졌으며, 각 채의 방을 택해 묶을 수 있다. 고택의 낮과 밤을 고스란히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 특히 어슴한 저녁 넓은 고택 마당에서 갖는 ‘장작불 타임’에는 가슴까지 훈훈해진다. 모르는 사람끼리라도 한가족, 먼 친척이 된 듯 도란도란 정다운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곧이어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새까만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돋고, 이내 쏟아질 듯 가득 찬다. 이처럼 무수하게 널린 ‘별 볼 일’은 흔치 않으니, 밤공기가 좀 차더라도, 부디 견뎌내시길!  

아침에는 전문문화재해설사로부터 고택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송소 심호택 집안은 조선시대 영조때부터 이미 만석꾼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누대에 걸친 ‘가문의 영광’이 홍살대문이며, 교창이며, 문도리며,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사랑채와 안채로 드나드는 중문 사이 마당에 있는 ‘헛담’인데, 안채에 드나드는 집안 아낙들이 사랑채에 있는 남자들 눈에 띄지 말라고 세워 두었단다. 당시 남녀유별이 얼마나 엄격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2인 기준 1일 숙박비는 사랑채 & 안채 큰방 7만원, 작은방 5만원, 작은 사랑채 & 안채 큰방 9만원, 별채 단체방 18만원, 행랑채방 & 찬모방 4만원. 054-873-0234~5 www.songso.co.kr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