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가을을 찾아
함양의 가을을 찾아
  • 트래비
  • 승인 2008.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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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가을을 찾아

시나브로 높아진 하늘을 발견하고 나서야 가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음을 깨닫는다. 지난 여름의 뜨거웠던 햇빛도 가을바람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다가오는 가을 앞에서 마음은 이유 없는 기대감에 설레인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맑은 계곡 물과 높은 가을 하늘, 조용한 산책로,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음식, 멋스러운 고택, 가을 산의 아름다움 모두를 가지고 있는 함양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김준영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www.hygn.go.kr 

가을 산을 만나는 곳

잘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 함양은 지도상의 거리보다도 체감 거리가 훨씬 가깝다. 노랗게 물든 논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고속도로를 달린 지 세 시간 반 만에 함양에 도착했다. 경상남도 서북부에 위치한 함양은 영호남 교통의 분기점으로 신라와 백제의 문화가 만났던 곳이다. 무엇보다 함양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10호인 덕유산을 비롯한 고산준령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으로, 남(南)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고장이다. 

1,000m 이상이나 되는 17개의 높은 봉우리들과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찾아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전북 무주군,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능선이 30km 이어져 장관이며 특히 ‘흰구름산’이란 뜻의 백운산은 높이도 1,279m의 준봉인 데다 남도의 내로라하는 명산들을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볼 수 있어 조망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산 정상부터 들기 시작한 지리산의 단풍은 10월 마지막 주를 전후로 그 절정을 맞을 예정이다. 온전하게 지리산의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하루 전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산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백무동까지 직행하는 고속버스가 있고 산 밑에는 산장과 펜션,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있다. 하지만 가을 단풍철에는 등산객으로 붐비니 사전 문의와 예약은 필수이다.

* 함양에서 오르는 지리산

백무동 → 한신계곡 → 세석산장(10km) 등정
4시간50분, 하산 3시간30분
백무동 → 하동바위 → 천왕봉코스(12km)
등정 5시간, 하산 3시간30분
추성 → 칠선계곡 → 천왕봉코스(15.5km)
등정 7시간, 하산 5시간
삼정리 → 지리산자연휴양림 → 벽소령(8km)
등정 3시간, 하산 2시간


역사와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지리산 산행에는 가을산을 만나는 재미와 함께 산자락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사찰을 만나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인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가는 초입,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벽송사는 신라 말 고려 초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 중종 1520년에 벽송 지엄대사가 중창하였다고 한다. 벽송사 주차장 위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100m 가면 서암정사가 나타난다. 서암정사는 6·25 전란을 전후하여 7년간이나 빨치산과 군경들 틈바구니에서 시련과 희생을 겪어야 했던 지리산의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유 없이 무참하게 죽어간 원혼들의 울음소리를 꿈속에서 듣게 된 벽송사의 전 주지 원응스님이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원응스님이 찾아온 후, 1989년부터 시작하여 10여 년간 화엄경 ‘금자사경’을 완성하고, 주위와 자연석 암반 위에 대방광문(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극락전(아미타여래가 주불이 되어 무수한 불보살이 조각된 부처님의 이상세계 모습) 등을 조각하였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경주 석굴암을 이을, 현대 불교 미술의 정수라고 불리는 서암석불의 화려함과 정교함, 움장함 앞에 탄성이 그치질 않는다. 또한 산 밑으로 보이는 전망과 이국적인 풍경의 연못, 바위 위에 자리잡은 불상들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함양은 역사적으로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물산교역지였고 신라시대에는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으며 ‘좌(左) 안동 우(右) 함양’ 이라고 불릴 만큼 인재를 많이 배출하였다.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며 조선시대의 유서 깊은 서원, 향교, 정자 등도 많이 자리하고 있다. 함양읍내에 자리잡고 있는 ‘학사루’는 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현재 함양군) 태수로 재직시 자주 이 누각에 올라 시를 읊었다고 하여 후세 사람들이 ‘학사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학사루 위에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꼈다면 학사루 바로 옆에서 함양에만 있는 ‘안의갈비’를 맛볼 수 있다. 한우를 조선간장으로 양념하여 육질이 연하고, 함양의 특산물인 느타리, 새송이 버섯 등 각종 야채로 맛을 내어 건강에도 좋고 아이들과 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1, 6 함양에서도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손꼽히는 정여창 고택. 드라마 <토지>의 촬영 장소로 사용되어 널리 알려졌다  2, 3 함양은 지리산,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고장으로 무르익는 가을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4, 5 경주 석굴암을 이을 현대 불교 미술의 정수라 불리는 서암정사의 석불 


한옥마을의 고택과 화림동 계곡

함양군 지곡면에는 정여창 고택과 한옥마을이 있다. 조선조 5현의 한 분인 문헌공 일두 정여창 선생의 후손들이 지은 집으로 3,000여 평의 대지에 12동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경남 지방의 대표적 양반 고택으로 솟을 대문에 충, 효, 정려의 편액 5점이 걸려 있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집안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옛 손길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세간들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데 정여창 고택은 양반가의 정갈한 기품이 가득하여 드라마 <토지>의 촬영 장소로도 사용되어 더욱 널리 알려졌다. 

해발 1,507m 남 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남강의 상류)이 오랜시간 흘러내리며 냇가에 기이한 바위를 만들어 내고 농월정에 이르러서는 반석 위로 흐르는 옥류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60리의 무릉도원을 이룬 곳이 화림동 계곡이다. 계곡 전체에 걸쳐 넓은 암반과 수많은 정자들과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있다. 해를 가릴 만큼 넓다고 하여 ‘하늘의 차양막’으로 불리는 차일암이 있는 동호정에서는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며 맑은 계곡 물은 하늘을 거울처럼 비춘다. 동호정을 1km 가량 더 오르면 계곡물과 우거진 숲, 구름다리 등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진 거연정이 나온다. 거연정에 올라 화림동 계곡을 바라보면 왜 신선들이 이곳을 찾아왔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리산을 넘는 길, 오도재를 따라 

함양 마천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도재를 넘어야 한다. 오도재는 ‘다섯 가지의 깨달음’이라는 뜻으로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오도재를 넘어야 했다. 오도재는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신할 때 중요한 망루지역이었고 임진왜란 당시는 서산, 사명, 청매 등 승군이 머물렀으며, 조선시대에는 김종직, 김일손, 유호인, 정여창 등 시인 묵객이 지리산 넘어 가는 길에 잠시 땀을 식힌 곳이기도 하다. 

오도재의 제1문에서 내려다보면 지리산 산자락을 따라난 꼬불꼬불한 길과 저 멀리 함양 읍내가 내다보인다. 다시 길을 따라 마천면으로 10분 정도를 가다 보면 마천 다랭이 논을 만나게 되는데, 다랭이 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층층이 만든 계단식 논으로 특히나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벼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남해 가천의 다랭이논이 바다와 조화롭게 장관을 이룬다면 마천의 다랭이논은 산세와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멋을 자아낸다. 다랭이논의 노란 물결은 가을의 풍성함과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다. 


1 옛날부터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오도재를 넘어야 했다.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오도재길  2 함양 마천면의 다랭이논은 이 가을 산세와 어우러져 풍성하고 아기자기한 멋을 자아낸다  3 다랭이논의 노란 물결은 가을의 풍성함과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다  4 상림 사운정  5, 6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상림의 가을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상림을 거닐며

함양의 제1경으로 꼽히는 상림(上林)은 약 1,100여 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 선생이 강둑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던 인공림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수가 함양읍의 중앙을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잦은 홍수 피해가 있었다고.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강물을 돌려 둑을 쌓고, 둑 위에 나무를 심어 가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관림이라 이름지어 보호하였으나 세월이 지나며 홍수로 중간 부분이 유실되어 상림과 하림(下林)으로 갈라지게 된 후 하림은 많이 훼손되고 지금의 상림만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상림의 면적은 약 21ha로 120여 종류,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전형적인 남부의 온대낙엽활엽수림이 잘 보존되어 있고 특히 이 숲의 나무들은 합천의 가야산에서 옮겨 심어진 것으로 전해져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가치를 지니고 있다. 

1.5km 정도의 산책 코스는 함양 시민에게는 삶의 일부이며 여행객에게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상림을 걷다 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낄 수가 있다. 상림의 아름다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석산 또는 ‘꽃무릇’이다. 그 꽃은 9~10월에 붉은 색으로 피고 잎이 없으며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이 떨어진 다음 짙은 녹색의 잎이 나온다.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상림을 걸을 땐 ‘꽃무릇’이 마치 붉은 물결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림에는 최치원 선생에 관한 전설이 있다. 최치원 선생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상림에 놀러 나가서 풀섶에 앉아 놀다가 뱀을 보고 깜짝 놀라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고. 이 이야기를 들은 선생은 어머니께 송구함을 금치 못하여 숲으로 나가, ‘앞으로는 뱀이나 개미 같은 모든 해충은 모두 없어져라’고 주문을 왼다. 그후 신기하게도 모든 해충이 사라졌다고. 미물과 하늘을 감동시킨 선생의 효성 때문일 터.


1, 2 가을 지리산 산행을 하노라면 산자락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사찰을 만날 수 있다  3 상림의 연못


함양 가는 길

승 용 차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
서울→대구→88고속국도→함양
서울→대전-통영간고속국도→남원→함양

고속버스 서울→함양→지리산 무백동(3시간 소요)
동서울 출발 08:20~24:00(10회 운행) 1만6,400원, 심야 1만8,100원
함양 출발 06:30~19:00 (10회 운행)
지리산 백무동 출발 07:20~18:00 (7회 운행)

직행버스 
동서울 출발 14:30, 21:00
함양 출발 08:50, 13:50
(주)함양지리산고속 055-963-3745~6

드라이브 코스

지리산 가는 길  상림공원→오도재→서암→벽송사→칠선계곡→백무동→지리산 휴양림
선비문화탐방 코스 상림공원→정여창고택→옥계신도비→허삼둘가옥→청계서원→남계서원
화림풍류/ 용추비경 코스 용추자연휴양림→용추사→용추폭포→연암물레방아공원→심원정→농월정→황암사→동호정→군자정→거연정
지역별 코스 
함양읍 인근 학사루→함양상림→함양석조여래좌상→함양향교
동부지역  사근산성→남계서원→청계서원→승안사지 삼층석탑
북부지역  안의 광풍루→농월정→황석산성→용추사
남부지역  칠선계곡→벽송사, 서암→용유담→안국사, 금대암

잠잘 곳
숙소는 용추면 덕유산, 마천면 지리산, 함양읍 등지에 있다. 용추계곡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도 있지만 가을 단풍철에는 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사전 문의는 필수. 함양군 홈페이지 www.hygn.go.kr 참조.

함양의 맛 & 맛집

두레박 흙집 비린내 없는 흑염소고기와 바위에서 자라는 귀한 석이버섯을 먹을 수 있는 곳. 석이버섯은 돌에서 뿌리를 내고 자라며 한번 따고 나면 20년 후에나 수확이 가능하다. 석이버섯 흑염소 불고기 1인분 2만원. 055-962-5507

옥연가 연꽃 연구를 통해 특성화된 연꽃잎 쌈밥. 한여름부터 채취한 연꽃잎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 후에 마시는 하얀 연잎차를 잊지 말자. 055-963-0107

청학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콩잎 곰국. 콩잎의 비린내가 없고 육수가 맑으며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콩잎 곰국 정식 1인분 1만4,000원. 055-962-4183

삼일식당 오직 한우 암소를 골라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 안의갈비. 맵지 않아 아이들과 먹기 좋다. 연한 육질과 버섯과 야채들이 몸이 기운을 북돋아 준다. 갈비찜(소) 4만5,000원, 갈비탕 1만원. 055-962-4492

하미앙 와인 세계와인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와인. 100% 산머루로 만든다. 한 병에 2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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