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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이성우-락과 함께 유랑하는 “나는야, 바다 사나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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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이성우
락과 함께 유랑하는 “나는야, 바다 사나이”

술은 의외로 약하다. 커피와 차를 엄청 좋아한다. 클럽은 일터이자 놀이터다. 밤에 놀기 좋아해도 어두울 때 일어나는 것은 죽도록 싫다. 무대 위에서는 괴성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야생마이지만, 평소에는 훈남이라 불린다. 일본어 좀 하고, 일본 좀 다녀온 노브레인의 ‘불대갈’ 이성우가 현지 친구들과의 생생한 여행담이 돋보이는 여행기 <도쿄락>을 펴냈다. 락(樂)에 죽고 락(Rock)에 사는 이성우의 로큰롤(Rock’n roll)식 여행법은 어떨까.

  김영미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엄지민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장소협찬  Cafe Miz moren 02-325-5202


친구 사귀려고? 클럽으로 고고!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의) 단골이라고. 커피를 되게 좋아한다. 다들 내가 술을 많이 마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술에 약하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갈 때 나는 싸게 먹히지. 가끔 술 마시다가 집에 가기 뭐할 때 클럽 같은 데 놀러 간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클럽에 가고. 한국 클럽이랑 달라서 재밌었다.

어떻게 다른가. 한국은 ‘이성을 꼬시러 간다’는 목표 의식이 분명하다. 일본도 그런 게 있긴 하지만 아는 사람들끼리 노는 분위기다. 아니면 춤만 추고 가든지. 그 와중에 나는 외국이니까 심심해서 사람들한테 말 걸어서 놀고 했다.

외국어 잘 하나 보다. 일본어는 마음 편한 대로 다 할 수 있는 정도다. 원래는 영어를 더 잘했는데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나니까 영어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 요즘엔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어려운 단어는 잘 모른다. 노래하면서 배운 단어들뿐이라서. 그냥 그렇게 얘기하고 ‘으아~’ 하면 그 친구들도 다 알아듣더라. 무식해지면 사람이 되게 편해진다. 

여행 가면 클럽은 필수코스인가. 밤에 할 게 없으니 갈 수밖에. 여행은 두 가지로 나뉘잖나. 빨빨거리면서 놀러 다니느냐, 아니면 쉬느냐. 나는 쉬는 것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가 되게 궁금하다. 겉핥기식으로 지나가는 것보다는 사람들이랑 부딪히는 게 좋다. 그러려면 클럽이 최고지. 태국 방콕에서는 RCA가 제일 좋았다. 거기서 미쳐 가지고 막 한국말로 건배하고 클럽 휘젓고 다니면서 친구들 사귀고 그랬다. 물론 두 번 다시 보진 못했지만, 전화번호도 모르고 이름도 다 까먹었지만. 그런 인연들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도쿄락>은 어땠나. 도쿄에는 8~9번 정도 갔다 왔다. 내가 길치여서 여전히 헤매지만.(웃음) 책을 낼 때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 내 개인의 여행기인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을지 과연 실용적인 여행서로 쓰일지였는데, 의외로 이거 가져가서 도움이 됐다 하셔서, 어이구 민망했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함께 느껴 주시고 고맙다. 쓸 때는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반응이 좋아서 만족한다.


여름, 바다, 레게가 있는 그곳이 천국

여행과 음악 떼놓을 수 없다. 여행에 음악을 가져가나. 절대 가져간다.
어떤 음악. 바닷가를 진짜 좋아한다. 고향이 마산인데, 집에서 5분, 10분 걸어가면 바다가 있었다. 뜨거운 여름과 바다 하면 레게음악. 너무 잘 어울린다. 거기에 맛있는 음료수를 더하면 최고다. 태국 파타야에 갔을 때, 바다가 보이는 선베드에 누워 서너 시간 동안 레게음악 들으면서 커피랑 요구르트 마셨다.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하려니 첫날만큼 감흥은 없었지만.

도쿄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추천하자면 이노우에 요스이(井上陽水)의 ‘소년시대’와 블루하츠(The Blue Hearts)의 ‘청공(靑空)’. 이노우에 요스이의 노래를 많이 듣는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이문세 아저씨 같은 분이다. 우리나라도 옛날 노래 중에 좋은 거 많은 것처럼, 일본에도 서양음악과 일본풍의 멜로디가 결합돼 언밸런스하면서도 재미있는 맛이 있는 70년대 풋풋한 팝들이 있다. 또 블루하츠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그룹이다.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해야 하나. 50세가 다 돼 가는데 아직 펄펄뛰며 미친 듯이 노래한다. ‘청공’은 노래 가사가 애절하다. 여행을 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이 생기잖나. 그 추억에 생각나는 배경음악들이 생긴다. 나 혼자 멋대로 만드는 거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것이 음악에 영감을 주나. 사람의 어린 시절이 그 사람의 기본적인 것들을 만들잖나. 당시의 난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았고 뭘 해야 될지도 모르고 마냥 세월을 보냈던 것 같다. 마산이 조금 거칠다. 그런 것들이 나의 생활력을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모르겠다. 나란 인간의 절반 이상은 마산에서 채워졌다. 마산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5집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라는 노래에 가사로도 적었었는데, 특별한 것도 자랑할 만한 것도 없는데 좋다. 내가 가봤던 그 길이 사라지고 내가 좋아하던 그 동네가 더 이상 인기가 없어지고, 내가 떠나와도 그대로 정지해 있을 것 같은데 그곳은 플레이 상태다 보니까, 바뀐 것들이 낯설면서도 변화가 재밌기도 하고.


아이돌도 연예인도 아닌 ‘노브레인’이다

노브레인 전국클럽투어를 마쳤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다섯 지역을 1달 반 동안 주말마다 다니면서 공연했다. 이게 자의든 타의든 내 일이 이러니 계속 여행이다. 여행도 계속 다니다 보면 지치잖아. 일 때문에 가다 보니까 그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고. 나나 멤버들이 차 오래 타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갈 때마다 귀찮아하는데, 막상 공연하고 관객과 호흡하면서 땀 삐질삐질 흘리고 하다 보면 되게 좋다. 

기억에 남는 공연 에피소드. 일본에서 공연할 때의 일이다. 완전 개판이었다. 무대에서 날라차기를 했는데 신발이 날아가서 관객석에 떨어지고, 기타 치는 친구는 기타 줄 2개가 끊어져서 2줄로 기타를 쳐서 거의 소음을 내고. 베이스 하는 친구는 베이스를 어깨에 메는 줄이 끊어져서 양반 자세로 앉아서 연주하고… 한 공연에서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났다. 당황스러웠고 최악이었다. 외국이니까 더 쪽팔리잖나. 

그때 되게 재밌었던 게, 예전에 홍대 거리에서 목에 “저는 일본 오사카에서 왔습니다”라는 피켓을 걸고 있던 친구가 있었다. 옆에 있는 한국인들이 밴드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해서 오사카에 공연하러 간다고 얘기하니, 그 친구가 오사카 공연에 꼭 가겠다고 얘기했었다. 그 친구가 이 문제의 공연에 왔었다. 한국말로 “오사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피켓을 걸고 왔더라. 다음 장으로 넘기니까 “김치 맛있어요”라고 써놓고. 인상적이었다. 

빅뱅과의 작업은 의외였다. 남의 노래에 피쳐링 한 게 처음이었다. 양현석형이 내 느낌을 살리고, 우리 멋대로 다 하라고 해서 편하게 했다. 2005년에 4집을 발표하면서 예전보다 시야가 넓어지게 됐다. 음악적인 측면뿐 아니라 ‘우리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들로 편협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재밌겠다 싶은 건 뭐든 해볼 가치가 있다는 거다.

인지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대선 때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는데. 이제 그런 것 안 할라고. 여러 당에서 연락이 왔었고 우리 노래를 쓴다고 해서 아무 의도 없이 준 거였는데, 우리가 판단 미스를 했다. 우리를 좋아한 사람들이 바랬던 게 아니었다. 그 이후에 MB를 지지한다는 말부터 촛불집회에 참가한다고 한 적 없는데 참가한다는 보도자료가 뿌려지고, 너희가 거기 왜 오냐고 질타하고… 수많은 추측성 글들에 나름대로 상처도 받았다. 친구들이 이젠 조금 움직일 때 조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하더라. 그렇다고 해서 행동반경을 줄이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다. 공부가 됐다. 일들이 잘 되고 있으니 조금 정신 차리라는 하늘의 계시로 생각하고 달게 받았다. 마냥 까불면 안 된다는 계시.

그래도 노브레인은 계속 까불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까불 거다. 우리는 아이돌도 연예인도 아니고. 확실한 건 관객들은 우리 본연의 모습,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모습을 좋아한다는 거다. 계속 우리는 이렇게 까불면서 살 거다. 놀고, 공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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