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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겨울배낭 특집-part4. 특별한 국내배낭여행을 위한 겨울배낭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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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특별한 국내배낭여행을 위한
겨울배낭여행

배낭여행의 시초는 기실 국내여행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찍이 ‘국토대장정’을 앞세워 팔도 청춘들이 배낭 하나로 길을 나섰고, 도보여행가 김남희는 산티아고 순례의 길에 앞서 우리 국토를 먼저 걸었다. 배낭여행이라 하면 일단 해외로 눈을 돌릴 게 아니라, 국내부터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보는 건 어떨까. <트래비>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둘러보는 세 가지 여행패턴을 제안한다. 자전거와 스쿠터, 그리고 기차까지. 국내배낭여행의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는 평범한 3인의 비범한 여행기.

에디터  김영미 기자 


스쿠터 여행  
직장인 김성철
국내 구석구석 달릴 수 있어 좋다

‘스쿠터 타고 전국일주’라 하면 왠지 거창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젊은 날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전국일주를 선택했으며, 스쿠터를 타고 다녀왔을 뿐이다.
15박16일의 일정. 여행 첫날부터 비가 내리는 게 심상치 않았다. 역시나 여행 내내 비와 함께했고, 덕분에 비와 친구가 돼 버렸다. 여행 목표는 간단하다. 천안을 시작으로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달려 바다 건너 제주도로 갔다가 다시 내륙으로 돌아와 남쪽부터 동해안까지 대한민국을 한바퀴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냥 도시 투어 여행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중간중간 나만의 미션을 넣어 봤다. 노숙하기, 프리허그하기, 태백산맥 넘기, 혼자 맥주 마시기 등. 비가 오는 바람에 노숙은 결국 못했지만, 미션 수행에 대한 목표의식 때문에 밋밋할 수 있는 나 홀로 전국일주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나눈 프리허그.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도 한참을 망설였다. 앉은 자리에서 담배 3개비를 그냥 피워 버렸다. 결국 하기로 마음먹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피켓을 치켜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준으로 큰 원을 그리는 데 5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사람들은 이윽고 하나둘 다가와 두 팔을 벌려 주는데… 너무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이 가슴속에서 끓어올랐다. 

전국일주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넓게 분포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참 신기했다.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과 재회할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은 여행이었다. 전국일주를 했다고 해서 특별히 남는 게 있다거나 뭘 얻었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만한 건 없다. 나 자신에 대한 만족, 성취감, 젊은 날의 추억. 그런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인식뿐.


1 스쿠터로 여행을 떠난 이유  개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여건이 스쿠터 여행에 딱 맞아 떨어져서.
2 스쿠터 여행만의 매력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스쿠터는 핸들만 돌리면 넓은 길이든 좁은 골목길이든, 가보고 싶은 곳 어디든지 진입할 수 있어서 좋다.
3 가장 좋은 시기  겨울이 아니라면 모두 좋다고 생각한다.
4 스쿠터 여행(전국일주)의 필요충분조건이 있다면  원동기 면허증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하는 자세.
5 특별히 힘들었던 점 비가 내릴 때. 스쿠터는 수납공간이 좁아서 짐을 가방에 싸서 메야 한다. 비가 내리면 신경 쓸 게 많아지고, 시야도 좁아져서 굉장히 위험하다. 많은 스쿠터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타고 간 스쿠터도 공랭식(공기로 엔진을 식히는 방식)이라서 장시간 주행이 힘들고 태백이나 철원같이 높은 산을 넘어갈 때 혹시나 고장 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기차 여행 
코레일투어서비스 이정연
여행의 낭만은 기차에서 시작된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던 일요일 오후, 나는 무작정 남이섬 여행을 떠난다. 청량리역에서 가평행 입석 기차표를 한 장 끊고, 출발 시간을 기다린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처음으로 가는 남이섬.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 이번 여행은 모든 게 처음이다. 기분 좋은 떨림은 바람난 여행자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선물한다. 기차의 커다란 차창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가을볕은 내가 일상에서 이만치 멀리 가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남이섬엔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들이다.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인 듯하지만 나쁘지 않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끝에서, 남이섬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왠지 모를 설렘을 느낀다.
 
10월 중순경 찾아간 남이섬은 온통 가을빛이다. 늦은 오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길을 다정히 손잡고 걷는 연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 반, 가평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그렇게 정신없이 남이섬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출출해졌고 중앙광장에 있는 연가지가란 곳에서 양은도시락에 담겨 나오는 김치도시락 ‘벤또’로 배를 채운다. 이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기차여행이다.

1 기차 여행을 떠난 이유  갑자기 무료해진 일요일. 오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2 기차 여행만의 매력  기차여행은 옛날의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차 막힐 걱정 없이, 운전의 피로 없이, 바깥의 풍경도 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좋다. 혼자 떠나도 옆자리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매력도.
3 여행에 가장 좋은 시기 사시사철 다 매력적이지만 봄과 가을.
4 기차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이 있다면   마음의 여유.
5 추천 기차 여행지  부산, 강원도 정선. 특히 강원도 가는 기찻길은 사시사철 느낌이 달라서 좋다.

자전거 여행  
travie writer 김준영
두 페달에 실어 보내는 3,250km 여행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장마를 자전거 위에서 보내고 김밥, 빵과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고, 물갈이로 장염에 걸리면서도 자전거를 탈 때가 제일 행복했다. 비를 맞으며 달리던 섬진강 강변길, 당진에서 만난 여고생들, 보성의 어느 학교에서 비를 피해 이틀간 텐트에서 지냈던 일과 만 원짜리 민박집을 구해 주신 거제도의 횟집아주머니, 울릉도에서 만난 민박집 할머니와 동두천에서 만난 군 시절 대대장님.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았다. 

어떤 여행이든 너무 많은 준비는 오히려 출발을 방해하고 걸음을 더디게 하는 짐이 될 수도 있다.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여행의 길 위에선 그다지 중요치 않게 된다. 자전거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일상의 것들을 잠시 제쳐두고 페달을 밟을 수 있을 만큼의 힘만 있으면 된다. 그 다음은 길 위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 같이 여행을 떠날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다. 여행 중에 문제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서로의 길을 떠나면 된다. 친구가 없더라도 누군가 늘 만나기 마련이다. 여행 중에 만남과 헤어짐은 자전거 체인처럼 맞물려서 돌아가기 마련. 혼자일 땐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고 둘일 땐 혼자되는 상상을 하는 기쁨은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1 자전거 여행을 떠난 이유  길 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에게 이야기가 되고 싶었다.
2 자전거 여행만의 매력  온전한 나의 힘으로 페달을 밟아 나간다는 것. 체인이 하나씩 맞물리듯 그 길과 길 위의 시간들을 내 것으로 체화시켜내는 것.
3 가장 좋은 시기  나는 장마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헬멧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와 눈이 부신 햇살을 조용히 느끼는 것 또한 여름만의 매력. 자전거 여행에 가장 좋은 시기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그 순간이다. 어떤 계절이든 알맞게 버텨낼 수 있다.
4 자전거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이 있다면  많은 준비와 걱정은 오히려 여행을 늦추는 짐이 될 수도 있다. 6개월 동안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출발 전까지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깨달았다. 자전거 여행에서 필요한 건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된다고.
5 추천 자전거 여행지  가끔은 길에 모든 걸 맡겨 보자. 섬진강을 따라 달리던 길과 조용한 제주도의 우도, 볼거리가 많은 경주 시내가 특히 자전거 타기 좋았다. 그리고 추천하기엔 그렇지만 반나절 이상 자전거를 끌고 걸어 넘었던 대관령 길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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